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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학비노조 본조에서 간부가 내려와 강의를 맡았습니다.
 서울 학비노조 본조에서 간부가 내려와 강의를 맡았습니다.
ⓒ 변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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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례통과 단체교섭 교육이 있습니다. 관심있는 조합원은 많이 참석해 주세요.'

학교 비정규직 노조(이하 학비노조)에서 문자가 왔습니다. 뭔가 희망이 있으려나요? 학비노조 카페에 들어 가보니 21일자 기자회견문도 있었습니다. "교육감직고용조례 통과가 시의회에서 6개월만에 통과되어 최소한의 고용안정을 바라고 있는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희망"이 되었다며 "조례 통과의 의의와 앞으로 학비노조가 해 나가야 할 일을 이야기 한다"고 말하고 있었습니다.

그동안 "학교회계직이라는 이상한 명칭이 아닌 학교비정규직의 교육적 역할을 인정하는 교육공무직으로 명칭이 부여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직무만족도가 높아지고 결국 공교육 발전에도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고 합니다. 조례 통과를 위해 그동안 학비노조 간부들은 교육청 앞에서 시위도 하고 1만 2천여명의 서명을 받아 교육감 앞으로 보내기도 하면서 노력을 많이 기울였었습니다.

저도 지금 학교 비정규직으로 일다니고 있고 해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누가 무슨 이야기를 해 주려는지 궁금하기도 해서 오후 5시 일마치고 학비노조를 찾아 가보았습니다. 학비노조는 삼산동에 있었습니다. 처음 가보는 거라 좀 헤맸습니다. 전교조 사무실을 함께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전교조 간판이 있는 건물 입구로 가니 4층으로 올라오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습니다. 여러분들이 먼저 와 있었습니다. 학비노조 울산지부장, 동구지회장, 남구지회장, 중구지회장 그 외에도 각 지회별 분회장도 참석했습니다. 강사가 소개되고 강의를 시작했습니다.

"그동안 학교에서는 학교장이 전권을 행사해 왔습니다. 그러나 법원에서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의 사용자는 교육감'이라고 판결한 이후 학교 비정규직에 대한 판도가 달라지고 있습니다. 학교장의 재량이란 말 속에는 학교 비정규직의 고통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것이었습니다. 조례가 통과되었고 이제 학교장 직고용이 된다는 것은 울산시 전체 학교가 하나의 사업장으로서 그 사용자가 교육감이라는 것 입니다."

교육감 직고용 조례가 통과 되었다고 해서 모든 게 마무리 된 것은 아니라고 했습니다. 이제 학교 비정규직의 고용 안정에 대한 단초만 마련된 것이고 조례를 제정하고 시행규칙을 만들어야 하고 비정규직 노조와 교육청이 단체협상을 해서 협약을 맺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동안 고용불안 속에서 일하던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로선 의미가 큰 것은 분명합니다. 이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시행규칙 만드는데 개입하고 단체협약으로 완성해 나가야 가까스로 통과된 조례가 쓸모가 있어 지는 겁니다. 그러기 전에는 휴지조각에 불과한 것 입니다. 진보 교육감이라는 강원도에서조차 비정규직 노조와 단체협상 협약을 맺기까지 8개월이 걸렸습니다. 울산은 보수성이 강한 교육감이니 아마도 더 어려운 난관에 봉착할지도 모르고 더 힘들게 협상이 진행 될지도 모릅니다. 타임오프와 유급전임자 문제가 걸려 있지만 진보 성향이 있는 교육청은 6월경에 대부분 타결 될 것으로 예상 됩니다."

강의하는 분은 강원도 교육청과 비정규직 노조가 지난 4월 말경 체결한 단체협약서를 한 부씩 나눠 주었습니다. 그 단체협약서가 전국 학비노조가 단체협약 맺는데 표본이 될 것 이라 했습니다. 울산은 다른 지역보다 좀 늦은 감이 있었습니다. 울산지역은 보수적 성향이 강해서 더 오래 질질 끌지도 모른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여러 가지 변수가 있으므로 미리 실망할 필요는 없다고 했습니다. 비정규직 노조가 할 일은 지금보다 노조 가입률을 높이고 더 많은 간부를 만들어 내면 된다고 했습니다.

모두 진지하게 조례통과 후 노조가 해야 할 일에 대해 강의 하는 것을 경청 했습니다.
 모두 진지하게 조례통과 후 노조가 해야 할 일에 대해 강의 하는 것을 경청 했습니다.
ⓒ 변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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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사님은 학비노조 서울본조 상근 간부였습니다. 강원도 교육청과 협상하려고 단체협약서를 준비하였고 8개월 동안 일주일 한 차례 서울과 강원도를 오갔다고 했습니다. 강사님은 단체협약도 기본협약과 직종협약이 있다고 했습니다. 우선 기본협약이 중요하니 기본협약부터 협상하면서 나중에 직종협약으로 가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래야 체계있는 단체협약서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 입니다.

"울산학비노조도 조만간 울산시 교육청과 단체협상을 해야 합니다. 노조에선 10여명 간부들이 교섭위원으로 들어가게 될 것 입니다. 작년 7월부터 8개월 끌었던 강원도 교육청과의 교섭도 매주 1회를 했으니 울산도 그럴 거라 예상됩니다. 교섭은 본교섭과 실무교섭, 실무협의회 이렇게 3가지 절차로 진행 됩니다. 본 교섭은 상견례와 조인식을 하는 중요한 자리이지만 대부분 실무협의회나 실무교섭에서 단체협상이 다루어지게 됩니다. 기본협약을 마무리 지을 즈음 직종협상에 들어가야지 안그러면 오합지졸 협상이 될 우려가 있습니다."

강사는 학비노조의 상반기와 하반기 투쟁 일정에 대해 큰 틀을 이야기 해주었습니다. 학비노조 전국 지부의 단체협약이 올해안에 잘 마무리 되어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불안 일자리를 안정권에 들게 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의 조직률을 높이고 그 조직률로 투쟁력을 높여야 교육부와 동등하게 만나 대화를 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강의를 들어보니 크게 두 가지로 요약 되었습니다.

현재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가 대부분 받고 있는 급여체계가 년봉제여서 10년을 다녀도 똑같다고 합니다. 그래서 학비노조는 년봉제를 호봉제로 전환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었습니다. 또 하나는 학교 비정규직 명칭을 회계직에서 교육공무직으로 바꾸는 것이라 합니다. 그렇게 하려면 학교장 맘대로 고용하고 계약해지가 가능한 것을 교육감 직고용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이미 강원도 교육청이 학비노조와 단체협약을 맺어 기본 협약은 탄생된 셈이어서 그것을 기준으로 각 도와 시별 학비노조 지부도 단체협약을 맺으면 될 것이라 합니다. 강사가 나누어준 강원도 교육청 단체협약 자료집을 살펴 보았습니다. 학비노조가 표본으로 삼을 정도는 아니지만 적어도 고용불안에 떨며 출퇴근 하지는 않아도 될 거 같았습니다.

뒤에는 직종별 합의사항이 있었습니다. 돌봄강사, 교육복지사, 유치원방과후교육사, 교육지도사, 영어회화전문강사, 조리종사원, 스포츠강사, 영양사, 도서관실무원, 장애영아지도사, 교무행정사, 교육복지사, 특수교육실무원, 과학실험실무원 등등. 참으로 많았습니다. 그런데 저와 같은 기능직(주사)에 대한 비정규직은 없었습니다.

강사에게 물어보니 전국을 통털어 저처럼 일용직 대체인력 근무자로서 학비노조에 가입한 경우는 없다고 했습니다. 다른 직종별 합의서처럼 요구안을 만들면 된다고 했습니다. 강사에게 들어보니 전국 교육청을 대표하는 교육감도 진보성향과 보수성향을 가진 교육감이 있다고 합니다.

진보성향을 가진 교육감이 있는 지역에선 그나마 협상하기가 좋은 상황인데 반해 보수성향을 가진 교육감이 있는 지역에선 좀 갑갑하게 진행되는 경향을 보인다고 합니다. 울산은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습니다. 6월부터 단체협상 안을 발송하고 교육청과 단체협상을 할 것이라 합니다. 앞서 말했듯 울산은 보수성향이 강한 교육감이라 많이 갑갑하게 진행 될 것이라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울산은 현재 학비노조에 가입된 조합원이 650여명 된다고 합니다. 올해 1500명까지 조합원 가입을 목표로 열심히 해보자고 합니다. 노동자의 권리를 찾는 일엔 높은 조직률과 참석률이 있어야지만 가능하다고 합니다. 저는 일용직 근무자 입니다. 고용불안 속에서, 인간차별 속에서 2년 넘게 학교로 출근하고 있습니다. 노조에 가입하니 고용불안도 덜하고, 복지가 좀 향상되지 않을까 하는 희망이라도 품게 되니 좋습니다. 학비노조의 힘찬 오름을 기대해 봅니다.

참교육, 참스승... 참 듣기 좋은 말 입니다.
▲ 참교육 참교육, 참스승... 참 듣기 좋은 말 입니다.
ⓒ 변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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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학비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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