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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자살예방정책토론회 '자살없는 강원도를 위하여'의 토론 패널들.
 강원도 자살예방정책토론회 '자살없는 강원도를 위하여'의 토론 패널들.
ⓒ 성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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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이 사회 문제로 부각된 지 오래다. 한창 꽃을 피워야 할 나이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 청소년들이 있는가 하면, 사회적으로 널리 알려진 유명인들이 갑자기 자살을 하는 사건이 벌어져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들어 놓는 일이 심심치 않게 일어나고 있다. 대한민국이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라는 사실을 일깨우는 사건들이 끊임없이 등장하고 있다.

그런데도 국가 차원에서 자살을 막거나 자살률을 낮출 수 있는 뾰족한 대책이 마련되어 있지 않아 문제다. 문제는 그뿐만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자살률이 다른 국가들에 비해 월등히 높게 나타나는 이유가 명확하지 않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제대로 파악이 되어 있지 않은 상태다. 자살이라는 사회 문제를 등한시해온 결과다.

대한민국에서는 자살을 개인적인 문제로 치부해온 경향이 강하다. 그 이면에 노인 자살률이 다른 연령대의 자살률을 크게 압도하고 있다는 사실도 상당히 심각한 문제 중에 하나다. 대한민국이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는 와중에, 노인 자살률이 높은 증가율을 보이는 것은 대한민국의 미래가 그만큼 불투명하다는 것을 반증한다.

자살은 엄연한 사회 문제다. 우리 사회 내의 부당한 현실이 자살에 영향을 미친다. 사회가 바뀌지 않는 한, 자살을 막거나 줄이는 데도 엄연한 한계가 있다. 부조리한 사회 제도, 불공정한 경제 구조, 불평등한 사회 문화가 모두 바뀌어야 한다. 근본적으로는 자살을 대하는 사회적인 인식부터 바뀌어야 한다.

그러자면 먼저 자살 문제를 놓고 사회적으로 활발한 논의가 진행돼야 한다. 목이 마른 사람이 먼저 우물을 판다고 했다. 강원도에서 먼저 그 우물을 파기 시작했다. 강원도는 대한민국 안에서 자살률 1위 지역이라는 멍에를 짊어지고 있다. 자살률 1위인 나라 안에서, 다시 자살률로 1위를 했다는 사실을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다.

당연히 지역 내 자살률을 낮추는 일에 고민이 많을 수밖에 없다. 그러자니 또 자연히 자살자들의 자살 시도를 예방하는 데 집중하지 않을 수 없다. 자살 문제로 강원도의 고민이 보통 깊은 게 아니다. 강원도는 25일 강원대학교 대강당에서 '자살 없는 강원도를 만들기 위한 강원도 자살예방정책토론회'를 열었다.

강원도는 이 자리에서 이번 자살예방 토론회를 통해 "사회 각 분야에 생명존중 문화를 확산시키고 강원도민들이 자살에 대한 인식을 바꿀 수 있도록 하는 한편, 자살예방을 위한 정책을 적극적으로 개발함으로써 현재 전국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 강원도 자살률을 최대한 낮추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특히 한림대 김동현 교수가 "사회 박탈 수준과 자살률과의 상관관계가 두드러지게 나타난다"고 밝혀 주목을 받았다. 김 교수는 토론회에서 "(대한민국의 자살률은) 사회적인 집단 반발 상태"를 나타내는 것으로, 특히 "노인들에게는 사회적인 재앙이라고 말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해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생명존중운동 활성화, 2015년에 자살률 감소 추세로 전환시킨다"

자살예방정책토론회는 먼저 '자살예방정책 방향'과 '강원도 내 자살 실태', 그리고 '강원도의 사회·문화·경제적 특성에 따른 자살의 특징과 자살예방사업'을 발표하는 것으로 시작해, '자살 없는 강원도를 만들기 위한 제언 및 토론' 시간을 갖는 것으로 진행됐다. 이 토론회에는 사회 각 분야의 전문가와 활동가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주제 발표자와 토론 패널로는 중앙자살예방센터 박종익 센터장, 강원도 보건정책과 남원욱 과장, 강원도광역정신건강증진센터 이강욱 센터장, 한림대 의과대학 김동현 교수, 강릉시정신건강증진센터 황정우 센터장, 강원도교육청 곽호종 장학사, 살레미오 수도회 우경민 신부,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응급의학과 차용성, 한림대 철학과 오진탁 교수 등이 참석했다.

먼저 주제 발표자로 나선 중앙자살예방센터 박종익 센터장은 '국가 자살예방정책 방향'을 발표했다. 박 센터장은 이 자리에서, '국가 자살예방 정책 추진 계획'으로 2004년 이후 복지부 차원에서 5년마다 자살예방 기본계획으로 수립하고 있는데 2009년부터 2013년까지 제2차 자살예방종합대책을 시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복지부는 올 하반기에 3차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박 센터장에 따르면, 중앙자살예방센터는 2017년까지 현재 자살자 수의 20%를 감소시킨다는 계획이다. 그 계획에는 자살고위험군 지원체계를 강화하는 방안 등이 포함돼 있다. 자살고위험군 관리 강화 방안에는 응급실로 내원하는 자살시도자를 대상으로 자살 예방 관리체계를 구축하는 것 등이 있다. 응급실로 내원하는 자살 시도자는 자살 사망자를 제외하고도 연 4만여 명에 달한다.

박 센터장은 이날 토론회에서 "최근에 자살이 해결책이라고 생각하는 인구가 늘고 있는 등 자살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고, 노인 인구 층에서 의료비용 등 자식들에게 짐이 되지 않겠다는 생각에 자살을 택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며 그러한 인식을 바꾸는 데 생명존중운동을 활성화하고 국민건강보험법과 농약 관련 관리법 등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강원도 보건정책과 남원욱 과장은 '강원도 자살예방정책 방향'을 발표했다. 남 과장은 "강원도 자살자 수는 2011년에 687명으로, 이는 2012년에 교통사고로 사망한 284명보다 2.4배가 높은 수치"라고 밝히고, 강원도가 도내 자살자 수를 줄이기 위한 목적으로 지금까지 자살예방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현황을 설명했다.

강원도는 자살예방사업으로, 도내 19개소의 정신건강증진센터를 통해 자살 예방 상담 등을 실시하고 있다. 그리고 강원대학교 병원, 한림대학교 병원 등과 연계해 자살 시도자들을 대상으로 한 자살예방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강원도는 앞으로 2015년까지를 도내 자살률을 감소시키는 기간으로 정하고, 2020년까지 자살률을 전국 평균 수준으로 끌어내린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강원도는 또 자살예방 사업의 하나로 노인돌보미, 방문간호사 등을 '생명사랑지킴이단'으로 양성해, 올해 자살예방 전문 인력을 2000명가량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그리고 노인 자살률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도내 65세 이상 독거노인 1만 1000명을 대상으로 정신 건강을 평가하고 관리하는 사업을 실시할 예정이다.

강원도는 2011년에 '강원도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문화조성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다. 강원도는 이 조례에 따라, 토론회가 열리는 날인 25일 오전 '강원도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위원회'를 구성했다. 이 위원회에서는 앞으로 자살예방 사업과 관련한 사안에 대한 자문과 정책 개발 등을 수행할 예정이다. 강원도는 이 위원회를 중심으로 도내에 생명존중문화를 확산시킨다는 계획이다. 강원도는 또 올해 하반기에는 '도내 자실실태 보고회'를 가질 예정이다.

자살 예방 안내 팸플릿과 자상예방정책토론회 안내장.
 자살 예방 안내 팸플릿과 자상예방정책토론회 안내장.
ⓒ 성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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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자살률 전국 1위, 전국 평균보다 50% 가량 더 높아

강원도광역정신건강증진센터 이강욱 센터장은 '강원도 자살 실태'를 발표했다. 이 센터장이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강원도 자살자 수는 매년 증가해 2007년 563명이었던 것이 2011년에는 687명으로 늘어났다. 자살자 687명이라는 수치는 인구 대비 자살자 수로 봤을 때 전국에서 1위다. 이는 인구 10만 명당 45.2명에 해당하는 수치로, 전국 평균인 31.7명보다 15명가량이 더 많다.

여자보다는 남자들의 자살률이 더 많이 증가해, 남자가 2007년 359명에서 2011년 464명으로 늘어난 것에 반해, 여자는 2007년 204명에서 2011년 223명으로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는 전국적으로 남자들의 자살률이 여자보다 더 높은 현상과 일치한다. 전문가들은 자살 시도자 중 남자들의 자살 성공률이 더 높은 탓에 이와 같은 결과가 나오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시군별로는 2007년과 2011년 사이 인구 대비 자살률이 영월군과 정선군이 가장 높고 춘천시와 강릉시가 가장 낮은 편에 속하는 것으로 발표됐다. 영월군과 정선군 등에서는 강원도 평균보다 2배가량 더 많은 자살자가 나왔다. 전체적으로는 '시' 지역보다 '군' 지역에서 자살자 수가 더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연령별로 보면, 노인 인구 자살자가 전체 자살자 중 상당히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65세 이상 자살자 수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6년에 21.8%를 차지했던 것이 2010년에는 31.2%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5년 사이 무려 10%나 증가했다. 노인 인구 자살자 수 역시 전국 평균을 훨씬 웃돌고 있어, 노인 인구 자살이 심각한 문제임을 드러내고 있다.

자살을 택하는 계층으로는 주로 농촌지역에 살면서 직업이 뚜렷하지 않은 데다 학력이 낮은 사람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보건의료서비스를 이용하는 비율이 낮거나, 신체 활동이 부족한 경우 또 자살률이 높게 나타나는 것으로 발표됐다. 자살을 택하는 방법으로는 살충제가 압도적인 수치를 나타냈다.

이강욱 센터장은 이번 발표에서 현재 강원도가 처한 현실이 최근의 자살률과 어떤 상관성이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도 함께 발표했다. 강원도는 전국 시도별 요양기관 수에서 14위로 최하위 수준을 보여주었다. 1위는 서울이었다. 삶의 질을 나타내는 EQ 지표에서는 16위를 차지했다. 1위는 대전이었다.

한림대 의과대학 김동현 교수는 '강원도의 사회·문화·경제적 특성에 따른 자살의 특징과 예방사업의 방향'을 발표했다. 김 교수는 이날 발표에서 대한민국의 자살률은 90년대 초반부터 증가하기 시작해, 지난 20년 동안 계속 증가해 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현상이 한국의 사회 변화와 맞물려 있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그는 OECD 국가들의 자살률이 감소하고 있는 데 반해 대한민국의 자살률이 증가하고 있는 현실을 놓고 "최근 들어 청소년, 노인, 여성들의 자살률이 두드러지는데 이와 관련해 우리 사회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기에 다른 국가들에 비해 더 높은 자살률을 나타내고 있는 것인지 이제는 그 답을 구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리고 대한민국 안에서도 지역별로 자살률에 현격한 차이가 나고 있는 것에는 "우리 사회에 왜 이런 격차가 생기는지, 이런 현상이 과연 공평한 것인지, 이걸 그대로 수용해야 하는 것인지"를 물었다. 그는 또 65세 이상 노인군에서 우울증이 감소하는데도 자살률이 줄지 않는 것은 자살을 택하는 주요한 이유로 우울증이 아니라 그 외 다른 사회적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보았다.

그는 또 몇 가지 사회지표 중에, 강원도가 '주관적 만족감', '도농간 교류만족도', '계층 이동 가능성', '일반인에 대한 신뢰' 등에서 낮은 수치를 나타내고 있는 것이 높은 자살률과 일정한 관련이 있는 게 아니냐는 견해를 나타내기도 했다.

김 교수는 이날 토론회에서 "사회박탈 수준과 자살률과의 상관관계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며, 대한민국의 자살률은 "사회적인 집단 반발 상태"를 나타내는 것으로 "노인들에게는 사회적인 재앙이라고 말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지금의 상황을 "사회적 조난" 상태로 규정하고, "구조 헬기"를 띄우는 등 직접적인 행동에 나서야 할 때임을 역설했다.


태그:#자살, #자살예방, #강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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