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월드IT쇼 개막을 하루 앞둔 20일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성일경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전략마케팅 상무(위)와 이상규 네오랩컨버전스 대표(아래)가 각각 UHD TV, 스마트펜 신제품을 발표하고 있다.
 월드IT쇼 개막을 하루 앞둔 20일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성일경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전략마케팅 상무(위)와 이상규 네오랩컨버전스 대표(아래)가 각각 UHD TV, 스마트펜 신제품을 발표하고 있다.
ⓒ 김시연

관련사진보기


창립 4년도 안 된 중소기업이 삼성전자와 나란히 신제품 설명회에서 나섰다. 특히 21일 개막을 앞둔 국내 최대 ICT 전시회인 '2013월드IT쇼'에서도 상상할 수 없는 모습이지만 기자 설명회 분위기는 조금 달랐다.

이번 전시회를 주최한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는 20일 오전 11시 삼성동 코엑스에서 '프레스 컨퍼런스'를 통해 주요 출품작들을 언론에 미리 공개했다. 특히 한국을 대표하는 삼성전자와 중소벤처기업인 네오랩 컨버전스(아래 네오랩)가 설명회에서 맞붙어 눈길을 끌었다.

삼성전자 대 네오랩컨버전스 신제품 설명회 '맞장'

삼성은 이번 행사에서 멀티미디어 기술대상 대통령상을 받은 85인치 UHD TV를 내세웠고, 네오랩은 종이에 적은 내용을 스마트폰으로 바로 옮겨주는 '스마트펜'으로 맞섰다. 삼성 UHD TV는 해상도가 기존 풀HD TV 4배인 초고화질에 최신 스마트TV 기능을 갖춘 신제품으로,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소비자가전쇼)에 출품해 '베스트 오브 CES' 상을 받은 데 이어 지난 3월 시장에 내놓아 이미 검증받은 제품이다.

애초부터 상대가 안 되는 싸움이었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설명회에 이어 열린 프레스파티장에 임시로 마련된 삼성전자 부스는 썰렁했던 반면, 네오랩 부스는 취재진들로 북적였다. 삼성 UHD TV는 이미 널리 알려져 새로울 게 없는 반면 네오랩 제품은 오는 6월 출시를 앞두고 처음 선보인 제품이어서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다. 하지만 종이와 펜이라는 아날로그 감성을 디지털로 연결한다는 벤처기업다운 참신한 발상도 한몫했다.

네오랩은 지금까지 전자펜으로 종이 교재에 인쇄된 신호를 읽어 음성 등으로 재현하는 '닷코드' 기술을 활용해 구몬 스마트펜, 뽀로로 틱톡펜 같은 교육용 기기를 개발해왔다. 이번에 네오랩이 선보인 스마트펜 '네오원'은 종이 노트에 쓴 글씨나 그림을 그대로 스마트기기로 실시간 전송해준다.

겉보기엔 평범한 노트지만 종이 위에 미세한 닷코드가 인쇄돼 있어 스마트펜이 필기된 부분의 좌표를 읽을 수 있다. 또 닷코드가 인쇄된 투명필름을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TV 화면 등에 붙이면 스마트펜을 갤럭시노트 S펜처럼 활용할 수 있다.

네오랩컨버전스에서 개발한 스마트펜 '네오1'으로 전용 노트에 필기한 내용이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전송되고 있다.
 네오랩컨버전스에서 개발한 스마트펜 '네오1'으로 전용 노트에 필기한 내용이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전송되고 있다.
ⓒ 김시연

관련사진보기


스마트펜 역시 액정화면만 없을 뿐 스마트폰처럼 듀얼코어 프로세서와 128MB(메가바이트) 메모리, ODR(광학 닷코드 인식) 센서를 갖춘 하나의 컴퓨터다. 노트에 적은 글씨나 그림을 형태 그대로 디지털화할 수도 있고, 글자를 인식해 데이터로 전환할 수도 있다. 네오랩에서는 한자 획 잘못까지 교정해주는 한자 교육 프로그램으로도 활용할 계획이다.      

네오위즈 공동창업자로 지난 2009년 독립해 회사를 만든 이상규 네오랩 컨버전스 대표는 "펜을 디지털화해 펜의 역사를 바꾸려고 회사를 만들었다"면서 "상상력만 있으면 못 만들게 없다고 생각하고 전문가들을 모아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스마트펜 가격은 150달러(약 16만5000원) 정도로 아직 비싼 편이고 크기도 지름 1.5cm 정도로 비교적 굵은 편이지만 네오랩에선 앞으로 일반 볼펜 수준으로 크기를 줄여나갈 계획이다. 

눈에 안 보이는 방수 코팅에 스마트폰 전용 렌즈까지

이날 프레스파티에 참여한 20개 기업 가운데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모두 중소·벤처기업이었다. 특히 스마트폰 활용한 아이디어 제품이나 기술들이 눈길을 끌었다.

알펠로(Al Pelo)는 '나노 디펜스'라는 스마트폰 방수 나노코팅 기술을 선보였다. 인간 머리카락 1/2000 크기의 나노입자를 휴대폰에 입혀 물의 침투를 막는 원리다. 스마트폰을 코팅 기계에 넣어 진공상태에서 나노입자를 입힌다. 이어폰·충전 단자, 배터리까지 침수로부터 자유롭다. 스마트폰 1대 코팅에 드는 시간은 30분 정도고 비용은 5만9000원이다.

다만 이 기술은 '생활 방수'에 국한된다. 김상현 알펠로 대표는 "얼마 전 한 언론사의 의뢰로 실험을 했는데 완전 침수 후 13분 정도 정상 상태가 유지됐다"고 말했다.

중소기업 알펠로(Al Pelo)에서 20일 월드IT쇼 개막을 앞두고 공개한 스마트폰 방수 나노코팅 기술 '나노 디펜스'
 중소기업 알펠로(Al Pelo)에서 20일 월드IT쇼 개막을 앞두고 공개한 스마트폰 방수 나노코팅 기술 '나노 디펜스'
ⓒ 소중한

관련사진보기


알펠로는 코팅 기계를 소형화해 기계의 대리점 공급을 가능하게 한 것도 특징이다. 기존 외국 제품은 기계 무게만 3톤(한 번에 40대 코팅)에 달하는 데 반해 알펠로 제품은 80kg(한 번에 24대 코팅)에 불과하다.

서패스아이(Surpass-I)는 스마트폰 전용 카메라 렌즈를 내놨다. 스마트폰 카메라에 광각렌즈, 어안렌즈, 망원렌즈를 붙여 다양한 화각(카메라로 포착하는 장면의 시야)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아이폰 전용 케이스와 광각·망원렌즈 2개 세트는 5만9900원, 어느 스마트폰에도 사용할 수 있는 광각·어안·망원렌즈 단품은 각각 2만9900원이다. 아이폰 전용 세트는 나사 방식으로 렌즈를 고정하지만 단품은 접착 패드 방식이다. 다만 전문가들이 아닌 일반 사용자들이 이정도 비용을 들여 렌즈를 따로 구입할지는 미지수다.

또 패드 방식의 경우 접착력이 약해 렌즈가 종종 떨어지는 것도 보완이 필요해 보였다. 박정준 서패스아이 대표는 "접착력이 약해질 경우 물티슈나 물 묻힌 헝겊으로 패드 부분을 닦아주면 충분히 복원된다"고 말했다.

서패스아이(Surpass-I)에서 20일 월드IT쇼 개막을 앞두고 공개한 스마트폰 전용 카메라 렌즈.
 서패스아이(Surpass-I)에서 20일 월드IT쇼 개막을 앞두고 공개한 스마트폰 전용 카메라 렌즈.
ⓒ 소중한

관련사진보기


이밖에 미코씨엔씨(대표 류종윤)는 기존 스마트폰 액정 보호용 필름 대신 강화유리를 사용한 '호두(HODOO) 글래스'를 선보였고, DN솔루션(대표 김성수)은 스마트폰 NFC(근거리통신기술) 기능을 이용한 한글 교육용 '스마트 벽그림'을 발표하는 등 다양한 아이디어 상품이 소개됐다.

사실 IT 전시회에서 목 좋은 곳은 늘 삼성전자, LG전자 같은 대기업 차지다. 일반 참관객들도 화려한 볼거리가 가득한 초대형 부스에만 몰릴 뿐 정작 중소벤처기업 부스는 지나치기 일쑤다. 참신하고 재기발랄한 신기술을 엿볼 기회를 스스로 포기하고 있는 셈이다.

이날 내빈으로 참석한 최재유 미래창조과학부 방송통신융합실장은 '거미줄이 모이면 사자도 묶을 수 있다'는 에티오피아 속담을 인용하면서 "중소기업들이 소비자에게 제품을 알릴 기회가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언론을 통해서 많이 알려지면 해외 진출에도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태그:#WIS2013, #삼성전자, #네오랩, #스마트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선악의 저편을 바라봅니다. extremes88@ohmynews.com

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