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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 이현서씨가 지난 2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TED 컨퍼런스에서 자신의 북한 탈출기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현서씨의 TED 강연은 CNN에서도 소개되었다.
 탈북자 이현서씨가 지난 2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TED 컨퍼런스에서 자신의 북한 탈출기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현서씨의 TED 강연은 CNN에서도 소개되었다.
ⓒ 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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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TED 컨퍼런스에 한 탈북자가 섰다. 정해진 시간 동안 대중에게 자신의 아이디어를 전달하는 TED 컨퍼런스에는 빌게이츠도 강연자로 참여한 바 있다. 이현서(33)라는 이름을 가진 이 여성은 1000명의 청중 앞에서 유창한 영어로 '나의 북한 탈출기'를 들려줬다. 그의 TED 강연 동영상은 160만 조회 수를 기록했다.

또 다른 탈북자 신동혁(30)씨는 2010년, 브뤼셀의 유럽의회 의사당에서 북한 정치범 수용소의 실상을 증언했다. 신씨는 '죽음의 14호 수용소'에서 태어나 탈출에 성공한 유일한 탈북자다. 그가 <워싱턴 포스트> 동아시아 특파원 블레인 히든과 함께 펴낸 책 <14호 수용소 탈출>은 20개 이상의 언어로 출간됐다. 스위스 제네바에 본부를 둔 국제인권단체 '유엔워치'는 신씨를 올해 '도덕용기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젊은 탈북자들, 북한 인권 개선 사회적 책임감" 

'새로운 세대의 탈북자'들이 세계의 주목을 끌고 있다. 4일 <로이터 통신>은 젊은 탈북자들이 개인의 이야기를 통해 북한 내 인권 문제를 이슈화 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로이터>는 "이는 남한 탈북자 커뮤니티에서는 큰 변화"라고 평가하면서 "그동안 탈북자들은 단조로운 일을 하면서 조용히 지냈다, '빨갱이'나 '친북'으로 찍힐까 봐 주목받는 것을 꺼려왔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젊은 탈북자들은 다르다. 북한자유주간을 맞아 거리시위에 나선 이현서씨는 말했다.

"저는 할 수 있는 한 많은 이야기를 할 계획이에요."

이날 이씨는 "북한 인권문제는 북한정권 기사가 헤드라인을 장식할 때만 화제가 된다, 이러한 관심은 오래가지 않는다"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관심이 핵 도발 등의 이슈가 있을 때만 반짝 하고 마는 것이 아니라 지속됐으면 하는 것이 이씨의 바람이다.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영어와 중국어를 전공하고 있는 그는 요즘 인터뷰하고, 연설하고, 행사에 참석하느라 정신이 없다. 이씨의 탈북기는 영화로도 제작될 예정이다.

<로이터>는 "전문가들은 이처럼 새롭게 나오고 있는 이야기들이 북한에 대한 국제정책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평가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본다"면서 "하지만 적어도 남한에서는 탈북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을 만나면서 탈북자들에 대한 편견이 사라지고 있다"고 전했다.

신효숙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 교육지원팀장은 "젊은 탈북자들이 북한의 지도자가 김정은으로 바뀐 이후 북한의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많이 내고 있다"면서 "젊은 탈북자들은 북한의 인권을 개선해야 한다는 일종의 사회적 책임감을 갖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북한인권단체 '나우(NAUH(Now, Action, Unity, Human Rights))'의 지성호(31) 회장은 직접 만든 목발을 짚고 두만강을 건넜다. 돈을 벌기 위해 화물 열차에서 석탄을 훔치던 그는 달리는 화물 열차에서 뛰어내리다가 손과 다리를 잃었다.

2006년, 한국에 온 그는 '자유아시아방송'을 통해 북한에 방송을 하고 있다. 2009년, 동국대에서 법학 학사를 딴 그는 본격적으로 활동가가 되었다. 2009년 크리스마스, 두만강을 건너 북한에 무단 입북했다가 체포된 선교사 로버트 박은 그의 대학시절 룸메이트였다. 로버트 박은 43일 간의 억류 기간 동안 고문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지성호씨는 "로버트 박이 했던 일에 대해 책임감을 느낀다"면서 "북한 사람들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서 탈북자들이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로이터>는 "젊은 탈북자들이 북한 인권을 위해 목소리를 높이는 동안 남한 정부는 북한의 반발을 살까 봐 이 문제를 언급하는 것을 피해왔다"고 전했다. 통신은 "심지어 2000년대 초반, 남북이 화해기일 때도 인권 문제는 거의 제기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젊은 탈북자들의 행보와 관련해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이주청소년을 지원하는 무지개청소년센터의 허수경씨는 "이런 용감한 목소리를 당연히 지지한다"면서도 "이러한 노력이 북한 정부를 자극해, 북한에 살고 있는 시민들의 상황을 악화시키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태그:#탈북자, #이현서, #신동혁, #지성호, #북한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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