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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떠나기로 결정 했을 때, 가장 설레는 순간은 여행 전 여행정보를 알아보고 계획을 세울 때 같다. 그리고 여행을 다녀와서 가장 기억에 남는 추억은 내게 있어 유명 관광지
보다는 우연히 만난 사람들과 잊지 못할 풍경과 예상치 못한 사건들인 듯하다. 

오키나와는 규슈 남쪽 아래쪽으로 대만에 이르는 1300km 해상에 활처럼 연결된 200개의 섬 중 사람이 살수있는 1/3이 바로 오키나와다. 메이지시대(1868~1912) 초기 현이 되기 전까지는 일본과 중국의 영향을 받는 반(半)독립적인 왕국이었다가 일본에 강제 합병된 아픈 역사를 가진 곳이다. 일본이 류큐를 침략하는 과정은 조선 침탈과정과 비슷했는데 고유 언어를 금지시키고 일본어 사용을 강요하였으며, 본토의 일본을 섬으로 이주시키는 등 사실상의 동화정책을 펼쳤다고 하니, 어떤 곳일지 관심이 많이 생겼다.

오키나와에 처음 도착했을 때, 나 역시 유명관광지를 선택했다. 미리 사둔 할인 쿠폰을
이용하여 류큐무라와 해양박물관과 츄라우미 수족관을 들리기로 하였다. 그런데 아이들은 어른들의 생각과는 다르게 류큐무라의 전통공연 보다는 나무사이에 커다란 거미에 더 
관심이 많았다.

돌고래쇼보다는 돌고래에게 먹이는 주는것이 재미있다는 아이. 한통이 모자라 두통이나 먹이를 주고 왔다.
▲ 해양박물관 돌고래에서 먹이는 주는 아이 돌고래쇼보다는 돌고래에게 먹이는 주는것이 재미있다는 아이. 한통이 모자라 두통이나 먹이를 주고 왔다.
ⓒ 공응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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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박물관에서는 돌고래쇼를 보기 보다는 돌고래에게 먹이 주는 것을 더 좋아하는 아이들이였다. 조금만 동심의 눈으로 바라보면 어른과 아이 모두가 즐거운 여행이 될 수 있을 듯하다.

미리 세워둔 관광일정을 뒤로한 채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을 찾아 나섰다. 오키나와는 해변이 아름답고 대부분의 비치들이 무료여서 아이들이 모레 놀이하고 파도타기에 제격이다. 아이들은 아침식사를 하다말고 해변으로 뛰어나갔다.

참 특이한 것이 이렇게 아름다운  해변에 정작 수영을 즐기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자외선이 워낙 강하다 보니 눈으로만 즐기는 관광객들이 많았다. 우리나라 국토의
70%가 산이고 가까운 거리에 아름다운 산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자주 산에 가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처럼 오키나와 현지인들도 관련업에 종사하지 않는 한 해변에서 여유를 즐기는 사람은 많지 않아 보였다. 덕분에 우리 가족의 전용비치가 되었고, 검게 탄 피부는 훈장이 되었다 

21세기 공원에서 만난 길고양이들

호텔 조식을 먹다말고 바닷가로 뛰어나가 한참을 놀았던 아이들
▲ 문비치 전용 해변 호텔 조식을 먹다말고 바닷가로 뛰어나가 한참을 놀았던 아이들
ⓒ 공응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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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는 중부 해변가에 위치한 호텔에 머물게 되었다. 주차하려는 순간 뭔가 하얀게 슥 지나갔다. 이미 늦은 시간이라 하마터면 못 볼 뻔했다. 

"뭐지! 아휴! 깜짝이야."
"엄마! 새끼 고양이 있어요."

하얀 새끼 고양이가 느릿느릿한 걸음으로 주차장을 활보하고 있었다. 새하얀 털을 가진 고양이였기에 그나마 고양이를 발견할 수 있었다. 아이들은 고양이가 너무 귀엽다며, 안고 뽀뽀하고 난리다.

"우리 고양이 가지고 가면 안돼요?"
"응 너무 이쁘지. 엄마고 데리고 가고 싶다. 그런데 검역을 받지 않은 살아있는 동물은 한국으로 반입할 수가 없어. 무엇보다도 이 새끼고양이는 여기가 고향인데, 다른  나라에 가면 외롭지 않을까? 무엇보다 어디선가 엄마 아빠 고양이가 기다리고 있을 거야."

우리는 작고 이쁜 하얀 고양이에게 흰둥이란 이름을 지어주었다. 어슬렁 어슬렁 어디론가 걸어가는 고양이에게 작별인사를 했다. 사람에게 경계심이 없는 고양이가 너무나 신기할 따름이다.

그러고 보니 내가 살고 있는 곳에도 고양이가 참 많다. 밤이 되면 길고양이들의 놀이터가 된다. 많은 뉴타운이 해제되었음에 불구하고 지역주민들의 요구로 아직 뉴타운으로 지정되어 있는 곳이다. 건물들이 30년 이상된 빌라들이 즐비해 있고 여러 가지 문제가 뒤엉켜 사람이 살지 않는 집들도 군데군데 있는 곳이다. 그러다보니 사람의 손이 닿지 않는 집에 거처를 두고 있는 길고양이들이 유난히 많은 듯하다. 그래서 일까? 동네 고양이들을 떠올리면 어둡고 칙칙하고 더럽고 냄새나는 길모퉁이가 떠오르는 이미지가 길고양이들과 겹치게 된다. 생각해 보니, 내가 먼저 고양이들에게 호의적인 시선을 준적이 없었던 것 같다. 가끔 창밖에서 들려오는 고양이 울음소리에 소름이 끼쳤을 뿐이다.  

일본은 매년 마네키네코(고양이 인형) 축제가 열릴 만큼 고양이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단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일까 일본사람들도 고양이에 대해 우호적인 듯했고, 고양이들도 사람에 대한 경계가 없어 보였다. 사람이 고양이를 닮은 것인지 고양이를 사람을 닮아가는 것인지, 특히 해변이 즐비한 오키나와 사람들은 여유있는 고양이들과 참 많이도 닮은 듯 했다.

늦은 시간 이었지만, 아이들과 함께 호텔 앞에 있는 21세기 공원을 둘러보기로 하였다. 21세기 공원은 해변가와 연결된 공원으로 산책하기 좋은 곳이다. 길을 걷는데 무언가 움직인다. 깜짝 놀라 자세히 보니, 고양이들이 길가에 누워 있었다. 너무 많아서 도저히 길을 걸어가기 힘들 정도였다.

"애들아. 우리 지나가게 길 좀 비켜주렴."

고양이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느릿느릿 무거운 몸을 조금씩 움직일 뿐. 우리가 길을 비켜 가는 것이 더 쉬운 듯했다. 바닷가에는 아무도 없고, 어두워 무섭기도 해서 가져간 갤럭시 카메라로 음악을 틀었다. 아이들과 동요를 부르며 공원길을 걷는데, 고양이들이 우리를 따라온다. 마치 음악을 함께 듣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아이들은 고양이들이 신기한지 한참을 바라보다가 다시 길을 걷는다.

산책길 고양이들의 천국이다.
▲ 21세기 공원에 길고양이들 산책길 고양이들의 천국이다.
ⓒ 공응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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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있는 고양이들은 적어도 우리 동네 고양이들보단 행복하지 않을까란 생각을 해 본다.
오키나와 사람들은 주차장에 낮잠을 자는 고양이들을 쫒기보단 피해서 주차를 했고, 길가에 서 있는 고양이들을 놀래키기 보단 조용히 길을 돌아 걸어가는 모습에 인간과 동물이
서로 행복할 수 있는 여유로움을 배웠다. 한국에 돌아가면 좀 더 따뜻한 시선으로 고양이들을 바라봐줘야겠단 생각을 했다. 이번 여행에선 행복해 보이는 고양이들 만나 아이들과 나 또한 행복한 추억을 만들 수 있었다.


태그:#오키나와 ,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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