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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지방검찰청 동부지청에 마련된 원전비리수사단.
 부산지방검찰청 동부지청에 마련된 원전비리수사단.
ⓒ 정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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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성적서 위조로 시작한 검찰의 원전비리 수사가 대기업 임직원의 구속을 넘어 지난 정권의 중심부로 치닫고 있다. MB 정권의 대통령 인맥을 일컫던 이른바 '영포라인' 출신의 원전 브로커와 여당 소속 서울시의원을 지낸 정치권 인사까지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이를 두고 원전 비리 수사가 지난 권력의 상층부를 겨냥하고 있다는 소리도 나온다. 

5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는 이아무개(51)씨는 친이명박계 정치인으로 분류된다. 2006년 서울시의회에서 한나라당 비례대표를 지낸 이씨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대선후보 경선 때부터 이 전 대통령의 외곽 지원 조직인 '선진국민연대'와 캠프를 오가며 활발하게 활동했다.

이명박 정부의 대통령직인수위 상임자문위원과 한나라당 부대변인, 당 중앙위 노동분과 부위원장, 중앙위 간사도 역임했다. 이씨는 2007년 12월 돌연 시의원직 사퇴와 함께 총선 출마 선언을 한다. 당시 이씨가 총선에 나서겠다는 이유는 간단했다. 그해 말 당선된 이명박 전 대통령을 돕기 위해서라는 것이 당시 그의 출마 이유였다.

이후에도 중앙 정치권 진출을 향한 그의 노크는 계속됐다. 2010년에는 지방선거에서 강원도지사 출마선언을 했고, 지난해 총선에서도 서울의 한 지역구에 새누리당 공천신청을 하며 국회 진출을 노렸지만 공천을 받지 못했다.

대신 그는 2009년부터 공기업인 그랜드코리아레저(GKL) 감사로 활동했다. GKL은 외국인전용 카지노인 '세븐럭'을 운영하는 한국관광공사의 자회사이다. 관광관련 학과를 나왔고, 정치권에서는 노동분야를 주로 맡아왔던 이씨가 뜬금없이 원전 비리로 수사선상에 오른 데는 전 정권 인사들과의 친분이 있다.

검찰의 다음 목표는 원전비리의 교집합 '영포라인'?

'MB정권 실세'로 알려진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이 지난해 5월 '파이시티' 개발시업 인허가 비리와 관련해 거액을 받은 혐의로 대검 중수부(부장 최재경 검사장)에서 조사를 받기 위해 서초동 대검찰청에 소환되던 모습.
 'MB정권 실세'로 알려진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이 지난해 5월 '파이시티' 개발시업 인허가 비리와 관련해 거액을 받은 혐의로 대검 중수부(부장 최재경 검사장)에서 조사를 받기 위해 서초동 대검찰청에 소환되던 모습.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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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언론이 '영포라인' 원전 브로커라고 말하는 오아무개(55)씨가 등장한다. 지난 3일 이미 구속영장이 청구된 오씨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나온 포항중학교의 재경 동창회장을 지냈다. 원전부품 업체 J사의 부사장이기도 한 오씨는 원전 업계 인사들과도 폭넓은 만남을 가져왔다.

검찰은 이런 이씨와 오씨가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에 원전 부품 납품을 주선하거나 고위직에 인사를 청탁하고 그 대가로 업체들로부터 금품을 받아챙긴 것으로 보고 있다. 오씨가 10억여 원가량을 수수하는 과정에 이씨가 깊숙이 개입되었을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들의 접점에는 MB정권에서 '왕차관'이라 불리던 핵심실세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이 있다.

이씨는 박 전 차관의 직계 라인으로 밀접한 관계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포항 출신인 오씨도 영포라인 주요 정치인들과 연을 맺으며 정치권 인사들과도 연을 맺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때문에 이들의 검찰 수사로 지난 정권의 핵심 인사들인 영포라인이 검찰의 수사라인에 올라갈 것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거듭 불거지는 의혹... "윗선으로 비리 퍼지지 않았겠나"

부산 기장군에 위치한 고리원전. 사진은 고리1호기(오른쪽)와 고리2호기 모습.
 부산 기장군에 위치한 고리원전. 사진은 고리1호기(오른쪽)와 고리2호기 모습.
ⓒ 정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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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씨와 이씨의 혐의는 이뿐만이 아니다. 이들은 수처리 설비 업체인 H사가 한국정책금융공사로부터 정책자금 642억 원을 지원받는 과정에도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들이 이 회사가 신성장 동력 육성펀드 1호로 지정되는 과정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내용이다. 원자력발전소 등에 수처리 설비를 독점 공급하는 이 회사는 이미 구속기소된 김종신(58) 전 한수원 사장에게 뇌물을 건넨 업체이기도 하다.

특히 펀드 조성액 중 40%에 해당하는 금액이 지원 대상도 되지 못하는 기업에게 흘러들어갔다는 사실은 정권 실세의 개입 가능성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더군다나 당시는 H사는 내부의 경영권 다툼이 일면서 주주들 사이에 갈등이 극에 달한 시점이었다. 공교롭게도 오씨는 정책자금이 지원되는 과정에서 이 회사의 임원으로 선임됐다.

이같은 의혹이 계속 불거지면서 현재까지의 상황은 영포라인을 포함한 전 정권 인사들에게 불리한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다. 만약 오씨와 이씨의 혐의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원전 비리가 정치권으로까지 확산되며 정치인들의 줄소환도 예고된다. 반핵 관련 단체에서는 이와 관련한 성역 없는 수사와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이현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는 "이명박 정부는 다른 정권보다 핵발전에 적극적이었고, 그러던 와중에 비리사건이 드러난 것은 실무선에서의 비리가 아니라 윗선으로 비리가 퍼지지 않았겠나는 예측을 할 수 있다"며 "(비리자금이) 한두 사람이 받기에는 큰 돈인 만큼 당시 전방위적인 로비가 있지 않았겠냐는 추측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 대표는 정치권의 원전 비리 개입 의혹을 "기술적으로 전문적이고 폐쇄적이다 보니 마피아라는 지적까지 받고 있는 핵발전 산업과 핵발전 확대 정책을 써온 정권이 빚어낸 일"이라 지적하고 "외부 규제 기관이 자기 자리를 잡고 공기업인 핵산업에 형식상이 아닌 사회적 감시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태그:#원전 비리, #영포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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