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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서울 대학로 경실련 강당에서 '사기성 무점포창업 피해자 증언대회'가 열리고 있다.
 2일 서울 대학로 경실련 강당에서 '사기성 무점포창업 피해자 증언대회'가 열리고 있다.
ⓒ 김동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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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은 수법으로 수많은 제품들이 TV를 통해서 창업광고를 합니다. TV를 통해서 본 시청자들은 믿고 창업을 하지요. 어려운 형편 속에서 한번 살아보겠다는 사람들을 우롱하고 사기치는 이 회사들을 법정에 세울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박기옥(가명)씨는 지난 4월 TV의 창업광고 프로그램을 보고 한 피자 가맹점과 상담을 한 끝에 가맹계약을 맺었다. 계약 전에는 최상의 상권 위치에 위탁점포 개설을 해주고 지속적인 홍보도 맡아준다고 약속했지만 거짓말이었다.

점포 개업 이후 무성의한 관리로 일관하던 가맹점은 급기야는 냉동배송해야 하는 식재료를 일반 택배로 보내기도 했다. 대출로 이 사업을 시작했던 박씨는 거래처의 신용을 차례로 잃으며 이자 납입도 못할 처지가 됐다.

경제정의실천연합회(경실련)은 2일 박씨와 같은 무점포창업 피해자들을 모아 '사기성 무점포창업 피해자 증언대회'를 열었다. 박경준 경실련 시민권익센터 운영위원장은 "고수익을 보장한다고 하는 케이블 방송의 창업아이템이 사실은 아이템 판매 자체가 불가능하거나 공급 차질, 영업지원 부재에 해당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피해예방을 위한 제도 개선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냉동피자 일반 택배로 공급... 사업 시작한 내가 바보"

무점포 창업이란 화장품이나 연수기, 치킨, 도넛, 피자 등의 제품을 샵인샵(Shop in shop)의 형태로 슈퍼나 미용실, 음식점에 입점시킨 후 위탁 판매하는 사업이다. 300만 원에서 1000만 원 정도면 사업을 시작할 수 있어 주부나 학생 등 소자본 창업가들에게 관심을 얻고 있다.

이날 증언대회에 나온 피해자들이 털어놓은 무점포 창업 피해 유형은 대체로 비슷했다. 일단 가맹계약을 맺기 전까지는 전폭적인 지지를 해줄것처럼 하다가 계약을 하는 순간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장 흔한 유형은 배송지연이었다. 위탁판매를 하다보니 본사에서 물건을 제때 보내줘야 거래처에 공급을 할 수 있는데 가맹계약을 맺은 후 1~2주가 지나면 본사측이 의도적으로 배송을 지연시킨다는 것이다. 무점포 창업으로 피자판매를 시작한 이순열(가명)씨는 "거의 한 달의 절반 이상은 배송지연에 대한 항의전화로 시달린다"면서 "신용을 잃어서 지역 상권모임에서도 내 이미지가 상당히 좋지 않은 편"이라고 털어놨다.

새로운 가맹계약을 맺기 위해 기존 가맹점주의 영업권을 침해하는 경우도 거론됐다. 김진철(가명)씨는 "무점포 창업 회사들이 계약할 때는 특정 지역에 대한 독점권을 준다는 식으로 얘기했는데 알고보니 다른 사람들에게 유사품을 소개하면서 제 구역에서 영업하도록 가맹계약을 맺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같은 피자형 제품인데 제품명이 다르다는 점을 이용해 '독점권을 준다'고 마케팅을 했다는 것이다.

김씨는 "제가 아는  유사 제품만 해도 9종류"라면서 "가맹본부는 사무실을 옮겨가면서 유사품 1개 당 980만 원씩 가맹비를 받고 독점권을 준다"고 설명했다. 이어 "영업이나 관리는 전혀 하지도 않고 전 지역에서 동일한 수법으로 계속 가맹비만 챙기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특성상 가맹본부에서 의도적으로 가맹점주들과의 계약 파기를 위해 영업방해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가맹본부가 사업 운영이 아니라 가맹비로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일단 계약을 한 점주들은 빠른 시일내에 장사를 포기하고 나가도록 한다는 것이다.

김정윤(가명)씨는 "제가 판매하던 콘피자의 원가가 700원이 넘는다고 들었다"면서 "저희들에게 콘피자를 원가도 안 되는 500원에 준다는 것은 물건을 팔아서 돈을 벌겠다는 의도가 아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3개월만에 끝난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면서 "7월 초에 사업을 시작했는데 조금 더 잘 알아보지 않고 시작한 제가 바보 같다"고 고백했다.

"지금은 민사소송 이외에 뾰족한 방법 없어"

최근 무점포 창업 피해자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추세지만 민사소송 이외에 뾰족한 방법은 없는 실정이다. 조순열 경실련 시민권익센터 운영위원은 "1000만 원 미만의 소액 피해이고 실제 물건판매도 이뤄지고 하자가 없다는 주장 때문에 형사 고발시 무혐의될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가맹사업이 아니라 유사 가맹사업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사전 정보공개나 불공정거래행위에 따른 피해구제, 분쟁조정신청 등 가맹사업법에 따른 피해 구제도 받기가 어렵다. 조 위원은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 따르면 계약이 유지되는 경우에는 약관 조정이 가능하지만 피해가 발생한 이후에는 약관조정으로 피해구제를 받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경실련에서는 향후 취합된 피해사례에 따라서 특정 업체에 대한 고발조치와 향후 피해방지를 위한 대책을 수립할 계획이다. 윤철한 경실련 부장은 "불공정 계약서와 피해당사자의 구제를 위한 집단 고발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윤 부장은 "공정위가 무점포 창업에 대한 방지대책을 수립하고 있지 않고 있는 게 문제"라면서 "경실련에서는 공정위가 무점포 창업 보호를 위한 대책을 수립하도록 요구하고 국회가 이 문제와 관련한 입법을 진행할 수 있도록 활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태그:#경실련, #사기성, #무점포창업, #공정위, #창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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