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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을 대표하는 서원과 향교에 서식하는 고목들이 관리부실로 죽어가고 있어 대책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구나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등재된 서원에서도 같은 현상이 있지만 관계 당국에선 아무런 대책이 없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배롱나무가 피어있는 병산서원 입구가 예년(좌)과  금년의 모습(우)이 대조적이다
▲ 병산서원 입구 배롱나무가 피어있는 병산서원 입구가 예년(좌)과 금년의 모습(우)이 대조적이다
ⓒ 권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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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병산서원 입구는 여느 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평년 같은 경우 6월 말경에서 9월에 이르기까지 배롱나무가 꽃을 피워 관광객들을 맞이했다. 하지만 서원 입구 두 곳에는 배롱나무들이 가지만 남아 꽃은 볼 수 없었다. 더욱이 입교당 뒤편에 위치한 수령 380년 된 6그루의 배롱나무 일부에서도 가지가 마르고 꽃이 예년과 같지 않았다.

죽어가는 병산서원 배롱나무

서원 관리인에 따르면 병산서원에는 총 120여 그루의 배롱나무가 있다. 그중 지난해 50여 그루가 동사하거나 일부만 살아 있었다. 또한 서원인근에 자생하고 있던 오죽은 이미 전멸해 제거한 것으로 밝혀졌다.

병산서원(사적 260호)을 대표하는 배롱나무는 서애 류성룡 선생을 기리기 위해 그의 셋째 아들 류진 선생이 1614년경 존덕사를 세우면서 심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이후 병산서원을 정비하면서 심은 수령 40~50년 된 나무는 지난해 겨울을 이기지 못하고 동사했으며 보호수조차도 피해를 입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6그루의 배롱나무는 지난 2008년 경북도가 희귀목 보호수로 지정한 나무다. 또한 병산서원은 인근 하회마을과 같이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지난 2011년 12월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등재된 상태다.

최근 잦은 기상이변으로 예측하기 힘든 날씨가 반복되고 있는 가운데 관계 당국의 미흡한 대처와 사태가 이러함에도 마땅한 대처방안이 없다는 것이 더욱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병산서원관리사무소 담당자는 "지난 1983년 이곳으로 부임한 이후 병산서원 전체 6800여 평을 혼자 관리하고 있다. 요즘 같은 경우 돌아서면 자라는 풀을 벌초하는 면적만 2000평에 이른다"고 말하며 "턱없이 부족한 예산 탓에 지난 겨울에 나무 보온을 하지 못한 것도 있지만 많은 나무들이 얼어 죽을 만큼 기상악화도 심했다"고 밝혔다.

안동시 산림녹지과 담당자는 "안동시 관내 보호수는 총 213그루가 있지만 이를 관리하는 예산은 약 3000여만 원 정도다"며 "배롱나무 피해가 있다고 하지만 현재로서는 별도 관리계획이 없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현재 안동시에서는 2013년 추경예산편성에서 병산서원 배롱나무의 고사목 제거를 위해 1000만 원의 예산만 편성해 놓은 상태다.

안동대학교 원예육종학과 정정학 교수는 "배롱나무의 경우 내한성이 약해 주로 남부지방에서 자라므로 기온변화가 심한 최근에는 더욱 나무의 보온이나 수채시설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며 지속적인 관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편 지난 2011년 겨울에는 안동시 도산면 예안향교 명륜당 앞에서 자라던 100년생 토종무궁화가 동사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이 무궁화는 일제강점기 때 유림들이 심은 것으로 당시 일본의 한민족 말살정책 따라 무궁화의 붉은 단심을 낮춰 '피꽃'으로 불리기도 했다. 학회에서도 비상한 관심의 대상이었던 희귀종으로 미국으로부터 로열티를 받기도 했다.

또한 최근에는 퇴계 증조부의 생가인 두루종택에서 자생하는 수령 600년의 천연기념물 제314호 뚝향나무가 병이 들어 집중관리가 필요한 것으로 파악됐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경북인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안동, #병산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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