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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의 '빅3'라는 서초구·강남구·송파구에서 소위 '잘 나가던' 한 일반고교가 최근 3년 사이에 시나브로 '망가진' 사실을 뒷받침하는 분석 자료가 처음 나와 눈길을 끈다. 이 시기는 서울지역에 자율형사립고(자사고) 27개교가 무더기로 생겨난 때와 일치한다.

3년 사이 성적 우수학생은 절반, '열등 학생'은 2배 입학

서울 강남지역 A고의 3년간 입학생 성적 분포도.
 서울 강남지역 A고의 3년간 입학생 성적 분포도.
ⓒ 김학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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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오후 교육단체연대회의와 국회 교육문화관광위 김상희 의원(민주당)이 연 '자사고, 어떻게 폐지할 것인가?' 토론회에서 김학윤 함께하는교육시민모임 부회장(고교 교사)은 서울 강남에 있는 A고의 최근 3년간 입학생 중학교 내신성적 분포표를 공개했다.

이 분포에는 평준화 시절 명문고이던 A고가 최근 3년 사이에 성적 우수 학생은 절반으로 줄어들고, 성적 열등 학생은 2배가량 늘어났다는 사실이 담겨있다.

이 학교에서 성적 상위 10% 이내인 학생이 2010년에는 8.4%였지만 2011년은 5.8%, 2012년은 3.6%로 3년 사이에 절반으로 떨어진 것으로 조사된 반면, 성적 하위 90% 이상인 학생은 2010년에는 9.8%였지만 2011년은 15.8%, 2012년은 20.5%로 3년 사이에 갑절 이상 늘어났다.

김 부회장은 "특목고와 외고는 성적 상위 5%, 자사고는 성적 상위 50%에 들어야 입학 자격이 주어진다"며 "2010년부터 자사고가 부쩍 늘어나면서, 일반 고교는 나머지 학생들을 배정받기 때문에 학생 성적이 낮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 부회장은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자사고를 그대로 둔 채 '일반고 살리기'란 불가능하다"며 "왜냐하면 일반고의 위기는 학교 내부나 교사 개인 때문에 생긴 것이 아니라 자사고 등장과 같은 학교 서열화 정책에 원인이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A고의 경우 지난 한 해 동안 전체 학생 1400명 가운데 17%인 242명이 흡연·근태·벌점 누적 등으로 징계를 받았다. 더구나 1학년은 490명 가운데 23%인 111명이나 됐다.

이날 토론회에서 발제에 나선 백병부 숭실대 교수도 "성적이 우수하고 가정 배경이 좋은 학생을 독점 선발하는 자사고와 나머지 학생들이 모이는 일반고의 학업 성취 격차는 당연한 일"이라고 밝혔다.

김상희 의원이 최근 분석한 자료를 보면 2013년 서울지역 자사고 신입생 가운데 중학교 내신 성적이 상위 20% 이내인 학생은 50.7%에 달했다.

 9일 오후 국회에서 진행한 자사고 토론회 모습.
 9일 오후 국회에서 진행한 자사고 토론회 모습.
ⓒ 윤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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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교수는 "자사고가 미달 사태 때문에 없어져야 하는 게 아니라 일반고에 악영향을 줘 교육 생태계를 파괴했기 때문에 없어져야 하는 것"이라며 "자사고의 등장이 공교육의 생태계를 위협하게 된 지금의 상황이야말로 교육 생태계 복원을 위해 국가 권력의 적극 개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전교조와 한국교총, 자사고 폐지 놓고 공방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는 '자사고 폐지'를 놓고 전교조와 한국교총 등 양대 교원단체 사이에 공방이 오갔다.

김동석 한국교총 정책본부장은 "자사고와 특목고를 폐지하면 일반고의 위기가 모두 사라지고 우리 교육의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기대는 지나친 낙관론"이라며 "교육에서 지나친 수월주의나 평등주의적 접근이 아닌 균형적 시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반면, 이현 전교조 정책실장은 "이명박 정부가 만든 자사고 정책은 고교 무상교육이라는 보편교육 시대에 평준화를 해체하는 매우 시대착오적인 것"이라며 "사람을 살려야 할 교육이 사람을 죽이고 있는 이 상황에서 자사고와 같은 특권학교는 폐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덧붙이는 글 | 인터넷<교육희망>(news.eduhope.net)에도 보냈습니다.



태그:#자사고 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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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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