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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엄마가 좀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건 진심이 아니었어.”
 “때로는 엄마가 좀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건 진심이 아니었어.”
ⓒ 류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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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 좀 돌봐."
"공부 열심히 해야 좋은 대학 가지!"

잔소리하는 엄마를 보면 많은 아이가 귀를 막아버리고 싶고, 한편으론 너무한다는 생각이 들기도 할 것이다. 더군다나 내가 잘하려고 노력하는데 별로 알아주지도 않고, 내 마음이나 생각, 내가 하고 싶은 일에는 관심이 없으면서 자꾸만 간섭하려고만 한다면, 한 번쯤은
'엄마가 사라졌으면 좋겠어'라는 생각조차 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잠깐! 만약 정말로 엄마가 사라진다면?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엄마가 사라진 이야기이다. 일상에 지친 세 아이의 엄마 버나넷이 마법에 걸려 열두 살로 돌아가고, 엄마가사라진 줄로만 아는 아들 페트릭과 가족은 엄마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그 과정에서 아들과 엄마는 '가족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지 않으리'라는 다짐을 하게 된다. 결국, 페트릭의 도움으로 엄마는 마법을 풀고 집으로 돌아온다.

막장 드라마 같기도 하지만 아일랜드 마법, 마법을 풀 재료를 찾기 위해 기차를 타고 불씨를 나르는 페트릭의 모험, 엄마의 학교생활들이 풋풋하고 진지한 재미를 준다.

이 책은 페트릭과 엄마의 이야기가 한 장씩 번갈아 나온다. 페트릭의 장에서 보면, 억지로 동생을 돌보느라 방학을 망쳐버린 이야기가 나온다. 순간, '엄마 사라졌으면' 하고 생각하는 페트릭에 공감하다가도, 일을 해야 하는데 자꾸만 방해하는 아이들과 생일을 깜빡한 남편, 자신의 사정을 모르는 페트릭 때문에 힘들어 하는 엄마 이야기를 읽고 있다보면, 엄마가 안쓰러워진다.

"우리 모두 영양실조로 굶어 죽을 거야."(84쪽)

몇 달 전, 어머니가 중앙아시아로 여행을 떠나셔서 어머니 없이 한 달을 지낸 적이 있다. 일주일은 '자유다!' 하면서 밥은 라면으로 때우고, 저녁에는 영화를 보고, 아침에는 늦잠을 자면서 뒹굴뒹굴 보냈는데, 조금 있으니 죄책감과 허무함이 생겨 밥을 해서 먹고, 빨래도 돌리고, 간만에 방 청소도 했다. 하지만 그것도 한 번뿐, 며칠이 흐르니 아침은 안 먹게 되고, 구석에는 양말이 쌓이고, 집은 돼지우리가 되어버렸다. 옷이 찢어져 어쩔 수 없이 내가 꿰맨다고 꿰맸는데 곧장 다시 찢어졌을 때는 정말 울고 싶었다.

그런데 어머니가 안 계시니 나에게서 발견되는 어머니의 모습이라니…. 아버지의 서툰 청소, 물이 넘치는 어설픈 밥하기에 "아빠, 물은 세 컵만" 하고 잔소리가 저절로 나왔다. 아, 내가 엄마께 이렇게 보였겠구나.

"때로는 엄마가 좀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건 진심이 아니었어."(105쪽)

책에서 버나넷의 눈으로 상황을 보면서 엄마를 '그냥 그 자리에 있는' 당연한 존재로 생각하는 나를 발견했다. 엄마는 무조건 퍼주기만 하는 사람이 아니라 엄마도 당신의 삶이 있고, 나처럼 꿈이 있을 것이다. 우리는 부모님께서 키워주고, 먹여준 것에 대해 자주 새롭게 볼 필요가 있다.

책장을 넘길수록 어른들이 누차 하시던 말씀, 기본적 가치, 존중, 사람됨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하게 된다. 우리의 엄마들도 때론 어른으로서 가지는 책임을 벗어나 꿈꾸던 열두 살 아이로 돌아가고 싶지 않을까. 엄마가 사라져서 후회하기 전에 지금 이 순간 우리 가족 사이에 남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해드려야겠다. 귀찮더라도 엄마가 설거지 하실 때 손도 보태고, 안마도 해드리고, 밥상에서 이야기를 나누면 서로 훨씬 가까워지지 않을까. 오해가 풀릴 수도 있고, 엄마가 반대하는 내 꿈을 설득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아, 엄마와 싸우거나 "싫어"라고 말하기 전에 한 번만 더 엄마에 대한 고마움을 생각해보자. 무엇보다 엄마가 사라지기 전, 바로지금 "사랑해요"라고 말하기. 우리 엄마는 세상 끝날에도 변함없이 내 편인 사람!

덧붙이는 글 | 류옥하다 기자는 열여섯 살 학생기자입니다.
이 글은 월간[라이브러리&리브로]에 실렸습니다.



태그:#어머니, #엄마가 사라졌다, #수 코벳, #청소년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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