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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호 장준하 선생 암살의혹규명 국민대책위 조사연구위원장이 26일 오전 서울 용산구 백범기념관 대회의실에서 장준하선생 사인진상조사 공동위원회 주최로 열린 '장준하선생 유해 정밀감식 결과 국민보고대회'에서 감식결과에 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 장준하선생 죽음, "정치적 타살 명백하다" 안경호 장준하 선생 암살의혹규명 국민대책위 조사연구위원장이 26일 오전 서울 용산구 백범기념관 대회의실에서 장준하선생 사인진상조사 공동위원회 주최로 열린 '장준하선생 유해 정밀감식 결과 국민보고대회'에서 감식결과에 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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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장준하선생암살규명국민대책위원회는 1975년 의문의 죽음을 당한 장준하 선생의 시신을 정밀 감정하고 그 결론을 국민에게 보고했다. 결론은 장준하 선생은 추락사한 것이 아니고, 외부의 가격에 의해 사망한 후 던져진 것으로 밝혀졌다. 유해감식은 이정빈 서울대 의대 명예교수(법의학)의 주도로 국내외 법의학자, 범죄학자 등이 참여해 이뤄졌다.

'장준하선생유해정밀감정결과국민보고대회'가 열린 백범기념관은 시민들과 취재진들로 가득찼다. 대형 스크린에 비친 장준하 선생의 유골을 바라보는 참석자들은 눈시울을 붉혔고, 어떤 이는 흐느끼기도 했다. 그리고 이정빈 교수의 정밀감정결과에 몸서리쳤다.

국민대책위의 안경호 조사관은 1970년대 초 박정희 유신 정권하에서 일어난 사건들, 즉 김대중 납치살해기도사건(1973), 최종길 교수 살해사건(1973), 인혁당 사법살인(1975) 등을 열거하며 장준하 선생 역시 당시 박정희 권력에 의해 타살된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밖에도 아직 밝혀지지 않은 그 시절의 의문사 사건들이 많이 있다.

1970년대 초반은 암살의 시대였다. 그 정점에는 최고 권력자, 유신 독재자 박정희가 있었다. 정밀감정 결과를 접한 시민들과 취재진들의 관심은 단연 박정희의 딸 박근혜 대통령이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인가였다.

이제 책임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넘어갔다

박근혜 대통령. 사진은 지난 3월 4일 정부조직개편안 처리가 늦어지는 것에 대해 대국민담화를 발표하고 있는 모습.
 박근혜 대통령. 사진은 지난 3월 4일 정부조직개편안 처리가 늦어지는 것에 대해 대국민담화를 발표하고 있는 모습.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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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준하 선생의 의문사 진상규명, 명예회복과 보상을 위해서는 특별법이 만들어져야 하고, 국정원 등 국가기관의 협조가 필요하다. 이 일을 할 사람은 박근혜 대통령뿐이다. 이미 민주통합당은 당내 '장준하 특별위원회'(위원장 이부영 상임고문)를 만들어 협조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만 마음 먹으면 정치권의 합의는 가능하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회의원 마지막 입법 활동으로 유신시대 긴급조치 피해자들의 명예회복과 보상을 위한 '긴급조치 피해자 명예회복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이 법안 발의 당시 새누리당은 "긴급조치로 인한 피해자들의 명예회복과 적절한 보상을 통해 잘못된 과거사를 청산하고 부당한 피해를 회복해 미래적 국민통합과 민주발전에 적극적으로 이바지할 것"이라고 법안 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그렇다면 장준하 선생의 의문사 규명에도 나서지 못할 이유가 없다.

"[속보] 박근혜 대통령, 장준하 암살 규명 지시!"

이런 보도 기사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까. 박근혜 대통령이 진정으로 과거와 화해하고, '독재자의 딸'이 아닌 '지도자 박근혜'로 거듭나려 한다면 주저할 이유가 없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민통합'과 '민주발전'에 이바지하는 대통령이 되려 한다면 머뭇거릴 이유가 없다.

4월과 5월, 제주와 광주에서 대통령을 보고 싶다

4월, 5월이 다가오고 있다. 4월은 제주에서 4·3항쟁 유령제가 열린다. 5월에는 광주에서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이 열린다. 이명박 대통령은 4·3항쟁 유령제에 집권 5년 동안 한 차례도 참석하지 않았다. 광주 5·18기념식에는 취임 첫 해만 참석하고 4년은 외면했다. 4월, 5월 제주와 광주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얼굴을 볼 수 있을까.

박근혜 대통령은 이미 정부 인사에서 특정지역 소외를 가져와 대탕평, 대통합 구호는 빛이 바랬다. 특히 호남 사람들은 '선산이 호남에 있으면 호남 출신이다'는 억지와 강변에 실소를 보내고 있는 지경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다가오는 4월과 5월 제주와 광주에 찾아가 역사와 화해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이것이야말로 대통합의 길이다.

김대중 대통령은 자신을 납치해 죽이려한 박정희 대통령과 화해하고 그의 기념관을 위해 주위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200억 원을 지원했다. 그리고 박정희기념사업회에 명예 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퇴임 후인 2006년 대학 정관에 박정희가 '교주'(校主)로 되어있는 영남대학교를 방문해 명예박사학위를 받기도 했다. 이때 대구의 한 신문은 박정희와 김대중의 사진을 싣고 '산 자와 죽은 자의 화해'라는 제목을 붙이기도 했다.

2004년 8월 당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김대중도서관을 찾아와 "아버지 시절 피해와 고생에 대해 딸로서 사죄"했을 때 김 대통령은 "내 속에 있는 무슨 응어리가 플린 것"처럼 기뻐했고, 박근혜 대표에게 "지역감정 해소의 적임자"라며 국민 통합 노력을 당부했다.

김대중은 우리 현대사에서 진보파의 수장이라 할 수 있다. 박정희는 보수파의 대표라 할 수 있다. 박정희는 가해자였고, 김대중은 피해자였다. 진보파 피해자인 김대중은 관용과 화해에 앞장섰다. 보수파 가해자인 박정희의 딸 박근혜 대통령은 왜 그렇게 할 수 없는가. 우리 시대 보수파에게 그런 도량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인가.

37년 만에 열리는 장준하 선생 겨레장

박근혜 대통령은 이번 3·1절 경축사에서 "가해자와 피해자는 천년의 역사가 흘러도 변할 수 없다"면서 일본 정부에 역사 성찰을 촉구했다. 이런 대통령의 생각은 옳다. 그러나 대통령의 이런 인식은 우리 현대사에서도 똑같이 적용되었을 때 설득력이 있다.

설령 그것이 들춰내고 싶지 않은 아버지의 역사일지라도 우리의 역사에는 예외를 둔다면 설득력이 없다. 지금 유족들이 겪고 있는 아픈 역사를 천년의 한으로 남겨놓지 않으려면 장준하 선생 암살 규명에 박근혜 대통령이 나서야 한다.

28일 오전 시청앞 서울광장에 '민족지도자 장준하 선생 겨레장 분향소'가 설치되는 것을 시작으로 37년 만에 장준하 선생 장례행사가 진행된다. 장준하 선생의 유골이 증언하고 있는 진실을 명명백백하게 밝히는 역사의 행진이 되길 기원한다.

'돌베개'의 주인공, 독립투사, 독재와 온몸으로 싸운 '재야 대통령' 장준하 선생의 명복을 기원한다.
 
민족지도자 장준하 선생 겨레장 일정

- 민족지도자 장준하 선생 겨레장 분향소 : 3월 28일(목) 11시 – 30일(토) 오전8시 / 서울광장

- 추모 문화제 : 3월 29일(금) 오후 7시 / 대한문 광장

- 추모행진 및 노제 : 3월 30일(토) 오전 9:30 – 11:00 서울광장∼ 서문문형무소 역사관(노제)

- 안장식 : 3월 30일(토) 오후 2시 / 파주 탄현면 성동리 장준하 공원

- 4대종단 추모예식 : 28일(목) 11:00 NCCK, 15:00 천주교 정의구현 전국사제단
                            29일(금) 17:00 원불교 18:30 원불교 개혁교문단

- 장준하 선생 추모 전시회 '장준하가 꿈꾸던 조국' : 3월 23일(토)∼31일(일) 서대문형무소 역사관


덧붙이는 글 | ※ 글쓴이 최경환은 장준하선생암살규명국민대책위 공동대표이다. 김대중 대통령을 마지막까지 보좌한 비서관이었으며, 지금은 (사)김대중평화센터 공보실장, (사)행동하는 양심 상임이사로 일하고 있다.



태그:#장준하, #박근혜, #박정희, #김대중, #이정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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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대통령을 보좌한 마지막 비서관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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