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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보강 : 18일 오후 1시 45분]

서울 강남역 부근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서초사옥.
 서울 강남역 부근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서초사옥.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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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현직 수석연구원이 회사를 상대로 한 직무 발명 특허 보상 요구 소송에서 일부 승소했다. 이 회사 현직 직원이 특허 보상금을 요구해 법정서 이긴 것은 처음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 13부(심우용 부장판사)는 18일 오전 안아무개(49)씨가 삼성전자를 상대로 제기한 휴대폰 초성 검색 관련 특허 보상 소송에서 청구금액인 1억 1000만 원 가운데 1092만 5589원을 인정했다. 법원 판결에 따르면 안씨가 소송가를 300억 원으로 확장해도 보상액수는 동일하다.

안씨 측은 판결 이후 즉각 항소 의사를 밝혔다. 삼성전자 측은 판결문을 검토해본 후 대응 입장을 정하겠다고 말했다(관련기사: 삼성 현직 연구원, 회사에 "305억 특허 보상해달라" ).

매출액 136조원 중 1092만 원 인정

안씨는 이번 소송에서 자신이 삼성전자에 재직하며 직무발명한 2개 특허에 대한 보상금을 요구했다. 삼성전자가 특허를 받을 수 있는 권리만 양도받고 그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하고 있지 않다는 취지였다.

안씨가 보상금을 요구한 2개 특허는 '초성으로 관련된 이름찾기'와 '초성만으로 정확한 이름찾기'다. 전자는 검색창에 'ㄱ'만 이력해도 'ㄱ'으로 시작되는 이름들이 모두 표시되는 기능에, 후자는 '김동환'을 찾고싶을 때 'ㄱㄷㅎ'만 쳐도 찾을 수 있게끔 하는 기능에 사용된다.

법원은 2개 특허 중 후자에 대해서만 보상 의무를 인정했다. 안씨가 삼성전자에 재직하면서 직무발명을 하고 특허를 받을 수 있는 권리를 삼성전자 측에 양도했기 때문에 특별한 사정이 없는한 정당한 보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보상금으로는 1092만 5589원이 책정됐다. 법원은 2001년부터 2013년 5월까지 국내에서 판매된 삼성전자 휴대폰(스마트폰 제외) 매출액인 136여 조 원에 직무발명 기여도, 실시료율, 독점권 기여율, 발명자 공헌도 등을 적용해 보상금액을 산출했다.

'초성으로 관련된 이름 찾기' 특허에 대한 보상 요구는 기각됐다. 법원은 "기술적 특징이 특허 출원당시 공지된 기술로부터 용이하게 도출할 수 있다"면서 "삼성전자가 이 특허 발명으로 독점적 이익을 얻지 못했기 때문에 정당한 보상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판결했다.

법원은 일부 특허에 대해 안씨의 손을 들어주는 한편, 피고인 삼성전자 측의 주장은 모두 기각했다. 삼성전자 측은 이 소송과 관련 안씨의 특허로 독점적 이익을 보지 않았으며, 보상금 청구권에 대한 시효가 소멸되었고, 원고가 보상금 청구권을 20년 가까이 주장하지 않아 효력을 잃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법원, 특허권 있지만 지금 사용되지는 않는다고 판단

지난해 6월 25일 오전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에서 열린 '한국 갤럭시S3 월드투어' 행사 때 모습.
 지난해 6월 25일 오전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에서 열린 '한국 갤럭시S3 월드투어' 행사 때 모습.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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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씨 측은 이날 나온 1심 판결에 대해 즉각 항소 의사를 밝혔다. 일부 승소하기는 했지만 법리적으로 다툴 여지가 더 있다는 판단이다. 안씨 측은 당초 이 건으로 305억 원의 보상금을 주장했었다.

안씨 측 법률 대리를 맡은 변리사 김아무개씨는 보상금이 예상과 크게 달라진 이유로 독점권 기여율을 지목했다. 독점권 기여율이란 독점적 권리를 행사하는데 해당 특허가 얼마나 사용되었는지를 따지는 항목이다.

김씨는 "우리는 독점권 기여율을 50%로 잡았는데 법원은 0.1%로 판단했다"면서 "특허로서 의미는 있지만 지금 사용되지는 않는다고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원이 권리에 대해서는 손을 들어주면서 보상금에 대해서는 명목상 인정에 그쳤다는 것이다.

법원에서는 이번에 '초성만으로 정확한 이름찾기' 특허에 대한 보상을 인정하면서도 이 특허가 현재 휴대폰에 탑재된, 보다 향상된 기능을 개발하는데 이용되지는 않았다고 봤다. 이에 따라 항소심에서는 독점권 기여율에 대한 법리 공방에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한편 삼성전자 측은 이날 법원의 판결에 대해서 "아직 판결문을 검토하지 못했다"면서 "판결문을 검토한 후에 저희 주장이 받아들여질 수 있도록 입장을 정하겠다"고 말했다.


태그:#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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