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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천군청 앞, 골프장 반대 주민 노숙농성장. 정면에 노숙 83일째를 알리고 있다.
 홍천군청 앞, 골프장 반대 주민 노숙농성장. 정면에 노숙 83일째를 알리고 있다.
ⓒ 성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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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홍천군청이 골프장 반대 주민들과 심한 갈등을 겪고 있다. 주민들은 "문제가 되고 있는 골프장들에서 진행하고 있는 공사를 즉각 중단시키고 공사장 내 훼손된 묘지를 복원할 것" 등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홍천군청은 "주민들이 군청의 권한을 넘는 즉각적인 전면공사 중지를 요구"하는 등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강원도청은 지난해 12월 '강원도 골프장 문제 해결을 위한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도내 골프장 문제를 전면 재검토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그런데도 홍천군에서는 이 문제가 좀처럼 해결이 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군청이 골프장 반대 주민들을 고소하고 고발하는 상황으로까지 치달아, 문제 해결이 점점 더 어려워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홍천군의 골프장 반대 주민들은 지난 2월 14일부터 50여 일 동안 군수 부속실에서 항의 농성을 벌였다. 그리나 홍천군청은 주민들이 만족할만한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이후 주민들은 4월 4일부터는 아예 군청 주차장에 천막을 치고 노숙 농성에 들어갔다. 강원도청에서 406일 동안 계속된 노숙농성을 끝낸 지 넉 달여 만에, 다시 노숙농성을 시작한 것이다.

그러는 사이 홍천군청은 지난 4월 20일 새벽 주민 노숙농성장을 강제 철거했다. 이유는 "노숙농성장이 또 다른 주민 민원을 야기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주민들은 농성장을 다시 설치했다. 주민들의 노숙 농성은 83일째를 맞고 있다. 주민들은 골프장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농성을 절대 풀지 않겠다는 의지다.

농성이 장기화되면서, 주민들의 항의도 격해졌다. 홍천군청도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주민들의 항의에 고소와 고발로 맞대응했다. 홍천군청은 지난 3일 밤 당직 근무 중인 공무원을 폭행한 혐의로 이아무개씨를 경찰에 고발했다. 그리고 27일에는 주민들이 공무원을 "감금하다시피 한 사건 등 위법 행위가 있었다"며 길아무개씨 등 4인을 고소했다.

홍천군청의 고소 고발에 골프장 반대 주민들은 "문제의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폭행 문제'를 부각시켜 주민들의 골프장 반대 활동 자체를 불법인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주민들은 홍천군이 말하는 공무원 폭행 사건은 "이씨가 만취 상태에서 몸싸움을 하던 중에 우발적으로 일어난 사건"이며, 공무원 감금 사건은 "(마을의 한 민가에서) 밤새 대화를 하다 새벽에 공무원들이 돌아가는 걸 잠시 붙잡은 것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허필홍 홍천군수는 6일 기자회견을 갖고, "이러한 일련의 사건은 명백한 공무집행 방해 행위로서 경찰에 고발 조치할 것"임을 밝혔다. 허 군수는 또 "주민들이 노숙농성장을 자진 철거하지 않으면 강제 철거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주민들 또한 7일 기자회견을 갖고, 허 군수에게 "골프장 공사 즉각 중단"과 "주민들에 대한 고소 고발 취하"를 요구했다. 홍천군과 주민 간의 갈등이 정면충돌로 치닫는 양상이다.

홍천군청 앞, 골프장 건설 반대 주민 노숙농성장.
 홍천군청 앞, 골프장 건설 반대 주민 노숙농성장.
ⓒ 성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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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천군수 "군청이 할 수 있는 모든 조치 취했다"... 주민들 "거짓말"

허필홍 홍천군수는 6일 '골프장 문제 해결을 위한 홍천군의 입장'이라는 제목의 기자회견문을 통해 "홍천군에서는 반대 대책위 측과 사업자 측의 입장을 고려해서 법의 테두리 안에서 적법하게 처리하려고 많은 노력을 해왔다"고 말하고 "그러나 최근에 벌어진 일련의 상황들을 보면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다"고 밝혔다.

허 군수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골프장 반대 주민들이 군수 부속실에 수시로 찾아와 군청의 권한을 넘는 즉각적인 전면 공사 중지 요구를 해온 것"을 비난하고, 주민들에게 주차장 일부를 점거하고 있는 "천막농성장을 자진 철거 할 것"을 요구하면서 "자진 철거를 하지 않을 경우 강제 철거 조치를 할 수밖에 없음"을 분명히 했다.

허 군수는 그러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홍천군은 지역 내 골프장 건설이 위법하면 위법한 대로 군청이 할 수 있는 조치를 모두 취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골프장 건설 문제 해결에 있어 강원도의 골프장 문제 해결을 위한 조사특별위원회의 조사 활동에 협조하고 강원도 처분 의견에 따를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골프장 반대 주민들은 허 군수의 말을 "거짓말"이라고 몰아붙였다. 주민들은 7일 '강원기독교교회 협의회'와 '민주주의와 민생사회공공성 실현을 위한 연석회의'의 이름으로 기자회견을 갖고 "(홍천군이) 10여 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골프장 민원을 해결하려 노력하기보다는 주민들의 항의를 위법으로 몰아세우며 자신들의 탈출구를 찾고 있다"고 비판했다.

홍천군 골프장 반대 주민 기자회견.
 홍천군 골프장 반대 주민 기자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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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은 기자회견에서 "홍천군이 골프장 공사를 수수방관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주민들은 "홍천의 골프장 예정지에서는 여전히 중장비를 이용한 골프장 공사가 강행이 되고 있다"며, 이는 "(골프장 측이) 환경영향평가 등 골프장 특별위원회의 전반적인 조사 활동을 방해하는 것이며 위법과 탈법의 증거가 될 수 있는 현장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주민들은 "이에 대책위는 (골프장 공사 강행에) 즉각 항의하고 특별위원회의 활동이 마무리될 때까지 공사 중지를 강력히 요청"했는데도 "홍천군은 공사 중지 요청에 미온적으로 대처하고 강원도 역시 이러한 상황에 뒷짐 지고 묵인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홍천군과 강원도에 문제 해결 의지가 있는지를 물었다.

주민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허필홍 홍천군수는 강원도 골프장 특별위원회 활동에 적극 협조하고 특별위원회 조사 결과에 따른 강원도의 처분을 무조건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혀 달라"고 요구했다. 그리고 이 같은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앞으로 더욱 강력한 민원 활동과 노숙 농성을 지속할 수밖에 없음을 경고한다"고 밝혔다.

한편, 홍천군에서는 서울춘천간고속도로 건설 시점을 전후로 해서 골프장들이 우후죽순 격으로 들어서 문제가 되고 있다. 홍천군의 골프장은 현재 운영 중인 골프장이 4개이고, 건설 중인 골프장만 7개이다. 거기에다가 현재 인허가 과정을 밟고 있는 골프장 3개를 더하면, 모두 14개에 달한다.

여기에 인접 지역인 춘천시에 이미 들어섰거나 앞으로 들어설 예정인 골프장 수까지 더하면 그 수가 무려 20개가 넘는다. 그만큼 골프장 간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홍천군에서만 골프장 3곳이 벌써 수억 원의 지방세를 체납한 것으로 알려져 문제가 됐다.


태그:#허필홍, #홍천군수, #강원도 골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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