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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을' 지키기 경제민주화추진위원회의 중재로 21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별실에서 열린 남양유업 사측과 대리점주협의회 간 첫번째 단체교섭에서 김웅 대표이사(왼쪽)와 이창섭 대리점협의회 회장이 악수하고 있다.
 민주당 '을' 지키기 경제민주화추진위원회의 중재로 21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별실에서 열린 남양유업 사측과 대리점주협의회 간 첫번째 단체교섭에서 김웅 대표이사(왼쪽)와 이창섭 대리점협의회 회장이 악수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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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리적이고 상생할 수 있는 의견이 교환되도록 노력하겠다."

갑이 을에게 고개는 숙였지만 그에 걸맞은 협상 의지는 없었다. '갑' 남양유업과 '을' 대리점주들이 첫 단체협상에 나섰지만 별다른 성과는 없이 다음 협상을 기약해야 했다. 

남양유업대리점협의회(회장 이창섭, 아래 협의회)는 21일 오후 국회의원회관 식당에서 남양유업(대표이사 김웅)과 2시간여에 걸쳐 첫 단체협상을 진행했다. 협의회는 이 자리에서 불공정거래 행위(밀어내기, 떡값 등) 근절 ▲ 정기적 단체교섭 진행 ▲ 대리점분쟁조정위원회 설치 ▲ 대리점 피해 변상 등을 회사쪽에 요구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다음 회의로 미뤘다.

협상 진행 원칙만 합의... 대리점주 전제 조건마저 확답 안해

일단 양쪽은 오는 24일 오후 2시에 다시 만나 단체협상을 계속 진행하기로 했다. 협의회 쪽은 우선 단체협약 체결일까지 협의회 구성 안내문을 남양유업 내부 발주시스템인 '팜스21' 메인화면에 게재해달라고 요구했지만 회사쪽은 그 답변조차 다음 회의로 미뤘다. 

이창섭 회장은 "교섭을 계속 진행한다는 원칙에만 합의했지 합의된 내용은 하나도 없다"면서 "교섭 원칙과 합의에 대한 신뢰 확보를 위해 2항에서 요구한 '협의회 구성 안내문' 게시라도 요구했지만 실질적 권한 있는 사람이 없다며 내일까지 답변해 달라는 요구조차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이번 교섭 요구안 초안은 이미 지난주 목요일(16일)에 회사에 보냈는데 아직도 내용 검토를 하지 않았다거나 그 골격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건 교섭에 응하는 기본적인 예의가 없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단체협상은 이날 오후 2시 30분경부터 비공개로 진행됐다. 협상장엔 회사 측과 협의회 측 변호사가 포함된 교섭위원이 각각 5명씩 참석했다. 김웅 남양유업 대표도 참석했지만 모두 발언만 마치고는 서둘러 협상장을 빠져나갔다. 김 대표는 "국민 여러분과 피해 대리점주에게 심려를 끼친 점 사과한다"며 "회사와 대리점주 여러분들 간에 합리적이고 상생할 수 있는 의견이 교환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바나나우유 1000개 주문하면 2000개 보내"

민주당 '을' 지키기 경제민주화추진위원회의 중재로 21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별실에서 열린 남양유업 사측과 대리점주협의회 간 첫번째 단체교섭에서 김웅 대표이사가 인사말을 마친뒤 이창섭 회장 등 대리점협의회 관계자들을 향해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
 민주당 '을' 지키기 경제민주화추진위원회의 중재로 21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별실에서 열린 남양유업 사측과 대리점주협의회 간 첫번째 단체교섭에서 김웅 대표이사가 인사말을 마친뒤 이창섭 회장 등 대리점협의회 관계자들을 향해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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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의회에서 이날 오후 1시 40분 첫 단체협상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 때만 해도 큰 기대감에 차 있었다. 안진걸 참여연대 팀장은 "그동안 대리점에서 바나나우유 1000개를 주문하면 물건이 2000개가 들어오고 주문서에도 2000개라고 수정돼 있었다"며 "국회에서 열리는 단체교섭을 통해 회사가 교섭 안을 빨리 수용해 줬으면 한다"고 전했다.

협의회는 이번 사건의 발단이 된 '밀어내기'(대리점이 구입할 의사가 없는 상품을 구입하도록 강제)와 '떡값'(대리점에게 회사나 그 소속 직원을 위해 경제상 이익을 제공하도록 강요) 근절은 물론, 내부 발주시스템인 '팜스21'의 시스템 개선도 요구안에 담았다. 남양유업은 지난 2006년 밀어내기 행위를 은폐하기 위해 대리점의 최초 주문서를 회사에서 덮어씌워 수정·저장할 수 있게 팜스21 시스템을 수정했다.

또 협의회는 결제시스템 변경도 요구했다. 현재는 대리점에 배송장이 가면 자동으로 카드나 마이너스 통장을 통해 결제가 되는 시스템이다. 협의회쪽 단체교섭 위원인 김철호 변호사는 "배송장이 전달되면 대리점주의 포괄적 승낙을 받았다고 생각해 카드, 마이너스 통장에서 회사가 돈을 임의로 가져간다"며 "앞으론 대리점주의 동의 후 대금이 청구되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기 단체교섭·분쟁조정위 요구... 민병두 의원 '을지로법'도 발의

'갑을 관계' 청산을 위한 제도 마련도 거론했다. 협의회는 1년에 한 차례 정기 단체교섭을 열어 거래조건, 상생협약 등을 논의하자고 요구했다. 또 회사와 대리점주에 '조정권고'를 할 수 있는 '대리점분쟁조정위원회'를 설치하자고 요청할 예정이다.

이밖에도 ▲10년간의 대리점 계약 갱신 요구권 ▲부당해지 대리점의 영업권 회복 ▲지난 5년 대리점 물품공급금액의 20% 피해 변상이 요구안에 들어갔다. 이창섭 회장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회사와 대리점이 갑을 관계를 청산했으면 한다"며 "회사는 자정할 수 있는 기회가 왔을 때 새롭게 태어났으면 한다"고 전했다.

민주당 '을'지키기경제민주화추진위원장으로 이번 단체교섭을 성사시킨 우원식 의원은 "불평등한 갑을 관계의 해소야 말로 우리 사회의 경제민주화를 이루는 데 매우 중요한 일"이라며 "모두가 만족하는 대타협이 이뤄지면 민주당은 남양유업 우유로 상쾌한 아침을 맞겠다"고 말했다.

한편 민병두 민주당 의원은 이날 오전 11시 30분 국회에서 '을을 지키기 위한 노력'을 담은 '을지로법' 발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민 의원은 "갑의 횡포를 방지할 수 있도록 17개 광역자치단체에 조사권, 고발권, 조정권을 일부 이양하고자 한다"며 "을지로법은 갑의 횡포를 막고, 을의 눈물을 예방해 주는 법안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 자리에도 참석한 이창섭 회장은 "을지로법이 갑의 횡포를 막아주고 감시하는 눈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태그:#남양유업, #단체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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