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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민 민주당 최고위원(자료사진)
 신경민 민주당 최고위원(자료사진)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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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재준 국정원장이 OK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결코 충동적으로 일어날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굉장히 많은 검토와 지시 그리고 강력한 지휘와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정원 국정조사가 초미의 관심사였던 상황에서 느닷없이 남 원장이 분연히 일어나 기록을 갖다 줘라? 서상기 위원장도 갑자기 생각나서 기록을 가져오라? 그러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니까 이번 NLL사건은 NLL사태가 아니라 NLL작전이다. 왜 그랬을까. 이것도 수사대상이다."

신경민(@mentshin) 민주당 국정원 선거개입 진상조사특위 위원장의 말이다. 그는 느닷없이 터진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관련 발언 논란은 즉흥적인 게 아닌 것 같다고 의심했다. 국정원의 선거·정치개입 문제로 대학생들의 시국선언이 이어지고, 국정조사로 여야가 첨예하게 붙으면서 정부와 새누리당은 '국면전환용'으로 무언가 필요했다고 보는 것일까?

21일 오후 그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서상기 국회 정보위원장과 새누리당 의원들 그리고 남재준 국정원장과 한기범 1차장에 대한 고발기자회견 직후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났다.

"흘러간 노래 또 틀어... 국정원 국정조사 국면 전환용" 

"뭐가 됐든 시원한 것으로 한 잔!"

신 의원은 30도를 웃도는 무더위 만큼이나 답답한 정국을 토로하듯 비서에게 찬 음료를 주문했다. 그는 "지난 대선에 이어 이번에 또 터진 NLL 사태는 새누리당이 지난 대선 내내 써먹었던 레퍼토리"라며 "흘러간 이 노래를 또 다시 트는 건 국정원 국정조사 국면을 바꿔보려고 했다는 의혹이 생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얼마나 국정조사를 받기 싫으면 이럴까 싶다"며 "정말 국정원 국정조사를 하면 안 되는 뭔가가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깊은 인상을 받는다"고 전했다.

신 의원은 지난 20일 서상기 위원장과 새누리당 의원들이 열람한 문건과 관련해 "뭘 보건 간에 비밀문건은 절대로 공개해선 안 된다"며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을 보면 문건내용을 공개하는 것은 범죄행위로 돼 있고, 이 법을 어기면 징역 3년 이하 벌금 2000만 원 이하의 처벌을 받는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에서 제기한 '박원동 플랫폼설'과 관련해서는 "듣는 얘기는 많지만 확인을 해야 하기 때문에 지금 말할 수는 없다"면서도 "다만 플랫폼은 분명히 있었던 것 같고 그것도 각 기관별로 존재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신 의원은 "김용판 전 청장은 경찰의 플랫폼, 박원동 전 국장은 국정원의 플랫폼, 그리고 새누리당의 누군가가 당의 플랫폼 역할을 했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며 "이들이 아주 긴밀하게 상호작용(interaction)한다는 정황 등은 여러 가지 갖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작동했는지는 확인을 요하는 것이기 때문에 성급하게 얘기하기는 힘들다"고 말을 아꼈다.

전모는 알 수 없지만 민주당이 받는 인상은 "뭔가 잘못된 게 분명히 있었고, 그것은 국기문란에 해당된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번 사건의 수사와 관련해 '검찰의 부실수사 문제'를 지적하면서 "이번에 이걸 제대로 잡아내지 못한다면 우리는 영원히 지금과 같은 논리로 국기문란 상황이 일상화 되는 걸 막기 어렵다"며 "매번 이런 일이 반복된다면 선거는 해보나마나 엉망이 되고, 국기문란 성격을 이용하는 정권만 탄생하게 된다, 결국 민주주의도 끝장"이라고 말했다.

한편 그는 이른바 '민주당 매관매직 의혹 사건'을 보도한 <조선일보>가 오보임을 검찰이 비공식적으로 확인해줬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조선일보>도 자신들의 보도에 뭔가 잘못이 있다는 걸 알았지만 깨끗하게 정정보도를 내거나 하지는 않는다"며 "새누리당 한 관계자도 미안하다고 사과했지만 그게 사과한다고 될 문제냐"고 반문했다.

"국정원 사건 5단계로 나눠 볼 수 있어...각 단계 꼼꼼히 봐야 본질 파악"

신경민 민주당 최고위원(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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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신경민 의원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 국정원 선거개입 의혹 사건이 시시각각 변하고 있다. 워낙 국면이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어서 국민들도 정확히 상황을 분석하지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우선 이 사건의 구조를 어떻게 봐야 하는지 설명해달라.
"하도 복잡하고 연관된 기관이 많아서 가끔은 기자들도 헷갈려 한다. 우선 지난해 12월 11일 역삼동 오피스텔 사건. 뒤이어 진선미 의원이 공개한 2개의 문건(원세훈 전 원장의 지시강조말씀, 박원순 시장과 반값등록금 관련)이 있다(1단계). 그 다음 지난해 12월 11일 사건 발생 직후부터 16일 밤(대통령후보 3차 TV토론 직후 수서경찰서 수사발표)까지 지속된 경찰의 수사조작 사태가 있다(2단계).

또 지난 4월 18일 검찰에 이 사건이 송치됐는데 기소가 6월 14일 이뤄졌다. 이때부터는 법검(법무부-검찰) 장기 대치와 청와대 개입이 드러났다(3단계). 또한 14일 당일 원세훈 전 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청장을 검찰이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이 이번 사건에 대한 수사를 열심히 했지만, 제한적이고 한계가 있는 수사였다고 본다. 왜냐하면 부실수사와 공소권 남용이 있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국정원과 경찰 직원들에 대해 무더기 불기소(4단계)를 했다.

그리고 어제(20일) NLL 파문(5단계)이 벌어졌다. 나는 이렇게 1~5단계까지 이 사건을 나눈다. 이렇게 나열하고 하나씩 하나씩 꼼꼼히 따져 사안의 본질을 봐야 한다."

- 듣고보니 정말 복잡하고 어마어마하다. 우선 검찰의 무더기 불기소, 왜 검찰이 이런 판단을 했다고 보나.
"검찰은 현재의 사법현실에서 제한적으로 애썼다고 본다. 그러나 분명 검찰의 한계가 있었고, 공소권 남용으로 무더기 불기소를 했다. 기소 유예와 입건 유예라는 이상한 조치를 취함으로써 재판에 영향을 주게 됐다. 검찰이 원세훈 전 원장과 김용판 전 청장에 대해 불구속 기소를 했기 때문에 잘못하면 재판에서 이 두 사람에 대해 무죄판결도 나올 수도 있게 됐다. 이게 굉장히 중요하다. 검찰의 불구속과 불기소 처분이 결국 재판과정에서 무죄의 단초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는 얘기다.

그런 차원에서 검찰이 재앙을 잉태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이 사건을 수사한 검찰은 진실의 문 앞에서 섰다. 김용판 전 청장의 배후와 원세훈 전 원장의 배후는 아예 수사할 엄두도 못냈다고 본다. 김용판 전 청장이 왜 그렇게 이 사건을 축소·은폐하라고 지시했는지 그 동기는 알아보려고 하지도 않은 것 같다. 민주당이 고발한 두 건의 문서(박원순 시장에 대한 정치사찰+반값등록금 여론조작)는 알아보지도 않았다. 곳곳에 수사부실이 눈에 띈다."

- 수사부실의 결과로 향후 파생될 문제도 있지 않겠나.
"앞으로 검찰은 조폭수사 하기가 매우 어려워질 것이다. 이렇게 불기소를 남발했으니 앞으로는 조폭에서도 범죄사실을 알 수 있는 우두머리만 처벌하고, 나머지는 전부 기소하지 않는 굉장히 나쁜 선례를 남겼다. 권영해 전 안기부장, 신건 전 국정원장, 임동원 전 국정원장 사건과 비교해보면 정말 말도 안 되는 수사를 했다. 경찰의 내부 범죄를 이렇게 다룬다는 것도 말이 안 된다. 김용판 전 청장 하나만 불구속한다는 게 말이 되나? 김 전 청장이 이렇게 신속하게 경찰을 장악하고 전체 경찰의 상하좌우를 움직여 축소·은폐한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경찰 내부와 외부에 굉장히 센 공범이 있지 않고 과연 이런 일이 가능한가 의심스럽다. 그런데 검찰은 이 부분과 관련해 하나도 수사하지 않았다. 원세훈 전 원장과 관련된 부분은 거의 손을 안 댔다. 형식적으로 민주당이 지적한 문제제기에 대한 답변 정도로밖에 수사 안 했다."

- 원세훈 전 원장은 이명박정부의 국정원장인데 왜 이 일에 가담했다고 보나. 원 전 원장의 단독범행이라고 보나, 아니면 누구의 지시를 받았다고 보나. 누구의 지시가 있었다면 그건 누구라고 생각하나. 원 전 원장은 2009년부터 거의 모든 선거에 개입한 걸로 나타났는데 과연 그가 단독으로 저지른 범행이라고 보나.
"원세훈 전 원장의 배후로 의심되는 사람을 고발해야 한다는 논의가 민주당 내부에 있었다. 그러나 현재까지 민주당에 와 있는 제보를 종합할 때 그의 배후를 고발할 정도의 내용은 아니다. 법률적으로 의미 있는 증거라고 보기는 어렵다. 이 점은 우리도 유감이다. 좀 더 결정적인 제보가 있다면 좋겠다. 그리고, 원세훈의 배후는 누구나 안다. 이 작업은 둘간 굉장히 은밀하게 이뤄졌을 것이다. 그러나 결정적 증거는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우리는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따라 정말 아쉽지만 때를 기다리는 것으로 정리했다."

- 김용판 전 청장과 함께 이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 제법 된다. 그러나 모두 불기소했다. 무엇보다 그는 검찰수사 중에 대구 달서까지 가서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그가 이렇게 담대한 행보를 할 수 있었던 배경은 뭐라고 보나.
"김 전 청장의 행적을 보면 이상한 대목이 참 많다. 최근에 드러난 것 중에는 출판기념회가 있다. 경찰수사 마치고 검찰수사가 진행 중인 시점에 서울과 대구 달서에서 두번이나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이건 과실, 공갈, 협박일 수 있다. 아주 질이 나쁜 것이다. 우리는 지금 김용판 전 청장에 대해 여러 얘기를 듣고 있고, 그 일부가 대정부 질문 등을 통해 공개된 바도 있다. 그 점과 관련해서는 계속 주목하고 있는 사안이다."

"경찰-국정원-새누리 플랫폼 상호작용한다는 정황 있어"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 사건 수사에서 왜곡, 축소, 은폐한 혐의로 민주당이 고발한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이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 자신의 출판기념회에서 취재기자들의 "수사결과 발표에 직권남용한 것 아니냐", "새누리당 입당을 고려하고 있나" 등의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며 자리를 나서고 있다.
▲ '묵묵부답'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 사건 수사에서 왜곡, 축소, 은폐한 혐의로 민주당이 고발한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이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 자신의 출판기념회에서 취재기자들의 "수사결과 발표에 직권남용한 것 아니냐", "새누리당 입당을 고려하고 있나" 등의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며 자리를 나서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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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당은 김용판 전 청장과 박원동 국정원 국익정보국장 그리고 권영세 현 주중대사(전 새누리당 선대위 종합상황실장)로 이어지는 TK커넥션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이중 박원동 국장이 플랫폼이라는 얘기가 나왔는데 그들이 어떻게 움직였는지 확인된 사실이 있나.
"듣는 얘기는 많지만 확인을 해야 하기 때문에 지금 말할 수는 없다. 다만, 플랫폼은 분명히 있었던 것 같다. 또 각 기관별로 존재했던 것 같다. 김용판 전 청장은 경찰의 플랫폼이었던 것 같고, 박원동 전 국장은 국정원의 플랫폼, 그리고 새누리당의 누군가가 당의 플랫폼 역할을 했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들이 아주 긴밀하게 상호작용(interaction)한다는 정황 등은 여러 가지 갖고 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어떻게 작동했는지는 확인을 요하는 것이기 때문에 성급하게 얘기하기는 힘들다. 전모는 알 수 없지만, 우리가 받는 인상은 뭔가 잘못된 게 분명히 있었고, 그것은 국기문란에 해당된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

- '국기문란 확신'이나 '잘못된 것'의 좀 더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할 순 없나.
"검찰 수사로 밝혀졌으면 좋겠다. 이번 기회는 검찰에 참 좋은 기회다. 이걸 제대로 잡아내지 못한다면 우리는 영원히 지금과 같은 논리로 국기문란적 상황이 일상화 되는 걸 막기 어렵다. 이번 일 같은 게 매번 반복된다면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도 끝장이다. 선거는 해보나마나 엉망이 되고, 국기문란 성격을 이용하는 정권만 탄생하게 된다. 그럼 민주주의는 끝나는 것이다. 민주주의, 법과 원칙 이런 게 다 무너지게 되는 것이다.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 대학마다 시국선언이 이어지기 시작했지만 이 직전까지는 별달리 국민의 반응이 없었다. 왜 그랬다고 보나.
"언론의 문제, 새누리당과 박근혜 정부의 문제가 있을 것이다. 언론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지만, 새누리당과 박근혜정부는 별로 기대할 게 없다고 생각해서…. 우선 언론. 이건 하나하나가 메가톤급이다. 모두 핵폭탄급 국기문란적 요소를 갖고 있다. 법과 원칙은 하나도 적용되지 못한 사건이다. 그런데 언론이 거의 주목하지 않았다. 이유는 자세히 모르겠지만 짐작은 한다. 자기검열이나 내부논리가 작동했다고 보는데 답답하다. 이 문제를 다루는 언론은 제한적으로 몇 개밖에 없다. 지금 언론 상황은 1950~60년대보다 더 못하다. 그때는 <동아일보>가 있었다. 한 글자도 빼놓지 않고 읽었던 우리의 신문. 그러나 지금은 세대별, 지역별로 다 나뉘어서 '우리의 동아일보' '우리의 한국일보' 이런 게 없어졌다. 언론의 플랫폼만 많아졌지, 언론환경은 결코 좋아지지 않았다.

또, 지난 14일 오후 2시 검찰이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그 이튿날 토요일자 조간보도를 보면 <조선일보>가 아무것도 아닌 내용의 수사를 해놓고 국정원장을 구속하느니 어쩌느니 했다는 톤으로 보도했다. <동아일보>는 13면 사회면 기사로 처리했다. <중앙일보>는 끝내 검찰이 사고쳤다는 식으로 비본질적인 얘기로 1면을 채웠다. 이런 미디어환경은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정말 어떻게 해야할지 답답하다."

- 박근혜 대통령이 이 사건과 관련해 사과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그의 태도와 처신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인가.
"박근혜 대통령이 굉장히 선별적으로 인지하는 모습이 보인다. 우리가 요구하는 첫번째는 사과고, 두번째가 권력기관의 실질적 개혁이다. 사과도 두 갈래로 해야 한다. 여성인권 문제와 문재인 책임론. 왜 여성인권으로 인식했는지 설명해야 한다. 엉뚱하게 문재인 책임론을 들고 나온 것도 해명해야 한다. 그리고 개혁은 말로만 하는 게 아니라 진짜로 해야 한다. 경찰에서 이번 사건에 연루돼 있는 사람들이 모두 승진했다. 경무관과 치안감은 청와대 인사다. 경찰 내부 인사가 아니다. 왜 승진잔치를 했는지 설명해야 한다. NLL 사태를 보면, 이건 남재준 국정원장이 주도적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럼 국정원 개혁도 날아간 것이다. 경찰 개혁도 난망하게 됐다. 현 경찰지도부는 징계뿐 아니라 형사책임도 져야 한다. 사과와 개혁 요구를 지속적으로 하고 있지만 어렵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는다."

- 민주당은 NLL관련 서상기 국회 정보위원장과 새누리당 정보위원들, 국정원 남재준 원장과 한기범 1차장을 고발했다. 국정원 국정조사 문제로 한창 정신없을 때, 그들은 왜 NLL 문제를 꺼냈을까.
"느닷없이 터진 NLL 사태는 새누리당이 지난 대선 내내 써먹었던 레퍼토리다. 선거국면에서 새누리당이 이걸 한동안 논란거리로 삼았다. 그런데 이걸 다시 또 틀고 있다. 흘러간 노래를 다시 또 트는 건 국정원 국정조사 국면을 바꿔보려고 했다는 의혹이 생긴다. 얼마나 국정조사를 받기가 싫으면 이럴까 싶다. 정말 국정조사 하면 안 되는 뭔가가 있는 건가 깊은 인상을 받는다. 또 그 문건은 현재 정본은 대통령 기록관에, 오염된 문건은 국정원에 있다. 축약본은 오염된 문건에 기초해 자의적으로 선별한 것이기 때문에 문건으로서 가치도 없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 문건은 대통령 기록물이다. 공공기록물이 아니다. 설령 공공기록물이라고 해도 이건 비밀문건이기 때문에 이렇게 공개하며 안 된다. 절차를 다 거쳐야 한다. 정보소위 열고, 여야 합의를 거쳐 국회의장 통해 국정원장에게 요청하고, 국정원이 OK하면 제한적인 사람들이 들어가서 보고, 그 뒤에도 공개해선 안 된다. 그런데 어제 서상기 위원장 등이 벌인 일은 A-Z까지 모두 어긴 셈이다."

- 문재인 의원은 긴급성명을 발표해 '완전공개'하는 쪽으로 나섰다.
"공개를 하려면 첫째, 대통령기록관에 있는 원본, 오염되지 않는 진본을 공개해야 한다. 그러나 꼭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게 있다. 바로 외교의 문제다. 우리는 외교로 먹고사는 나라다. 그런데 국내 정쟁을 이유로 외교사에서 보기 드믄 정상회담 대화록을 공개해야 하나? 토론이 필요한 지점이다. 이걸 공개하는 방법은 딱 한 가지뿐이다. 재적 국회의원 2/3가 찬성해야 한다. 2/3는 여당 혼자 안 된다. 민주당 힘으로는 더욱 더 어렵다. 그러니 토론이 필요하다."

- 새누리당 의원들이 봤다는 문건은 원본이 아니라 발췌본인데 그조차도 공표해서는 안 된다는 건가.
"뭘 보건 간에 본 뒤에도 공개해선 안 된다. 관련 법조항이 있다.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을 보면 문건내용을 공개하는 것이 범죄행위로 돼 있다. 징역 3년 이하 벌금 2000만 원 이하의 처벌을 받는다."

- 서상기 위원장은 자신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면 의원직 사퇴하겠다고 했는데.
"그가 사퇴하건말건 관심없다. 그러나 NLL문건의 해석을 두고 또 싸우자고 할 게다. 그러면서 또 다른 쟁점으로 논란이 가겠지. 이렇게 계속 소모적 논쟁을 거듭하느니 차라리 이런 주장을 불식하는 차원에서 공개해버리는 게 좋지 않을까 하는 의견도 있다. 아예 이 기회에 다 까버리자. 새누리당이 계속 재탕 삼탕 하면 우리 지지자나 당의 위상에도 영향을 주니까 그냥 다 공개하자. 그러나 저는 외교에 신중하자는 견해다. 국익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자꾸 공개하자는 의견이 많으면 별 수 있나."

"정상회담 대화록 공개하면 박근혜정부 남북관계 파탄날 것"

국회 정보위원장인 서상기 의원 등 새누리당 소속 정보위원들이 20일 국회 정론관에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해 NLL(북방한계선) 포기 발언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서 위원장 등 의원들은 기자회견에서 "2007년 남북정상회담에서 노 전 대통령이 NLL을 포기하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국회 정보위원장인 서상기 의원 등 새누리당 소속 정보위원들이 20일 국회 정론관에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해 NLL(북방한계선) 포기 발언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서 위원장 등 의원들은 기자회견에서 "2007년 남북정상회담에서 노 전 대통령이 NLL을 포기하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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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상회담 대화록을 공개하면 향후 박근혜정부의 남북관계는 어떻게 될 걸로 전망하나.
"파탄날 것이다. 박근혜정부가 아니라 박근혜정부 그 뒤의, 뒤의 정부들도 다 이 오명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외교 통일 국방이 정략적인 트랩에 걸리기만 하면 다 까버리는 나라와 어떤 나라가 함께 하겠나. 연인이 동네 스피커라서 무슨 말만 하면 다 떠벌리고 다닌다 하면 누가 그 사람과 사귈 수 있겠나."

- 국내정치 때문에 정상회담 대화록을 공개한 나라도 있나.
"거의 이런 일은 없다. 이렇게 허술하게 하는 정치가 어딨나. 새누리당은 마치 죽음을 각오하는 것 같다. 죽어도 좋다. 그런 것 아닌가. 그럼 할 수 없다. 죽어도 좋다고 막 가는데 제정신 가진 사람이 뭐라고 말하기가 어렵다. 이건 간단한 사태가 아니다. NLL사태는 국정원 국정조사를 막아보려고 일으킨 것 같은데, 결과적으로는 온 나라를 죽이는 것과 같다. 무책임한 정치행태다."

- 남재준 국정원장은 서상기 위원장과 새누리당 의원들이 NLL 대화록 열람을 원한다고 해도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면 보지 못하도록 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렇다. 남재준 원장이 OK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런데 이번 NLL 사태는 충동적으로 일어날 수 없다. 굉장히 많은 검토와 지시 그리고 강력한 지휘,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정원 국정조사가 초미의 관심사였던 상황에서 느닷없이 남 원장이 분연히 일어나 기록 갖다 줘라? 서상기 위원장도 갑자기 생각나서 기록을 가져오라? 그러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니까 이번 NLL사건은 NLL사태가 아니라 NLL작전이다.

또 하나의 본질은 원세훈 전 원장도 하지 않은 걸 남재준 원장이 했다는 점이다. 얼마나 급했으면 외교를 다 포기하고, 모든 절차를 어기고, 대선 국면에서 우려먹었던 NLL문건을 또 재탕하겠나. NLL작전의 본질적인 질문이 거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남재준 원장과 서상기 위원장이 왜 그랬을까 이것도 수사대상이다."

- 25일 정보위가 석달만에 처음 열린다. 어떻게 될 걸로 예상하나.
"제대로 진행되리라는 보장은 없지만 묻고 밝혀야 할 것들은 많다. 우선 진위도 분명치 않아 보이는 문서를 여러 가지 법과 절차를 어기면서까지 성급하게 폭로한 경위와 배경을 따져 묻겠다. 범죄 피의자인 국정원의 박원동 전 국장이 당시 서울경찰청장 김용판씨에게 전화를 하게 된 경위, 그리고 무슨 이야기가 오갔는지, 누구의 지시가 있었는지 밝혀내야 한다. 또 국정원 심리전단의 국내 정치 개입 정황, 지시 및 보고가 이뤄진 계통과 근거 등도 물을 것이다. 미진한 부분은 국정조사를 통해 반드시 밝혀낼 것이다. 국가의 정보기관이 해야 할 일은 안 하고 국내 정치에 개입하고 특정 정당과 정치인들을 종북으로 모는 활동을 한 것은 도저히 용서가 안 되는 막중한 국기문란이다. 하루는 피할 수 있을지 모르나 결국 진실은 밝혀진다, 밝혀져야 한다는 것이 제가 아는 상식이고 신념이다."  

- 이명박 정부 5년간 민간인 사찰을 포함, 검찰 경찰 국정원, 언론 등이 총체적 난국이다.
"다 무너졌다고 볼 수 있다. 모든 국가의 중추기관이 오염되고 타락하고 부패하고…. 어찌 보면 국가의 한 축이 와장창 무너졌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렇게 하면 우리의 미래를 찾을 수 없고, 발전도 없다. 민주주의 없이 우리가 잘 살 수 없다는 인식을 가져야 하는데 참으로 걱정이다. 민주주의가 밥 먹여주냐? 하지만 실제 민주주의가 밥 먹여 주는 거다."

- 정치 안에서 해결될 기미가 안 보이면 그때 민주당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거리로 나가자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나는 일단 끝까지 법과 제도 안에서 해야 한다고 본다. 법원에서 원세훈 전 원장이나 김용판 전 청장에 대해 법정구속할 수도 있지 않나. 또 고법에서 재정신청이 받아들여져 기소하라 이럴 수도 있는 거다. 다만 언론환경이 너무 나쁘다. 그러나 그건 방법이 없다. 정 안되면 시민들한테 호소해야 한다. 민주주의가 파괴되면, 우리의 미래는 블랙아웃 된다. 내 말이 맞을 거다."

"NLL은 갑자기 나온 지뢰밭, 오래가지 않을 것이다"

- NLL논란은 얼마나 지속될 것으로 보나.
"NLL은 갑자기 나온 지뢰밭, 부비트랩이다. 따라서 오래가지 않을 것이다. 이제는 사람들이 이 정도에 속지 않을 것이다. 결국 첫 재판 열리고 재정신청 결론이 나는 7월 17일 제헌절 전후로 자연스럽게 본안으로 돌아갈 것이다. 국정조사가 핵심이니까 그 쟁점으로 갈 거다. 그래도 새누리당은 끝까지 국정조사를 막을 것이다. 그러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아무도 모른다. 그 사이 재판이 두어 번 열릴 것이고, 또 어느 재판부가 맡느냐에 따라, 양심있는 재판부가 판결한다면 재판부의 의지에 따라 대단한 폭발력이 있을 수 있고. 제발 사법부의 양심 있기를, 제가 바라는 큰 소망 중 하나다."

- 민주당이 전직 국정원 직원에게 대선 이후 자리를 약속했다는 보도가 있었는데.
"<조선일보>의 오보라는 점을 검찰이 비공식적으로 확인해줬다. <조선일보>도 자신들의 보도가 게이트 키핑 과정에서 뭔가 잘못됐다는 걸 알았다. 그러나 깨끗하게 오보를 인정하거나 정정보도는 안 한다. 정정보도 해주면 고소고발 취소하겠냐는 식이다. 새누리당 한 관계자도 오보라는 걸 알았다. 우리에게 미안하다고 연락이 왔다. 그러나 미안하다는 사과로 되나? 사람을 거의 죽일 듯 패놓고 알고 보니 내가 다른 사람을 팼다는 것과 똑같은 거다. 새누리당은 또 이번 사건을 수사한 검사를 종북 검사라고 매도했다. 아니 대한민국 역사에서 야당에 밀려다닌 검찰이 한번이라도 있었나?"

- 김용판 전 청장이 최근 언론인터뷰를 통해 박원동 전 국정원 국익정보국장의 전화를 받았다고 인정했다. 그 인터뷰는 왜 했다고 생각하나.
"자신을 보호해주지 않으면 다 폭로해 버릴 수도 있다는 경고 아닐까. 어쨌든 그 인터뷰로 지난 대정부 질문에서 민주당이 제기했던 문제들이 진실일 가능성이 매우 높아지게 됐다. 물론 우리가 언급한 게 진실이지만 그래도 대중적으로 확인해줬다는 차원에서 의미있다. 다만, 우리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김 전 청장의 인터뷰 중 박원동 전 국장의 전화가 있었다는 것 말고는 대부분 거짓이다."


태그:#신경민, #원세훈, #김용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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