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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년이 지난 백련지 가운데 서 있는 청양 정산면 서정리 구층석탑
▲ 백련지 400년이 지난 백련지 가운데 서 있는 청양 정산면 서정리 구층석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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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장마가 들었다고는 하지만, 하루종일 퍼붓다니, 너무 한다는 생각이 든다. 충남 청양군의 문화재를 답사하겠다고 나선 까닭은 바로 대치면에 있는 장곡사 때문이다. 절은 그리 크지 않지만, 이곳은 유일하게 대웅전이 두 곳이 있는 절이기 때문이다.

장곡사를 나와 칠갑산을 옛 길을 넘어 찾아간 정산면 서정리에 있는 '청양 서정리 구층석탑'. 높이가 약 6m정도여서 멀리서도 도로 옆 벌판 한 가운데 서 있는 구층석탑이 보인다. 사실 청양군의 문화재를 답사하면서는 다른 곳을 답사할 때보다 두 배는 더 힘들었다. 우선 도로에 안내를 유도하는 안내판이 서 있지 않은 것도 그렇지만, 쏟아 붓는 듯한 장맛비로 인해서 찾아가는 길도 힘들었고, 사진 촬영에도 어려움이 따랐기 때문이다.

잠시 비가 소강상태에 접어든 사이 백련과 구층석탑을 찾았다
▲ 백련 잠시 비가 소강상태에 접어든 사이 백련과 구층석탑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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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 조성된 400년 넘은 백련지

충남 청양군 정산면 서정리 16-2에 소재한 보물 제18호인 '청양 서정리 구층석탑 (靑陽 西亭里 九層石塔)'은, 공주에서 청양 방향으로 23㎞ 정도 떨어진 벌판 가운데에 서 있다. 이 탑이 있는 부근에 고려시대에 '백곡사(白谷寺)'라는 절이 있었다고 하나, 주위에 기와조각 등이 흩어져 있을 뿐 다른 유물들은 찾아볼 수가 없다고 한다.

이 구층석탑 주변에는 백련지가 조성되어 있는데, 이 백련지는 조선 선조 20년인 1587년에 송담 송남수가 정산 현감으로 재임을 할 때, 정산현 좌측에 연못을 만들고 만향정이라는 정자를 세우면서 심었다는 기록이 전한다. 그런 내용으로 보면 이 백련지는 400년이 훨씬 지난 백련지이다.

고려 초기에조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보물 제18호 서정리 구층석탑
▲ 구층석탑 고려 초기에조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보물 제18호 서정리 구층석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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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 초기에 조성된 '구층석탑'

정산면 서정리 구층석탑은 2단의 기단 위에 9층의 탑신을 올린 모습이다. 아래층 기단에는 한 면에 2개씩의 안상을 돌려 새겼는데, 바닥선이 꽃모양으로 솟아올라 있어 고려시대의 양식상 특징을 잘 드러내고 있다. 위층 기단 네 모서리에는 양우주를 돋을새김했고, 면의 가운데에는 기둥 모양인 탱주를 돋을새김했다.

기단의 위로는 알맞은 두께의 돌을 덮개석으로 둬 안정된 모양새를 띠고 있다. 이 구층석탑의 탑신 1층은 지나치게 크다. 2층부터는 높이가 크게 줄어들지만, 넓이는 그리 좁아지지 않아 우아한 느낌이다. 덮개석인 지붕돌 층급받침의 경우 1층은 5단, 나머지 층은 3단씩으로 조성을 하였으며, 네 귀퉁이가 약간씩 올라가 있다.

지붕돌의 네 모서리에는 구멍이 뚫려있다. 풍경 등을 매달았던 흔적이다
▲ 풍경 지붕돌의 네 모서리에는 구멍이 뚫려있다. 풍경 등을 매달았던 흔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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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리 구층석탑은 전체적으로 신라시대부터 이어져 온 석탑양식을 충실히 따르고 있으나, 9층이나 되는 층수로 인해 형태가 매우 높아져 안정감은 조금 부족해 보인다. 이 구층석탑은 각 부분의 세부적 조각양식이나 기단의 안상을 새긴 수법으로 보아, 고려 전기에 세워진 것으로 추정된다.

천년세월 그 자리에 서 있어 고맙다

몸돌은 1층은 크게 조성되었으나, 1층부터는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 몸돌 몸돌은 1층은 크게 조성되었으나, 1층부터는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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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단에는 한 면에 두개씩의 안상을 새겼다
▲ 안상 기단에는 한 면에 두개씩의 안상을 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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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리 구층석탑은 고려시대 초기에 조형된 균형이 잘 잡혀간 거탑의 일종이다. 고려시대에는 석불이나 마애불, 탑 등을 이렇게 크게 조성한 까닭은 무엇이었을까? 아마도 강한 국권의 상징은 아니었을까?

주변 백련지에 핀 백련과 아우러져 아름다운 모습을 보이고 있는 서정리 구층석탑. 천년 세월을 그렇게 한 자리에 서 있으면서도, 상륜부만 사라진 채 잘 보존이 되어있어 고맙기만 하다. 잠시 소강상태에 있던 장맛비가 다시 '후두둑'하며 쏟아지기 시작한다. 더 오래 머물고 싶었지만, 한 가지라도 많은 문화재들을 만나기 위해 길을 재촉한다. 다음에 만나게 되는 문화재는 어떤 것일까? 기대를 하면서 빗길을 달린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 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서정리 구층석탑, #보물 제18호, #청양, #고려 초기, #백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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