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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비가 한차례 내리면서 기온이 뚝 떨어져 높은 산에서는 아침기온이 0℃ 안팎까지 내려가는 가을의 중간이다. 지난달 27일 올가을 첫서리(강원도 철원군 김화읍)와 함께 첫 단풍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대청봉을 시작으로 물들기 시작한 단풍전선은 하산과 함께 남하를 서두르고 있다.

우리가 활동하기에 적당한 기상 조건인 이 무렵. 하지만 가을철이면 천식과 비염 등 알레르기 증상으로 병원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주요 원인중의 하나가 바로 꽃가루 때문이다.

아파트 주변에 핀 풀꽃들 <경기 광명시 철산동/ 2013.10.1 촬영> ⓒ김철수
 아파트 주변에 핀 풀꽃들 <경기 광명시 철산동/ 2013.10.1 촬영> ⓒ김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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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이 개화기(開花期)를 맞아 꽃가루를 날리는 것은 종족보존의 한 수단이다. 특히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식물은 대부분이 바람에 꽃가루를 날려 수정(受精)하는 풍매화(風媒花)로 먼 거리까지 이동할 수 있다. 풍매화 식물의 수정확률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다량의 꽃가루가 넓은 지역까지 영향을 주고 있다.

대기 중의 꽃가루가 유발하는 알레르기 질환으로는 증상이 나타나는 인체의 부위에 따라 기관지 천식, 비염, 피부알레르기, 결막염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이러한 꽃가루는 봄철보다 오히려 가을에 개화하는 식물에서 더 많이 날린다. 봄철에 등장하는 꽃가루는 주로 오리나무, 자작나무, 느릅나무, 참나무, 소나무에서 나온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꽃가루라고 알고 있는 대기 중 부유하거나 거리를 덮던 봄날의 하얀 솜털은 꽃가루가 아니다. 이 같은 솜털은 버드나무나 포플러, 은사시나무의 '씨털' 즉, 씨앗을 날려 보내기 위한 나무들의 수단인 것이다. 솜털은 일시적으로 호흡기계통을 자극하긴 하지만 알레르기성 질병의 원인이 되지는 않는다. 다만 제주도와 남해안 일부에 조림 수종으로 식재되어 있는 삼나무는 알레르기 항원성이 강한 식물이다.

꽃가루 알레르기 질환은 봄보다 가을철에 더 극심한 증상을 보인다. 한 조사에 따르면 연중 꽃가루 알레르기 질환자의 30%가 가을철(9~11월)에 집중적으로 발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가을에 꽃을 피우는 돼지풀이나 단풍잎돼지풀, 쑥, 환삼덩굴과 같은 풀들의 꽃가루가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좌)환삼덩굴과 (우)쑥꽃  <서울 구로구 안양천 주변/ 2013.10.1 촬영> ⓒ김철수
 (좌)환삼덩굴과 (우)쑥꽃 <서울 구로구 안양천 주변/ 2013.10.1 촬영> ⓒ김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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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식물은 우리 주변에서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도심은 물론 도시근교의 산자락, 빈터, 도로변, 하천 주변에서도 집단으로 자생한다. 쑥은 다년생 풀로 주변 가까이에 지천으로 깔려 있다. 도심의 공원이나 아파트 잔디밭 사이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어린 쑥은 먹을거리나 약재로도 이용되는 등 오랜 옛날부터 우리와 친근한 식물이지만 이 무렵에 피어나는 화분(花粉)이 문제이다.

돼지풀과 단풍잎돼지풀은 북아메리카 원산으로 유럽과 아시아에 널리 퍼져있다. 우리나라에는 1950년대에 유입되어 지금은 제주도를 포함한 전국에 분포돼 있는데 특히 도로와 산길을 따라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 때문에 환경부에서는 돼지풀등 외래종을 생태계교란 야생식물로 지정하여 관리하고 있다. 또 곳곳에서 자라고 있는 환삼덩굴도 요즘 뿌연 꽃가루를 날리고 있는데, 줄기에 잔가시가 있고 주변의 나무 등 다른 식물을 덩굴로 덮어 햇빛을 차단해 고사시키는 피해를 주기도 한다.

대부분이 풍매화인 이 같은 풀들은 꽃모양은 빈약하지만 화분(花粉)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가장 강력한 식물로 알려져 있다. 최근 지구 온난화와 함께 돼지풀과 단풍잎돼지풀 등이 전국에 걸쳐 빠르게 확산되면서 꽃가루 비산량(飛散量)도 크게 늘어났다. 또 대기 중 이산화탄소가 많은 도심에서는 꽃가루 내 항원(독소)의 농도가 훨씬 짙은 경향을 보인다는 연구조사도 나왔다.

‘단풍잎돼지풀’ 군락과 우측 하단의 ‘돼지풀꽃’ <서울 구로구 안양천 주변/ 2013.10.1 촬영> ⓒ김철수
 ‘단풍잎돼지풀’ 군락과 우측 하단의 ‘돼지풀꽃’ <서울 구로구 안양천 주변/ 2013.10.1 촬영> ⓒ김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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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생활주변에는 많은 식물이 서식하고 있다. 근래 들어 도심 곳곳의 작은 공터까지 대부분이 녹색공간으로 바뀌어 청량함을 더해주는 자연환경이 되었다. 하지만 알레르기 반응에 민감한 체질인 경우 주의가 필요하다. 개화기(開花期)에 숲이 많은 곳에서는 되도록 창문을 열지 말고 나들이 때는 노출이 적은 옷차림이 도움이 된다. 특히 건조하고 바람이 부는 날이나 맑은 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까지는 야외활동을 자제하는 것이 좋다.

기상청은 지난 2011년부터 강릉, 서울, 대전, 광주, 대구 등 5개 지역의 <꽃가루농도위험지수>를 발표하고 있는데 가을철에는 잡초류, 봄에는 참나무와 소나무에 대한 꽃가루 위험지수를 4단계로 발표하고 있다.

▣ 기상청 <꽃가루농도위험지수> 정보
http://www.kma.go.kr/weather/lifenindustry/life_03.jsp?JISU_INFO=health2_063

김철수 PD sirocco@kbs.co.kr

덧붙이는 글 | 김철수씨(sirocco@kbs.co.kr)는 KBS 기상전문PD 출신으로 현재 기상예보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온케이웨더에 날씨 관련 칼럼을 정기 기고하고 있습니다.



태그:#날씨,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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