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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여자축구 대표팀 선수들이 21일 오후 서울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3 동아시안컵 축구대회' 남한 여자축구 대표팀과의 경기에서 2대 1로 승리한 뒤 응원석을 향해 손을 들어보이며 화답하고 있다.
▲ 응원에 화답하는 북한 축구선수팀 북한 여자축구 대표팀 선수들이 21일 오후 서울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3 동아시안컵 축구대회' 남한 여자축구 대표팀과의 경기에서 2대 1로 승리한 뒤 응원석을 향해 손을 들어보이며 화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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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아래 흰색 유니폼을 입은 북한 여자 축구 선수들이 푸른 그라운드로 흩어졌다. 선수들은 펄쩍 뛰며 앞뒤, 옆 관중석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연습 때의 진지한 표정 대신 활짝 웃는 모습이었다. 관중들은 그들의 몸짓에 박수로 화답했다.

8년만이다. 남북한이 한국에서 축구 경기를 벌인 2005년 이후 처음으로 서울을 찾았다. 2013 동아시아연맹 축구선수권대회(EAFF) 여자부 한국과 북한의 경기가 21일 오후 6시 15분부터 서울 마포구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졌다. 개성공단에서 열리는 제5차 남북실무회담을 하루 앞두고서다.

400여 명 내외신 취재진의 뜨거운 관심

21일 오후 서울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3 동아시안컵 축구대회' 남한과 북한 여자축구 대표팀과의 경기에서 북한의 김남희가 다리 쥐로 쓰러져 있는 한국의 지소연의 다리를 풀어주고 있다.
▲ 훈훈한 남북 여자축구 21일 오후 서울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3 동아시안컵 축구대회' 남한과 북한 여자축구 대표팀과의 경기에서 북한의 김남희가 다리 쥐로 쓰러져 있는 한국의 지소연의 다리를 풀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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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여자축구 대표팀의 허은별이 21일 오후 서울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3 동아시안컵 축구대회' 남한 여자축구 대표팀과의 경기에서 후반 38분 역전골을 성공시키고 있다.
▲ 허은별, 동점골 이어 역전골까지 북한 여자축구 대표팀의 허은별이 21일 오후 서울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3 동아시안컵 축구대회' 남한 여자축구 대표팀과의 경기에서 후반 38분 역전골을 성공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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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여자축구 대표팀의 허은별이 21일 오후 서울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3 동아시안컵 축구대회' 남한 여자축구 대표팀과의 경기에서 후반 38분 역전골을 성공시킨 뒤 기뻐하고 있다.
▲ 허은별, 동점골에 역전골까지 북한 여자축구 대표팀의 허은별이 21일 오후 서울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3 동아시안컵 축구대회' 남한 여자축구 대표팀과의 경기에서 후반 38분 역전골을 성공시킨 뒤 기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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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외신 취재 열기가 뜨거웠다. 중국, 일본 등 아시아권 취재진만 50여명이 프레스룸을 지켰다. 내외신 포함, 400여명의 취재진이 경기장을 찾았다. 중국 여자 축구 대표팀 20여명의 선수들도 관중석에 나타났다. 경기 시작 10분 전, 빨간색 유니폼을 입은 중국 선수들은 북한 벤치 뒤편에 자리를 잡았다. 이들은 우승 후보인 북한 선수들의 플레이를 유심히 지켜봤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도, 1989년에 북한을 다녀온 임수경 민주당 의원도, 2000년 남북정상회담을 이끈 박지원 민주당 의원도 관중석을 지켰다.

관중들은 경기에 앞서 남북 대결에 기대감을 나타냈다. 초등학생인 두 아이와 함께 경기장을 찾은 진성동(38·서울 도봉구)씨는 "북한 여자 축구가 한국보다 전력이 좋다고 평가 받지만 공은 둥글다, 굴러봐야 안다"며 "축구는 축구일 뿐이지만 굳어진 남북관계를 풀어가는 데 이번 경기가 큰 보탬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친구들과 함께 온 김진형(23·경기도 고양)씨도 "스포츠는 세계 평화를 지향하는데 그 중 축구가 가장 긍정적인 역할을 해왔다"며 "오늘 경기는 남북한 7000만 명이 볼 뿐만 아니라 전 세계인이 관심을 가지며 남북한 평화의 의미를 다시 새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붉은 악마·조총련·남측위 삼파전 이룬 응원

21일 오후 서울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3 동아시안컵 축구대회' 남한과 북한 여자축구 대표팀과의 경기에서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 회윈들이 종이로 한반도기를 만들어보이며 "우리는 하나다"를 외치고 있다.
▲ 남북축구 "우리는 하나다" 21일 오후 서울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3 동아시안컵 축구대회' 남한과 북한 여자축구 대표팀과의 경기에서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 회윈들이 종이로 한반도기를 만들어보이며 "우리는 하나다"를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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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후 서울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3 동아시안컵 축구대회' 남한과 북한 여자축구 대표팀과의 경기에서 향린교회 신도들이 '백두에서 한라까지 조국은 하나다'라고 적힌 현수막을 펼치자, 대회측 관계자들이 이를 저지하고 있다.
▲ 남북 축구, 정치적 민감한 응원 안돼 21일 오후 서울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3 동아시안컵 축구대회' 남한과 북한 여자축구 대표팀과의 경기에서 향린교회 신도들이 '백두에서 한라까지 조국은 하나다'라고 적힌 현수막을 펼치자, 대회측 관계자들이 이를 저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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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후 서울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3 동아시안컵 축구대회' 남한과 북한 여자축구 대표팀과의 경기에서 재일 조총련 응원단이 북한 선수들을 향해 손을 들어보이고 있다.
▲ 북한 여자축구대표팀 응원하는 조총련 응원단 21일 오후 서울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3 동아시안컵 축구대회' 남한과 북한 여자축구 대표팀과의 경기에서 재일 조총련 응원단이 북한 선수들을 향해 손을 들어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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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원은 삼파전이었다. 한국의 붉은악마, 북한의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이하 조총련) 그리고 남북한을 동시에 응원하는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이하 남측위)까지 세 갈래로 응원은 이어졌다.

붉은 악마는 대형 태극기 8장을 경기장에 걸어놓고, 큰 북을 동원해 응원가를 불렀다. 한국 선수들의 공격에는 환호했고 북한 선수들을 향해서도 함성을 질렀다.

남측위는 관중석 한쪽에 하늘색 한반도기를 펼쳤다. 하늘색 종이를 든 남측위 소속 130여 명이 만든 한반도기였다. 한반도기가 그려지고 '백두에서 한라까지 조국은 하나'라고 적힌 현수막을 내걸었다가 경호팀의 제지를 받기도 했다. "으라차차 조국통일,평화통일", "우리는(짝짝)하나다(짝짝)"이라는 구호를 외치며 남북한을 동시에 응원했다.

최은아(41) 남측위 공동사무처장은 "올해 남북 공동행사가 무산됐지만 8년 만에 축구대표팀이 남측을 찾는다는 소식을 듣고 '민족화해응원단'을 구성했다"며 "350명의 사람들이 모여 축구 경기를 통해서 남북한 관계 복원을 염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 응원단은 차분했다. 관중석 한켠에 모인 조총련 회원 20여명은 별다른 응원도구도 없었다. 특별한 카드섹션이나 집단 응원은 펼치지 않고 경기에만 집중했다. 북한이 골을 넣을 때는 들고 있던 부채를 흔들며 환호했다.

북한 허은별 선수 연속골, 한국 아쉬운 역전패

한국 여자축구 대표팀의 김수연(오른쪽 세번째)이 21일 오후 서울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3 동아시안컵 축구대회' 북한 여자축구 대표팀과의 경기에서 전반 25분 선제골을 성공시킨 뒤 동료들로부터 축하를 받고 있다.
▲ 한국-북한, 김수연 선취골 한국 여자축구 대표팀의 김수연(오른쪽 세번째)이 21일 오후 서울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3 동아시안컵 축구대회' 북한 여자축구 대표팀과의 경기에서 전반 25분 선제골을 성공시킨 뒤 동료들로부터 축하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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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는 북한의 2:1 역전승으로 끝났다. 먼저 골네트를 가른 것은 한국이었다. 전반 26분,  지소연 선수의 패스를 이어 받은 김수연 선수가 선제골을 기록하며 기세를 올렸다.

한국은 10분 만에 동점골을 내준 뒤 곧바로 연속 실점했다. 전반 36분, 문전 혼전 속에서도 북한 허은별 선수가 침착하게 동점골을 넣었다. 전반 38분에는 오른쪽 측면에서 돌파를 허용한 뒤 허은별에게 헤딩골을 내줬다. 혼자서 2골을 몰아친 허은별은 북한의 승리를 이끌었다. 한국은 최근 북한 전 8연패로 역대 전적에서도 1승 1무 12패로 열세를 이어갔다.

경기 내내 남북 선수들의 스킨십은 잦았다. 시작 3분 만에 남한 선수가 쓰러졌지만 북한 선수가 등을 두드려줬다. 후반 25분에는 북한의 허은별 선수가 그라운드에 누웠다. 한국의 지소연 선수가 허 선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허 선수는 툭툭 털고 일어나 다시 그라운드를 뛰었다. 

심판의 경기 종료를 알리는 휘슬 소리와 함께 북한 선수들은 원을 만들어 서로를 격려했다. 북한 선수들은 손을 맞잡아 네 면의 관중석을 향해 환한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고개를 숙여 감사의 인사를 올렸다. 붉은 악마도, 남측위도, 조총련도 그리고 6530여명의 관중들도 박수와 함성으로 그들을 맞았다.

북한의 승리를 이끈 허은별 선수는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경기 후 방송 인터뷰에서 허 선수는 말했다.

"오늘 우리 민족의 단합된 힘을 봤습니다. 이렇게 남쪽에 와서 동포들과 청년 동지들이 응원해주는 데 힘이 솟았습니다. 오늘 남조선과의 경기를 통해 많은 것을 경험했습니다. 서로가 앞으로도 이렇게 경험을 교환하면서 월드컵을 향해 나가길 바랍니다."

한편, 한국은 오는 24일 오후 5시 15분, 경기도 화성종합경기장에서 중국과의 2차전 경기를 갖는다. 북한은 25일 같은 시각 같은 장소에서 일본과 경기를 벌인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21일 오후 서울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3 동아시안컵 축구대회' 남한과 북한 여자축구 대표팀과의 경기에 참석해 북한 선수들과 악수하며 격려하고 있다.
▲ 북한 여자축구 격려하는 류길재 장관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21일 오후 서울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3 동아시안컵 축구대회' 남한과 북한 여자축구 대표팀과의 경기에 참석해 북한 선수들과 악수하며 격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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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후 서울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3 동아시안컵 축구대회' 남한과 북한 여자축구 대표팀과의 경기에서 남한 선수들이 경기 시작에 앞서 애국가를 부르며 선전을 기원하고 있다.
▲ 선전을 기원하는 남한 여자축구 21일 오후 서울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3 동아시안컵 축구대회' 남한과 북한 여자축구 대표팀과의 경기에서 남한 선수들이 경기 시작에 앞서 애국가를 부르며 선전을 기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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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후 서울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3 동아시안컵 축구대회' 남한과 북한 여자축구 대표팀과의 경기에서 북한 선수들이 경기 시작에 앞서 북한 애국가를 부르며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 선전을 기원하는 북한 여자축구 21일 오후 서울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3 동아시안컵 축구대회' 남한과 북한 여자축구 대표팀과의 경기에서 북한 선수들이 경기 시작에 앞서 북한 애국가를 부르며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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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동아시안컵, #남북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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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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