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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동항 친수시설 안전망을 따라 20분간 돌며 주은 32개의  낚시 바늘과 납으로 된 추들. 시커먼 것은 지렁이가 말라 붙은 것이다. 어린이들이 밟으면 어떻게 될까?
 국동항 친수시설 안전망을 따라 20분간 돌며 주은 32개의 낚시 바늘과 납으로 된 추들. 시커먼 것은 지렁이가 말라 붙은 것이다. 어린이들이 밟으면 어떻게 될까?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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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시 국동항에는 12000평방미터에 달하는 수변친수시설(여수시 봉산동 100-3)이 있다. 수변친수시설은 배가 정박하던 바다에 파일을 박고 시멘트로 공간을 연결해 시민들이 즐길 수 있도록 만든 공간이다.

159억 원을 들여 올 3월 완공된 시설에는 시민들이 시원한 바닷바람을 쐬며 휴식할 수 있는 의자와 공연장, 종려나무, 낚시터, 음수대가 있다. 중앙동과 수정동 주민들이 아름다운 해양공원에서 여수밤바다를 즐기는 모습을 부러워하던 국동과 봉산동, 신월동 일대 주민들에게도 더위를 식히며 밤바다를 즐길 공간이 생겼다.

추석연휴로 한가한 시간을 보내던 지난 21일 오전 7시, 자전거를 타고 국동항 주변을 돌다 수변친수시설에 들렀다. 그런데 웬일인가. 깨끗이 단장된 시설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여유를 가지려던 생각을 무참히 깨뜨리는 볼썽사나운 것들이 눈에 띈다.
 
국동항 친수시설에서 낚시하는 사람들.
 국동항 친수시설에서 낚시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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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병과 소주병, 김치 나부랭이와 휴지 조각, 음식을 싸왔던 비닐들에는 파리가 날고 개 한 마리가 쓰레기를 뒤진다. 바닷가에는 어제 저녁 텐트를 치고 잠을 자던 사람들과 낚시꾼들의 텐트가 군데군데 보인다. 청소를 하던 여수시청 직원에게 물으니 매일 오전 10자루 정도의 쓰레기가 나온다고 한다.

그것뿐일까? 얘기를 하다 발에 걸리는 게 있어 발밑을 보았다. 투명한 낚싯줄이다. 낚싯줄 끝에는 예리한 낚시 바늘이 달려있다. 아니! 애들이라도 밟으면…. 안 되겠다 싶어 자전거를 세워둔 채 추락방지용 안전망을 따라 바닷가를 돌며 낚시꾼들이 잘라서 버린 낚시 바늘을 줍기 시작했다. 20분간 주운 낚시 바늘이 무려 32개다. 몇 개의 낚시 바늘 끝에는 말라비틀어진 지렁이가 붙어있기까지 했다.

한쪽에는 부모를 따라 나온 어린이들이 뛰어다닌다. 어린이들이 뛰어 다니다 밟으면 다친다는 건 불문가지다. 고기 잡는 낚시꾼 한 사람에게 "왜 이렇게 낚시 바늘을 잘라 버리죠?" 하고 묻자 "납이 떨어지거나 헝클어지면 귀찮으니 잘라서 버리고 새것을 달아요"라고 말한다.

국동항 친수시설에서 취사를 하며 음식을 먹는 사람들. 지난 22일 밤 취사를 하며 음식을 먹는 사람들이 36팀이었지만 한 여름에는 아예 빈 자리가 없었다고 한다. 앞쪽에는 어린이들이 놀고 있다.
 국동항 친수시설에서 취사를 하며 음식을 먹는 사람들. 지난 22일 밤 취사를 하며 음식을 먹는 사람들이 36팀이었지만 한 여름에는 아예 빈 자리가 없었다고 한다. 앞쪽에는 어린이들이 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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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밤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놀러오고 무엇을 하는가 궁금해 22일 오후 자전거를 타고 다시 현장에 도착하니 36팀의 사람들이 삼겹살을 굽거나 음식을 해먹는다. 휴식을 위해 나왔던 사람들은 아예 저만치 밀려나있다. 많은 돈을 들여 만든 휴식 공간이 음식을 해먹는 공간이 돼 버린 것이다.

비교를 위해 여수밤바다로 유명한 해양공원으로 갔다. 많은 사람들이 시원한 밤바다를 즐기기 위해 나왔지만 삼겹살을 구우며 음식을 해먹는 팀은 한 팀 뿐이다. 해양공원에 나온 시민들은 산책을 하거나 음식을 먹는다. 국동항 친수시설 이용자들과 다른 점이라면 음식을 집에서 해가지고 와서 도시락을 꺼내 먹으며 담소를 즐긴다. 당연히 냄새를 피우지도 않고 음식 쓰레기도 적다.

국동항 친수시설을 관리하는 여수시청 섬자원개발과 이형기 어항시설팀장을 만나 관리문제에 관해 의견을 들었다. "섬자원개발과 4명의 직원이 여수관내 190개 어항을 관리하자니 손이 부족하다"는 어려움을 피력하는 이형기 팀장의 설명이다.  

"친수시설을 만들면서 바다쓰레기를 1800톤이나 건져 올렸어요. 바다가 깨끗해지니까 고기가 돌아오고 자연히 낚시꾼들도 많이 옵니다. 지속적으로 계도하고 관리해서 공원은 아니지만 공원과 같은 질서가 유지되도록 하겠습니다. 요리를 하는 아주머니가 야채까지 가지고와 이곳 수돗물에서 씻길래 그러면 되겠느냐고 하자 자꾸 잔소리를 한다며 면박을 주더라고요. 아무리 계도를 해도 시민의 공중의식이 문제입니다."

토요일(21일) 오전 7시 산책나왔다가 마주친 쓰레기들. 하루에 10자루의 쓰레기가 나온다고 한다
 토요일(21일) 오전 7시 산책나왔다가 마주친 쓰레기들. 하루에 10자루의 쓰레기가 나온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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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방지용 안전망에는 "쓰레기를 버리지 마시고 되가져가 주시기 바랍니다. 음주, 고성방가, 취사행위를 할 수 없습니다. 위 사항을 위반할 시 1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가될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라는 여수시장 명의의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추락방지용 안전망에는 "쓰레기를 버리지 마시고 되가져가 주시기 바랍니다. 음주, 고성방가, 취사행위를 할 수 없습니다. 위 사항을 위반할 시 1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가될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라는 여수시장 명의의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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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 추락하는 사람들을 방지하기 위해 세워둔 안전망에는 "음주와 고성방가를 금하며 취사행위를 할 경우에는 1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릴 수 있다"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청소를 담당하는 직원도 "이곳에서 음식을 해먹으면 안 된다"고 계도하자 젊은이들이 "당신이 뭔데 간섭이냐"며 대들어 "난감했다"고 한다. 휴게공간에서 음식물을 해먹고 쓰레기를 버리는 행위는 공중도덕을 모르는 몰지각한 행위다.

내 것이라면 그렇게 했을까? 위험에 대해 분별할 줄 모르는 내 아이들이 이곳에서 뛰어놀아도 낚시 바늘을 버릴 것인가? 거금을 들여 만든 시민의 휴식 공간에 음식쓰레기를 버리고, 바다오염과 아이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낚시 바늘 투기 행위는 근절되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여수넷통에도 송고합니다



태그:#국동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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