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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범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이 27일 오전 10시 세종로 프레스센터 금융위원회 기자실에서 산업은행과 정책금융공사 재통합을 뼈대로 하는 정책금융체계 개편안을 발표하고 있다.
 고승범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이 27일 오전 10시 세종로 프레스센터 금융위원회 기자실에서 산업은행과 정책금융공사 재통합을 뼈대로 하는 정책금융체계 개편안을 발표하고 있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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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상업투자은행(CIB)을 만들겠다던 이명박 전 대통령의 꿈이 결국 무산됐다.

박근혜 정부는 27일 오전 10시 서울 세종로 프레스센터 금융위원회 기자실에서 정책금융체계 개편안을 발표했다. 지난 2009년 산업은행(산은) 민영화를 전제로 만든 한국정책금융공사와 산업은행을 다시 합치는 게 골자다. 이명박 정부 핵심 정책이었던 '산은 민영화'를 결국 백지화한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지난 2008년 6월 산업은행을 세계적 상업투자은행으로 만들겠다며 민영화 계획을 발표했다. 당시 이명박 정부는 리만브라더스 서울 대표 출신 민유성 전 산은금융지주 회장을 영입해 파산 직전의 리만브라더스 인수 직전까지 가는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MB, 금융위기에도 산은 민영화 밀어붙여... 구조조정 불가피

마침 월스트리트를 강타한 글로벌 금융위기와 숱한 반대 여론에도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집권 후반기 '실세'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을 산은 민영화에 투입하는 무리수를 뒀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 들어 민영화 백지화 수순을 밟기 시작했고 산은금융지주 역시 내년 7월 '통합 산은' 출범과 함께 사라지게 됐다. 

민영화 중단 이유에 대해 고승범 금융위 사무처장은 "글로벌 금융위기와 유럽 재정 위기에 따른 시장여건 악화 등으로 당초 민영화를 결정할 때보다 산은 민영화 추진 동력이 크게 약화됐다"면서 "오히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시장안전판, 기업구조조정 등 정책금융 기능 강화 필요성이 늘어나 산업은행의 정책금융 전문성과 풍부한 경험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통합 산은에 국내 정책금융기능을 단일화해 창업·벤처기업 지원, SOC(사회간접자본) 투자, 기업구조조정 등 정책금융 전문성을 박근혜 정부 '창조경제' 구현에 적극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강만수 전 산은지주회장 시절 공격적인 소매금융 확장 전략에 따른 점포 확대와 고졸 행원 채용 확대도 된서리를 맞게 됐다. 그동안 민영화를 염두에 두고 일반 고객 대상 수신 영업과 대기업 여신 업무를 강화해온 탓에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도 불가피해졌다. 

고 사무처장은 "소매 금융 업무는 고객 불편을 고려해 현재 수준을 유지하면서 점진적으로 축소하고 지점 확대나 다이렉트 예금 신규 유치 등은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다만 고 사무처장은 "2009년 10월 분리 시점보다 인원이 790여 명 늘고 예산도 늘었다"면서도 "인력 구조조정은 최소화하고 안정적 통합 정착을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처럼 소매금융이나 투자은행 업무에 활용하려고 뽑은 인력들을 정책금융 중심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인력 대량 이탈은 불가피해 보인다.

금융위 "산은 민영화, 금융산업-국민경제에 안 좋아"... 180도 입장 선회

지난 2011년 3월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로비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강만수 당시 산은금융그룹 회장이 취임사를 마친뒤 건배 제의를 하고 있다.
 지난 2011년 3월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로비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강만수 당시 산은금융그룹 회장이 취임사를 마친뒤 건배 제의를 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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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는 민영화가 중단돼도 그동안 산은이 키워온 '투자은행(IB)' 역량을 정책 금융에 계속 활용하기로 했지만 그 위상은 크게 후퇴할 수밖에 없다.

실제 금융위는 "산은이 민영화될 경우 IB 기능 등 산은의 풍부한 정책금융 역량이 상업적 관점에서만 한정되어 활용됨으로써 오히려 금융 산업과 국민경제 발전에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 시절 상업투자은행 필요성을 역설하던 때와는 180도 달라진 것이다. 

올해 국회에서 산은법 전면개정안이 통과되고 내년 7월 통합 산은 출범 뒤 민간 부문과 충돌하는 산은캐피탈, 산은자산운용, KDB생명 등 자회사도 매각할 계획이다. 다만 SOC투자 업무 중심인 KDB인프라자산운용은 매각하지 않고 대우증권 역시 정책금융기능과 연계성을 감안해 당분간 매각하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금융업계에서는 우리투자증권 매각 등 우리금융지주 민영화 '흥행'을 감안해 대우증권 매각 시기를 조정하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한편 정부는 이날  부산에 '해양금융종합센터(가칭)'를 만들어 선박 관력 정책금융 인력을 이전하겠다고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 공약이었던 선박금융공사를 대신해 부산 민심을 달래겠다는 '정치적 계산'이 깔린 것이다.

정부는 수출입은행, 무역보험공사, 산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의 선박 관련 조직과 인력 100여 명을 통합해 해양금융종합센터으로 이전하는 한편 민간자금이 50% 이상 들어가는 해운보증기금 설립 방안도 내년까지 검토하기로 했다.

정작 박근혜 공약이었던 선박금융공사 설립에 대해 고 사무처장은 "통상 마찰 가능성이 제기돼 시간을 갖고 심사숙고하며 검토하겠다"고 유보적 입장을 밝혔다.


태그:#산은 민영화, #산업은행, #정책금융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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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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