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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 23일, 서천로터리 이상재 동상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유승광 교사. 비가 오는 날임에도 우비를 입고 국정원의 불법대선개입 사건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1인시위를 진행했다. 유승광 교사는 7월 21일부터 매일 아침 학교에 출근하기 전 1시간씩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7월 23일, 서천로터리 이상재 동상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유승광 교사. 비가 오는 날임에도 우비를 입고 국정원의 불법대선개입 사건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1인시위를 진행했다. 유승광 교사는 7월 21일부터 매일 아침 학교에 출근하기 전 1시간씩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 유승광 페이스북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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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의 불법 대선 개입 사태로 인한 시국선언과 촛불문화제가 전국에서 이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페이스북에 1인시위 하는 한 장의 사진이 올라왔다. SNS에 1인시위 하는 사진이 많이 올라오는 시점이어서 그냥 지나치려 했다. 하지만 비오는 날 우비를 입고 꿋꿋이 1인시위 하는 사진을 보니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이 자리에 서기까지 두려웠다. 하지만 국정원의 횡포로 인해 민주주의가 유린당하는 것을 한 사람의 역사학자로서 지켜만 볼 수 없었다. 우리는 4.19혁명, 광주항쟁, 6.29민주항쟁을 통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지켜왔다. 서천군민은 이상재 선생의 뜻을 받들어 다음 세대에 우리가 물려줄 대한민국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여러분의 결단이 필요하다. - 월남 이상재 선생님 동상 앞에 서서."

7월 23일 그가 자신의 페이스북 담벼락에 사진과 함께 남긴 글이다. 무엇이 두려웠을까? 알고 보니 그는 현직 교사였다. 현직 교사가 국정원 사건 관련 1인시위를 하면 '정치적 행동'이라며 비난받기 쉬운 게 한국의 현실이다. 당연히 그의 행동은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그는 유승광(51) 충남조선공고 수석교사다. 그동안 장항공고, 서천고, 서천여고, 공주사대부고 등에서 학생들에게 역사를 가르쳤다. 충남 서천 비인이 고향인 유승광 교사는 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치면서 서천 역사연구와 문화 진흥을 위한 활동을 해왔다.

기벌포문화마당을 만들어 지역 학생들과 역사문화탐방을 실시했고, 서천민예총을 창립해 초대지부장을 역임했다. 역사와 서천에 대한 사랑이 남다른 그는 공주대학교 겸임교수로 역사교육론, 지도법을 가르치기도 했다. <서천·서천사람들>의 저자이기도 하다. 서천에서 '향토사학자 유승광 박사'라 불리는 그를 8월 4일 오후 그의 자택(서천군 비인면)에서 만났다. 서천의 향토사학자 답게 그는 서천 한산 특산품인 모시옷을 입고 있었다.

"역사교사로서 가만 있을 수 없었다"

또한 서천에서는 국정원 사태 관련 매일 촛불을 밝히는 이가 있다. 바로 유승광 교사의 아들 유방씨다. 유방씨는 <오마이뉴스>에 소개되기도 했다. ('국민의 젖줄' 유방씨의 행보가 기대됩니다) 인터뷰를 위해 방문한 그 시각, 유씨는 집을 나서고 있었다. 그는 "언제 들어 오느냐"는 아버지의 물음에 "촛불집회 끝나고 밤 10시쯤 들어올 것"이라고 말했다. 1인시위에 나선 현직 교사와 매일 촛불을 드는 아들, 분위기가 남달랐다.

아래는 유승광 교사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서천에서는 향토사학자 유승광 박사라 불리 우는 그를 8월 4일 오후 그의 자택(서천군 비인면)에서 만났다.
 서천에서는 향토사학자 유승광 박사라 불리 우는 그를 8월 4일 오후 그의 자택(서천군 비인면)에서 만났다.
ⓒ 임재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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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인시 위에 동참하게 된 계기는?
"국정원 정치 개입 사건은 민주주의를 유린한 사건이다.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다. 그동안 4.19혁명과 6월항쟁 등을 통해 민주주의를 지켜왔는데, 독재시대에나 일어나는 일들이 반복되는 걸 교사로서 두고 볼 수 없었다. 그러던 중 촛불문화제 자유발언 시간에 국정원 대선 개입에 대해 강의를 한 적이 있다. 주로 '진실을 밝혀야 한다' '그동안 지켜온 민주주의를 찾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렇게 얘기로만 끝낼 게 아니라 현직 교사로서 양심을 걸고 좀 더 적극적인 행동이 필요하다는 고민을 했다. 7월 21일부터 1인 시위를 시작했다. 국정원 사태는 분명히 선거 개입이며, 경찰은 이를 은폐·축소했다. 국가 기관이 선거에 불법·탈법적으로 개입하는 상황에서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쳐야할지 의문이다.

우리 교육의 목표는 민주시민 육성이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민주시민을 제대로 육성하겠나. 아이들이 왜 이렇게 나라가 시끄럽냐고 질문했을 때 어떻게 설명할지 고민이었다. 지도층이 올바르지 않은데, 아랫물이 맑을까? 문제에 대해 학생들도 알아야 하고, 앞으로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되기 때문에 교사로서 1인 시위에 나섰다."

- 이번 국정원 사태에서 가장 분노한 부분은?
"지난해 12월 11일 국정원 직원의 댓글 사건을 보고 '어떻게 저럴 수 있나'하며 분노했다. 12월 16일 대선후보 TV토론 직후 경찰의 중간수사결과 발표를 보고도 그랬다. 아무리 사안이 급하다고 해도 밤 11시에 발표할 수 있나. 그때 분명히 뭔가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당시 경찰 분석관들의 대화내용이 담긴 CCTV를 본 뒤 경찰의 중간수사결과 발표가 거짓이고, 그간의 여러 의혹이 사실이라는 확신도 생겼다. 최근 방송 등 여러 언론이 국정원 사태와 촛불 보도를 축소하는 것에도 화가 난다."

- 이번 사건을 어떻게 보는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조직적으로 이뤄진 일 같다. 국정원, 경찰, 새누리당이 조직적으로 움직은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국민의 요구는 과연 진실이 무엇이냐는 것이다. 그런데 새누리당은 그동안 국정조사를 방해했다. 국정조사 기간을 연장해서라도 진실을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 이번 일을 그냥 넘어간다면 다음 선거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 역사적으로 볼 때 어떤 사건과 비슷한가?
"이번 사건은 1960년 3.15부정선거와 일맥상통한다. 역사적으로 볼 때 이 사건은 작지 않다. 결국은 정권에 대한 심판이 있을 것이다."

아빠는 매일 1인 시위·아들은 매일 촛불

- 1인 시위와 서천의 촛불문화제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7월 21일부터 1인시위를 시작했다. 출근 전 7시 30분부터 8시 30분까지 한 시간씩 서천오거리, 동쪽로터리, 서쪽로터리 등 유동인구와 차량 이동이 많은 거리에서 진행하고 있다. 1인 시위에 함께하는 사람들이 조금씩 늘고 있다. 촛불문화제는 6월 말부터 매주 목요일 봄의마을 광장에서 진행하고 있다. 작게는 수십 명에서 많게는 백여 명까지 모인다. 오는 8월 8일에는 최대로 모일 예정이다."

 서천 시민사회단체 '국정원 불법선거개입' 시국선언 및 촛불문화제에 참가해 발언 하는 유승광 교사.
 서천 시민사회단체 '국정원 불법선거개입' 시국선언 및 촛불문화제에 참가해 발언 하는 유승광 교사.
ⓒ 이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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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들도 매일 촛불문화제에 참석하고 있다. 특별한 자녀교육 철학이 있나?
"특별한 것은 없다. 부모나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기 보다는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도록 교육했다. 또 불의에 대해서는 분명한 자기의사를 밝히도록 했다. 이번 일도 본인이 판단하고, 실행하고 있다."

- 서천은 작은 지역인데, 주변의 반응은?
"서천은 작은 농촌지역이지만, 1960년대 들어서 농민운동이 다른 지역에 비해 활발히 진행됐던 곳이다. 농민회, 서천사랑시민모임, 민주노총 사업장 등 진보적인 단체들도 있다. 아직은 작지만 촛불이 들불로 번질 수 있다. 1인 시위를 하는 나를 향해 손을 흔들거나 인사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 행동으로 나서지는 못하지만, 동조하고 지지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 국정원 사태가 어떻게 해결돼야 한다고 보나.  
"앞서 말했듯이, 이번 일을 그냥 두면 같은 일이 벌어질 수 있다. 따라서 진실을 밝힌 뒤 다시는 국가기관이 선거에 개입할 수 없도록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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