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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긴 인터뷰에도 친절하게 답변을 해준 스테파니. 미안. 내가 궁금한 게 조금 많았지?^^
▲ 스테파니 긴 인터뷰에도 친절하게 답변을 해준 스테파니. 미안. 내가 궁금한 게 조금 많았지?^^
ⓒ 박소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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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중해 중부 시칠리아 섬 남쪽에 위치한 작은 섬 나라 몰타에 대해 알게 된 것은 초등학교 때 원어민 교사로 오신 조셉 선생님 덕분이었다. 조셉 선생님은 미국에서 오신 원어민 선생님들의 발음과 다르게 영국처럼 몇 몇 단어의 발음이 딱딱하고 악센트 발음을 세게해 굉장히 인상 깊었다.

가끔 학생들에게 "몰타는 제주도의 6분의 1면적밖에 되지 않지만 살기에는 최고로 좋은 곳"이라고 말씀하시며 그림 같은 자연경관 사진을 보여주셨던 기억도 난다. 그래서 이번 인터뷰에서는 몰타의 두 고등학생 스테파니(Stephanie)와 헤즈론(Hezron)을 만나보았는데, 한국의 한 여고생이 이것저것 궁금한 걸 물어보니 헤즈론은 친절하게 모두 답변을 해준 뒤이런 말을 남겼다.

"소민, 이번엔 내가 물어봐야겠어. 네가 다니는 고등학교에서 몰타에 대해 이렇게 많은 질문을 물어보라고 한 거야? 대단한데? 우리 나라는 작은 섬에 불과해. 바다에 콩 한 개라고나 할까? 매우 감명 깊어."

외국인들은 몰타가 작은 나라이지만 '지중해의 숨은 진주'라 불릴 만큼 아름다운 바다와 고고학적 유물로 가득한 곳이라고 칭하곤 하는데… 복받은 헤즈론 같으니라고! 아래는 스테파니·헤즈론과 나눈 이야기들이다.  

- 몰타 청소년의 하루 일과는 어때?
스테파니 : "먼저 하루 일과를 설명하기 전에 몰타의 고등학교는 특수교육목적고등학교와 사립고등학교, 카톨릭고등학교 그리고 공립 고등학교로 나누어져 있다는 걸 말할게. 대부분의 많은 학생들이 공립고등학교에 가는데, 좋은 질의 교육을 제공해. 등교시간은 학교의 종류에 따라 다른데 내가 다니는 공립학교의 경우에는 8시 반에 수업을 시작해.

아침 6시 반에 일어나서 7시 15분쯤 등교를 하는데, 몰타는 인구수가 매우 적어서 학생들을 위한 통학버스를 따로 운영하지 않기 때문에 미니밴(minivan)을 타고 등교해. 매일 45분이나 55분으로 구성된 7교시 혹은 8교시의 수업을 듣지. 수업이 끝나면 다시 미니밴을 타고 집에 와."

헤즈론 : "나는 관광업을 특성화한 학교에 다녀. 아침 6시에 일어나서 샤워를 하고 차와 토스트로 아침을 해결하지. 교복을 입고 직접 내 차를 운전해서 학교로 가. 8시에 수업이 시작해서 10시에 끝나는데 수업 사이마다 30분의 긴 휴식시간이 있어. 총 수업은 오후 3시에 끝나지. 요즘은 다양한 수업을 듣고 있는데, 과목명으로 이야기하자면 회계, 자산 관리, 그리고 요리수업이야."

- 여러 종류의 고등학교에 대해 설명해주었는데, 혹시 몰타에서 홈스쿨링을 하는 사례가 많아? 그리고 방과후에는 무엇을 해? 
스테파니 : "아니, 몰타에서는 홈스쿨링을 하는 경우가 거의 없어. 사실 나는 내 주변에서 홈스쿨링을 한다는 친구를 본 적도 없는 것 같아. 이건 몰타의 부모들은 자녀들이 또래와 어울리며 사회성을 길러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야. 방과후에는 학교에서 내주는 숙제가 매우 많기 때문에 주로 숙제를 하면서 시간을 보내. 학업에 관련된 사교육을 받는 학생은 극히 드물지만 피아노 레슨이나, 운동 등 예체능 분야의 교습을 받는 아이들은 많아. 참, 걸스카우트를 하는 학생도 정말 많아."

- 몰타에서는 학생들이 개인과외를 많이 받니? 방과후에는 무엇을 해?
헤즈론 : "아니, 거의 없어. 그래도 학생들이 가장 많이 과외를 받는 시기는 0레벨(0-LEVEL) 이라고 부르는 15살 때인 것 같아. 이때가 학생들이 자신들이 앞으로 하고 싶은 일에 대한 진로탐색을 하는 중요한 시기라고 생각을 하거든. 나는 활발한 성격이 아니라서 방과후에는 주로 페이스북에서 친구를 만나거나 게임을 하고 낚시를 하러 가."

 역으로 인터뷰어에게 궁금한게 이것저것 많았던 헤즈론.^^
▲ 헤즈론 역으로 인터뷰어에게 궁금한게 이것저것 많았던 헤즈론.^^
ⓒ 박소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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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몰타 학생들 사이에서 유망 직업은 무엇이니? 그 직업들이 부모가 아이들이 가지길 바라는 직업과 유사하니?
스테파니 : "단연 선생님이 가장 인기 있는 직업이었어. 왜냐하면, 아이들을 가르친다는 보람과 학생들이 방학을 할 때 휴가를 가질 수 있는 유일한 직업이기 때문이지. 또, 의료관련 직업이 인기가 많은데, 의사, 간호사, 심리학자 등이 대표적이야. 변호사도 많은 학생들이 꿈꾸는 직업 중 하나지. 부모님이 원하는 직업은 의사, 변호사, 건축가이니까 학생들의 희망직업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지. 사실상 몰타에서는 부모님이 자녀의 직업에 큰 간섭을 안 해."

헤즈론 : "변호사와 의사야. 그런데 공부하는 내용이 워낙 어렵다 보니까 공부를 하다가 관두는 학생의 수가 굉장히 많아. 그리고 부모님이 자녀의 미래 직업에 크게 간섭하지 않아."

- 한국에서는 사회 시간에 유럽의 역사를 중요하게 다뤄. 실제로 공부하는 시간도 많고. 유럽에서도 아시아 역사나 문화 수업을 많이 하니?
헤즈론 : "대답하기 조금 미안하지만, 아니. 우리는 유럽 역사를 중요하게 다루지, 아시아에 관해서는 거의 배우지 않아."

- 몰타에 대해서 이것저것 검색해보던 중에 많은 역사 유적지와 명소들을 방문하는 해외 관광객의 환경오염과 파손행위가 문제가 된다고 들었어. 심각한 거니?
스테파니 : "응, 일단 관광객의 수가 날이 갈수록 많아지면서 쓰레기 문제가 가장 크게 대두되고 있어. 그런데 몰타에서는 관광산업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기 때문에 크게 반응하지 않는 것 같아. 심지어 몰타에는 ITS 라고 고등학생들이 관광 안내에 대해 배울 수 있는 기관이 있을 정도니까."

헤즈론 : "내 생각에는 이게 몰타의 가장 큰 문제점인 것 같아. 몰타의 중년들은 조용하고 평화로운 곳에 살고 싶어해. 그런데 외국의 방문객이, 그게 관광이 목적이든 공부가 목적이든 간에, 몰타에 와서 야생동물처럼 행동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 지난 주에 새벽 3시에 3층 높이의 발코니에서 친구 방에 가겠다고 점프를 했다가 두 명의 외국인이 사망하는 사고까지 있었어."

- 학교에서 하는 특별활동 중에 전통문화를 지키기 위한 활동이 마련되어 있어?
스테파니 : "응. 학생들에게 몰타 전통 문화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매년 몰타 전통 음식을 만들어서 파는 행사가 있어. 그거 말고는 크게 오래된 문화를 지키기 위한 활동이 없는 것 같아."

헤즈론 : "특별한 행사가 마련되어있지 않아도, 몰타의 학생들은 기성세대와 어울림으로써 그분들로부터 전쟁에서 어떻게 살아남았는지와 같은 다양한 옛날 이야기를 듣곤 해. 아주 재미있고 유익해. 전에 조부모님께 가나(Ghana)라는 전통노래를 배웠는데, 학교에서 이런 걸 가르쳐주진 않아. 그럼에도 많은 아이들이 이 노래를 아는 이유는 할아버지가 많이 부르시기 때문에 엿듣고 똑같이 부르기 때문이지."

- 몰타인의 90% 이상이 크리스천이라고 들었는데, 그럼 대부분의 공립학교도 크리스천 학교인 거야?
스테파니 : "응, 모든 공립 학교와 크리스천 학교 모두 교리 수업시간이 있어. 아주 극소수지만 이슬람 학생들을 위한 학교도 있어."

헤즈론 : "응. 우리 도시의 경우에는 딱 한 개의 이슬람 학교를 제외하고는 모두 크리스천 학교야."

- 몰타 학생들의 대입 경쟁은 많이 치열하니?
스테파니 : "응, 많은 학생들이 대학에 가서 심화된 전공 공부를 하고 싶어해. 물론 고등학교까지만 다니는 학생들도 있기는 해."
헤즈론 : "여자 학생들은 경쟁이 매우 치열한데, 남학생들은 상대적으로 덜 한 것 같아."

- 청소년의 관점에서 요즘 몰타 사회는 어떤 것 같아?
스테파니 : "내가 보기에 몰타 사회에 자꾸 새로운 무언가가 들어오면서 전통을 잃어가는 것 같아. 또한 몰타는 해외이주자나 망명자에도 관대하기 때문에 다양한 사람들에게 많은 기회를 제공하는 나라라고 생각해."

- 몰타 청소년들도 다른 나라의 문화에 영향을 많이 받아?
스테파니 : "응, 청소년들은 주로 미국의 팝 문화와 영국, 이탈리아의 영향을 많이 받아.
헤즈론 : "물론이지, 몰타 사람들은 미국의 팝 문화와 영국 문화를 매우 좋아해. 강남스타일이라는 K-pop도 들어본 적이 있어."

- 이거는 물어보기가 조심스러운데, 몰타가 세계에서 가장 게으른 나라 1위로 선정된 것 아니? 이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헤즈론 : "사실, 나는 이 질문에 답하는 게 매우 자랑스러워. 왜냐면 그게 사실이 아니라는 걸 말해주고 싶거든. 나는 그 질문을 만든 사람이 몰타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이런 순위가 나왔다고 생각해. 그들은 우리의 꽉 찬 일주일을 이해하지 못했던 것 같아. 몰타 사람들은 아주 열심히 일하고 나서 열심히 쉬는 것뿐이야. 우리는 편한 의자를 가지고 해변으로 가서 쉬어. 그리고 이번 달 평균 온도가 39 였는데, 얼마나 더운지 알겠지? 모든 일에는 휴식이 필요해."

- 유언비어인지 모르겠는데, 몰타 영화관에서는 영화 상영 중간에 한두 번에 걸친 쉬는 시간이 있다는 게 사실이야?
헤즈론 : "응. 너희는 아니야?" (헤즈론은 놀란 표정의 이모티콘 o_o?을 덧붙였다.)

- 몰타의 옛날 사진을 보니 여성들은 검고 긴 베일을 쓰던데 요즘도 쓰는 사람이 있니?
헤즈론 : 그 길고 검은 베일은 고넬라(ghonnella : 표기법은 onella이다)라고 부르는데 요즘은 거의 입지 않아. 1800년대부터 1930년까지 몰타의 여성은 무조건 쓰도록 하는 규정이 있었지. 요즘같이 더운 날씨에는 상상할 수도 없어!"


태그:#몰타, #여고생, #남고생,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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