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저녁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 장래 '스타 시민기자'를 꿈꾸는 100여 명의 글쓰기 지망생들이 모였다. 바로 <나는 시민기자다>(오마이북) 저자들이 책으로 못 다한 글쓰기 노하우를 서로 나누기 위해 독자들과 만난 것이다.
이날 행사는 <오마이뉴스> 오연호 대표의 사회로 진행되었으며, 저자로 참여한 12명의 시민기자 중에서 9명이 한자리에 모여 2시간 동안 진지하거나, 혹은 명쾌한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내고 독자들의 질문 공세를 받기도 했다.
<오마이뉴스>기사로 수 천만 원을 벌었다고요?아마도 이날 '독자와의 대화'에 참가한 사람들 중에는 첫 기사가 생나무로 처리되거나, 밤을 꼴딱 세워가며 의욕적으로 출고한 기사가 주목받지 못한 채 잉걸에 머물다 내려간 쓰라린 기억을 가진 이들이 대부분이었을 것이다.
명불허전. 이날 참가한 작가들은 이번 책이 처음인 사람도 있고, 이미 3권, 10권에 이르는 저서를 출간한 사람들도 있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오마이뉴스> 기사 원고료와 상금, 출판 인세 등으로 적게는 1000만 원에서 많게는 3000만 원까지 부수입(?)을 올린 저자도 있었다.
사실 이날 행사에서 오연호 대표는 특유의 유머(?)까지 섞어가며 미수다(미녀들의 수다) 버전의 예능형 대담을 진행하겠다고 했지만 허언이 되었다. 왜냐하면, 이날 대화가 예능방송의 재미와 교육방송의 학습효과를 낚아챈 수준 높은 생방송(이날 행사는 <오마이TV>를 통해 인터넷으로 생중계 됐다)으로 마무리됐기 때문이다.
행사에 참석한 독자들의 호기심은 다양했다. 저자들이 시민기자의 길로 들어서게 된 이유, 시민기자로 활동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기억이나 행복했던 순간, 지금 시민기자를 준비하려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 등등.
책에서 찾을 수 없는, 비로소 독자들의 질문을 통해 알게 된 저자들의 글쓰기 비밀노트를 정리해 보았다.
[#1. 김혜원] 취재 아이템은 어떻게 선정하는지
"구체적으로 취재 아이템을 찾거나 하지는 않고요, 그냥 그때그때 시의성 있는 이야기들을 뉴스나 신문, 방송을 통해서 접하면 '아! 이거는 나 말고도 다른 사람들도 궁금하겠구나!' 아니면 '다른 사람들도 호기심을 갖겠구나' 하는 것들이 있거든요. 저 말고도 모든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부분, 관심을 갖는 부분, 그것에 저도 관심이 있고, 그게 곧 저의 취재 아이템이 되는 거죠."
"저는 취재원을 만났을 때 명함을 잘 주지 않는 편이에요. <오마이뉴스>에서 (기자증은 없구요) 명함을 만들어 주긴 했는데, 저는 명함으로 저를 설명하지 않고요. 명함을 주는 행위가 '나는 기자야'라고 말하는 거잖아요. 그런데 나는 시민으로 취재원을 만났기 때문에.... 시민들이 이웃사람 만나면서 명함 주고 만나지 않거든요. 그렇게 눈높이를 맞추고 들어가면 당연히 취재 방법도 (시민기자만이 가질 수 있는 장점으로) 달라지지 않을까요? 기자가 취재를 해야지 취조를 해서는 안 되죠!"
[#2. 신정임] 직업기자도 아닌데, 사람들이 만나주기는 하나요?
"(그러니까 노력이 필요하죠) 궁금한 사람이 있으면 찾아가는 거죠. 이철수 판화가 같은 경우는 전시회장에 찾아가서 인터뷰를 하고 싶다고 말씀 드렸더니, 메일을 보내달라고 해서 돌아와서 메일을 보내드렸고요. 전화를 하거나 찾아가거나, 메일로 취재 계획을 사전에 충분히 설명하고 공을 들이는 거죠. 그리고 몇 다리를 거치더라도 가능한 인맥을 총동원해서 노력하죠. 만나야 되겠다는 절실함이 생기면 다양한 방법들이 생각나는 것이죠."
"그리고 지금 제가 하고 싶은 일은 자서전을 대필해 주는 겁니다. 기존의 자서전은 유명한 사람들 일색이잖아요. 저는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자서전을 대필해 주는 일을 해보고 싶습니다. 모든 사람들에게는 이야기가 있거든요. 그 이야기들 중에서 대중과 호흡할 수 있는 것을 어떻게 잘 끄집어내느냐 하는 것이 (글쓰기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3. 최병성] 다른 목사님들한테 욕을 엄청 많이 듣는다던데...
"많았죠! (제가 영월지역 강 지키기 기사를 쓰면서 영월군수와 불편한 관계를 형성하니까) 영월지역의 교회 관련 공사 인허가가 중단되었다는 의혹이 일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 당시 영월지역 모든 목사님들이 한 자리에 모여서 저를 불렀습니다. 그리고 말하기를 우리 교회는 당신 때문에 건축허가가 안 나고, 우리 교회는 당신 때문에 교회 앞에 도로가 안 난다고 하면서, 그중에서 제일 원로인 목사님이 저에게 목사를 그만 두든지 강지키는 일을 내놓든지 둘 중 하나만 선택하라고 했어요."
"그래서 저는 '강을 지키는 것도 하나님이 내게 주신 일이고, 목사도 하나님이 내게 주신 일'이라고 하면서 '그렇게 할 수 없다'고 하고는 자리를 박차고 나왔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제 기사가 <오마이뉴스>를 통해서 퍼져 나가면서 이제는 교단의 동료 목사님들로부터 제가 자랑스럽다고 하시는 분들이 많이 늘었고요. 쌀이며 곶감을 보내주시는 분들도 생겼어요. 하나님도 저를 자랑스러워하실 겁니다."
[#4. 이종필] 글쓰기를 고된 감정 노동이라고 표현하셨던데...
"(기사쓰기가) 감정 노동이라고 하는 표현한 것은 <오마이뉴스> 기사쓰기의 어려움을 한 마디로 대변하는 데 가장 적절한 단어가 그것인 것 같아서 그렇게 말한 것입니다. 기사 아이템이 생기면 본인의 감정에 대한 실체를 객관적으로 분석하는 것이 중요한데요. 그런데 기자의 개인감정에 대해서 독자들은 전혀 관심이 없어요."
"하지만 각자 개인사는 다르지만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사람으로서 동일 사건에 대해서 내가 느끼는 감정 중에서 어떤 부분이 다른 사람들과 공감 될 수 있는 요소인가를 가려내야 하는데 그 포인트를 찾아내는 과정이 굉장히 어렵습니다. 그것을 위해서 자신의 감정을 해체하고 보편적인 정서를 끄집어내 재구성하고, 상황에 맞는 단어와 표현 심지어 기사의 리듬감(운율)까지 찾아내야 합니다. 그 과정이 고통스럽기 때문에 <오마이뉴스> 기사쓰기를 고된 감정 노동이라고 생각하는 거죠."
[#5. 이희동] 어떤 기사로 데뷔하면 좋을까요? 직업기자-시민기자를 비교한다면?
"저는 사실 처음에는 여행과 영화에 관한 글들을 써왔는데요. 그런데 쓰다보니 한계를 느끼게 됐습니다. 결국 가장 일상적인 것을 가장 잘 쓸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저 같은 경우엔 직장인으로서, 아이를 키우는 아빠로서, 남편으로서의 지위를 먼저 분명히 하고, 그에 대한 글을 써 왔던 것이 중요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둘 사이의 큰 차이는 자기 이야기를 어떻게 체화하느냐 입니다. 직업기자는 객관성과 팩트 위주로 가야한다면, 시민기자는 객관성은 살리되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방법으로 자신의 경험이나 이야기들을 솔직히 녹이는 게 중요하죠."
[#6. 김종성] 어떤 마음으로 쓰는지, 주로 저녁에 쓴다고 했는데...
"대중이 아는 걸 나도 알아야 한다는 생각이고요. 또한 대중은 나의 글쓰기에 관심이 없다는 생각을 항상 합니다. 대학로를 지나다 행인들을 상대로 호객 행위 하시는 분들을 보는데요. 그분들이 두세 마디로 손님을 불러들이는 심정으로 글쓰기를 하고 있습니다. 내 글쓰기 노동의 가치는 돈이 아닙니다. 작품을 쓰는 심정으로 심혈을 기울여 쓰고 있습니다."
"저는 기사를 저녁시간에 쓰고 사진까지 준비한 뒤, 새벽에 일어나 두 번 정도 검토를 한 후에 편집부에 송고합니다. 예전에는 (글쓰기와 검토를 거의 동시에 해서) 곧바로 송고하니까 실수가 많이 생기더라고요. 지금은 철칙으로 지키고 있습니다."
[#7. 전대원] 인용할 때 저작권 문제는? 정치할 생각은 없나요?
"저작권 문제는 사실관계만 파악할 뿐이지 그 글을 그대로 베껴쓰는 게 아니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고요. 자기가 가진 관점에 따라 정보를 어떻게 재구성하느냐가 중요하겠죠. (산재한 정보들 가운데 어떤 정보를 취사할지의 문제에서) 중요한 것은 자신의 삶속에 있는 기억들이 가장 좋은 정보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따라서 기사를 쓸 때 자신의 삶과 연관된 것들이 현실의 문제들과 연결될 때 좋은 기사가 나온다고 생각 합니다."
"(정치 입문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니라면서) 정치라는 것은 사실은 되게 좋은 직업이기는 해요. 정치란 쓰레기통에서 피는 장미이고, 진흙 속에서 피는 연꽃이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쓰레기통에서 뒹굴 자신이 없었고 내 몸에 진흙을 묻혀가면서 꽃 하나를 피울 자신이 없기 때문에 생각을 안 하고 있습니다."
[#8. 김용국] 직장 생활이 빡빡해도 글쓰기와 연관이 없다고요?
"저에 대한 오해가 있어요. 제가 글을 많이 쓰니까 '저 사람 시간이 많구나!' '근무를 태만하겠구나' 하는 오해를 하는데요. 그건 아닙니다. 하루 종일 노는 사람도 글 하나 쓰라면 못 쓰는 경우가 허다하거든요. 쓰는 기사가 주로 제 업무와 관련된 일이기 때문에 근무시간에 처리한 업무 중에서 기사 아이템이 발견되면 그날 퇴근하자마자 곧바로 기사를 작성 합니다. 집중해서 시간을 확보한다면 직장인이라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 합니다."
"(공무원이다 보니) 제 기사로 인해 내부에서 상당히 불편해 합니다. 때로는 비공식적으로 압력이 오기는 하지만 그럴 때마다 섣부른 기사를 쓰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하고, 더욱 완벽한 기사를 통해서 그런 압력을 이겨내야겠다는 다짐을 하기도 합니다."
[#9. 윤찬영] 생애 최고 작품은 언제? 전문 분야도 경험도 없는데...
"비평은 요약이 아니라 화두를 잡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아울러 글쓰기에서도 이러한 화두를 놓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내 최고의 작품은 쓰이지 않았다는 책 내용에 대한 답변으로) 앞으로 영화 <빌리 엘리어트>에서와 같은 그런 노골적이지 않으면서도 우리가 살아가는 삶을 담담하게 담아내는 시나리오를 쓰고 싶습니다."
"사실 저도 없는데요(일동 웃음). 사실 다른 분들은 책을 여러 번 내신 분들도 있어요. 그런데 저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원래는 저도 20대에 책을 내고 싶었는데 이렇게 10년 만에 성사된 셈입니다. 독자님도 지금부터 한 분야를 열심히 개척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나는 시민기자다2>를 기대하며그날 2시간의 분위기를 모두 기사로 담기는 어렵다. 그날의 생생했던 현장분위기는 다시 <오마이TV>를 통해서 확인하시길.
2015년 2월 <오마이뉴스>가 창간 15주년을 맞이한다. 이번 <나는 시민기자다> 독자와의 대화에 참가했던 100여 명의 새내기 시민기자들 중에서 또다시 스타 시민기자들이 탄생하길. 그리하여 선배 시민기자들을 뛰어넘어 창간 15주년 기념 <나는 시민기자다2>의 저자로 나오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