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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오전 방문진 사무실에 도착하는 김재철 MBC사장
 26일 오전 방문진 사무실에 도착하는 김재철 MBC사장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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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26일 MBC 최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가 임시이사회를 열어 찬성 5, 반대 4로 김재철 사장에 대한 해임안을 가결했다. 이 숫자를 얻기 위해 그동안 얼마나 많은 이들이 고통을 당했는지 모른다.

애초 김 전 사장은 '공영방송' MBC 사장에 오르면 안 되는 인물이었다. 김 전 사장은 지난 2010년 2월 26일 방문진 이사회에서 MBC 사장으로 뽑혔다. 당시 그와 사장직을 두고 겨룬 이들은 구영회 MBC 미술센터 사장, 박명규 전 MBC 아카데미 사장이었다.

당시 방문진 이사진 중 정상모, 한상혁, 고진 이사 등 야당 추천 이사들은 기권해, 김우룡 이사장 등 6명의 여당 이사들만로 이루진 '반쪽짜리' 사장 투표였다. 야당 추천 이사들은 투표에 기권한 이유를 "후보 중 적격자가 없다"라고 밝혔다. 특히 김재철 사장은 울산 MBC 사장(2005 ~ 2008), 청주 MBC 사장(2008 ~2010)를 지내면서 '친한나라 성향'을 보여왔고, 무엇보다 이명박 대통령과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노조와 시민단체들이 강하게 반발했다. 물론 김재철은 "MBC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지키겠다"며 노조와 시민단체 비판을 일축했다.

하지만 '새빨간 거짓말'이었다. 김 사장은 지역 MBC 사장과 자회사 사장을 내정하면서 지역 MBC 광역화를 밀어붙였다. 지역MBC 광역화 첫 작품이 진주MBC와 창원MBC를 통합해 MBC경남으로 만든 것이다. 진주 시민인 난 아직도 이 일에 분노하고 있다. 졸지에 진주 시민들은 오랫동안 함께했던 진주MBC 이름을 빼앗겼기 때문이다.

큰집에서 쪼인트 까인 김재철...큰집 눈치

김재철 사장 하면 생각나는 일 중 가장 씁쓸한 장면은 지난 2010년 <신동아> 4월호에 실린 기사다. 김우룡 당시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김재철 MBC 사장이 "큰집에 가서 조인트를 까이"고 "좌파 척결을 위한 '청소부'" 역할을 했다고 말한 것이다. '큰집'은 청와대를 비유한 말이니, 큰집에 갔다가 혼쭐이 난 김 사장은 큰집 눈치만 봤다. 당시 김 사장은 김우룡 이사장을 상대로 법적 책임 운운했지만, 그걸로 끝이었다.

낙하산 사장 반대를 외쳤던 MBC노조는 4월 5일부터 39일간 총파업을 단행했다. 황희만 특임본부장을 부사장으로 승진 발령한게 계기였다. 노조는 "MBC를 지키겠습니다"라며 MBC 살리게 나섰지만, MBC 출신인 김 사장은 MBC와 언론자유보다는 이명박 정권이 눈에가시처럼 여긴 시사프로그램을 폐지하거나 제작진을 탄압했다.

김재철 MBC는 2010년 6월 4일 인사위원회를 열고, 파업을 주도한 이근행 노조위원장과 사내 자유게시판에 김재철 MBC 사장을 원색적으로 비판한 시사교양국 오행운 PD 등 2명을 해고했다. 또 연보흠 노조 홍보국장 등 13명은 정직 1~3개월, 다른 노조집행부 7명은 감봉 1~3개월의 징계를 각각 내렸으며 입사 동기별 성명서를 주도한 비조합원 이채훈 PD에 대해서는 정직 1개월의 징계를 결정했다. 이렇게 김재철 사장은 '국민의 방송' MBC를 'MB 방송'으로 만들어 닻을 올렸다.

그런데 노조탄압은 이게 끝이 아니었다. 정권 비판과 자신에 대한 진실을 전하거나 비판하는 노조원들을 줄줄이 잘랐다. 전국언론노동조합 3월 5일자 자료에 따르면, 김재철 사장 취임 이후 해고 10명, 정직 84명 등 총 233명이 징계를 받았으니 '노조대학살'로 봐도 무방하다.

노조 파업하자, 정치인 얼굴 새긴 광고내 '정치파업'으로 매도

이같은 노조 탄압에도 굴하지 않고, MBC를 살리기 위해 노조원들은 투쟁했다. 지난 2012년 1월부터 7월까지 무려 170일 동안 "'MB씨'을 국민 MBC로'"를 외쳤다.  하지만 'MBC'는 <경향신문> 등 일부 일간지와 무가지에 '상습파업, 정치파업의 고리를 끊겠습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문재인 민주통합당 의원 등 야당 인사 21명 사진까지 포함된 광고를 냈다. 광고 문구는 '이래도 정치파업이 아닌가', '그들은 왜 노조 집회에 왔을까', 'MBC 노조 집회에 참석한 정치인들, 이들은 모두 야당소속'이라며 노조 파업을 정치파업으로 매도했다.

노조는 트위터를 통해 "오늘 광고를 '자발적 탈의 광고'로 명명한다"며 "김재철 사장과 그 일당의 광고는 100만 서명운동의 10배쯤 효과가 있을 것 같다, 자기들의 수준, 실력, 철학을 스스로 시민에게 까발린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sida*****도 "중립을 지키고 공정 보도를 해야 할 공영 방송 MBC 김재철 사장의 광고 찌라시를 보니 야당 의원들 비난… 이게 제정신으로 광고할 수 있는 건가요?"라며 질타했었다.

김재철의 'MB씨'는 노조만 탄압한 것이 아니라 이명박 정부에 비판적인 트윗을 했거나, 말을 한 프로그램 진행자와 출연자들을 하나둘씩 내쳤다.  MBC라디오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를 8년 동안 진행했던 개그우먼 김미화씨를 지난 2011년 4월 그만뒀다. 당시 김미화씨는 노조와 인터뷰에서 김 사장이 7층 엘리베이터에서 1층 복도까지 김미화를 쫓아가며 프로그램을 떠나도록 요구했다고 폭로했었다. 그리고 일명 '김여진 법'을 만들어 <손석희의 시선집중> 출연을 금지시켰다.

<PD수첩> 무죄판결...오히려 사과

지난 2010년 8월 17일 <PD수첩>은 '4대강 수심 6m의 비밀'을 방영하려고 예고까지 내보냈다.국토부가 방송금지가처분 신청을 내짔지만 법원이 기각했다. 하지만 김재철 사장은 방송보류 결정을 내렸다. 이같은 일은 <PD수첩> 탄생 이후 20년 동안 처음있는 일이었다. 김 사장은 청와대 '끄나플'이라는 모욕을 당했다. 누리꾼들은 '4대강 수심6m의 비밀' 방송을 위한 100만명 서명운동까지 벌였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1년 후인 2011년 9월 대법원 2부(주심 이상훈 대법관)가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성을 왜곡·과장 보도해 정운천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혐의로 기소된 MBC <피디수첩>의 조능희 CP 등 제작진 5명에 대해 무죄를 확정했다. 그럼 이명박 정부가 무리한 기소였다고 사과를해야 했지만 오히려  MBC는 메인 뉴스인 <뉴스데스크>와 중앙일간지 광고를 통해 사과했다.

지난 2011년 9월 6일 <한겨레> 1면 광고에 실린 mbc의 피디수첩 사과문
 지난 2011년 9월 6일 <한겨레> 1면 광고에 실린 mbc의 피디수첩 사과문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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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MBC는 대법원이 "다우너 소를 광우병으로 지칭한 부분 △미국 여성 아레사 빈슨이 인간 광우병으로 사망한 것처럼 언급한 부분 △한국인이 인간광우병에 걸릴 확률이 94퍼센트에 이른다고 지적한 부분 등 3가지 내용을 '허위'라고 결론 내렸다"는 점을 들면서 국민 앞에 머리를 조아렸다.

그러면서 "PD수첩이 한미 쇠고기 협상 절차를 점검하고 문제점을 지적하려한 것은 정당한 취재 행위였다"면서도 "기획 의도가 정당하다 해도 프로그램을 지탱하는 핵심 쟁점들이 허위 사실이었다면 그 프로그램은 공정성과 객관성은 물론 정당성도 상실하게 된다"고 판단했다. 무죄판결을 받은 프로그램을 두고 사과 방송과 일간지에 광고를 낸 것은 김재철 MB 씨가 처음일 것이다.

시사프로그램 폐지, <뉴스데스크> 시청률은 날개 없이 추락

김재철 MB씨는 MB정권이 싫어하는 것 중 하나인 '시사프로그램'을 없애거나 제작진을 바꿔버렸다. 그가 사장으로 있으면서 없앤 것은 <후 플러스>와<김혜수의 W>다. 이들 폐지는 시청률 하락 등을 꼽았다. 또 <시사매거진 2580>과 <PD수첩> 제작진을 다른 부서로 발령하거나 회사 명예를 실추시켰다며 중징계했다.

하지만 MBC 메인뉴스인 <뉴스데스크>는 KBS1 <뉴스9>와 아예 경쟁이 되지 않았고, 민영방송인 SBS <8시뉴스>보다 시청률이 낮았다. 결국 뉴스 시간대를 8시로 옮기는 수모를 당했다. 하지만 시청률은 3월 22일 TNmS 기준 8.5%를 기록해 같은 조사기관 SBS <8시뉴스>의 10.1%보다 낮았다. 무엇보다 지난 대선 기간 중 전국언론노조가 누리꾼 상대로 '최악의 대선 보도'를 선정하는 공모를 총 10차례 진행한 결과 MBC는 7차례나 선정되는 '최악보도 면류관'을 머리에 썼다. 이것보다 MBC의 명예를 더 실추시킨 것이 어디 있나.

한 때 정치에 기웃거렸다는 소문....

김재철 사장 고향인 경남 사천은 내 고형이기도 하다. 아직도 어머니와 형님 둘, 막내동생이 산다. 적어도 한 달에 한 번은 간다. 지난 2011년 8월 김 사장은 '사표 쇼'를 낸 적이 있었다. 그때 고향은 "김재철이가 명년('내년' 경상도 사투리, 2012년) 총선에 나온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추석을 앞둔 시점이라 소문은 '사실'처럼 여겨졌다.

그리고 당시 MBC노조도 김재철 사장이 주민등록법을 어기고 아직도 주소지가 서울 서초구 아닌 경남 사천 용현면 소재 한 아파트라고 주장했었다. 지역구 하동남해와 통합되기 전이고, 경남 사천에 강기갑 당시 의원을 대적할 만한 인물이 없었기 때문에 가능성 있는 시나리오라고 고향 사람들은 받아들였다. 하지만 결과는 그렇게 되지 않았다.

지연을 따지는 것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그래도 고향 사람이 MBC 사장쯤 되면 괜히 어깨에 힘이 조금 들어가겠지만, 참아 김재철 사장이 우리 고향 사람이라고 자랑하지 못했다. 너무 부끄러웠기 때문이다.

그렇게 정권을 위해 충성하더니 '퇴출'당했다. 권력 무상을 느꼈을 것이다. 지금까지 김 사장이 걸어온 길을 보면 자신이 한 일에 대해 사과할 가능성은 낮지만 그는 갔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더 이상 김재철 같은 사람은 공영방송 사장이 되면 안 된다. MBC를 MB씨로 만든 것처럼, MBC를 '그네방송'으로 만들 사장이 낙하산 타고 오면 안 된다. MBC를 MBC로 만들 사장이 와야 한다.


태그:#김재철, #MBC, #공영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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