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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를 봤는데 보니까 참 재밌었어요. 주말에는 50~60권의 책이 나가다가 화요일, 수요일에 400, 500권까지 팔렸어요. 그 다음 주가 되면 또 화요일, 수요일에 (판매부수가) 올라가더라고요. (서점에) 물어봤더니 목요일에 베스트셀러 집계된다는 거예요."

한국 문단의 대표 소설가 황석영(70)씨가  마이크 앞에 섰다. 자신의 책 소개가 아닌, 출판계를 위해 쓴소리를 남기는 자리였다.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사간동 대한출판문화협회 대강당에서 열린 사재기 관행 근절 촉구 기자회견에서다.

"오물 튄 김에 내가 청소해야겠다"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대한출판문화협회 대강당에서 '출판계에 만연한 사재기 행태 근절 촉구 기자회견'이 한국작가회의, 천주교인권위원회 주최로 열렸다.
자신의 책 '여울물 소리'를 출판사 '자음과 모음'이 사재기 한 의혹이 알려지면서 "나의 문학 인생 전체를 모독하는 치욕스러운 일"이라며 '절판 선언'을 한 소설가 황석영씨는 이날 회견에서 "베스트셀러 조작을 위한 '사재기' 행태를 '주가조작' 못잖은 범죄로 인식해달라"며, 검찰의 적극적인 수사와 법 개정을 촉구했다.
▲ 황석영 '출판사 사재기' 이제 그만!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대한출판문화협회 대강당에서 '출판계에 만연한 사재기 행태 근절 촉구 기자회견'이 한국작가회의, 천주교인권위원회 주최로 열렸다. 자신의 책 '여울물 소리'를 출판사 '자음과 모음'이 사재기 한 의혹이 알려지면서 "나의 문학 인생 전체를 모독하는 치욕스러운 일"이라며 '절판 선언'을 한 소설가 황석영씨는 이날 회견에서 "베스트셀러 조작을 위한 '사재기' 행태를 '주가조작' 못잖은 범죄로 인식해달라"며, 검찰의 적극적인 수사와 법 개정을 촉구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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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단 50년을 맞아 회심작으로 낸 <여울물 소리>(자음과 모음)가 사재기 됐다는 의혹이 터지자, 그는 곧 바로 해당 작품을 절판하고 회수하겠다고 밝혔다. 책 사재기란 출판사가 서점의 책을 대규모로 사들여 '베스트셀러'에 이름을 올리는 불법적인 마케팅 방식이다.

"오물이 튄 김에 제가 청소를 해야겠죠. 앞으로 좋은 텃밭을 만들기 위해 새로운 씨앗을 뿌리겠어요. 그게 나이 값이죠."

그는 이날 기자회견 성명서를 통해 "충격적인 모욕감을 느꼈다"며 "이번 사건의 최대 피해자이지만 심각한 사회문제로서 근절해야 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그는 "글을 써서 넘기면 이후는 출판사가 다 알아서 할 일이라고만 생각해 왔다"며 "그러나 이제는 작가가 자신의 작품이 어떻게 유통되는지 관리·감독해야 하는 처지에 직면했다"고 토로했다.

사재기 근절을 위해 그는 "검찰이 적극적이고 광범위한 수사에 나서주길 바란다"며 "대형서점들도 지난 5년간 베스트셀러 도서의 자료를 '출판물 불법유통 신고센터'에 제공하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국회는 베스트 셀러 조작을 위한 사재기 행태를 주가 조작 못잖은 범죄로 인식하고 법 개정에 나서달라"고 덧붙였다. 현재로서는 출판사가 사재기로 적발되면 출판문화산업진흥법에 따라 1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 받게 된다.

"베스트셀러 순위 조작은 주가 조작과 같다"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대한출판문화협회 대강당에서 '출판계에 만연한 사재기 행태 근절 촉구 기자회견'이 한국작가회의, 천주교인권위원회 주최로 열렸다.
자신의 책 '여울물 소리'를 출판사 '자음과 모음'이 사재기 한 의혹이 알려지면서 "나의 문학 인생 전체를 모독하는 치욕스러운 일"이라며 '절판 선언'을 한 소설가 황석영씨는 이날 회견에서 "베스트셀러 조작을 위한 '사재기' 행태를 '주가조작' 못잖은 범죄로 인식해달라"며, 검찰의 적극적인 수사와 법 개정을 촉구했다.
▲ 황석영 '출판사 사재기' 이제 그만!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대한출판문화협회 대강당에서 '출판계에 만연한 사재기 행태 근절 촉구 기자회견'이 한국작가회의, 천주교인권위원회 주최로 열렸다. 자신의 책 '여울물 소리'를 출판사 '자음과 모음'이 사재기 한 의혹이 알려지면서 "나의 문학 인생 전체를 모독하는 치욕스러운 일"이라며 '절판 선언'을 한 소설가 황석영씨는 이날 회견에서 "베스트셀러 조작을 위한 '사재기' 행태를 '주가조작' 못잖은 범죄로 인식해달라"며, 검찰의 적극적인 수사와 법 개정을 촉구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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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그는 "사재기를 통한 베스트셀러 순위 조작은 일종의 증권 조작과 같은 범죄 행위"라고 비판하며 "출판 유통 질서를 어지럽히는 출판사는 적발되는 즉시 출판계에서 퇴출돼야 한다"고 밝혔다.

황석영씨는 해당 출판사를 향해서도 날을 세웠다. 그는 "아무런 공개 사과도 없이 작가에게 불명예를 떠안긴 채 직접적인 해명없이 뒷전에서 부인만 하고 있다"며 "지금이라도 사실 유무를 소명하든지 아니면 작가들과 독자에게 깊이 사과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기자회견에 나온 김형태 변호사(천주교 인권위원회 이사장)는 "책을 보는 독자들이 사재기를 없앤다는 취지로 고소하면 검찰에서도 사기죄 혐의로 적용 가능할 것"이라며 "사재기는 주가 조작에 못지 않은 큰 범죄로 형사 처벌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황석영씨는 해당 출판사를 명예훼손 혐의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낼 계획이다.


태그:#출판사 사재기, #황석영, #베스트셀러 조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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