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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위에 글이 보인다. 비정규직과는 거리가 먼 글귀다.
▲ 희망과 감동주는 행복 울산교욱 저 위에 글이 보인다. 비정규직과는 거리가 먼 글귀다.
ⓒ 변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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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직, 준법, 절제, 봉사, 책임'

이 단어들이 뭐냐고요? 요즘 학교마다 신경을 많이 쓰고 있는 청렴교육의 이론으로 만든 '청렴 오덕'이라고 합니다. 학교 일용잡부로 이 학교 저 학교 떠밀리면서 출퇴근한 지 2년이 다되어 가는 저로서는 학교에서 아니 교육계에서 왜그리 청렴교육을 강조하고 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아서 <오마이뉴스>에 기고하기로 했습니다.

'정직해라, 법을 지켜라, 참아라, 봉사하라, 책임을 지라' 그런거 교육계부터 모범을 보인후에 학생들에게 강조해야 할 덕목들 아닌가요? 교육계를 움직이는 관료분들, 과연 그분들은 정직하고 법을 지키고 참고 봉사하고 책임을 질까요? 저는 지난 2011년 4월초 학교 일용직 시설관리자 명목으로 한 초등학교에 들어가 일해왔습니다. 저는 '대체근무자'가 어떤 유형의 근무자인지 몰랐습니다.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것을 보니 일당받고 일하는 일용직 일자리 였습니다. 교육청에서 정규직을 발령을 내면 자동으로 계약 해지가 되는 그런 자리였죠. 그동안 살면서 보도 듣도 못한 희한한 방식의 근로계약에 의해 임시직으로 채용된 상태였습니다.

나이도 있고 마땅히 할 게 없는 저는 안 잘리려고 정말 열심히 일했습니다. 매일 아침 휴지를 줍고 내 돈 들여 꽃씨를 사다 화단도 가꾸었습니다. 그러나 그 모든 노력이 아무 소용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4월 5일이면 1년이 되는데 2012년 3월 말일부로 교육청에서 정규직(제 일자리를 교육청에선 기능직 공무원이라 불렀습니다)을 발령냈고 저는 눈물을 머금고 학교 출근을 중단해야 했습니다.

'1년 정도 부려먹었으면 퇴직금이라도 주고 내쫓든지….'

저는 그런 생각이 들어 억울했습니다. 친분이 있는 고교 교사가 제 사정을 듣더니 교육의원을 찾아 가서 하소연 해보라고 일러주었습니다. 저는 시간을 내어 울산 시청에 있는 교육의원 사무실로 찾아갔습니다. 여러분 중 이선철 교육의원 사무실을 찾아 들어갔습니다.

"저는 1년간 열심히 일했습니다. 자식들은 커가고 있고 이 나이에 또 어디로 가라고 자른 건지 모르겠습니다. 1년간 일을 시켰으면 퇴직금이라도 주고 나가라고 하든지요…. 억울해서 찾아 왔습니다."

교육의원은 제 이야기를 잘 들어주었습니다. 집에 가서 기다려 보라고 했습니다. 3개월 후 어찌된 건지 모르지만 동구에 있는 한 학교에서 면접을 보러 오라고 연락이 왔습니다. 물론 똑같은 일자리였습니다. 대체근무자이고 일당을 받고 일하는 일용직으로 근로계약서를 썼습니다. 오는 7월이면 저는 또다시 1년이 됩니다. 제 근로계약서엔 '계약일로부터 정규직이 발령나기 전까지'만 다니게 되어 있었습니다.

고용불안에 시달리던 제가 결국 일을 저질렀습니다

학비노조자료집
 학비노조자료집
ⓒ 변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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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6일(화) 저는 일을 하나 저질렀습니다. 일용직이라 당장 쫓겨날 수도 있음에도 덜컥 학비노조(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울산지부에 가입한 것입니다. 제가 학비노조에 가입을 결심한 것은 지난 3월 23일 오후 2시 학비노조 울산지부 출범식을 참가하고 나서입니다. 전국에선 2만여명이, 울산에선 600여명이 학비노조에 가입돼 있습니다. 대부분 여성들이었고 학교와 교육청에서 근무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었습니다. 학비노조의 출범식을 보고 용기가 생겼습니다.

"행정 대체는 정규직이 갑자기 병고가 생기거나 단기, 중기, 장기 정규직 결원이 생겼을 경우에 한해 사용하는 편법 고용방식입니다. 그 학교에 발령 난 주무관이 정년퇴직한 후 변선생님이 들어가 일한다면 그건 대체가 아니라 간접고용에 해당됩니다."

노조에 연락하니 마침 사무장님이 동구에 볼일이 있다면서 퇴근시간에 맞춰 만나자고 했습니다. 사무장님은 제 근무형태에 대해 묻더니 그처럼 답변해 주었습니다. 울산시교육청은 행정대체로 쓸 자리가 아닌 곳에 대체인력을 쓰고 있다는 얘기였습니다. 편법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사무장님은 그동안 학비노조가 투쟁하면서 얻은 여러 성과들도 설명해 주었습니다.

저는 지난 3월 29일 또 일을 저질렀습니다. 울산시교육청 홈페이지 '교육감에게 바란다'에 '고2, 초6 자녀와 함께 사는 가장이 김복만 교육감님께'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렸습니다.

저는 울산시 교육감에게 바란다 란에 글을 올렸습니다.
▲ 교육감에게 바란다. 저는 울산시 교육감에게 바란다 란에 글을 올렸습니다.
ⓒ 인터넷 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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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고많으십니다. 저는 울산 동구 남목에 살고 있는 50대 가장입니다. 저는 2011년 4월 5일 화정초등학교에 행정대체(일용직 시설관리)로 근무했습니다. 열심히 일했습니다. 해고 안당하려고 정말 열심히 일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2012년 3월 말일경 잘렸습니다. 그것도 1년을 닷새 앞두고 출근이 중단되었습니다. 교육청에서 정규직을 발령냈다는 게 이유입니다. 힘들었습니다. 억울하기도 했습니다.

1년 정도 일을 시켰으면 퇴직금이라도 주고 내보내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행정실 직원에게 물어보니 "퇴직금 안 주려고 1년 되기 전에 그렇게 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울산시청에 있는 한 교육의원실을 찾아가 제 억울함을 이야기 했습니다. 어찌된 건지 모르지만
저는 다시 7월 1일부로 동구 상진초에 서류를 제출할 수 있었고 면접과 서류를 넣고 출근하고 있습니다.

딸이 고2이고 아들이 초6입니다. 상진초 출근이 중단되면 취직하기도 힘듭니다. 나이든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기 때문입니다. 도와주세요. 상진초에 계속 다닐 수 있게 해주세요. 매일매일 고용불안 때문에 기운이 빠집니다. 7월이 다가옵니다. 1년 되기 전에 또 정규직이 발령나서 출근을 못하는 건 아닌지 걱정이 앞섭니다. 가장이 직장을 잃게되면 아내도 걱정하고 딸과 아들도 걱정합니다. 처자식과 먹고 살게 도와주세요. 저는 나이들고 마땅히 할수 있는 게 없어서 다른 직장 구하기도 힘듭니다.'

처음에는 망설였습니다. 그나마 얻은 일자리를 또 잃으면 어쩌나, 하는 불안함이 엄습했습니다. 2012년 3월 말, 이미 저는 한 차례 일자리를 잃었기 때문입니다.

한쪽에선 인간차별과 노동착취가, 한쪽에선 청렴교육이…

"교육계에서 비정규직 일자리를 늘리는 건 딱 두 가지 이유 뿐입니다. 하나는 인간차별 또 하나는 노동착취…"

학비노조 간부와 이야기 나누면서 들은 내용입니다. 청렴교육이 강화되고 있습니다. 학교마다 인권교육도 강조되고 있습니다. 또한, 서민층과 장애인을 위한 특별정책도 확대되고 있습니다. 학생들의 복지교육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런데요. 그래서 그런가요? 학교마다 갖가지 유형의 비정규직 일자리가 늘어나고 있는 실정입니다.

한쪽에선 인간차별과 노동착취가 이뤄지고 한쪽에선 청렴교육을 공고히 하자며 목소리를 높이는 교육계. 제가 경험한 결과, 교육계에서 비정규직 노동제도를 둔다는 것부터 쉽게 이해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청렴교육을 이야기 하기 전에 학생인권을 이야기 하기전에 장애 학생을 위한 특별정책을 이야기 하기 전에 학교마다 늘어나는 비정규직 노동제도부터 중단되어야 할 것입니다. 

'희망과 감동을 주는 행복 울산교육'

지난 3월 28일 전교조 울산지부 이취임식에 다녀왔습니다. 교육청 강당에서 하더군요. 교육청 건물 위에 그런 내용의 문구가 적혀 있었습니다. 저같은 학교 비정규직에게 학교는 또 울산교육은 희망도 없고 감동도 없습니다. 더구나 행복하지도 못합니다. 일용직 일자리로 매일매일 고용불안을 느끼면서 학교로 출근하고 퇴근하는데 무슨 희망이 있을 것이며  어떤 감동을 받겠습니까?

청렴교육하는 교육계가 무슨 비정규직 노동자가 그리도 많을까? 비정규직 노동제도 두는 자체가 부정부패요 부정비리 인 것을.
▲ 청렴교육 청렴교육하는 교육계가 무슨 비정규직 노동자가 그리도 많을까? 비정규직 노동제도 두는 자체가 부정부패요 부정비리 인 것을.
ⓒ 변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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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올린 뒤 교육청에서 찾아왔습니다
울산교육청 홈페이지에 글을 올린 뒤 6일 후, 오후 2시께 행정실서 발간실로 전화가 왔습니다.

"변 주사님, 잠깐 행정실로 와주실래요."
무슨 일인가 싶어 쏜살같이 가보니 행정실장이 "혹시 교육감님에게 바란다 글 올렸어요? 지금 교육청 인사팀에서 왔어요, 가보세요"라고 하더군요.  저는 그 이야기를 듣고 가슴이 콩닥 거렸습니다. 뭔 일이고?

"뭐 긴장할 필요는 없고요. 교육감님께 바란다에 글을 올려서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어 왔습니다."

작은 회의실로 들어서니 두 사람이 말쑥한 차림으로 앉아 있다가 제가 들어서자 일어나 악수를 청했습니다. 두 사람은 저에게 지금 안고 있는 문제점을 이야기 해보라고 했습니다.

"제가 그 글을 올린 것은 잘릴까 두려워서였습니다. 저는 작년에 화정초에서 정말 열심히 일했는데 1년을 5일 남겨두고 느닷없이 정규직이 발령났다면서 나오지 말라했습니다. 작년 7월 1일부로 상진초에 왔습니다. 또다시 1년이 몇 개월 남지 않으니 또 나오지 말랄까봐 겁이 났습니다. 그래서 혹시나 교육감님께 제 사정을 이야기하면 계속 일할 수 있지 않겠나 싶어서 글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두 분은 제 이야기를 경청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교육청 인사관리에 대해 이야기 했습니다.

"변 선생님 사정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만약에 다른 학교의 정규직 주무관님이 굳이 상진초로 발령을 내 달라는 주문이 올라오면 우리로서는 어쩔 수 없이 상진초로 발령 낼 수밖에 없습니다. 그 점은 이해해주셔야 합니다. 상진초로 인사발령 주문을 요청한 분에게 다른 학교로 가면 안되겠느냐고 부탁은 해보겠습니다만, 그럼에도 상진초로 발령을 내달라고 요청해오면 별다른 도리가 없는 게 현실입니다."

이야기 말미에 또 할 말 있느냐고 묻기에 말했습니다.

"뭐 어차피 저는 7월 1일 이전에 잘릴지 모르겠네요. 저는 교육계가 비정규직을 늘리는 것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청렴교육을 강화하고 있고, 학생들 인권이 중시되고 장애 학생에 대한 예우도 높아지고 있는데 저같은 비정규직은 날마다 고용불안 속에서 출퇴근을 해야 합니다."

두 분은 그런 부분에 대해 수긍은 가지만 교육관련 법령이 그러니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을 취했습니다.

"변 선생님 이야기는 잘 들었습니다. 앞으로는 궁금한 사항이 있으면 우리에게 직접 전화를 주시거나 행정실장에게 물어 보시면 좋겠습니다."

울산시교육청 인사담당 관리자 둘이서 저에게 그런 부탁을 하는 이유는 뭘까요? 그 후 교육감 홈페이지에 제가 올린 글에 대한 답글이 달렸습니다.

"우리교육청 홈페이지를 방문해 주셔서 감사드리며, 귀하의 안타까운 사정에 깊은 공감을 표시합니다. 현재 귀하께서는 상진초등학교 정규직공무원의 결원 대체인력으로 채용되신 것으로 상진초등학교에 정규직이 발령날 경우에는 근로계약조건에 따라 계약이 해지될 수 있으며, 계약이 해지될 경우에 사전 그 사실을 미리 안내할 것이며, 또한 다른 학교로채용을 추천할 수 있도록 학교와 협의 등을 통해 귀하의 구직활동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이도록 하겠습니다. 향후, 다른 어려움이나 궁금하신 점이 있을 경우 우리교육청 인사팀(210-5722~5)으로 연락을 주시면 문제를 함께 해결해 나갈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습니다."



태그:#울산시 교육청, #김복만 교육감, #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울산학비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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