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신 : 오후 6시 20분]
"원본이든 진본이든 모두 비공개 기록물... 법의 심판대에 세워야""김무성의 부산 연설과 권영세 실장의 녹음파일을 비교해봤다. 너무나 유사했다. 거의 같았다." 박범계 민주당 의원이 2차 폭로에 나섰다. 그는 27일 오후 본회의 신상발언을 통해 권영세 대선 당시 새누리당 캠프 종합상황실장이 '10·4 남북 정상회담 중 NLL 부분'을 사석에서 전한 발언록을 공개했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내가 5년간 외국 정상들을 만나면서 북한 대변인이 돼서 더러운 역할 해왔다. 방콕 델타 아시아인가? 이게 실책이다. 나도 제국주의에 대해서 굉장히 나쁜 생각을 갖고 있다. 나쁜 생각을 반성도 안 했는데… 나쁜 생각을 가지고 있다…. 더욱 황당한 건 NLL은 영토 문제가 아니고, 그건 말이 안 되는 얘기다. 누구는 뭐 헌법 분야라고 하는데 절대 헌법적인 게 아니다. 그러니 그 부분에 대해서는 내가 얼마든지 막아낼 수 있다." 하루 전 박 의원은 새누리당이 대선 전부터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불법으로 봤고, 선거용으로 활용했다고 폭로한 바 있다. 그 근거로 권영세 전 상황실장이 2012년 12월 10일 모처에서 "우리가 집권하면 NLL 까고"라고 말한 내용이 담긴 녹취록을 제시했다. 이날 추가로 공개한 NLL 관련 녹취록이, 김무성 의원이 지난해 12월 14일 부산 유세에서 한 발언과 매우 유사하다는 것이 박 의원의 주장이다.
실제, 김 의원은 합동 유세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10·4 정상회담 발언이라며 "그동안 외국 정상들의 북측에 대한 얘기가 나왔을 때 나는 북측 대변인 노릇을 했다"며 "남측에서는 이것을 영토로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헌법 문제가 절대 아니다, 얼마든지 내가 맞서 나갈 수 있다"고 전한 바 있다. '북측 대변인', '헌법 문제 아니다' 등의 지점이 권 전 실장의 발언과 유사한 상황.
박 의원은 "이 부분이 가장 본질적이라고 생각한다"며 "김무성 의원과 권 전 실장 발언은 대화록(정상회담 회의록)을 읽지 않고서는 할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권 실장의 말은) 매우 구체적이고 놀랍게도 여러 내용을 담고 있다"며 "새누리당은 '카더라'라고 하지만 '진짜더라'다"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원본이든 진본이든 발췌본이든 요약본이든, 모두 국가 기밀이고 비공개 기록물이다, 이게 열람되고 낱낱이 공개된 것은 법의 심판대에 세워야 한다"며 "새누리당과 박근혜 대선 후보는 NLL 발언이 공개되면 일방적으로 새누리당이 당선될 수 있다고 국민을 호도해왔다, 선거법 위반 소지가 대단히 크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김무성 의원, 권영세 전 실장 등 대선 당시 핵심 관계자들을 검찰에 고발할 방침이다. 이날 오후 박용진 대변인은 "민주당은 대통령 기록물관리법 위반을 비롯한 몇 가지 법률위반 사항에 대해 검토 중이고, 이 법률검토가 끝나는 대로 김무성과 권영세를 고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더불어, 국정원 국정조사에 김 의원과 권 전 실장의 증인채택도 추진할 예정이다.
새누리당도 '국정원 직원 인권유린' 맞불... 고성 오가고 언쟁도한편, 이날 본회의 5분 발언은 여야의 정쟁의 장으로 비화됐다. 여야 의원들이 나서 국정원 대선 개입 혹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관련 발언에 대해 얘기하면, 상대 당 의원들이 큰 소리로 발언에 불만을 표시하는 것이 반복됐다. 이날 본회의를 시작하며 신상발언을 할 때도, 지난 25일 본회의에도 같은 장면이 연출된 바 있다.
이날 강은희 새누리당 의원은 "민주당은 18대 대선을 앞두고 미혼의 여성을 오피스텔에 43시간 동안 감금했다, 사람이 먼저라고 외친 분은 인권 유린에 대해 뭘 하고 있냐"고 날을 세웠다. 이어 "국정원의 대북 심리전 활동을 민주당에 유출한 혐의를 받는 전직 국정원 직원은 민주당으로부터 고위직을 약속받았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민주당 의원들은 "증거가 있냐, 정치공작 좀 그만하라", "뭘 알고나 하는 얘기냐",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며 소리 높였다. 의석에 앉은 의원들이 너나할 것 없이 한마디씩 하자 강 의원은 "양 쪽 다 좀 조용히 해달라"고 외치기도 했다.
이처럼 언성을 높이던 중 최민희 민주당 의원은 염동열 새누리당 의원을 향해 "왜 반말을 하냐"고 따져 묻고, 염 의원은 "언제 그랬냐"며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민주당 의원과 옥신각신 하던 서상기 새누리당 의원은 야당 여성 의원을 향해 하트를 날리기도 했다. 민주당은 "노무현 대통령이 NLL 포기 발언을 한 것이 거짓으로 드러났다"며 서 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1신 : 27일 오후 4시 20분]"노무현, 국민 배신했다"... "김무성·서상기·정문헌 사퇴"27일 국회 본회의는 고함과 야유로 아수라장이 됐다.
여야 의원들은 법안 처리에 앞서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공개를 두고 설전을 벌였다. 김성찬 새누리당 의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원색적으로 비난해 민주당 의원들의 반발을 불렀다. 반면, 진성준 민주당 의원은 김무성·서상기·정문헌 의원의 사퇴를 요구했다. 새누리당 의원들이 진 의원을 향해 고성을 질렀다.
김성찬 "'NLL 포기' 발언, 국민 배신이자 국기문란행위"
포문은 김성찬 새누리당 의원이 열었다. 이날 오후 2시 국회 본회의가 시작되자, 김성찬 의원은 의사진행발언을 신청했다. 단상에 오른 그는 "진실을 왜곡하고 변명을 하는 데 개탄스럽고 서글프기 그지없다,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을 수 없다"며 "NLL은 군사분계선이다, 어떠한 희생이 따르더라도 결코 양보하거나 간과할 수 없는, 피와 죽음으로서 지켜낸 해양영토선"이라고 말했다.
김성찬 의원은 "가슴이 턱하고 막힌다" "속에서 불이 난다"는 제2연평해전 전사자 가족들의 발언을 소개한 뒤 "국가통수권자이며 군 총사령관이 우리의 영토선을 '괴물이다, 골치 아프다'고 말하고 이를 포기하려했던 실체가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그가 "국민에 대한 배신이고 부하 장병들에 대한 기만행위이고, 국기문란행위임을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하자, 민주당 의원들은 고성을 내질렀다.
김 의원은 또한 "한미연합사를 해체하려 하고 휴전선을 지키는 전방주둔 미군부대를 후방에 배치하겠다고 자랑했던 사람이 우리의 국군통수권자였다, 손바닥으로 하늘 가릴 수 없다"며 "진실을 외면하지 말고 잘못을 숨기려 하지 말고 본질을 외면하지 말라, 석고대죄만이 국민들에게 용서를 구하고 진정한 대한민국 국민이 될 수 있는 길"이라고 전했다.
단상 아래 민주당 의원들 책상을 내려치며 "내려오라"고 소리쳤다. 이에 새누리당 의원들은 "어디서 소리 지르냐"며 윽박질렀다. 김 의원은 민주당 의원들을 향해 "조용히 하세요"라고 다그쳤다. 그는 "NLL 포기발언에 대해 억지로 국민을 호도해선 안 된다, 평화를 구걸하거나 양보해서 얻을 수 없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단상에서 내려오는 김 의원에게 "잘했어"라고 격려했다. 반면, 민주당 의원들은 고함을 지르고 야유를 보냈다. 이에 강창희 국회의장이 "민주당 의원 얘기 좀 들어보자, 민주당 의원의 의사진행 발언이 있으니까 들어보자"며 "품위 지켜가면서 들으세요"라고 말했다. 새누리당 의원들도 "품위 좀 지켜"라고 거들었다.
진성준 "김무성·서상기·정문헌 새누리당 의원 사퇴하라"이어 단상에 오른 진성준 의원은 비장한 목소리로 "민주헌정질서가 파괴되고 남북관계 파탄을 그대로 둔 채 국회의원의 특권 포기 법안과 민생 법안을 처리하는 것은 국민에게 위안이 될 수 없다"며 "남북정상회담 둘러싼 사태를 보면서 저는 경악 금치 못했다, 청와대·새누리당·국정원이 정치공작·선거공작을 벌여온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들은 민족의 운명이 걸려있는 남북문제를 대통령선거에서 활용했고, 국가 기밀을 함부로 공개하고, 전직 대통령의 발언을 악랄하게 왜곡했다"고 밝혔다. 진 의원은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과 권영세 주중대사를 언급한 뒤 "대선 당시 새누리당 선대위 최고책임자들이 국가 1급 비밀 대화록 주무르며 정치공작 해온 것"이라고 성토했다.
진 의원은 "대선 때 입수한 대화록 실체는 무엇인가, 어떻게 입수했느냐, 권영세 당시 종합상활실장이 말한 '컨틴전시 플랜'이 무엇인가, 대화록 공개는 비상계획의 일원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그는 이어 노 전 대통령이 'NLL 포기' 발언을 했다고 주장하며 의원직 사퇴를 공헌한 정문헌·서상기 의원을 향해 "이들의 말이 거짓임이 드러났다, 의원직을 사퇴하라"고 외쳤다.
민주당 의원들은 "사퇴해, 약속 지켜라"라고 거들었고, 새누리당 의원들은 손으로 진성준 의원을 가리키며 고함을 내질렀다. 진 의원은 이어 "남재준 원장은 국정원의 명예를 위해서 대화록을 공개했다고 했다, 국정원의 명예가 국가 이익보다 더 중요하다는 말인가, 즉각 파면하고 법에 따라 엄중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진 의원은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과 민주당은 NLL을 지켜왔다, 그 입장에 지금도 변함이 없다"며 "새누리당은 당리당략에 눈이 멀어 이적행위 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먼저 지난 대선 시기에 벌어졌던 선거공작의 전모를 스스로 밝혀야 한다, 또한 김무성·서상기·정문헌 의원은 의원직을 내려놓고 법의 심판 받아야 한다, 특권 포기의 시작이다"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의원들 진 의원에게 "잘했어"라고 박수를 보냈다. 반면 이노근 새누리당 의원은 "영토를 포기했어, 주권을 포기한 거야"라고 소리를 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