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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은 무더운 계절이다. 조금만 걸어도 땀이 흐르고, 땀은 끈적거리는 불쾌감으로 이어진다. 그러다 보니 모두가 냉방장치의 힘을 빌어 이 여름을 넘길 수 있는 실내를 찾는다. 하지만 사람들 가운데는 이 여름에 갈 만한 곳이 바깥에도 있음을 잘알고 있다. 그런 곳 중의 하나가 한강변이다.

한강에는 당연히 누천년의 세월을 이곳의 역사와 함께 흘러온 강물이 있고, 시간을 잘 맞추면 저녁 노을이 구름과 호흡을 맞춰 하루를 아주 화려한 채색으로 마감해주는 광경을 구경할 수 있다. 또 거의 항상 바람이 마련된다. 물론 인공의 냉기가 전혀 섞이지 않은 100% 자연풍이다. 더위를 식히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다.

지난 3일 천호동 한강변에서 데이트를 즐기고 있는 연인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봤다. 실내를 마다하고 한강변을 걷거나 강가에 앉은 연인들은 그 모습 만으로도 아름다웠다.

나이가 사랑을 제약할 순 없다

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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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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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호동 광진교 다리밑엔 벤치가 세 개 놓여있다. 그 벤치를 하나씩 꿰차고 세 쌍의 연인이 나란히 앉아있었다. 공교롭게도 그 세 쌍의 연인은 젊은 세대와 중년 세대, 노년 세대로 구색을 맞췄다. 세 쌍의 연인이 말한다. '사랑은 어느 세대의 전유물도 아니'라고. 사랑의 모습은 약간씩 다르다. 하지만 나이가 사랑을 제약하진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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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나누는 곳에선 모든 것이 흘러야 한다. 한강변에 앉으면 저절로 그렇게 된다. 하늘에선 구름이 흐르고, 강에선 강물이 흘러간다. 바로 머리 맡에서 다리가 길을 싣고 흘러간다. 그리고 연인들 사이에선 사랑의 속삭임이 흐른다. 멀리 하늘의 구름도 서서히 북쪽으로 자리를 옮겨가며 그 흐름에 동참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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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쌍의 연인이 눈앞을 지나간다. 연인들은 정면에서 본 모습과 측면에서 본 모습이 확연히 다르다. 정면에서 보면 분명한 둘이지만 측면에서 보면 둘은 하나가 된다. 대개의 연인들이 하나같이 발걸음을 맞춘다. 어느 쪽에서 보느냐에 따라 성별이 바뀌곤 한다. 이쪽에서 보면 여자 하나로 보이고, 저쪽에서 보면 남자 하나로 보인다. 연인들은 옆에서 보면 홀로 걷는 듯 보이는 둘이다.

사랑의 놀라움, 이런 것이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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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변의 연인이 이어폰을 하나씩 나누어 음악을 듣고 있다. 남자는 지금 여자를 위해 다음 음악을 고르고 있는 중이다. 혼자 들을 때면 음악은 반만 들을 수밖에 없다. 좌우의 어느 한쪽을 결핍한 음악은 정상적인 음악이 아니다. 하지만 둘일 때는 얘기가 달라진다. 좌우로 나누어 한쪽씩 반반을 들어도 둘일 때는 갈라진 음악이 둘의 사이에서 하나가 된다. 말하자면 연인들은 둘로 갈라진 음악을 하나로 뭉쳐 좌우합작을 이룬다. 사랑의 놀라움이다. 강변의 연인이 음악을 반반 나눠 들을 때 강에서는 물결이 그들의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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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강변은 밤이 되면 더욱 아름다워진다. 화려한 불빛이 만들어내는 야경 덕택이다. 그러나 강변의 연인들은 밤풍경이 아무리 좋아도 그것에 시선을 주는 없다. 연인들은 언제나 서로를 바라보며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연인들은 아무리 경치가 좋아도 내 시선을 빼앗아 갈 것은 오직 '너'밖에 없다는 것을 서로에게 증명한다. 사랑 앞에선 좋은 경치도 무색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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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연인들이 내내 서로에게 눈을 맞추며 보내는 것은 아니다. 강변의 연인은 가끔 함께 강 건너를 바라본다. 하지만 그들이 강건너를 바라볼 때 그들의 눈에 들어오는 것은 강건너 풍경이 아니다. 그들의 눈엔 그들이 열어갈 사랑의 미래가 보인다. 그 미래는 대개 밝고 달콤하다. 강변에 어둠이 찾아들어도 사랑을 꿈꾸는 연인들에겐 언제나 밝은 미래가 그들의 앞에 펼쳐질 뿐이다.

밤, 사랑의 불이 밝아지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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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변의 연인이 그 자리에 앉은 것은 빛이 훤할 때였지만 있다 보면 시간이 흐르고, 흐르는 시간은 밤으로 이어진다. 어둠이 짙어 지면서 한강 다리 위의 가로등에 불이 들어온다. 그러나 연인이 있는 강변에서 그 불은 단순한 가로등이 아니다. 사랑이 있는 강변의 가로등은 이제 사랑의 빛이 된다. 물결은 사랑의 춤이 된다. 구름은 사랑으로 부푼 마음이 된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는 곳에선 세상이 온통 사랑으로 채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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앉아 있다 보면 대개 여자가 남자의 어깨에 몸을 기댄다. 그러면 떨어져 있던 둘의 윤곽이 겹쳐지면서 둘은 하나가 된다. 사랑은 둘이면서 하나인 것이 확실하다. 여름밤의 한강변에선 연인들이 하나된 윤곽선에 담아 그들의 사랑을 그려낸다.


태그:#사랑, #연인, #여름날의 한강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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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를 갖고 돌아다니면 세상의 온갖 것들이 말을 걸어온다. 나는 그때마다 사진을 찍고 그들의 말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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