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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5대 재벌그룹이 사실상 총수 일가의 개인회사나 다름없는 비상장회사들에 일감을 몰아주며 내부거래를 통해 사익을 편취하고 있지만 현행 기준으로는 적발에 한계가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경제정의실천연합(이하 경실련)은 20일 '5대 재벌 특수관계자 거래와 계열사 간 내부거래 비교 실태분석' 자료를 발표하면서 이같이 주장했다. 경실련은 "5대 재벌의 경우 계열사 간 내부거래뿐만 아니라 특수관계자 거래 비율도 매우 크게 나타나고 있다"면서 관련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실련이 20일 발표한 2011년 5대그룹 계열사의 특수관계짜 거래 및 계열사간 내부거래 자료.
 경실련이 20일 발표한 2011년 5대그룹 계열사의 특수관계짜 거래 및 계열사간 내부거래 자료.
ⓒ 경실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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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일감몰아주기 규제 '사각지대' 존재해

이번 경실련의 분석 핵심은 일반적인 내부 계열사간 거래 뿐만 아니라 특수관계자 거래까지 포함시켰다는 점이다. 특수관계자 거래란 총수 일가 등 실질적으로 영향력을 미치는 관계인이 30% 이상 지분을 투자하고 있는 법인과의 거래를 말한다.

경실련 쪽은 "계열회사 간 내부거래만 봐서는 재벌 총수 일가의 사익 편취행위를 모두 찾아내기 어렵다"면서 "실효적인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위해서는 계열사간 내부거래와 특수관계자 거래를 모두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정위가 보다 넓게 내부거래를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실련은 일감몰아주기의 실효적 규제를 위해 현행 부당 내부거래를 금지한 공정거래법 23조 7항의 '부당성'을 구체화하고 '현저히' 문구를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공정거래법 3장에 재벌 총수일가의 사익편취 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규정을 신설하고 친인척 계열사에 대한 직권조사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지금 규정으로는 실질적으로 내부거래가 있어도 처벌할 수 없는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번 조사에 따르면 5대 그룹의 계열사 간 내부거래 비중과 특수관계자 거래 비중은 상이한 결과를 냈다.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순서는 SK(22.0%), 현대차(20.7%), 롯데(14.2%), LG(13.7%), 삼성(12.8%) 차례인 반면 특수관계자 거래비중이 높은 기업은 삼성(55.0%), LG(49.3%), 현대차(44.6%), SK(43.6%), 롯데(15.9%) 순으로 나타났다.

삼성그룹의 계열사 간 내부거래비중은 12.8%에 불과한 것으로 나오지만 특수관계자 비중은 55.0%로 5개 그룹 중 가장 많다. 그러나 현행 공정위 조사방식이라면 제대로 규제가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롯데 신격호 회장의 딸인 신영자씨가 55% 지분을 보유한 에스앤에스인터내셔날의 경우 매출 전부가 특수관계자 거래에서 나오지만 현행 기준대로라면 내부거래는 전혀 없는 것으로 간주된다. 이 업체는 2011년 51%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20일 경실련이 발표한 5대그룹 특수관계자 거래 대상 법인 중 총수일가 소유지분이 50~100%에 달하는 비상장 기업 명단.
 20일 경실련이 발표한 5대그룹 특수관계자 거래 대상 법인 중 총수일가 소유지분이 50~100%에 달하는 비상장 기업 명단.
ⓒ 경실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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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수일가 지분 50% 넘는 비상장기업 순이익률, 전체 평균 2배

경실련은 특수관계자 거래 중에서도 5대 그룹 총수일가 소유지분이 50~100%에 달하는 비상장기업의 매출 대비 당기순이익률은 10.1%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는 전체 비상장기업 평균 이익률인 5.8%의 2배에 달하는 수치다.

해당 비상장기업은 현대차의 ▲ 현대위스코 ▲ 입시연구사 ▲ 서림개발 ▲ 이노션,  SK의 ▲ 앤츠개발 ▲ 에이앤티에스, LG의 지흥, 롯데의 에스앤에스인터내셔날 등 8개 사다. 이들의 계열사 간 내부거래비중은 57.5%로 전체평균인 30.2%보다 27.3%p 높고, 특수관계자 거래비중 역시 58.4%로 전체평균인 46.8%보다 11.6%p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현대차그룹의 이노션은 총수일가 지분비중이 100%인 그룹 내 광고업 계열사로 50%가 내부거래이며 매출대비 당기 순이익률은 23.3%에 달했다. 경실련은 이같은 조사 결과에 대해 "총수일가 소유지분이 높은 기업에 일감몰아주기를 통한 사익 편취행태가 발생하는 것을 입증하는 자료라고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번 자료는 2011년 공정거래위원회에 감사보고서를 제출한 5대 재벌 계열사 281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것이다. 경실련은 2011년 말 기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자료를 바탕으로 분석했다고 밝혔다.


태그:#경실련, #일감몰아주기, #삼성, #현대, #롯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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