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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회 홍천군청년회의소 게이트볼 대회 현수막
 제4회 홍천군청년회의소 게이트볼 대회 현수막
ⓒ 이종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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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산골마을 어른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홍천군 10개 읍면에서 손에 스틱을 하나씩 들고 홍천 북방공설운동장에 모인 것이다. 평소 젊은 청년들이 축구하는 인조잔디구장에 각자 번호표를 달은 어른들이 손에 스틱 하나씩 들고 게이트볼 경기를 즐기는 모습이 장관이었다. 이날 홍천청년회의소에서 주최한 제4회 게이트볼대회에 참가한 선수들은 750여 명이다.

두촌면 골짜기 마을 게이트볼 팀도 화촌면 공작산 아래 마을에서 긴 겨울을 난 어른들이 읍내로 봄나들이를 왔다. 홍천군 청년회의소 회원 50여 명이 십시일반 모금한 돈으로 어른들을 초대하여 행사를 진행했고, 젊어서 지역발전에 큰 역할을 하시고 이제는 노후를 즐기셔야하는 어른들께 따뜻한 점심 한끼 대접하겠다는 취지로 대회를 열고 있는 청년회의소 회원과 가족들은 어른들의 점심 식사 준비에 바쁜 모습이었다.

오전 10시 간략한 개회식에 이은 경품추첨도 지역 어른을 모시고자 하는 지역 청년들의 마음을 담았다. 참가자 750여 명 전부에게 작은 상품 하나라도 전해드리고자 마음 쓴 추첨권과 상품 준비가 남달랐다. 치약선물 세트를 받아든 할머니는 아들 같은 젊은이들 마음 씀씀이가 하도 좋아서 눈물이 난다고 소감을 말했다.

홍천군 청년회의소 회원들이 준비한 점심식사
 홍천군 청년회의소 회원들이 준비한 점심식사
ⓒ 이종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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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회의소 회원 가족들이 어른들 점심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청년회의소 회원 가족들이 어른들 점심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 이종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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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드신 어르신 한 분에게 다가가 식사 맛있게 드셨는지 여쭈어보았다.

"말해 뭐혀. 우리 같은 노인네들 이렇게 모시겠다는 마음만으로도 감사혀. 그런데 이렇게 점심까지 준비해서 주니까 군수나 국회의원보다 훨씬 나아. 아주 맛있어."

점심시간 중에도 운동장에서는 경기는 계속 진행되었다. 게이트볼 경기는 팀당 5명씩 참가해 정해진 시간동안 제1관문과 2관문, 그리고 3관문을 통과하며 점수를 얻게 되어 승부를 결정짓는 경기이다. 하여 팀플레이를 통하여 상대팀이 관문을 통과하지 못하도록 저지하는 작전이 경기의 즐거움을 배가 시킨다.

아침부터 각 코트에서 열띤 경기가 이어졌고, 아쉽게 초반에 탈락하는 팀들도 늘어났다. 그 중 한 팀은 접전을 펼치다 한 점 차이로 아쉽게 패해 더욱 안타까웠다. 하지만 아쉬움보다는 한 경기라도 참가해서 즐겼다는 것으로 충분히 고맙다는 어르신에게 다가갔다.

"왜 졌어요?"
"상대팀에 할머니 한분이 너무 잘해. 그 할머니 때문에 졌어."
"연세가 어떻게 되세요?"
"일흔여덟이야."
"그런데 이렇게 건강하세요. 게이트볼 오래 치셨어요?"
"칠년 정도 쳤는데, 우리 같은 노인들에게 아주 좋은 운동이야. 치매 예방에도 좋고, 관절에도 좋아. 이거 참 잘 만든 거야."

이번에는 통과하고 말거여
 이번에는 통과하고 말거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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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만 좋은 게 아녀요, 실력도 정말 대단했습니다
 자세만 좋은 게 아녀요, 실력도 정말 대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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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참가자 중 최고령은 93세 할아버지셨고, 최연소자는 11세 초등학생이었다. 경기 규칙이 쉽고,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게이트볼이었다. 십여 년 전부터 산골마을 곳곳에 경기장이 생기기 시작했는데, 참가하는 어른들이 늘어나면서 이제는 홍천군에서 회원 수가 가장 많은 생활체육 종목이 되었다.

홍천군 청년회의소 권오철회장과 회원들은 이날 1000만 원 정도의 예산을 모아 참가한 어른들 모두에게 점심 식사를 제공하고, 상품을 전달했다. 그리고 우승팀과 준우승 팀에게는 상금과 돼지 한 마리를 상품으로 제공했는데, 그 취지가 남달랐다.

우승팀과 준우승 팀이 속한 마을에서 어른들이 날짜를 잡으면 찾아가서 돼지를 직접 잡아 손질해서 대접한다는 말이었다. 그날은 음료수와 막걸리를 사들고 마을 노인정에 찾아가서 잔치를 벌여드리겠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 홍천이 이만큼 발전하고 살 수 있는 것은 먼저 우리 지역을 위해 일하신 어른이 계시기 때문이므로 마땅히 잘 모시는 것이 젊은 청년들이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홍천군 청년회의소 회원들
 홍천군 청년회의소 회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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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경품권 추첨 번회와 경품
 이날 경품권 추첨 번회와 경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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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경기는 오후 5시가 넘어 끝났고, 우승을 한 팀도 준우승을 한 팀도 서로 축하하는 박수를 보냈다. 그러고는 폐회식이 이어졌는데 대회를 준비한 젊은 청년들에게 고마움을 전하는 어른의 마음이 있어서 그 의미가 남달랐다. 그러면서도 뼈 있는 한마디를 흘리듯 말하는 어른의 말씀이 기자의 귀에 들어왔다.

"높은 자리 있는 것들이 어떻게 젊은이들보다 못해. 허구한 날 말만 번지르르하게 씨부렁대고, 선거 때나 되어야 코빼기 보이는 것들보다 젊은 청년들이 훨씬 나아. 우리 같은 늙은이를 다 챙겨주고. 고마워."

그 옆에 있는 어른이 한 마디 거들었다.

"높은 자리 있는 것들은 다 똑 같아. 아침에 개회식 때나 얼굴 내보이고는 끝날 때는 꼬빼기도 안 보이잖아. 그거 웬 줄 알아. 지금은 사람이 없거든. 

축구장을 가득 메운 어르신들
 축구장을 가득 메운 어르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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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홍천군, #홍천군청년회의소, #게이트볼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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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아재양념닭갈비를 가공 판매하는 소설 쓰는 노동자입니다. 두 딸을 키우는 아빠입니다. 서로가 신뢰하는 대한민국의 본래 모습을 찾는데, 미력이나마 보태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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