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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대구 모임에서 오마이뉴스 부채 하나 받았습니다.
▲ 10만인 클럽에 들게 했던 그 문제의 오마이뉴스 부채 대구 모임에서 오마이뉴스 부채 하나 받았습니다.
ⓒ 변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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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도 없고, 돈도 없어서 갈지 안 갈지 몰라요."

처음에는 그렇게 대답했습니다. <오마이뉴스> 시민기자전략부에서 전국투어 행사를 대구에서 연다고 했을 때 말입니다. 가고는 싶기는 했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어 고민 중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전국투어에 가자'고 마음을 바꿔 먹은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대구에서 열리는 모임은 지난 23일 오후로 예정돼 있었습니다. 그로부터 2주일 전, <오마이뉴스> 기사를 검색하는데 <오마이뉴스>가 국정원 사태 관련 촛불집회 때 부채를 나눠준다는 내용이 떠 있었습니다. 그 부채는 10만인클럽 후원금으로 제작·배포한다는 내용도 적혀 있었습니다.

제 마음이 요동을 치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저도 모르게 10만인클럽에 가입하고 원고료로 쌓인 사이버머니 10만 원을 입금해버렸습니다. 그리고 나머지는 제 통장으로 입금 처리했습니다. 전국투어 대구 모임에 가기로 마음 먹게 된 계기는 그렇게 해서 생겼습니다. 아마도 무더운 여름날 오후 <오마이뉴스>가 촛불집회에 참가한 사람들에게 부채를 나눠준다는 내용에 저도 모르게 감동을 받았나봅니다.

"변 기자님도 가시죠."

저는 울산에서 활동하는 박석철 시민기자와 언양에서 오래 전 기사를 많이 올렸던 박미경 시민기자와 가끔 연락을 주고받는데, 페이스북을 통해 서로 안부를 묻다가 함께 모임에 가보자고 의견을 모으게 됐습니다.

저를 대구로 이끌었던 이유가 또 하나 있었는데, 그것은 박석철 시민기자가 이번 모임 때 강의를 하기 때문이었습니다. 박석철 시민기자는 울산에서 가장 왕성한 활동을 하는 기자로 본받고 싶은 대상이기도 합니다. 저는 박 기자님의 강의도 들어보고 싶었습니다. 전문기자로서 배울 점이 많을 것 같았습니다.

우리는 8월 23일 오후 5시에 KTX 울산역에서 만나기로 했습니다. 저는 오후 3시 직장을 조퇴하고 1시간 넘게 걸려 울산역까지 버스로 이동했습니다. 버스로 이동하면서 시민기자전략부 박상규 기자에게 전화로 "울산에서 세 명이 대구에 오후 6시 전에 도착하는데, 혹시 카플할 분이 있느냐"고 물어봤습니다. 박상규 기자는 대구에서 활동 중인 김용한 시민기자를 소개해줬습니다.

각자의 삶 터전에서 기사 쓰는 시민기자들

울산에서 활동하는 시민기자는 3명이 모임에 참석 했습니다.
▲ 박석철 시민기자, 변창기 시민기자, 박미경 시민기자 울산에서 활동하는 시민기자는 3명이 모임에 참석 했습니다.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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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오후 5시께 울산역에서 만나 표를 끊고 대구행 열차에 올랐습니다. 울산 동구에서 울산역까지 가는 데 한 시간이 넘게 걸렸는데 울산역에서 대구까지 가는 데는 20분 정도밖에 안 걸렸습니다. 우리는 김용한 시민기자와 오후 6시께 만났습니다.

김용한 시민기자는 "대구서 오래 살아 모임장소인 청소년수련관을 잘 안다"며 "20분 정도 달리면 도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우리는 그곳에 도착해 다른 일행을 기다리고 있는데 이상하게도 아무도 오지 않았습니다.

뭔가 잘못됐다 싶어 시민기자전략부 기자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청소년 수련관이 아니라 청소년 수련원이었습니다. 김용한 시민기자와 우리 일행은 다시 차를 멀고 그곳을 찾아갔씁니다. 수련관은 도심에 있었는데 수련원은 도심 외곽 산 속에 있더군요.

대구·경남지역에서 활동하는 시민기자와 오마이뉴스 본사 상근기자 그리고 대구지역 대학생들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본격적인 행사에 돌입했습니다. 자기소개가 진행되더군요. 모임에는 교사로 일하면서 시민기자 하시는 분도 계셨고, 시청에 비정규직으로 일하면서 기사를 쓰는 분도 있었습니다. 또한, 협동조합 언론사를 준비 중인 시민기자도 있었습니다.

자기소개 이후 특강이 있었는데 <나는 시민기자다>의 공저자 신정임 시민기자와 울산 지역 시민기자 사례발표자로 박석철 시민기자, 그리고 대구·경북 시민기자 사례발표자로 정수근 시민기자가 차례로 나와 연단에 섰습니다. 모두 각자의 위치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열정적으로 시민기자 활동을 하는 분들이라 배울 게 많았습니다.

그는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8년을 활동하면서 느끼고 겪은 이야기를 솔직히 이야기 해주어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 박석철 기자님 강의 그는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8년을 활동하면서 느끼고 겪은 이야기를 솔직히 이야기 해주어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 변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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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가 끝나고 이어진 것은 바로 '뒷풀이'. 간만에 모인 상근기자들과 시민기자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꽃을 피웠습니다. 저도 이 자리를 빌어 상근기자들에게 궁금했던 점을 물어보기도 했습니다.

오전 8시. 일어나 아침을 먹고 오전 행사를 진행했습니다. 오전 일정은 '기사 합평회'였습니다. 시민기자가 쓴 기사를 서로 읽어보고 품평을 패주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저는 족므 난감했습니다. 제가 다른 누군가가 쓴 귀한 기사에 대해 뭐라뭐라 이야기를 하는 게 불편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전국투어에 참가할 때 합평회에 낼 기사를 올리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조별 자료를 받고 깜짝 놀랐습니다. 제 기사가 첫장에 실렸기 때문이지요.

시민기자들의 비판, 고맙게 받았지만...

막걸리와 맥주,안주를 놓고 새벽까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 조촐한 뒷풀이 막걸리와 맥주,안주를 놓고 새벽까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 변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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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자리가 익숙하지 못한 저는 부끄러움으로 얼굴이 달아올랐습니다. 어떤 분은 칭찬을 해주기도 했고, 어떤 분은 비판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저는 그 모임에 배우러 갔기 때문에 제 글에 대해 비판을 해준 분들이 고맙게 느껴졌습니다. 더 좋은 기사를 쓰라는 채찍이기 때문입니다.

낯뜨거운 품평회가 끝나고 마지막 일정인 대구지역 골목투어에 나섰습니다. 대구 도심 한복판에 100년도 넘은 현대식 건물들이 있는 것을 보고 놀랐습니다. 가톨릭 신부가 머물던 집과 3·1 만세운동을 했던 계단도 있었고, 오래된 성당이나 교회, 한약 골목도 볼거리였습니다. 대구에 그런 곳이 있는 것도 모르고 살다가 처음 가본 울산 촌놈은 눈이 다 휘둥그레졌지요. 골목투어를 마치고 근처 식당에서 입맞에 별로 맞지 않은 음식을 먹고는 헤어졌습니다.

각자가 쓴 기사에 대해 각자 비평을 했습니다. 편집실 상근기자에게 도움말도 들었습니다.
▲ 다음날 오전 기자 품평회 각자가 쓴 기사에 대해 각자 비평을 했습니다. 편집실 상근기자에게 도움말도 들었습니다.
ⓒ 변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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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런 모임이 좋습니다. 좋은 사람들 만날 수 있어 좋고, 좋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좋습니다. 그런데 기사 합평회 같은 것은 무슨 이유인지 부담스럽더군요. 차라리 각자 어떤 유형의 기사를 올리고 있는지, 어떤 글쓰기를 즐기는지, <오마이뉴스>를 어떻게 접하게 됐고, 무엇을 위해 활동을 하는지, 앞으로 어떤 각오로 시민기자 활동을 할 것인지 등을 나누면 더 좋을 거라 생각합니다.




태그:#오마이뉴스, #대구, #울산, #전국 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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