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바다에서 바라본 하화도. 섬이 길다.
 바다에서 바라본 하화도. 섬이 길다.
ⓒ 전용호

관련사진보기


여수에서 남서쪽으로 22㎞ 떨어져 있는 곳에 작은 섬이 있다. 면적이 0.71㎢ 정도고, 최고 높은 곳이 118m로 작은 섬이다. 그곳에는 숨겨진 화원이 있다. 그래서 섬 이름도 꽃섬이다. 임진왜란 때 난을 피해 사람들이 이곳으로 숨어들었는데, 섬 전체에 동백꽃과 선모초(구절초), 진달래꽃이 만발하여 꽃섬이라 불렀단다.

꽃섬은 두 개가 있다. 1km 정도 거리를 두고 윗꽃섬과 아랫꽃섬이 마주보고 있다. 아랫꽃섬은 1914년 여수군을 설립할 때 섬 이름을 한자로 바꿔서 하화도(下花島)로 부르고 있다.

바다에서 바라본 하화도는 길게 늘어선 바위벼랑이 장관이다. 그래서 여수시에서 이 작은 섬에 해안가를 따라 걷기 좋은 산책로를 만들었다. 그리고 '꽃섬길'이라는 이름표를 달았다. 산책로 길이는 5.7㎞ 정도로 어른 걸음으로 2시간 정도 걸린다.

요즘 이곳에 많은 사람들이 찾아온다. 꽃섬이라는 이름이 참 매력적이다. 작은 섬이라 특별한 문화유적이나 관광객을 유혹할 만한 볼거리가 있는 것은 아니다. 얼마 전까지도 여행객이 찾지 않은 숨겨진 작은 섬이었다.

섬 둘레를 쉬엄쉬엄 걸어가면서 해안풍경을 즐길 수 있다면 이보다 좋은 여행이 없다. 작은 섬에 길지 않은 산책로는 도시생활에 지친 사람들에게 가슴을 터주기에 충분하다. 바다에 떠 있는 비밀의 화원으로 들어가 보자.

하화도를 찾는 여행객들
 하화도를 찾는 여행객들
ⓒ 전용호

관련사진보기


하화도 꽃섬길
 하화도 꽃섬길
ⓒ 전용호

관련사진보기


하화도 가려면 여객선을 타야 한다. 하화도로 가는 여객선은 여수여객선터미널과 백야도여객선터미널에서 탈 수 있다. 여수에서는 하루에 2번 왕복하기 때문에 시간을 맞춰 가야 한다. 백야도에서는 하루에 세 번 가고, 여행객이 많을 때는 수시로 증편 운항을 한다.

5월 12일 백야도에서 하화도로 들어갔다. 수시 운항하는 여객선은 20여 분만에 하화도에 데려다 준다. 하화도에 내리니 기분이 상쾌하다. 방파제를 걸어서 마을로 들어가는 기분이 좋다. 화사한 마을 풍경도 여행자를 즐겁게 한다. 선착장에는 마을 주민들이 멸치를 건조하느라 손놀림이 분주하다.

하화도 포구. 멸치를 말리는 풍경
 하화도 포구. 멸치를 말리는 풍경
ⓒ 전용호

관련사진보기


포구에 매여있는 배. 지금도 저런 배가 있는 게 신기하다.
 포구에 매여있는 배. 지금도 저런 배가 있는 게 신기하다.
ⓒ 전용호

관련사진보기


마을 앞에 있는 커다란 느티나무는 큰 그늘을 만들고 있고, 포구에는 어선이 떠 있다. 나무로 만든 어선은 지금까지 숨겨져 왔던 마을 이미지를 그대로 표현하고 있다. 저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갈 수 있을까?시간을 거슬러 올라온 것 같은 느낌이다. 마을은 벽과 지붕을 밝게 꽃단장을 했다.

마을회관 뒤를 돌아 산책로로 들어선다. 시멘트 포장길로 가파르게 오르더니 잔디가 깔린 산책로를 걷는다. 커다란 소나무들이 산책로 옆으로 서있고 그 사이로 바다가 보인다. 섬에서 보는 바다는 섬을 가두는 울타리다. 바다 너머로 육지가 보인다. 괜한 그리움이 밀려온다. 섬에 들어선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뭍이 그립다. 그게 섬이다.

산책로는 숲길을 지나간다. 파란 새순들이 싱그럽다. 봄꽃들은 계절을 앞서갔고, 싱그럽게 단장한 나무들이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준다. 산딸기가 군데군데 익어간다. 하나 따서 먹으니 달다. 산책로는 해안을 따라 부드럽게 돌아간다. 적당한 오르막과 내리막은 무료하지 않게 한다.

하화도 꽃섬길. 섬 둘레를 따라 산책로를 만들었다.
 하화도 꽃섬길. 섬 둘레를 따라 산책로를 만들었다.
ⓒ 전용호

관련사진보기


하화도 풍경. 아름다운 바위절벽과 숲이 잘 어울린다.
 하화도 풍경. 아름다운 바위절벽과 숲이 잘 어울린다.
ⓒ 전용호

관련사진보기


꽃섬길 전망대. 거문도 가는 배가 지나간다.
 꽃섬길 전망대. 거문도 가는 배가 지나간다.
ⓒ 전용호

관련사진보기


모퉁이를 돌아서면 파도소리가 시원스럽게 밀려온다. 파도소리가 무척 가깝게 들린다. 풀밭에서 풀을 뜯는 소가 여유롭다. 마을이 내려다보이고 건너편 상화도가 마주 보인다. 산책로는 산길로 변한다. 산길이래야 거친 길이 아니다. 쉽게 표현하면 마른 흙길 정도다.

산책로는 바다를 따라서 이어간다.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걸어간다. 군데군데 전망대가 있어 잠시 쉬었다 간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망망대해는 마음을 넓게 해준다. 거문도 가는 여객선이 하얀 꼬리를 남기면서 달려간다. 산책로는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섬의 끝단을 향해 간다.

꽃섬이라지만 꽃이 많은 철은 지났다. 하얀 찔레꽃이 햇살을 잔뜩 받고 있고, 좀처럼 보기 힘든 실거리나무도 노란 꽃을 피었다. 섬 끝으로 가는 길은 가파른 벼랑에 나무데크로 정비를 해 놓았다. 바다를 보면서 오르내리기를 반복한다. 자연이 만든 큰 굴도 본다.

하화도에서 만난 쥐오줌풀과 실거리나무 노란꽃
 하화도에서 만난 쥐오줌풀과 실거리나무 노란꽃
ⓒ 전용호

관련사진보기


하화도 서쪽 끝. 너머로 장구도가 있다.
 하화도 서쪽 끝. 너머로 장구도가 있다.
ⓒ 전용호

관련사진보기


섬의 끝단에 올라섰다. 건너편으로 또다른 섬이 있다. 사람이 살지 않는 무인도다. 장구처럼 생겼다고 해서 장구도란다. 전망대에서 한참을 바라본다. 작은 섬 속에 또 다른 작은 섬. 그 너머로 끝없이 펼쳐진 바다. 더 이상 갈 수가 없다.

산책로는 해변을 따라 걸어간다. 몽돌해변이다. 해변으로 내려서서 걷는다. 자그락자그락 거리는 촉감이 좋다. 오랜 세월 파도와 싸운 몽돌들은 제각각 모습을 하고 있다. 여행객들은 배를 기다리느라 포구에서 서성인다. 짧은 여행과 긴 여운. 꽃섬의 매력이다.

◈ 여객선 출발 시간
여수 출발(백야도 경유) 백조호 : 06:00, 14:20(여수여객선터미널 662-5454)
백야도 출발 대형카훼리3호 : 08:00, 11:30, 14:50(백야여객선터미널 686-6655)
 * 여객선은 기상여건 등으로 운항일정 변동이 있을 수도 있으니 출발 전 선사에 확인 필수

덧붙이는 글 | 5월 12일 여수 하화도 풍경입니다.



태그:#하화도, #꽃섬길, #산책로, #백야도, #여수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