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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독 V(브이)라는 알파벳을 좋아하는 R씨. 사진을 찍을 때도 손을 V자로 만든 포즈가 빠지지 않는다. V를 좋아해서인지, 얼굴도 V라인으로 만들고 싶다는 강한 열망을 가지고 있었다. 브이라인이 되기 위해 '브이라인으로 만들어준다'는 차를 물 대신 마셨고 더 나아가 얼굴을 갸름하게 하는 다양한 시술도 받아왔다.

그런데 그가 부족하게 느끼는 점이 하나 있었다. 바로 턱끝이 뭉툭하다는 것이다. 객관적으로 볼 때는 자연스럽고 부드러워 보이는 편이었으나, 브이라인이 되고자 하는 욕망에 휩싸인 그에게는 콤플렉스로 느껴질 뿐이었다. 그러다가 인터넷으로 무턱에 관한 내용을 찾아보고는 자신이 무턱이라고 확신했다. 그 내용에는 무턱의 진단기준이 다음처럼 소개되어 있었다.

무턱의 진단기준
1. 아래턱이 작고 짧다.
2. 아래턱이 들어가있다.
3. 턱이 없어보이며 턱선이 구분되지 않는다.
4. 윗니가 아랫니를 덮어 물린다.
5. 입술을 다물게 되면 턱끝에 힘이 들어간다.
6. 일반적으로 약해보이며 착하게 생겼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기준에 2~3가지 정도 충족한다. 그러니 당연히 무턱에 해당될 수밖에 없다. 무턱은 아래 턱끝이 작고 뒤로 들어가보이는 경우를 이야기한다. 의학적으로는 하악왜소증이라 부른다. 위 아래 치아가 잘 맞지 않는다면 교정과 더불어 적극적인 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주관적인 심미안에 의해 좌우될 것이다.

턱의 앞부분 끝이 튀어나온 것은 인간 얼굴에서만 나타나는 특징이다. 다른 동물들과 달리 사람의 입은 합죽이처럼 안쪽으로 들어왔다. 그러면서 턱끝이 튀어나왔는데, 이는 인간의 진화과정에서 나타난 현상으로 약 5~10만년 전의 인류에서부터 나타난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사람만이 가지고 있는 특징이기 때문에, 다른 동물과 사람을 구별하는 차이로 여겨져왔다. 그래서 턱선을 좀 더 날렵하게 하고, 턱끝을 강조하는 것을 미의 기준으로 여기기도 한다. 마치 코를 높이는 것처럼 말이다.

R씨도 그런 기준을 가지게 되었다. '턱끝이 좀 더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점차 그의 뇌리를 사로잡았다. 턱끝을 튀어나오게 하는 필러시술의 대장정이 시작되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흡수되는 필러는 그의 성에 차지 않았다. R씨는 이후 뼈를 깎아서 모아주는 수술을 하기도 했고, 영구적인 보형물을 삽입하기도 했다. 시간이 흐르며 그의 턱은 더 뾰족해지게 되었다. 문자 그대로 V라인이 된 것이다.

그렇게 변한 그의 모습은 정상의 범주를 많이 벗어나 있었다. 그의 턱끝은 초정상자극의 전형적인 모습이었다. 턱끝이 나와야한다는 것에 집착하다보니 정상적인 모습과는 다른 모습이 생겨났다.

턱끝 수술 후 입술 아래가 들어가 보이는 현상
 턱끝 수술 후 입술 아래가 들어가 보이는 현상
ⓒ 권용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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턱끝이 나와보이게 하기 위해 하악(아래턱)을 안쪽으로 이동시키기도 한다. 이때 수술이 과하게 이루어지면 입술 아랫부분이 움푹 들어가 보이기도 한다. 턱끝에 보형물 등을 삽입한 뒤 그런 모습이 두드러져 보일 때도 있다.

이렇게 턱끝이 나온 특징은 동양인보다 서양인에게서, 여성보다는 남성에서 더 뚜렷하게 나타난다. 그래서 턱끝이 나오게 하는 것 자체는 남성성을 강조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면서 성숙한 인상이 더해지는 것이다.

보통 V라인이라고 하면 갸름한 얼굴형이라고 생각해, 여성성을 강조한다고 여기는데, 턱끝은 또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다. 턱끝이 뾰족하게 나온 V라인은 여성성보다는 의지가 강하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그리고 돌출된 모양이나 정도가 지나치면 인위적인 느낌을 받게 된다. R씨에게 나타난 변화도 그랬다. 원래의 부드럽고 약간은 유약해 보이던 인상이 강하게 바뀌었다.

턱끝을 강조한 모습
 턱끝을 강조한 모습
ⓒ 권용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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턱이 갸름해지면서 가냘퍼 보이고자 했던 처음 목적과는 다른 변화가 생긴 것이다. 오히려 인상이 강해진 것이다. 게다가 지나치게 뾰족해진 턱끝은 첨탑을 보는 것 같은 인위적인 느낌을 준다.

얼굴 각 부위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담겨있다. 그렇기 때문에 본인이 원하는 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그 의미를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지나치게 한 부분에 집착하면 오히려 원래의 의도와는 다른 결과를 만들 수 있다.


태그:#얼굴, #턱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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