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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야당인 민주통합당이 ‘종편 출연 금지’ 방침을 공식 해제했다. 대선 직후, 민주당 내부에서는 ‘종편 때문에 선거에 패했다’는 주장이 나온 바 있다. 정치권뿐만 아니라 시민사회 내부에서도 냉소와 무시, 그리고 간과로 일관해오던 종편 대응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제는 종편의 실체를 인정해야 한다는 것. 개국 1년 반, 종편은 어디까지 왔을까. 데이터 분석과 취재를 바탕으로 '종편의 민낯'을 입체적으로 해부해본다. 특혜와 편법으로 얼룩진 종편의 '정상화' 방안도 고민해본다. [편집자말]
TV조선 <데이팅 인 더 다크> 방송 장면(2012년 2월 10일)
 TV조선 <데이팅 인 더 다크> 방송 장면(2012년 2월 10일)
ⓒ <데이팅 인 더 다크> 방송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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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소파에서 일어난 남성이 "제가… 엉덩이가 진짜 예뻐요, 한번 만져보실래요?"라고 말하며 여성이 자신의 엉덩이를 여러 차례 손으로 만지도록 하는 장면을 방송.

#2. "(스킨십 할 때) 야들야들한 부위가 되게 좋습니다. 허벅지도 같은 허벅지가 아니에요." "귓불 부분의 더운 바람과 함께…" 등의 장난스런 대화 내용을 장시간에 걸쳐 방송.

#3. 침대에 누운 남자 위에 여자가 앉아서 성행위 하는 장면을 모자이크 처리해 방송.

성인 전용 채널 방송 내용이냐고요? 아닙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통심의위) 심의를 통해 '경고' '주의' 등의 제재를 받은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 프로그램의 일부 내용입니다. 첫 번째는 TV조선 <데이팅인더다크>, 두 번째는 MBN <황금알>, 세 번째는 채널A <연애인사이드>입니다. 세 프로그램 모두 선정성 수위가 꽤 높은 대화나 장면을 청소년 시청보호 시간대에 버젓이 방송해 심의 규정에 따라 제재 조치를 받았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지난 1년 반, 종편 4사는 '혐오스럽거나' '폭력적이거나' '비인권적인' 방송으로 심의 과정에서 여러 차례 제재를 받았습니다.

잠깐 방송 심의 과정을 설명 드리겠습니다. 방통심의위는 매월 들어온 방송 내용 민원들을 바탕으로 심의를 진행합니다. 방통심의위 관계자는 "'정말 방송해서는 안 되는 내용의 최소 근거'인 방송 심의 규정에 따라 위반 여부를 판단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심의 후 방송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각종 제재를 의결합니다. 제재 종류는 크게는 '과징금 > 제재조치 > 행정지도'로 구분됩니다. 이중 제재조치는 시청자 사과, 관계자 징계, 방송 중지 혹은 정정·수정, 경고, 주의로 나눠집니다. 행정지도 역시 권고와 의견제시로 이뤄집니다.

2011년 12월 개국 때부터 올 3월까지 방통심의위(선거방송심의위원회 포함)에서 심의한 종편 프로그램은 총 152건. 이중 제재 조치를 받은 프로그램은 136건입니다.

종편 중에서 심의를 가장 많이 받은 방송사는 어디일까요? TV조선입니다. 43건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그 다음은 채널A(40건), MBN(35건), JTBC(34건)가 뒤를 이었습니다.

심의 결과, '제재' 의결을 가장 많이 받은 방송사는 채널A입니다. 총 36건입니다. 그 다음으로 TV조선(35건), JTBC(33건), MBN(32건) 순이었습니다.

이같은 심의·제재조치 건수는 지상파에 비하면 많은 수치는 아닙니다. 2012년 지상파(라디오 제외) 방송 심의 건수는 총 220건이고, 제재 의결 건수도 183건으로 종편보다 많습니다.

그러나 시청자 사과, 프로그램 관계자 징계 및 권고 등의 '중징계'는 종편이 지상파보다 많이 받았습니다. 지난해 보도교양 부문 방송 심의에서 지상파는 중징계를 받지 않은 반면, 종편은 프로그램 관계자 징계 및 권고를 1회 받았습니다. 연예오락 부문에서도 종편이 지상파보다 시청자 사과가 1회 더 많았습니다(지상파 1건, 종편 2건). 종편이 지상파보다 '심의 규정 위반의 정도가 높은' 방송을 좀 더 많이 한 셈이죠.

지상파보다 중징계를 더 받은 종편 프로그램들의 내용이 궁금하시죠? <오마이뉴스>가 방통심의위 '유료방송 심의의결현황' 자료(2011.12~2013.3)에 공개된 종편 심의 내용을 토대로 '작은 시상식'을 마련해보았습니다. 이름 하여 '종편 막장 프로그램 시상식'입니다. 

'인육캡슐' 제조 과정·소변 마시는 장면까지 방송


①'19금 끝판왕'상 : '성인 전문 채널'을 능가할 정도로 선정성 짙은 내용을 방송해 제재 받은 프로그램에게 주는 상입니다. 역시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주제는 '성(性)'인 걸까요. 선정성 문제로만 방통심의위 제재를 받은 프로그램은 약 20개 정도입니다. 기사 맨 처음에 소개된 방송 프로그램들도 여기에 포함됩니다.

이중 가장 강력한 제재 조치가 의결된 프로그램은 지난해 11월 1일·3일·4일 방송된 JTBC <김국진의 현장박치기>입니다. 심의 내용을 한 번 보겠습니다.

JTBC <김국진의 현장박치기>에 출연한 가수 정희라씨(2012년 11월 1일·3일 방송)
 JTBC <김국진의 현장박치기>에 출연한 가수 정희라씨(2012년 11월 1일·3일 방송)
ⓒ <김국진의 현장박치기> 방송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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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트 음악의 사회적 의미를 살펴보고 가수들(이박사, 정희라, 유이성)을 초대해 노래를 듣고 이야기함. 이 과정에서 이른바 '성인 에로가요' 전문가수라는 정희라가 자신의 노래를 부르는 도중 일부 가사를 신음소리로 대체함. 진행자(장성규)가 '노래 제목을 보시면 쏘세지 타령, 조개 타령, 신문지를 보…'라고 정희라의 노래를 소개하자, 정희라가 '신문을 보지'라고 말함.

성인 에로가요 내용을 가감없이 드러내는 것과 트로트 음악의 사회적 의미를 살펴보는 것은 어떤 연관성이 있는 것일까요. 결국 해당 프로그램은 '방송심의 규정' 35조(성표현) 2항 등에 따라 '방송프로그램 관계자 징계 및 경고' 조치를 받았습니다.

②'혐오 종결자'상 : 시청자들에게 지나치게 혐오감을 주는 내용을 방송했다는 이유로 제재 받은 프로그램에게 주는 상입니다. 약 10개의 프로그램이 후보군에 올랐는데요, 그 중 유일하게 '경고' 조치를 받은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지난해 5월 29일에 방송된 JTBC 시트콤 <청담동 살아요>(동영상 보기)입니다. "부자동네에서 살아가는 가난한 이들의 이야기를 코믹하게 그린 시트콤"이라는 이 프로그램은 왜 경고를 받았을까요?

평소 엉뚱한 행동을 잘하는 우현(만화가)과 상훈(만화 스토리 작가)은 '세상의 모든 것을 먹는 남자'라는 주제로 만화를 그리기로 함. 그리고는 관우와 함께 휴지, 빨래비누, 욕실 실내화 조각으로 이른바 '화장실 삼합'을 만듦. 관우는 "일단 휴지를 한 장 깔고, 그 위에 빨래비누랑 열 달 동안 화장실에서 푹 삭힌 실내화를 얹고 말아서, 치약에 찍어 드시면 돼요"라고 말함. 셋은 이를 먹음.

방통심의위는 "지나치게 혐오스러운 내용을 청소년 시청보호 시간대에 방송했다"며 해당 프로그램에 경고 조치를 내렸습니다.   

비록 '화장실 삼합'보다 낮은 제재 조치를 받았지만, 혐오감으로 따지면 절대 밀리지 않을 만한 프로그램들이 또 있습니다. 채널A <이영돈PD의 소비자X파일>(2012.4.27 방송)은 이른바 '인육캡슐'의 실태를 고발하면서 태아 사체를 잘게 잘라 건조하는 등의 제조 장면을 구체적으로 내보냈습니다. 각종 민간요법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인 MBN <천기누설>(2012.6.9)은 한 70대 남성이 유리병에 든 소변을 마시는 모습 등을 화면처리 없이 가족시청 시간대에 방송했습니다.

종편의 몇몇 보도 프로그램들도 비슷한 이유로 제재 조치를 받았습니다. 주로 사고나 살인 사건 현장의 영상을 일부 화면 처리해 장시간에 걸쳐서 방송한 게 문제였습니다.

여자 어린이에게 성범죄 재연시켜

MBN <추적 사각지대> 방송 장면(2012년 12월 2일)
 MBN <추적 사각지대> 방송 장면(2012년 12월 2일)
ⓒ <추적 사각지대> 방송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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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윤리실종'상 : 인권보호·객관성 등 기본적인 방송윤리에서 벗어난 내용을 방송한 프로그램에게 주는 상입니다. 많은 프로그램들이 후보에 올랐는데요, 특히 도를 넘은 폭력과 욕설 장면으로 제재 받은 프로그램이 가장 많습니다.

지난해 12월 2일에 방송된 MBN <추적 사각지대> 지나친 폭력과 욕설로 프로그램 관계자 징계 및 경고 조치를 받았습니다. 다음은 심의 내용입니다.

지각을 하게 된 아들이 돈이 없어 택시비를 줄 수 없다는 어머니와 말다툼을 하면서 발로 어머니의 머리를 때림. 아들이 "엎드려, X같은 XX아. 엎드려 XXX아, 한 100대만 맞자, 네가 다리 한쪽 부러지고 그러면 내가 닥치고 있을 테니까 다리 하나만 부러지자, XXX아"라고 말하면서 웅크리고 있는 어머니를 몽둥이로 찌르고, 발로 밟는 장면(몽둥이로 구타 직전 화면 정지) 등을 일부 화면처리해 방송.

"아들의 폭행과 폭언으로 힘들어하는 가족의 모습을 보여주고, 이후 심리치료 등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을 소개"하는 게 이 프로그램의 목적이었다는데요, 그래도 갈등을 너무 '있는 그대로' 보여준 것 같네요.

아동성범죄 사건을 재연하는 과정에서 여자 아역배우가 성폭행 당하는 장면을 재연토록 해 방송심의 규정을 위반한 프로그램도 있습니다. TV조선 <현장추적 당신이 잠든사이>(2012.11.8 방송), JTBC <탐사코드 J>(2012.9.16 방송), MBN <현장르포 특종세상>(2012.9.7·8 방송)이 같은 이유로 경고 조치를 받았습니다.

일부 시사보도 프로그램은 출연자가 객관성 없는 발언을 하는 데도 이를 여과 없이 내보내 제재 조치를 받았습니다. 특히 지난 18대 대선 전후로 방송된 프로그램은 몇몇 출연자가 특정 후보를 비방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은 게 문제로 지적됐습니다.

④'종편이야 홈쇼핑이야'상 : 홈쇼핑을 능가하는 상품홍보·노출로 제재받은 프로그램에게 주는 상입니다. 가장 강도 높은 제재를 받은 주인공은 바로 2012년 1월 4일·11일·25일에 방송된 채널A <이수근의 바꿔드립니다>입니다. 프로그램 관계자 징계보다 강도 높은 '시청자 사과' 조치를 받았습니다. "시청자와의 퀴즈대결을 통해 집안의 낡은 가구나 가전제품 등을 새 것으로 바꿔주는 버라이어티"인 이 프로그램에서 문제가 된 부분은 무엇일까요? 

채널A <이수근의 바꿔드립니다> 방송 장면
 채널A <이수근의 바꿔드립니다> 방송 장면
ⓒ <이수근의 바꿔드립니다>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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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카메라를 공개하며 "무려 2000만 화소… 간단한 조작만으로 노리개, 셔터스피드, 노출, 화이트밸런스, 감도와 같은 다양한 기능을 작동시킬 수 있습니다"라고 말함. 특정 협찬주의 가구를 가리키며 "친환경 명품가구의 ***소파를 소개합니다, 가죽이 늘어나지 않고 디자인적으로도 아주 아름답게 쓰실 수 있는 명품 친환경 소파"라고 밝힘.

이 정도면 TV 홈쇼핑 수준이네요. 이는 방송심의 규정 46조 '광고효과 제한'를 위반한 것입니다. 방통심의위는 "특정 제품을 구체적으로 소개하며 광고효과를 줄 수 있는 내용을 방송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것으로 '종편 막장 프로그램 시상식'을 마치겠습니다. 아쉽게도 오늘 시상식에서 공개하지 못한 '제재 조치' 프로그램들이 많습니다. 방통심의위 홈페이지의 '방송심의의결현황' 게시판에서 더 많은 월별 종편 프로그램 심의 내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태그:#종편, #JTBC, #채널A, #MBN, #TV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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