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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의 '역외 탈세'가 논란이다. 20일(현지시간), 미국 상원 상임조사소위원회는 애플이 아일랜드 조세피난처를 통해 2009년~2012년, 4년 간 440억 달러의 세금을 내지 않았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미 상원 "4년 간 440억 달러 세금 회피"

잡스 사망 1주년에 애플 사이트에 오른 그의 모습
 잡스 사망 1주년에 애플 사이트에 오른 그의 모습
ⓒ 애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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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에 따르면, 애플은 법인세율이 낮은 아일랜드에 자회사를 설립해 수익을 이전하는 방식으로 740억 달러에 달하는 수익에 대한 세금을 회피했다. 아일랜드의 법인세율은 미국 법인세율 35%의 3분의 1 수준인 12.5%다. 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애플은 아일랜드 당국과 협의를 통해 이보다 더 낮은 2% 이하의 '특별세율'을 적용 받았다.

보고서는 아일랜드 소재의 애플 자회사 애플 오퍼레이션 인터내셔널(AOI)이 2009년~2012년, 300억 달러를 벌어들였지만 지난 5년 간 미국, 아일랜드 어느 나라에도 세금 신고도, 납부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1980년 아일랜드에 설립된 AOI는 단 한 명의 직원도 고용하지 않고 있고 물리적인 주소지도 없는 '유령회사'라는 것이 보고서의 설명이다. 이 회사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이사회가 개최되는 등 애플 본사 경영진에 의해 직접 관리되고 있다. 애플에 따르면, 2009년~2011년 AOI가 벌어들인 수익은 애플 전체 수익의 30%에 달한다.

애플의 또 다른 아일랜드 소재 자회사인 애플 세일즈 인터내셔널(ASI)은 2009년~2011년 벌어들인 이익 380억 달러 가운데 0.06%에 불과한 2100만 달러를 '글로벌 세금'으로 낸 것으로 나타났다.  

21일(현지시간) <로이터>는 애플이 이처럼 적은 세금을 낼 수 있었던 배경에는 아일랜드 세법의 '구멍'이 있었다는 내용의 기사를 냈다. 미국 세법에서는 법인 등기를 한 곳이 조세주소지가 되는 반면, 아일랜드에서는 조세주소지 없이 법인 등기를 할 수 있다. 아일랜드에 법인 등기를 한 AOI등 3개의 자회사는 미국과 아일랜드 어디에도 조세주소지 신고를 하지 않았다. 5년 간 세금 환급 신청도 하지 않았다.

아일랜드 더블린의 그랜드 쏜튼(Grand Thornton) 세금 담당 이사 피터 베일(Peter Vale)은 "아일랜드에서 설립된 회사가 아일랜드에 조세주소지를 갖지 않는 사례는 드물지만, 그렇다고 불법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영국 역시 아일랜드와 마찬가지로 한 때는 조세주소지를 지정하지 않고 법인 등기를 할 수 있었으나, 조세 회피를 막기 위해 20년 전 세법을 개정했다.

그렇다면 아일랜드가 이 같은 조세제도를 유지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애플이 아일랜드에 자회사를 갖고 있는 것이 아일랜드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애플 CEO 팀 쿡은 조사위에 아일랜드가 기술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를 제공했기 때문에 1980년 아일랜드에 자회사를 설립했다고 밝혔다. 여기에 1990년대 말, 미국이 해외에 있는 법인에 대해서는 세금을 면제하는 '체크 더 박스(Check The Box)' 제도를 시행하면서 애플의 해외 실효세율은 16%(1993년~1995년)에서 지난 3년 간 평균 2%로 크게 떨어졌다.

너무도 당당한 CEO들... 국제사회, 대응 모색

하지만 이러한 '세금 회피'는 불법이 아닌 '합법적 절세'라는 것이 전반적인 분석이다. 22일(현지시간) 열린 미 상원 상임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팀 쿡이 당당했던 이유다. 외신들에 따르면, 팀 쿡은 이날 청문회에서 "우리는 단 1달러에 대해서도 내야 할 세금을 다 냈다"면서 "세금 술책에 의존한 적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팀 쿡은 "애플은 지난해 30.5%의 실효세율을 적용 받아 60억 달러의 세금을 냈고, 올해는 더 많이 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보고서에 따르면, 애플의 해외 현금 보유액은 1020억 달러. 그러나 이를 미국으로 송금할 때 까지는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이와 관련해 팀 쿡은 35%의 세율을 낮춰주지 않을 경우, 1020억 달러를 미국으로 들여오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조세피난처를 활용한 다국적 기업들의 '합법적 탈세'는 국제적인 이슈가 될 전망이다. 워싱턴 포스트는 23일(현지시간) "기업들에 대한 세금 규정을 보다 엄격하게 하려는 국제적인 노력이 가속도를 얻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에서는 애플, 영국에서는 구글에 대한 본격적인 문제제기가 나오고 있는 상황.

22일(현지시간) 영국 현지에서 열린 구글의 '빅 텐트' 국제 회의에서 영국의 노동당 당수인 에드 밀리밴드(Ed Milliband)는 구글이 2011년 영국에서 32억 파운드를 벌었으나 법인세로 600만 파운드만 낸 것을 두고, "실망스럽다"고 정면 비판했다. 구글 역시 애플과 마찬가지로 일부 수익을 법인세율이 낮은 아일랜드 유럽본부로 돌리는 방법을 통해 세금을 회피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가디언에 따르면, 이에 대해 구글 에릭 슈미트(Eric Schmidt) 회장은 "합리적이고 예측가능한 조세제도가 필요하다"고 반격했다.

다음 달 열리는 주요 8개국(G8) 회의에서 각국 정상들은 다국적 기업들의 역외 탈세를 막기 위한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태그:#애플, #구글, #탈세, #조세피난처, #아일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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