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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 경험 당사자들이 말하는 집담회 '무한발설'은 성매매와 관련한 우리 사회의 해결책과 문제점을 되짚어 보는 시간으로 마련됐다.
 성매매 경험 당사자들이 말하는 집담회 '무한발설'은 성매매와 관련한 우리 사회의 해결책과 문제점을 되짚어 보는 시간으로 마련됐다.
ⓒ 정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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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시절 장래희망을 '성매매'라고 적는 사람은 없다. A씨도 그랬다. 하지만 단 몇 줄로 정리하기 힘든 그의 어린시절에서 가정도 받아주지 않던 그를 반겨준 곳은 성매매 업소였다. 어린 소녀는 그 호의가 좋았고, 자신은 정작 쥐어보지도 못한 소개비 몇 푼에 팔려가다시피 업소로 넘겨졌다. 절대 성매매가 장래희망이었을 리 없었던 소녀의 꿈은 이후 업계 의 '마담'이 되는 것으로 바뀌었다.

A씨 뿐 아니었다. 30일 부산 YWCA에서 만난 성매매 경험 여성들의 이야기는 비슷했다. 지금은 아니지만 한때 이들 모두는 성을 팔았고, 그 대가로 돈을 쥐어본 사람들이었다. 성매매 문제 해결을 위한 전국연대인 '뭉치'가 연 이날 행사에는 3명의 성매매 경험 당사자와 80여명의 청중이 함께 했다.

이날 마이크를 잡은 여성들은 누구보다도 자신들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이들이 세상을 향한 문을 열어젖힌 이유는 간단했다. 사회가 자신들을 바라보는 일방통행 식의 시선이 옳지만은 않다는 생각 때문이다.

성매매 문제 해결을 위한 전국네트워크 '뭉치'가 30일 오후 부산 동구 YWCA에서 집담회를 열었다. 자신의 성매매 경험을 말한 여성 참가자들은 실명 대신 '가닥', '창호', '지음' 등의 가명을 사용했다.
 성매매 문제 해결을 위한 전국네트워크 '뭉치'가 30일 오후 부산 동구 YWCA에서 집담회를 열었다. 자신의 성매매 경험을 말한 여성 참가자들은 실명 대신 '가닥', '창호', '지음' 등의 가명을 사용했다.
ⓒ 정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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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 가서 일하지, 공장에서 일하지라는데 지금 성매매와 공장을 선택할 기회를 준다면 공장을 선택했을 겁니다. 하지만 당시 저를 받아주는 곳은 공장이 아닌 알선업자였어요. …괜찮게 살고 있는 여러분에게는 안 보일 수 있지만 지금도 그런 알선업자들은 부산역에만 가도 많습니다."

달콤한 말에 따라 들어간 성매매 업소에서 소개비 명목으로 몇 백만 원을 받은 업자가 사라지면 소개비는 그들의 생명 보다 중요한 가치가 된다. 쉬지 않고 자신들을 찾는 남성들을 상대해야 했고 그건 몸이 아픈 날이라고 예외가 아니었다. 아파서 쉬는 날에는 쉰 날짜만큼의 시간에 대한 벌금이 고스란히 장부에 올라갔다.

구멍이가 난 항아리에 물을 길어 넣는 콩쥐팥쥐의 콩쥐처럼 허겁지겁 하루하루를 보내다보면 나이는 차는데 항아리는 언제나 밑바닥인 삶이었다. 사람들은 그렇게 힘들면 차라리 나와서 공장이라도 가라고 말하는데 업소 밖에서 그들이 갈 곳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업소에서 배운 건 사회에서 쓸 수도 없어요. 업소에서 빠져나와 식당에서 일했지만 금방 쫓겨났습니다. 사회성이 결여된 저희들로서는 세상에서 혼자 선다는 게 어려운 일이었거든요. 그런데 그건 보다 더 한 게 뭔 줄 압니까?"

30일 오후 부산 동구 YWCA에서는 성매매 문제 해결을 위한 전국연대 '뭉치'의 성매매 당사자 좌담회가 열렸다. 80여명이 참가자들은 성매매 당사자들이 전하는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30일 오후 부산 동구 YWCA에서는 성매매 문제 해결을 위한 전국연대 '뭉치'의 성매매 당사자 좌담회가 열렸다. 80여명이 참가자들은 성매매 당사자들이 전하는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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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이 입을 모아 세상에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돈을 주고 자신들의 성을 샀다는 이유로 그들 앞에서 당당한 성구매 남성들이었다.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법이었지만 성구매자들은 돈을 냈다는 이유로 비난을 피해 나갔다. 성을 구매한 남성들의 떳떳함이 무용담처럼 퍼져나갈 때도 세상은 비난으로 이들의 목소리에 침묵을 강요했다.

"성구매 자체가 권력을 의미합니다"라고 말한 한 성매매 경험 여성은 "성매매가 사라지지 않는 것은 남성들이 포기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단언한다. 반면 비난은 성을 함부로 산 사람들 보다는, 성을 판 사람에게만 집중됐다. 또 다른 성매매 경험 여성은 "남성은 돈을 내고 권력자로 온다. 여성은 피임기구 사용도 마음대로 못하는데 거기서 무슨 권리와 협상이 있습니까"라고 항변했다. 대신 이들은 자신들에 대한 지나치게 온정어린 시선을 차가운 냉소 만큼이나 두려워했다.

"우리를 불쌍하게 봐달라는 게 아니라 평범하게 봐주면 좋죠. 성매매 자체가 개인적 선택이라 생각하지 않는데 구조나 억압은 생각지 않고 세상은 개인적 선택으로 구분 짓어 놓았습니다."(B씨)
"우리도 사람이고 우리도 당신들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들어갈 틈을 조금만 만들어 주면 좋겠습니다. 우리 목소리에 귀를 열어주었으면 좋겠습니다."(C씨)

무한발설이란 이름으로 전국을 돌며 진행하고 좌담회는 서울과 전주, 대구, 대전을 찾았고, 6월 16일과 26일은 각각 수원과 광주를 찾을 예정이다.

30일 오후 부산 동구 YWCA에서는 성매매 문제 해결을 위한 전국연대 '뭉치'의 성매매 당사자 집담회가 열렸다. 80여명이 참가자들은 성매매 당사자들이 전하는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30일 오후 부산 동구 YWCA에서는 성매매 문제 해결을 위한 전국연대 '뭉치'의 성매매 당사자 집담회가 열렸다. 80여명이 참가자들은 성매매 당사자들이 전하는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 정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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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무한발설, #뭉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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