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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을지로(을을지키는길)위원회' 위원장인 우원식 최고위원과 민홍철, 은수미 국회의원은 지난 7월 10일 오후 민주당 경남도당에서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 경남지부 간부들과 함께 "대리운전 기사 고충 해결 방안 모색"을 위한 간담회를 열었다.
 민주당 '을지로(을을지키는길)위원회' 위원장인 우원식 최고위원과 민홍철, 은수미 국회의원은 지난 7월 10일 오후 민주당 경남도당에서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 경남지부 간부들과 함께 "대리운전 기사 고충 해결 방안 모색"을 위한 간담회를 열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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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수정 : 23일 오후 7시 47분]

"명절이라도 마냥 즐거울 수만 없는 분들 많으시죠? 비정규직 쥐꼬리 월급에 부모님께 변변한 봉투 하나 내밀기도 어려운 분들, 빨간 날에도 24시간 매장을 열어야 하는 점주분들... 이 땅의 수많은 '을'들의 얼굴이 떠오릅니다. 당신의 추석은 안녕하신가요?"

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소속 은수미 의원의 추석인사는 '을' 이야기로 채워졌다. 민주당 을지로위원회는 최근 사회적으로 확산된 '갑을문제'를 개선하고자 출범했다. 물량 밀어내기로 갑을 논란을 촉발한 남양유업부터 편의점주, 택배기사, 대리운전기사, 마필관리사들까지 온갖 '을'들의 사연이 을지로위원회로 모인다.

은 의원은 추석을 맞아 배포한 소식지를 통해 "언론에 채 소개되지 못했지만 가슴 짠하고 눈물 나는 이야기"라며 '을'의 이야기 10개를 뽑았다. <오마이뉴스>는 의원이 보내 온 '을'들의 사연을 소개하고 이들의 현재 상황을 전한다.

[하나] 택배기사들은 불친절할 수밖에 없다?

"어느 날 택배기사님들이 불쑥 의원실에 찾아오셨습니다. 대송수수료가 820원까지 떨어지고 페널티로 인한 벌금만 월 20만 원이나 된다고 합니다. 거기에 유류비, 통신비 등등 각종 비용을 치르고 나면 밥도 못 먹고 배송을 다녀도 실제 수입이 너무 적다고, 눈물로 호소하셨습니다. 택배기사로 14년 일한 한 기사님은 대장암 수술 직후 링거를 꽂은 채 차를 끌고 배송을 했다고 합니다. 이렇게 힘드니 웃으면서 배송할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대한통운이 CJ로 인수돼 'CJ대한통운'으로 통합 출범하는 과정에서 택배기사들에게 지급되는 배송수수료가 떨어져 기사들의 반발이 있었다. 노조 측은 이러한 문제해결을 요구하며 지난 5월 파업에 돌입했다. (관련기사 : "죽도록 일하고 남은 건 관절염, 벌금, 불평등 계약서뿐") 20일 동안 계속된 파업은 민주당 을지로위원회가 중제에 나서고 사측이 수수료 체계를 유지하기로 하면서 마무리됐다. 비록 CJ대한통운의 상황은 정리가 됐지만 택배기사들은 여전히 낮은 수수료와 업무과다, 부당한 페널티 부여 등의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지난 5월 14일 당시 파업을 벌이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동조합 화물연대본부 경남지부 소속 택배기사들이 '차별철폐 대행진'에 참석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지난 5월 14일 당시 파업을 벌이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동조합 화물연대본부 경남지부 소속 택배기사들이 '차별철폐 대행진'에 참석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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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갑'질

"커튼과 침구류 등을 생산하는 미페라는 회사가 있습니다. 튼튼하고 성실한 중소기업이었지만 도산했습니다. 미페는 롯데마트와 장기거래를 기대하고 높은 수수료와 집기 비용까지 모두 부담하며 입점했습니다. 그러나 매출이 늘자 마트 측에서 갑자기 매장 철수를 통보했습니다. 각종 비용부담을 전가하며 명절 때면 자사의 선물세트 구입을 강요하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2002년 26%였던 수수료가 2011년 기준 35.5%까지 오른 것이 가장 부담이 됐습니다."

미페의 사례는 아직까지 현재형이다. 침구류 등을 생산하는 미페는 롯데마트에 특정매입거래 및 직매입 형태로 2011년 6월까지 상품을 납품했다. 이후 30억 원이던 매출이 2007년에 45억 원으로 신장하자 롯데마트는 커튼, 롤스크린 등의 부자재인 커튼봉 등의 직매입과 매출이 좋은 매장의 철수를 강요해 논란을 일으켰다. 미페 측이 이러한 문제로 공정거래위원회에 롯대마트를 고발했지만 당시에는 무혐의 결론이 났다. 미페는 다시 지난 3월 재신고를 했고 공정위가 재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셋] 삼성전자서비스 손들어 준 정부... 소송은 계속 된다

"삼성 마크가 붙어있는 수리기사를 보신 적이 있나요? 그 기사들은 삼성의 직원이 아닙니다. 삼성전자서비스의 수리기사들은 삼서에 고용된 노동자들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삼성은 제 사람처럼 부리며 노동의 대가를 바르게 인정해주지 않습니다. 위장도급이고 불법파견입니다. 지난 7월 14일 삼성전자서비스 노조가 수많은 어려움 끝에 창립됐습니다. '노조'가 뭔지도 몰랐던 이들이 자신의 권리를 찾고자 폭우를 뚫고 전국에서 모인 감격적인 현장이었습니다."

삼성전자의 자회사 삼성전자서비스는 최근 위장도급, 불법파견 논란을 일으켰다. 각 센터에서 도급계약을 맺은 협력업체의 직원들을 실제적으로 삼성전자서비스 원청이 사용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고용노동부가 지난 15일 무혐의 판단을 내리자, 노동계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관련기사 : 삼성 손 들어준 고용부... 노동계 "재벌에 굴복한 것") 고용노동부는 지난 6월부터 2개월 동안 삼성전자서비스에 대해 수시근로감독을 실시했다. 현재 협력업체 직원들이 제기한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이 진행중이다.

지난 7월 14일 민주노총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출범식 모습.
 지난 7월 14일 민주노총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출범식 모습.
ⓒ 이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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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 당신이 보는 케이블방송... '을'이 설치했습니다

"국회에서 케이블방송업체 티브로드 관련 실태보고 자리에서 한 노동자가 말했습니다. '대출을 받으러 갔는데 왜 이렇게 자주 이직을 했냐고 묻는다. 나는 10년 넘도록 같은 일을 해왔다. 법인과 사장만 바뀔 뿐이다. 우리가 일회용이냐'고 울분을 차서 말하더군요.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으려면 대출을 받아야하는데, 번번이 같은 얘기에 좌절했다고 합니다."

업계 1~2위를 다투는 티브로드는 삼성전자서비스와 마찬가지로 위장도급 의혹이 제기 된 사업장이다. (관련기사 : 티브로드 본사가 "티브로드가 협력업체 사장 결정하고 배치해") 현재 위장도급 해결을 요구하며 일부 사업장의 노동자들이 파업을 진행중이다. 지난 7월 고용노동부는 티브로드와 협력업체에 근로감독을 한 결과 3억6507만7000원의 체불임금 26개 협력업체 중 18개소에서 위법 사례를 적발했다. 당시 위장도급과 관련한 적발사항은 나오지 않았다.

[다섯] 갑을의 합의... '을'은 조금 나아질 수 있을까?

"매일유업 화물운송노동자는 운송을 위한 차량을 본인이 구입합니다. 그런데 차의 소유권은 회사가 가집니다. 차량을 내 마음대로 팔수도 없습니다. 매일유업은 삼보후레쉬라는 운송사와 계약을 맺고 삼보후레쉬는 100여 명의 화물차량기사와 위탁계약관계에 있습니다. 을지로위원회가 확인한 결과 매일유업이 대부분의 계약항목을 결정하고 있었습니다. 기본 운송료 규정부터, 근무지 이전 강요, 부당한 정리해고, 재산권 침해, 손해배상청구 등 갑의 횡포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매일유업의 화물운송노동자들의 문제는 지난 10일 매일유업과 삼보후레쉬, 화물연대 매일유업분회 사이의 극적인 합의가 이뤄지면서 일단락됐다. 현대판 노예문서 논란이 일었던 '위수탁관리계약'을 전면 개선하기로 합의하고 이후 논의가 진행중이다.

[여섯] 오늘 밤 당신 차 운전석의 그 사람도 '을'입니다

"내 차를 타고 안전하게 집까지 갈 수 있는 대리운전, 보통 2~3만 원 하는 요금은 기사들게 다 돌아갈까요? 업체에게 온갖 수수료를 다 떼이고 나면 실제로 쥐어지는 돈은 50% 정도입니다. 을지로위원회는 대리기사들의 집결지인 강남 교보타워 사거리에서 간담회를 열었습니다. 간담회에서 3가지를 약속했습니다. 전면적인 실태조사와 불공정 약관 개선 방안 수립, 입법을 통한 구체적 문제해결 등입니다."

대리운전기사는 대표적인 '특수고용노동자'로, 실제로는 업체에게 수수료를 제외한 비용을 받는 체계지만 근로자가 아닌 사업자로 등록돼 산재보험 등의 사회보장을 받지 못하고 있다. (관련기사 : "걷고 또 걷고...대리기사들은 '내가 쏠게' 안 해요")

[일곱] 휴대폰 요금 미납하면 대리점이 책임진다?

"KT의 대리점 관리는 정말 상상을 초월합니다. 대리점과 본사 사이에 마찰이 생기면 개통, 요금부과, 수납처리 등 모든 업무가 이뤄지는 전산시스템에 접속을 차단해 대리점을 '먹통'으로 만듭니다. 부당한 것을 요구하는 영업직원들이 있어도 본사는 언제나 모르쇠로 일관합니다. 무엇보다 대리점주를 괴롭히는 것은 '미납요금 떠넘기기'입니다. 가입자들의 미납요금에 대한 부담은 당연히 본사의 몫이고, 대리점은 판매대행일 뿐이지만 수많은 대리점주들이 이 미납요금처리 때문에 억대의 빚을 안고 거리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을지로위원회 조사결과 KT는 이동통신사업자와 대리점 사이에 분쟁이 발생하거나, 대리점주가 사업자의 요청을 거부하는 경우 '전산접속권'을 일방적으로 차단해 정산업무를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또 가입고객의 미납요금이 발생한 경우 그 미납요금을 전부 대리점주들에게 떠넘겨 왔다는 점이 확인됐다. 이 외에도 KT는 대리점주들을 '연합점'이라는 이름으로 대형 사업자를 만들어 연대보증하게 함으로서 불이익을 줬으며, 소위 '시연폰' 강제밀어내기 관행으로 대리점주에게 불이익을 떠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기사 : "민원인까지 막고... KT가 무슨 깡패 기업입니까")

10일 오후 국회에서 유선방송사업자 티브로드의 위장도급과 관련한 토론회가 열렸다.
 10일 오후 국회에서 유선방송사업자 티브로드의 위장도급과 관련한 토론회가 열렸다.
ⓒ 은수미 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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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대기업만 '갑질'하는 게 아니다... 옷 수선업체도 횡포

"A기업은 대형마트 전국 곳곳에 지점이 있는 프라차이즈 의류수선업체입니다. 여기 사업주가 각 매장 점주들에게 얼마나 '갑'질을 했는지 들어보면 기가 막힙니다. 계약이 종료돼도 7~8천만 원이나 하는 보증금을 이 핑계, 저 핑계로 안 내주고, 결국 꼬투리를 잡아 반도 돌려주지 않은 사례도 있습니다. 일은 점주들이 해도 돈은 본사로 갑니다. 각종 공제금을 떼고 나머지를 준대요. 4대 보험료는 꼬박꼬박 떼가면서 법인세나 부가세 같은 사업자 몫의 세금을 다 떠넘깁니다."

A기업 사례의 최대 쟁점은 대리운영 계약서 영세업자에게 과도한 부담을 지게 하는 항목들이다. 영업위탁을 하게 될 경우 노하우 사용 및 전수비(최초 계약시 1500만 원), 신기술을 포한한 교육 및 훈련비(최초 계약시 500만 원), 자산 감가상각비(시설물 총 가액에 대해 1년에 20%이며 최초 계약 시 4000만 원) 등을 납부해야 한다.

그 외에 본사 관리비 명목으로 매월 40만 원을 지급하도록 했으며, 영업장 임대료, 관리, 각종 제세공과금, 전기, 수도, 냉난방, 청소, 전화 등의 요금을 사업주가 지정하는 계좌에 매월 납입해야 한다. 이러한 비용을 제때 납입하지 않을 경우 연 24%의 지연이자를 붙이고 강제로 출금할 수 있는 조항까지 마련해 놓았다.

[아홉] 경마장, 말은 달리지만 '을'은 쓰러진다

"송아무개님은 말을 돌보고 길들이는 30년 차 '마필관리사'입니다. 낙마로 전신마비가 온 적도 있었고, 말에게 허리를 차여 장이 파열된 적도 있습니다. 산재율이 전국 평균에 무려 25배입니다. 말을 충분히 길들일 만한 환경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마주들의 채근에 급히 진행하다 보면 사고가 나기 일쑤입니다. 새벽에 구급차가 경마장에 들어오면 누가 또 다쳤구나 그러고 만답니다.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정도라네요."

마필관리사들은 경마산업의 열악한 노동조건과 빈번한 산재사고로 고통 받고 있다. 경주마들을 관리하고 길들이는 마필관리사들은 최근 5년간 마필관리사 직종의 산재율은 13.89%로 전국 평균(0.52%)을 20배나 웃돈다. 현재 제도 개선을 위한 마사회와 마필관리사 사이의 협의가 진행중이다.

[열] 자영업자들의 공포... "나가세요"

"서울 마포 서교동에 분위기 좋은 라이브 카페가 있습니다. 주인은 권리금에 시설비용 3억 원 정도를 투자해 카페를 운영하기 시작했습니다. 갑자기 어느날 건물소유주가 K라는 회사로 바뀌더니 신축건물을 지을 예정이라며 나가라고 합니다. K회사는 창업을 도와주는 컨설팅 회사입니다. 창업 도우미를 자청하는 곳에서 어렵게 창업한 임차인을 내쫓는 형국입니다. 이런 분들이 한두 분이 아닙니다."

상가건물입대차보호법과 관련한 문제제기는 여러 논란이 있다. 갑을 문제를 일으키는 주요 원인으로 지적받지만 건물을 매입한 새로운 소유주의 권한도 보장받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 7월 상가 임차인이면 누구나 임대기간 5년을 보장받도록 하는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임차상인의 권리는 일정 수준으로 제약하는 등 제도의 빈틈이 여전해 임차인 보호의 실효성은 떨어질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태그:#을지로위원회, #은수미, #갑을, #삼성전자서비스, #티브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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