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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정부가 '스노든 특종'을 연일 보도한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지속적으로 압력을 행사했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가디언>의 앨런 러스브리저 편집장은 19일(현지시간) '데이비드 미란다, 부칙 7조 그리고 모든 기자들이 직면하고 있는 위험'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가디언>의 지하실에서 2명의 영국 GCHQ(정보통신본부) 보안 전문가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하드 드라이브를 파기했다"고 폭로했다.

<가디언>의 칼럼니스트인 글렌 그린월드는 지난 6월 초부터 스노든에게서 입수한 미 NSA(국가안보국) 기밀문서들을 토대로 미 정보당국의 광범위하고 무차별적인 정보수집 활동을 고발했다. 보도에 따르면, 영국 정보기관 역시 전 세계를 상대로 이러한 감시 활동을 진행했으며 이 과정에서 미 정보기관과 긴밀하게 공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고위 관료 "스노든 문서 양도하거나 파기하라"

<가디언>의 앨런 러스브리저 편집장은 19일(현지시간) '데이비드 미란다, 부칙 7조 그리고 모든 기자들이 직면하고 있는 위험'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가디언>의 지하실에서 2명의 영국 GCHQ(정보통신본부) 보안 전문가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하드 드라이브를 파기했다"고 폭로했다.
 <가디언>의 앨런 러스브리저 편집장은 19일(현지시간) '데이비드 미란다, 부칙 7조 그리고 모든 기자들이 직면하고 있는 위험'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가디언>의 지하실에서 2명의 영국 GCHQ(정보통신본부) 보안 전문가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하드 드라이브를 파기했다"고 폭로했다.
ⓒ 가디언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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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스브리저 편집장은 <가디언>에 압력이 들어온 것은 2개월 전이라고 밝혔다. 그는 "영국 총리의 생각을 대변한다고 주장하는 고위직 정부 관료에게서 연락을 받았다"고 했다. 이후 러스브리저는 그와 두 번의 만남을 가졌고, 이 관료는 러스브리저에게 현재 스노든과 관련해 <가디언>에서 작업하고 있는 모든 문서를 양도하거나 파기하라고 요구했다. 러스브리저는 그의 어조가 차가웠다고 덧붙였다.

<가디언> 측이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자, 분위기는 거칠어졌다. 한 달 전, 러스브리저는 "영국 정부의 중심에 있는 인사"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그는 "재미를 봤으니, 이제 자료를 돌려 달라"고 말했다. 이후 익명의 정부 인사와의 만남이 이어졌다. 요구는 같았다. 스노든이 제공한 자료를 넘기는 것, 아니면 파기하는 것.

이에 러스브리저는 "우리가 그 요구를 받아들인다면 우리는 이 주제에 대해 취재하거나 보도할 수 없다"고 말하자, 그는 답했다.

"논쟁 할 만큼 했다. 더 이상은 쓸 필요가 없다."

이 인사와의 만남에서 러스브리저는 직접적으로 물었다. 정부가 법적인 절차를 통해 가디언의 보도를 막을 것인지. 러스브리저는 "그 관료는 그것이 정부의 의도였다고 확인해줬다"고 전했다.

"런던 밖에서 인내심 갖고 공 들여 계속 보도할 것"

이후 러스브리저의 표현에 따르면, "<가디언>의 오랜 역사상 가장 기괴한 순간"이 발생했다. 가디언은 1821년 주간지로 시작했다.

"<가디언>의 지하에서 두 명의 GCHQ 보안 전문가가 지켜보는 가운데 하드드라이브가 파기되었다. 그들은 망가진 금속 조각 속에 중국 요원에게 넘겨줄 만한 어떠한 내용도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

러스브리저는 "영국 정부는 만족했지만, 이는 디지털 시대에 대해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한 무의미한 상징 중 하나처럼 느껴졌다"고 전했다. 가디언 사무실에 있는 하드 드라이브를 파기한다고 해서 스노든 문건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는 스노든 문건에 대해 계속해서 인내심을 갖고 공 들여 보도할 것이다. 그리고 이것을 런던에서 하지는 않을 것이다."

러스브리저의 이같은 폭로는 지난 18일 글렌 그린월드 기자의 동성 연인 데이비드 미란다가 영국 히드로 공항 환승구역에 9시간 동안 구금돼 조사를 받은 데 따른 것이다. 영국의 '테러법' 부칙 7조는 항만이나 공항 환승구역에서 테러범으로 의심되는 사람을 구금하고, 조사하고, 7일 동안 소지품을 압수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데이비드 미란다는 그린월드의 취재를 돕고 있다. 러스브리저는 칼럼에서 "미란다의 노트북, 휴대폰, 하드 드라이브 그리고 카메라를 압수당한 것은 그린월드의 작업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러스브리저는 "가공할 만한 감시 조직을 만든 정부는 언론의 보도를 막기 위해 최선을 다 할 것"이라면서 "언론인들이 기밀정보를 갖고 있는 것이 불가능해지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개탄했다. 그는 그 이유로 "대부분의 보도는 2013년 인류의 삶이 그렇듯 너무나 많은 디지털 지문을 남기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미란다의 구금에 대해 그린월드는 "앞으로 더 공격적으로 보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영국 감시 시스템에 대해서도 많은 문서를 갖고 있다"면서 "그들이 한 일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태그:#스노든, #가디언, #그린월드, #GCH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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