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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Y(30)씨는 회식자리가 끝나고 받아든 영수증에 찍힌 액수가 평소에 비해 몇 천 원 불어난 것을 발견했다. 계산 착오를 의심한 Y씨가 주인에게 따지자 주인은 "소주 값이 올라 얼마 전부터 3000원 하던 소주를 4000원으로 올려 받고 있다"고 답했다. 도대체 소주 값이 얼마나 올랐기에 단번에 30% 넘게 가격이 치솟을 수 있는지 Y씨는 궁금했다.

최근 음식점들이 잇따라 소주 값을 올려받으면서 Y씨와 같은 의문을 갖는 소비자들도 늘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원가가 올라 소주 값이 올랐다는 식당 주인들의 말은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다. 소주의 공장출고가를 올린 회사가 있는 반면, 그렇지 않은 회사도 있기 때문이다.

한 음식점의 메뉴. 4000원으로 인상한 소주와 인상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한 음식점의 메뉴. 4000원으로 인상한 소주와 인상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 정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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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진로가 참이슬의 출고가를 종전 888.9원에서 961.7원으로 8.2% 올리면서 다른 소주 회사들도 인상에 동참했다. 롯데(처음처럼), 무학(좋은데이), 보해(잎새주), 대선(시원) 등의 지역 업체들이 각각 7.8%~8.9%까지 소주 출고가를 인상했다.

이같은 인상분은 소매점에도 그대로 전달됐다. 대형할인점들은 기존 병당 990원 수준이던 소주 값을 1080원으로 90원씩 올려 판매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문제는 최대 9%를 넘지 않는 선에서 70원 안팎으로 오른 원가와는 달리 일반 음식점의 소주 값은 최대 33%까지 훌쩍 뛰었다는 데 있다.

일반 식당들은 소주 값 인상 분 뿐 아니라 인건비와 운영비 등의 부대비용까지 소주 값 인상에 포함시키는 것이 맞다고 주장한다.

주류업계는 이런 움직임에 맞춰 식당들의 소주 값 인상이 가속화 될 것으로 본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병당 3500~4000원에 파는 식당이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으며 조만간 모든 식당이 인상된 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사정이 이렇자 소비자들의 불만도 적지 않다. 부산에서 막걸리를 제조·판매하는 부산합동양조는 대표상품인 '생탁'을 이달 들어 다시 인하했다. 지난달 출고가를 700원에서 760원으로 올렸는데 정작 소매가격이 최대 300원까지 오르자 소비자들의 반발이 심해졌기 때문이다.

아예 일부 업체는 논란을 피해나가고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가격을 동결하기도 했다. 부산지역의 소주업체 대선주조는 경남지역 소주업체 무학과의 차별성을 내세우기 위해 저도주 '즐거워예'의 소주 출고가를 동결했다. 출고가를 동결하면서 대선주조는 열세에 있던 지역 저도주 시장에서 자사의 판매량이 올 들어 30% 이상 증가했다.

김대래 신라대 교수(경제학)는 가격 인상이 소주 시장의 독과점 구조와 음식점의 영업 이익 극대화 방침이 맞아떨어진 현상이라 분석한다. 김 교수는 "원료가격 상승과 인건비 증가를 토대로 이윤을 올리기 위해 가격 책정을 하는 것이 독과점 시장의 특징"이라며 비슷한 범위 내에서 오른 소주 출고가를 1차적 문제로 보았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삼겹살도 산지 가격이 떨어지지만 가격 반영이 안 되는 점이 있는 등 문제는 소매점들이 소비자들의 이익보다는 자기들의 영업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이라며 "최근 소주값 인상은 음식의 가격을 대폭 인상하지 않으면서 소주값을 인상해 이익을 추구하는 면에서 기인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국회에서는 주류세 인상을 통해 30도 이상의 고도주의 세율을 올리는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이 발의를 앞두고 있다. 이 법이 통과될 경우 고도주의 소비자 가격은 4~5% 가량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태그:#소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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