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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 댓글의혹 사건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위 2차 청문회가 8월 19일 오후 국회에서 열렸다. 댓글사건 당사자인 국정원 직원 김하영씨가 예상 질문에 대한 답변이 적힌 자료를 보고 있다.
▲ '김직원'의 모범답안 국가정보원 댓글의혹 사건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위 2차 청문회가 8월 19일 오후 국회에서 열렸다. 댓글사건 당사자인 국정원 직원 김하영씨가 예상 질문에 대한 답변이 적힌 자료를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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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기일까지 포함해 총 10차례 진행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 재판(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이범균)에서는 여러 가지 쟁점을 다투고 있지만, 가장 치열한 사안이 찬성-반대 클릭 부분이다. 오늘의 유머처럼 평판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사이트에서 추천 또는 반대 클릭은 곧 '화면 편집권' 또는 '메인화면 게시글 노출 결정권'이다.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시피, 김하영씨를 비롯한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들은 오늘의 유머 사이트에서 수많은 아이디(ID)와 아이피(IP)를 동원해 정부 여당 및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는 글이나 야당 및 야권 후보를 반대하는 게시글에는 일률적으로 찬성을, 거꾸로 정부 여당 및 박 후보를 반대하는 글이나 야당 및 야권 후보를 지지하는 게시글에는 반대를 클릭했다.

극히 일부 거꾸로 된 경우도 있지만, '요원의 실수'였을 뿐이다. 오늘의 유머가 야권 성향이 강한 사이트임을 감안하면 반대 클릭이 핵심이다(<오마이뉴스>가 공개한 '국정원 범죄일람표' (1), (2)번 참고).

누가 봐도 명확한 이 사안에서 무슨 다툼의 여지가 있을까. 잠시 국정원 직원들의 법정 증언을 들어보자.

"보고받은 적 없다." - 9월 9일 이종명 전 3차장
"찬반 클릭은 (매일 심리전단 직원들에게 하달된) 이슈 및 논지와 상관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심리전단 3팀5파트 내의) 테스트 차원이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 9월 16일 최영탁 심리전단 3팀장
"테스트 차원에서 초반에 한번 해보자 했던 것이지, 공식적인 활동은 아니었다." - 9월 23일 김하영 3팀5파트원
"9월에는 테스트 차원이었다. 10월 경 완벽히 분석을 끝내서, 종북 세력이 어떻게 활동하는지 알았다. 10~11월 전후로 달라지는데, 그때 통계를 보면 반대 클릭은 거의 없을 것이다." - 9월 30일 이규열 3팀5파트장
"(이규열이 시킨 것이 아닌) 내 자율적으로 클릭했다." - 9월 30일 외부조력자 민간인 이정복
"11월에는 종북세력의 반응을 보기 위해 미끼 차원이었다." - 10월 7일 윤아무개 3팀5파트원

검찰의 약점

국정원 심리전단 3팀5파트 요원들은 2012년 9월 2~3째 주에 반대 행위가 집중했다(일명 반대 테러). 이에 운영자가 이같은 행위에 대해 강력하게 대응하겠다는 공지를 올리자 잦아들었다가, 대선이 임박한 11월 중순 이후부터 다시 노골적인 행위를 벌였다. 특이점은 이때는 반대 행위도 증가해지만 그보다 더 적극적으로 찬성 클릭이 늘었음을 알 수 있다.
▲ <오늘의 유머> 국정원 ID의 대선 당시 찬성-반대-글쓰기 행태 국정원 심리전단 3팀5파트 요원들은 2012년 9월 2~3째 주에 반대 행위가 집중했다(일명 반대 테러). 이에 운영자가 이같은 행위에 대해 강력하게 대응하겠다는 공지를 올리자 잦아들었다가, 대선이 임박한 11월 중순 이후부터 다시 노골적인 행위를 벌였다. 특이점은 이때는 반대 행위도 증가해지만 그보다 더 적극적으로 찬성 클릭이 늘었음을 알 수 있다.
ⓒ 오마이뉴스 봉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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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하면, 찬반 클릭은 상부의 지시가 아닌 심리전단 3팀5파트 자체적인 아이디어 테스트 활동이었고, 9월에 반대 클릭이 집중된 것은 테스트를 했기 때문이며, 10월에 분석을 끝내고, 11월부터는 종북 미끼 활동이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외부조력자 이정복씨는 개인의 소신으로 찬반을 클릭했다는 증언이다. 실제로 지난 5월 <오마이뉴스>가 분석한 국정원 ID의 오늘의 유머 활동 현황 분석 그래프를 보면, 9월과 10월, 그리고 11~12월이 양태가 다르게 나타난다(위 그래프 참고).

검찰은 수사를 통해 국정원 직원들의 찬반 클릭을 모두 5169건 찾아냈다. 이중 대선과 정치 관련 게시글에 대한 찬반 클릭 1711건(대선 관련 1281건+정치 관련 430건)을 불법행위로 보고 기소했다. 검찰은 이 1711건에 대해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반대 패턴이 동일하여 특정 후보의 낙선을 도모하는 목적의지를 수반하는 행위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그런데 검찰의 논리에는 몇 가지 약점이 있다. 우선 1711건이라는 숫자다. 법정에 증인으로 호출된 심리전단 3팀5파트 관계자는 모두 6명(민간인 조력자 이정복 포함)이다. 그들이 지난해 9~12월 약 4개월간 매일 한 번씩만 찬성 또는 반대를 클릭해도 모두 약 720건이다. 결국 6명이 대선에 영향을 미치려고 매일 불과 찬반 클릭 2~3건만을 했다는 소리가 된다.

또한 핵심 활동인 반대 클릭은 대선이 임박한 11~12월이 9월달의 절반 수준이다(위 그래프 참고). 물론 이는 9월의 일명 '반대 테러(특정 게시물이 베스트 게시판에 진입하는 것을 막기 위해 반대 클릭을 집중하는 행위)'에 대응해 오늘의 유머 운영자가 시사 게시판의 경우 하루 최대 반대 클릭 가능 횟수를 5회로 제한했기 때문이지만, 이유야 어쨌든 결과적으로 더 적은 것은 사실이다.

이런 빈틈을 국정원과 원 전 원장 측은 파고들었다. 지난달 30일 이규열 5파트장에게 변호인이 물었다.

- 검찰은 증인과 파트원들이 오늘의 유머 사이트에서 찬반 클릭한 것이 선거개입이라고 주장하는데.
"터무니없는 소리다. 종북 세력 척결이다."

- 증인을 포함해 파트원 5명인데, 인터넷에서 여론을 호도하기 위해 찬반 클릭을 사용하는 것이 가능한가.
"오늘의 유머는 하루에 수만 명이 들어오는 곳이다. 5명의 영향은 미미하다. 그러려면 최소한 한 100명은 있어야 한다."

만만치 않은 싸움이다.

반전

검찰과 원 전 원장측이 법정에서 한창 다투고 있던 와중인 지난달 26일 진선미 민주당 의원은 재판을 주관하는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1부에 참고해달라며 자료를 발송했다. 총 39페이지에 달하는 이 자료에는 국정원 직원들의 찬반 클릭 상세 내역이 담겨 있었다. 지난 7일 7차 공판에서 자료를 접수한 사실을 밝힌 이범균 부장판사는 "재판 기록에 철을 해놓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 자료에는 중요한 사실이 적시되어 있었다. 진 의원은 "신변잡기 찬반 클릭도, '베스트 게시판 밀어내기' 일환"이라고 주장했다. 신변잡기 찬반 클릭도? 이게 무슨 소리일까. 지금까지 '베스트 게시판 밀어내기'는 특정 게시물이 베스트에 진입하기 전에 집중적으로 반대를 클릭한 행위를 가리키고 있었다.

위에서 밝혔듯이 검찰이 기소한 찬반 클릭은 전체 5169건 중 1711건으로 33.1%에 불과했다. 그러면 나머지는 무엇일까? 사회(321건)나 북한 관련(143건) 게시글도 있었지만, 절대 다수는 신변잡기적인 게시글에 대한 찬반 클릭(2961건)이었다. 무려 57.2%에 달한다. 검찰은 지난 6월 수사결과 발표 당시 이 신변잡기 찬반 클릭에 대해 "일반인을 가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했다(아래 표 참고).


그런데 진 의원은 그게 아니라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오히려 핵심은 눈에 빤히 보이는 정치적인 게시글 찬반 클릭이 아니라,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신변잡기 글에 대한 찬반, 아니 찬성 클릭이다(국정원 직원들은 신변잡기 글에 거의 100% 반대를 누르지 않고 찬성을 클릭했다). 진 의원은 자료를 통해 재판장에게 이렇게 말했다.

"검찰은 신변잡기에 대한 찬반 클릭 2961건에 대해서는 의미부여를 하지 않았습니다만, 이 또한 일명 '베스트 밀어내기' 수법으로 봐야 합니다. 국정원 직원들 입장에서 베스트로 가지 않았으면 하는 내용이 (이미 베스트 게시판에) 게시되어 있는 경우에 '연예, 요리 등 신변잡기 게시판'의 게시물을 집중적으로 추천해 베스트 게시판의 초기 몇 페이지가 연예, 요리 게시판으로 뒤덮이는 상황을 연출하기 위해서였던 것입니다."

이런 주장은 위 그래프에서 볼 수 있듯이 대선이 임박하면서 반대 클릭이 늘어나기는 하지만, 그보다 훨씬 극적으로 찬성 클릭이 늘어나는 객관적 데이터와도 부합한다.

실제로 당시 상황에 대해 오늘의 유머 운영자인 이호철씨는 <오마이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난해 9월 국정원 계정의 '반대 테러'에 대응해 조치를 취한 이후 한동안 잠잠하다가, 대선이 다가오면서 이번에는 거꾸로 연예나 요리 게시판 글에 추천이 집중되어 베스트 게시판을 장악하는 상황이 벌어졌다"면서 "우리는 그것을 (반대 테러와 구별해서) 베스트 테러라고 불렀다"고 말했다.

뒤늦게나마 이제는 검찰도 신변잡기 찬성 클릭의 의미를 알아차린 것으로 보인다. 가장 최근에 있었던 7차 공판에서 박형철 부장검사는 국정원 심리전단 윤아무개씨에게 이렇게 물었다.

- 찬반 클릭 경향을 분석해보면, 찬성 클릭은 8, 9, 10번째로 찬성해서 해당 글이 베스트에 올라가가도록 하는 일관된 경향을 보이는데?
"그런 적 없다."

- 반면 반대 클릭은 (국정원 직원들의) 반대가 거의 첫 번째 반대 클릭이다. 글이 게시된 후 초기에 하는 것이다. 이렇게 찬반 클릭 하라는 지시를 받은 적 있는가.
"기억나지 않는다. 모르겠다."

마지막 퍼즐 조각 : 베스트 테러

8월 19일 국회에서 열린 국가정보원 댓글의혹 사건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위 2차 청문회에서 댓글사건 당사자인 국정원 직원 김하영씨와 다른 증인들이 의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 얼굴 가린 국정원 증인들 8월 19일 국회에서 열린 국가정보원 댓글의혹 사건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위 2차 청문회에서 댓글사건 당사자인 국정원 직원 김하영씨와 다른 증인들이 의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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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해보자. 지난해 9월 국정원 심리전단 요원들은 특정 게시물에 반대 클릭을 퍼부었다. 사이트 운영자는 강력한 경고와 함께 보완 조치를 시행했고, 이후 잦아들었다. 국정원 요원들은 이것을 "테스트"였다고 했다. 그리고 10월 경 "완벽히 분석을 끝냈다"고 했다.

그랬을 것이다. 그 결과, 대선이 임박한 11월경부터 언뜻 보기에는 정치 및 대선과 아무 의미가 없어 보이는, 연예 또는 요리 게시판 게시물 중 찬성 숫자가 7~9 사이로 베스트 진입(베스트 등록 요건은 찬성 10 이상이자 동시에 반대 3 미만이다)이 목전인 게시물을 찾아 찬성 클릭을 퍼부었다. 물론 하루 5회로 제한된 시사게시판의 반대 클릭도 착실히 수행하면서.

국정원 요원들 입장에서 보면 신변잡기 찬성 클릭은 반대 클릭에 비해 장점이 많았다. 우선, 노골적이지 않았다. 운영자의 경고 조치에서 알 수 있듯, 반대는 눈에 너무 잘 띄고 부작용이 컸다. 반면 찬성은 훨씬 세련됐다. 둘째, 반대 클릭은 특정 게시물이 베스트에 진입하기 전에 조치를 취해야만 했지만(이미 베스트에 진입하면 반대가 늘어도 내려가지는 않는다), 신변잡기 찬성은 그 후에도 얼마든지 효과를 낼 수 있었다. 첫 화면에서 밀어내버리면 그만이므로.

셋째, 요원들끼리 휴대폰 등으로 모의하지 않아도 가능했다. 시시각각 변하는 온라인 공간에서, 반대 클릭은 서로 어떤 방식으로든 대상물을 특정해야만 가능했지만, 신변잡기 클릭은 어떤 게시물이든, 어떤 내용이든, 이미 추천수가 베스트에 임박한 것만 찾아다니며 클릭하면 됐다. 넷째, 반대 클릭에는 클릭이 두 번 필요하지만, 찬성에는 클릭이 한 번 필요했다. "정말 반대(찬성)하시겠습니까?"-"예" : 이 팝업창이 찬성에는 없었다. 이 부분에서 무릎을 친다면, 당신은 인터넷에 꽤 익숙한 독자다.

이게 마지막까지 찜찜하게 남아 있던 '57.2% 신변잡기 클릭'의 전모다. 국정원 요원들이 한 클릭에 의미 없는 것은 없었다. 반대 테러와 베스트 테러는 행태는 다르지만 목적은 하나로 의심된다. 특정 게시물의 노출 저지.

수사 당시 간과했던 신변잡기 클릭의 의미가 드러나면서, 국정원 직원들의 정치·대선 개입 찬반 클릭 행위는 1711건이 아니라 5000여 건으로 확 늘어났다. 국정원이 계속 부인으로 일관한다면, 검찰은 김용판 재판처럼 공소장을 변경할지도 모를 일이다.

14일로 예정된 8차 공판에는 오늘의 유머 운영자 이호철씨가 증인으로 채택되어 있다. 그는 일명 '베스트 테러'에 대해서도 증언할 예정이다.

[중간점검] 원세훈 공판 다시보기

본격적인 공판이 열리기 전인 지날 8월 16일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국정조사 청문회에 출석했다.
 본격적인 공판이 열리기 전인 지날 8월 16일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국정조사 청문회에 출석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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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원세훈, #국정원, #오늘의 유머, #진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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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선임기자. 정신차리고 보니 기자 생활 20년이 훌쩍 넘었다. 언제쯤 세상이 좀 수월해질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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