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학생 숫자가 적어 짝꿍 없이 학창 생활을 보내는 '친구'들에게 '더불어'의 즐거움을 전하고자 <오마이뉴스>는 2008년부터 '더불어 입학식'과 '더불어 졸업여행'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편집자말]


배우 한혜진은 그때 이렇게 물었었다. "여러분, 내가 어디 나왔는지 아느냐"고. 초등학교 1학년 아이들은 이렇게 대답했었다. "주몽이요!", 그랬다. 그때만 해도 한혜진씨는 드라마 <굳세어라 금순아>의 금순이, 혹은 <주몽>의 소서노였다.

그리고 벌써, 5년하고도 석 달이 흘렀다. 그 후 한혜진씨는 여러 드라마 뿐 아니라 <힐링캠프> 안방마님으로 활발하게 활동했고, 기성용 선수와의 결혼으로 그야말로 장안의 화제가 됐다. 아이들은 그동안 6학년 졸업반이 됐다. 그리고 한혜진씨는 약속을 잊지 않았다.

"안녕하세요. 한혜진입니다. 반갑습니다. 어- 입학식 때 인사드렸었는데, 어느새 세월이 이렇게나 흘렀네요. 졸업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그때 분명히 졸업식 때 인사드린다고 약속했었는데, 약속 지키지 못해서 너무나 미안하구요. 앞으로도 갖고 있는 꿈, 잘 키워나가고, 잘 지켜나가길, 뒤에서 열심히 응원할게요. 다음에 또 인사드릴게요. 감사합니다, 파이팅!"

2008년 약속 잊지 않은 더불어입학식 한혜진 '쌤'

2008년 7월, 제1회 <오마이뉴스> '더불어 입학식'에 일일 선생님으로 참가했던 배우 한혜진씨
 2008년 7월, 제1회 <오마이뉴스> '더불어 입학식'에 일일 선생님으로 참가했던 배우 한혜진씨
ⓒ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관련사진보기


그때, 정확히는 2008년 7월 21일이었다. 당시 한혜진씨는 제1회 <오마이뉴스> '더불어 입학식의 일일 선생님'이었다. 학생 숫자가 적은 시골 학교, 1학년이 혼자 뿐이라 '나홀로 입학식'으로 학교라는 세계에 첫 발을 들였던 아이들, 전국에 있는 그들이 한 자리에 모여 동갑 친구들과 함께 '더불어 입학'의 즐거움을 누리는 자리였다.

그때 '더불어 입학식'에 참가했던 친구들이 올해 '더불어 졸업여행'의 주인공이 돼서 23일 <오마이뉴스> 사무실을 다시 찾았다. '더불어 입학식'과 비슷한 취지로 초등학교 '나홀로 6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매년 진행되고 있는 이번 여행에 2008년 한혜진 '쌤'을 만났던 친구들이 무려 열 명이나 참가한 것이다.

그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은 것은 한혜진씨의 영상 메시지만은 아니었다. 2008년 당시 촬영한 자신들의 얼굴이 음악과 함께 대형 모니터에 흐르자, 반갑다는 또 한편으로는 다소 멋쩍다는 표정과 함께 야릇한 미소들이 곳곳에서 번져갔다. 함께 참석한 부모님들의 표정은 더욱 흐뭇해 보였다.

김경준 학생(강원 정선 예미초등학교 운치분교 6학년) 어머니 이기자(52)씨는 "1학년 때 봤던 친구들 보고 싶은 마음에 이번 여행에 오기 전 마음이 설렜다"면서 "그때 봤던 얼굴들을 다시 만나게 되니 역시 무척이나 반갑더라"고 말했다. 문지오 학생(전남 신안 가거도 초등학교 6학년) 어머니 한희숙(41)씨도 "그때는 그렇게 놀았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추억이 새록새록 솟아나더라"고 했다.

개그맨 차승환 "어른들 보는 뉴스가 세상의 전부는 아니란다"

"작년 이맘때 잘 생기고 예쁘고 멋진 친구들을 만났었어요. 벌써 1년이 흘러 이 자리에 다시 섰네요. 반가운 마음에 '멋지게 양복을 입고 올까?' 하다가 멋지게 가죽 입고 왔는데 어때요? 멋없어요? 개그맨 치고는 좀 생기지 않았나? 아니에요? <개콘> 나오는 삼촌들 원했나 보구나(웃음)."

23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6회 더불어 졸업여행'에 참여한 문지오 학생이 <강남스타일> 말춤을 추고 있다. 문 학생은 '1회 더불어 입학식'에 참가한 학생으로 올해 6학년으로 다시 참가하게 되었다.
 23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6회 더불어 졸업여행'에 참여한 문지오 학생이 <강남스타일> 말춤을 추고 있다. 문 학생은 '1회 더불어 입학식'에 참가한 학생으로 올해 6학년으로 다시 참가하게 되었다.
ⓒ 이희훈

관련사진보기


한혜진씨 영상 메시지에 이어 개그맨 차승환씨가 등장했다. 매년 행사 때마다 참석해 어린이들과 재미있는 시간을 만들어 온 차씨는 올해도 성대모사, 비트 박스 등으로 흥겨운 웃음을 이끌어냈다. 가장 호응이 높았던 것은 김국진씨 성대모사. 처음에 다소 낯설어했던 아이들, 나중에는 사인 요청이 잇따랐다.

차승환씨는 "대단한 일도 아니고 솔직히 이런 인터뷰조차 부끄럽다. 그저 아이들 얼굴 보고 싶어 온 것"이라며 "평소 아이들을 좋아하는데 특히 이 친구들은 짝꿍이 없어 굉장히 외로웠을 거란 생각에 더욱 희망적인 이야기를 해주고 싶었다"고 소감을 말했다.

이어 차씨는 "지하철을 탈 때마다 개인주의가 갈수록 팽배해지고 있음을 느낀다. 세상이 갈수록 각박해지는 것 같고, 지금 커나가는 아이들도 그럴까봐 겁이 나기도 한다"며 "그래서 더욱 어른들이 보는 뉴스가 세상의 전부는 아니라는, 스마트폰 세상이 아니라 다른 진짜 세상도 있다는 마음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말하는 대로 이뤄지니까 절대 꿈을 버리지 않았으면 한다"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서먹함이 사라지는 속도가 'LTE' 급, 정치부 기자는 '진땀'

차승환씨 말대로 아이들은 곧 '뉴스 속 진짜 세상' 구경에 나섰다. 첫 번째 행선지는 국회의사당. 견학을 위해 기다리는 줄 안에서 한 여학생의 경쾌한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야, 그런 게 어딨냐?"며 앞에 선 남학생 어깨를 툭툭! 벌써들 친해진 모양이다.

23일 '6회 더불어 졸업여행'에 참가한 학생들이 국회의사당 분수대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23일 '6회 더불어 졸업여행'에 참가한 학생들이 국회의사당 분수대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 이희훈

관련사진보기


국회 본관 방청석에 앉아서도 눈빛 교환에 여기저기 '키득키득', 다소 서먹서먹했던 분위기가 급속도로 사라지고 있었다. 그 속도 거의 'LTE'급이라고 할까? <오마이뉴스> 사무실에서만 해도 손들고 말하기를 꺼려했던 친구들인데, 이제는 '국회쌤'으로 나선 정치부 기자를 진땀나게 할 정도가 됐다. 가장 뜨거웠던 주제는 본희의장에 놓인 컴퓨터 수 백대, 예산 낭비 아니냐.

그 모습을 바라보는 선생님들도 바빠졌다. 잊지 못할 추억을 '인증'하느라 제자 기념 촬영을 마치고 나서야 인터뷰에 응한 이상운 선생님(삼척 오저초등학교, 남·28)은 "친구들과 좋은 추억을 많이 만들었으면 좋겠다"면서 "앞으로 공부 잘 하고 이런 것보다 남자답게, 중학교 가서도 선생님 말씀 잘 들었으면 한다"는 졸업 메시지를 제자에게 전했다.

장세윤 선생님(경북 울진 삼근 초등학교, 남·44)도 "동갑 친구들이 없다 보니까 아무래도 평소 안타까움을 많이 느꼈다. 혼자이다 보니까 더 심심해 보이고, 더 외로워 보이더라"면서 "전국의 '나홀로 졸업생'들이 모였으니, 친구도 많이 사귀고 앞으로도 인연을 이어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학년 때는 휴대폰 없었지만, 지금은 있잖아요"

그 인연을 5년하고도 석 달 만에 다시 이은 친구들의 기쁨도 큰 듯 했다. 문진오 학생(전남 신안 가거도 초등학교 6학년)은 "그때 만났던 친구들이 얼마나 바뀌었는지, 또 뭐 하고 놀지 생각하면 기대된다"며 졸업여행이 끝나고 인연이 이어질 것 같냐는 질문에는 "1학년 때는 휴대폰이 없었지만, 지금은 있지 않느냐"는 말로 자신감을 표시했다.

문진오 학생이 특히 반가웠던 친구로 꼽은 김일수 학생(경북 김천 부항초등학교 6학년)은 "좋아요"라는 말을 반복하며 "1학년 때(더불어 입학식)가 가끔 생각났다"면서 "친구들도 많이 만나고 반갑다. 이번에도 함께 즐겁게 놀 것"이라고 말했다.

김일수 학생 말처럼 그들이 즐거운 추억을 나눌 시간은 아직 약 서른 네 시간이나 남아 있었다. 그동안 그들은 함께 '비밥' 공연도 보고, 코엑스로 가서 영화 <그래비티>도 보고, 에버랜드를 '정복'한 후 강화도 <오마이스쿨>에서 뜨거운 밤을 보낼 것이다.

또한 조별 인솔'쌤'으로 나선 <오마이뉴스> 직원들 역시 23일 밤부터 뜨거운 '신고식'을 치를 것이다. 특히 올해 '더불어 졸업여행'의 경우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이 다수 포함된 터라, 그 즐거움의 '통제 범위'가 대폭 확대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욱 특별한 여섯 번째 '더불어 졸업여행'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었다.


태그:#오마이뉴스, #한혜진, #더불어 입학식, #더불어 졸업여행, #차승환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