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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리브로 폐쇄 공문
 온라인리브로 폐쇄 공문
ⓒ 김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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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출판이라는 것이 혼자서 기획, 편집은 물론 경리, 영업, 마케팅까지 다 해야 하니 우리 집 고양이 손이라도 빌리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전우치처럼 분신술이라도 쓰고 싶은 마음에 "오도일이관지!"를 외쳐보지만 아직 수련이 더 필요한 모양이다.

지난해 11월의 그날도 신간이 나오기 직전이라 정신 없이 보도자료를 쓰고 있을 때였다. 보도자료를 만들면서도 서점 MD를 만나면 이 책을 뭐라고 소개하나, 출간 이벤트를 해야 하나 머릿속은 여러 가지 생각이 뒤범벅되어 있었다. 그때 찌르릉 팩스가 울리더니 종이가 스르륵 스르륵 밀려 나온다.

'온라인 리브로 사업 철수'

맥이 풀렸다. 신간이 나오고 찾아가야 할 서점이 하나 또 줄어든 것이다. 안 그래도 지난해 여름에 지마켓에서도 퇴출을 당해서 찾아갈 서점이 줄어든 마당에 리브로 마저 없어지다니. 게다가 리브로는 온라인 서점 순위 4위가 아닌가. 5월에 책이 나오고 신간을 준비하는 사이 책을 팔 수 있는 서점이 2곳이나 줄어든 것이다.

지마켓에서는 그간 다른 온라인 서점과 마찬가지 방식으로 책을 판매했는데 지난 여름 갑자기 출판사 직판매 방식으로 바꾼다고 통보가 왔다. 혼자서 책을 만들고 파는 우리 같은 작은 출판사에게 매일 주문 받은 책을 직접 포장해서 배송하라는 것은 하지 말라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지마켓에서 퇴출당했는데 리브로마저 사라진 것이다.

주변 지인들이 종종 "불황이라는데 출판사는 괜찮냐"고 걱정할 때마다 그간 내가 했던 말이 있다.

"공부 못하는 학생이 시험 난이도 모르듯이 우리같이 가난한 출판사도 불황 같은 거 잘 몰라."

그랬는데 최근 출판계 사정이 안 좋기는 안 좋은가 보다. 보잘것없는 우리 출판사의 매출도 2011년도에 비해 2012년도에 20% 가까이 떨어졌으니까. 아무래도 책을 팔 수 있는 서점이 줄어든 것이 가장 큰 원인일 것이다.

출판사는 이벤트 회사가 아니다!

신간을 낸 후 서점MD를 만나는 서점의 미팅 공간
 신간을 낸 후 서점MD를 만나는 서점의 미팅 공간
ⓒ 김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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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신간을 내고 서점을 찾아다니는데, 빨리 찾아온 겨울 한파 때문이 아니라 줄어든 서점 수 때문에 눈물이 났다. 책 한 권 내는 사이에 찾아갈 온라인 서점이 2곳이나 줄어들다니….

책을 내면 마케터의 자세로 각 서점의 MD들을 만나러 다닌다. 꾸준히 동물 관련 책을 내고 있으니 계속 같은 MD를 만날 것 같지만 의외로 서점 MD가 자주 바뀌는 바람에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가 많다. 물론 나의 지병인 안면인식장애 때문에 이미 인사한 사람을 처음 보듯 대하는 경우도 있지만….

MD를 만나 신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은 고작 5분이 되지 않는다. 그 짧은 시간에 책에 대해 다 설명하기도 쉽지 않고 다행히 내 설명에 귀를 기울여주는 MD를 만나면 반갑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가끔 있다. 책 설명보다는 다른 것에 더 관심이 많은 경우가.

"이벤트는요?"

아, 정말 나는 이벤트 회사 사람이 아니다. 하지만 무슨 이벤트라도 하나 만들지 않으면 온라인 서점의 페이지를 여러 번 넘긴 후 한 귀퉁이에라도 우리 책이 노출될 확률이 없다는 걸 안다. 눈에 띄는 곳은 죄다 돈을 내고 산 책들이 노출되고 있으니 아무 것도 하지 않아서는 독자의 눈에 띌 재간이 없다. 그러니 출판사는 열심히 이벤트를 짜내고 서점은 이벤트를 요구한다.

오프라인 서점이라고 온라인 서점보다 사정이 나을 리 없다. 1인출판이라 따로 영업을 할 수가 없어서 오프라인 매장은 도매상인 총판을 통해 책을 공급한다. 그런데 그곳도 찾아갈 때마다 늘 형편이 어렵다고 호소한다. 독자들이 온라인 서점을 애용하다 보니 일반 서점 매출은 뚝 떨어졌기 때문이다. 우리가 아는 역사 깊은 서점들이 몇 년 사이 속속 문을 닫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전국 서점으로 책을 보내는 총판의 모습
 전국 서점으로 책을 보내는 총판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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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까닭에 총판을 통한 판매도 어려움이 많다. 책을 보내도 팔아줄 서점이 없기 때문이다. 6년 전 처음 1인출판을 시작했을 때는 신간이 나오면 700~800권 정도 총판을 통해 전국의 오프라인 서점에 배본했는데 지금은 그때의 절반 정도 책을 보낸다. 서점이 많지 않으니 많이 보내봐야 팔리지 않고 반품이 될 게 뻔하기 때문이다. 반품 관리도 힘들기 때문에 반품률을 고려해서 책을 보내게 된다.

이런 상황이니 책을 내고도 팔 서점이 없다는 푸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출판은 어쩌다가 이 지경이 되었을까? 출판 전문가들은 원인과 여러 가지 해결방안을 제시하지만 뚜렷한 효과는 보이지 않는다. 내가 출판계의 심한 비주류라 잘 모르는 것일까?

'도서정가제'로 다 해결될까?

출판 불황의 타개책 가운데 가장 중요하게 지적되는 것이 도서정가제다. 도서정가제의 파괴로 책은 가치가 아니라 가격으로 평가 받고, 신간이 나오자 마자 50% 할인되면서 독자는 책의 가격에 대해 불신하는 상황이니 도서정가제의 조기 정착이 필요한 것은 맞다. 특히 도서정가제의 파괴는 우리 같은 소규모 영세 출판사에게 더 없는 독이기 때문이다(출판계 안에서 도서정가제 정착의 당위성은 누구나 인정하지만 우리 같은 작은 출판사의 도서정가제에 대한 접근은 각양각색으로 다르다. 그 기막힌 이야기는 다음 기회에!).

책을 직접 보고 선택할 수 있는 서점 매장 모습
 책을 직접 보고 선택할 수 있는 서점 매장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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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도서정가제는 드러나는 문제일 뿐 책 읽지 않는 사회로 만든 책임은 누구에게 물어야 하나. 동네 서점이 하나 둘씩 사라지다가 언젠가는 몇몇 온라인 서점과 대형 서점만 살아남는 것을 지켜보고만 있어야 할까? 책을 만들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관련 제도나 정책을 크게 고민해 보지도 않았다. 우리 같은 작은 출판사는 그저 매번 책을 만들기도 급급하니까. 하지만 출판의 위기를 요즘 살 떨리게 느끼다 보니 나 같은 사람도 출판계 걱정을 하게 된다.

학창 시절 손재주라고는 없어서 가사 실습 시간을 가장 싫어했던 내가 처음으로 목도리를 떴던 기억이 있다. 심심하면 놀러 가던 동네 서점의 주인 아주머니가 아기를 낳았기 때문이다. 학교 앞 가게에서 가장 보송보송한 실을 사다가 오로지 겉뜨기만으로 뜬 아주 소박한 목도리였다. 내가 그랬듯 동네 아이들이 친구 집 놀러가듯 갈 수 있는 동네 서점이 점차 사라지는 것은 마음 아픈 일이다. 지금 같은 상황이면 동네 서점은 물론이고 대형 매장도 사라질 수도 있을 것이다. 새로 나온 책을 둘러보다가 보고 싶은 책을 사서 나오는 즐거움이 다시 못 올 추억이 될 수도 있다.

다행히도 지난 번 신간이 나올 때 폐쇄되었던 온라인 리브로가 이번 신간을 준비하는 동안 새로운 곳에 인수되어 업무를 시작한다는 팩스가 들어왔다. 신간을 내고 찾아갈 서점이 한 곳이 늘었으니 다행이다. 책 만드는 사람에게 신간을 냈는데 팔 서점이 없다는 것은 가장 슬픈 일이니까. 하지만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있으면서 지난 8년 사이 30%나 사라졌다는 서점이 더 이상은 줄지 않기를 바라는 것은 순진한 생각일 것이다. "그러니까 일단 도서정가제부터 하라고!" 이렇게 다그치기도 참 답답한 출판계다.  

온라인리브로 업무 재개 팩스
 온라인리브로 업무 재개 팩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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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도서정가제, #1인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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