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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보는 오마이뉴스] 진영 의원이 2016년 3월 17일 20년 몸담은 새누리당을 탈당했습니다. 자신을 공천배제한 데 대해선 "쓰라린 보복을 안겨줬다"고 했습니다. 보복의 주체는 박근혜 대통령과 친박 핵심 인사들입니다. 진 의원은 지난 2004년 박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표였던 시절 비서실장을 맡았고, 2012년 대선 땐 박 대통령의 복지공약의 틀을 만든 핵심 브레인이었습니다. 그래서 박 대통령 취임과 함께 복지부장관으로 기용됐죠. 하지만 대선 공약을 지키려는 그의 노력은 결국 장관직 사퇴로 마무리되고 급기야는 박 대통령의 비판을 받기까지 합니다. 진 의원이 말한 '쓰라린 보복'의 시작은 어디서부터인지, 잘못은 누구에게 있는지 되짚어보기 위해 2013년 9월 29일자 기사를 다시 겁니다. 이 편집자말은 2016년 3월 17일에 썼습니다. [편집자말]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3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3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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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번째 '밀당(밀고당기기)'에서 결국 진영 복지부 장관이 확 밀어냈다.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7개월 만에 최측근 장관으로부터 '이별'을 통보받게 됐다.

29일 진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이제 그만 쉬고 싶으니 (청와대가) 사의를 허락해 달라"며 업무복귀에 아무런 미련이 없음을 거듭 천명했다. 이에 따라 박근혜정부 첫 번째 개각설이 나돌면서 총체적 국정 난맥상이 우려되고 있다.

진영 장관은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 정책브레인이자 '국민행복공약'의 기틀을 놓은 주무부처 장관이다. 박 대통령의 비서실장 출신으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낸 뒤 내각에 참여한 최측근 인사로도 꼽힌다.

그런 그가 기초연금 공약 뒤집기에 불만을 품고 항명함으로써 박 대통령의 리더십에 큰 상처가 생겼다. 특히 그는 사표를 반려한 박 대통령과 정홍원 총리의 만류를 뿌리치고 한때 잠적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윤상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가 진영 장관의 처신을 비판하면서 여권 내 자중지란 양상까지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 박근혜정부의 복지공약이 줄줄이 후퇴하는 상황에서 이 정책들의 기틀을 놓았던 핵심인사가 '포기선언'을 하고 나서면서 앞으로 임기 내 더 많은 복지공약의 후퇴가 예고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크다.

대통령의 사표 반려에도 "그만 사의 허락해 달라"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3월 11일 청와대에서 진영 신임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주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3월 11일 청와대에서 진영 신임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주고 있다.
ⓒ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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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사퇴 표명 이후 외부와 연락을 끊은 진영 장관은 29일 오전 서울 신사동 캐롤라인빌딩에서 열린 장관실 직원 결혼식에 참석한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청와대가) 이제 그만 사의를 허락해 달라"고 말했다. 전날, 박근혜 대통령이 사표를 반려하고 정홍원 총리가 공개적으로 업무 복귀 지시를 내린 지 하루 만에 사퇴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그는 사퇴 배경에 기초연금 공약 뒤집기 과정에 대한 불만이 있음을 숨기지 않았다. 진 장관은 "이번에 사퇴를 결심하게 된 이유 중 하나는 기초연금"이라면서 "기초연금은 박근혜 정부 공약 중에서 가장 중요한 공약의 하나다, 기초연금 지급에 관해 국민연금과 연계하는 방안은 계속 반대 의견을 표해왔고, 지금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진 장관은 이어 "그동안 반대해왔던 기초연금에 대해 장관으로서 어떻게 국민을 설득하고, 또 국회와 야당을 설득할 수 있겠느냐? 양심의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청와대와의 갈등설에 대해서는 "저는 기초연금안에 여러 가지 의견을 냈다"면서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지급을 연계하는 부분에 대해서 아직은 쉽지 않다, 이런 생각을 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지난 2년 동안 박근혜 정부 탄생과 성공을 위해 열과 성의를 다했는데, 이제는 물러날 수 있게 허락했으면 한다, 좀 쉬고 싶다"며 "저는 박 대통령과는 생각이 다른 점은 한두 번 있었지만 박근혜정부의 성공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한다는 정치적 책임감은 한순간도 변함이 없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정치권 일각에서 서울시장 출마설을 흘렸으나 그는 본인의 입으로 "서울시장 출마는 생각한 바 없다"고 못 박았다. 출마를 위한 정치적 포석이 아니었음을 항변하는 대목이다.

이날 새누리당은 진 장관을 비판하고 나섰다.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는 29일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을 연계한다는 것은 지난해 대선 (새누리당의) 공약이었다, 당 정책위의장을 맡았던 진 장관이 했다"면서 "진 장관은 대선 당시 여당의 정책위의장을 담당하셨고 이어 대통령직 인수위에서는 부위원장을 역임한 데 이어 기초연금 정책을 담당하는 주무부처의 장관을 맡았다, 자신의 소신과 다르다고 밝힌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진영 장관의 사퇴 소동은 지난 22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측근의 입을 통해 진 장관 사퇴설이 터져 나왔다. 당시 진 장관은 사우디아라비아 출장 중이었다. 진 장관 복귀 후 정홍원 총리는 25일 그와 면담 후 "사퇴는 없던 일로 하겠다"고 수습에 나섰다. 박근혜 대통령은 26일 국무회의에서 진 장관을 겨냥해 국무위원의 사명과 책임을 강조하면서, 사퇴소동은 일단락되는 듯했다.

하지만 진 장관은 27일 짧은 이메일을 통해 장관직에서 사임하겠다고 밝히고 외부와 연락을 끊었다. 28일 박근혜 대통령이 사표를 반려하고 정홍원 총리가 공개적으로 업무 복귀 지시를 내렸지만, 진 장관은 입장을 바꾸지 않았다. 정홍원 총리가 사표를 반려했지만, 그는 29일 사퇴 의사를 재차 밝혔다.

배재정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희대의 공직사회 막장드라마, 당장 시청률은 높을지 모르나 국민들의 정신건강을 심각하게 해친다"면서 "이러고도 '국민행복시대'를 말하는가, 책임질 것 책임지고 조기 종영하기 바란다"고 비판했다.


태그:#진영 보건복지부 장관, #박근혜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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