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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돌목의 물살. 수변에서 봐도 물살의 세기가 눈에 보일 정도다. 이순신 장군은 이 물살의 세기를 이용해 왜선을 물리쳤다.
 울돌목의 물살. 수변에서 봐도 물살의 세기가 눈에 보일 정도다. 이순신 장군은 이 물살의 세기를 이용해 왜선을 물리쳤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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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선 한 척이 용용하게 바닷물을 가른다. 거칠 것이 없다. 하지만 울돌목에 이르러 제자리걸음만 한다. 도무지 거센 물살을 헤쳐 나가지 못한다. 소용돌이치며 장쾌하게 흐르는 바닷물에 갇혀 허우적대더니 거친 숨을 연거푸 토해내고서야 힘겹게 빠져나간다.

지난 20일 찾아간 명량대첩의 현장 울돌목의 모습이다. 이순신 장군이 여기 물살을 이용해 13척의 배로 왜선 133척을 무찔렀다. 화물선의 허우적거림에서 울돌목 물살의 세기를 보고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다. 오죽하면 급류가 서로 부딪혀 울면서 소리를 낸다고 지명을 명량(鳴梁)이라 했을까.

이 울돌목이 해남 강강술래길 1코스의 시작점이다. 길은 진도대교 아래 울돌목 물살 체험장에서 해안을 따라 우수영 수변무대로 이어진다. '약무호남 시무국가(若無湖南 是無國家)'가 새겨진 충무공 어록비가 눈에 들어온다. 호남이 없으면 국가도 없을 것이라는 말이다.

'필사즉생 필생즉사(必死則生 必生則死)'란 절규도 보인다. 죽기로 싸우면 반드시 살고, 살려고 비겁하면 반드시 죽는다는 뜻이다. 이순신 장군의 호령이 귓전에 들려오는 것만 같다.

울돌목 수변공원에 서 있는 충무공 어록비. '약무호남 시무국가'라 씌어 있다.
 울돌목 수변공원에 서 있는 충무공 어록비. '약무호남 시무국가'라 씌어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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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돌목에 복원돼 있는 쇠사슬 감기틀. 이순신 장군이 왜적을 유인해 침몰시키는데 썼다고 전해진다.
 울돌목에 복원돼 있는 쇠사슬 감기틀. 이순신 장군이 왜적을 유인해 침몰시키는데 썼다고 전해진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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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돌목 양쪽 해안에 쇠사슬을 연결해 놓고 왜선을 유인한 다음, 이를 잡아당겨 침몰시키는데 쓰였던 쇠사슬 감기틀도 만들어져 있다. 명량대첩 기념탑과 유물전시관도 있다. 전시관에는 거북선과 판옥선의 실제 모형, 당시 쓰였던 천자총통 등 여러 가지 무기가 전시돼 있다.

수변공원을 돌아보고 울돌목 해안 데크를 따라 산으로 오른다. 산길이 둘이 나란히 걸을 수 있을 만큼 넓다. 쉬엄쉬엄 산길을 따라가니 우수영전망대가 세워져 있다. 울돌목과 우수영 일대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올망졸망 떠 있는 다도해 풍광도 그림이다. 울돌목에서 불어오는 바닷바람도 선선하다.

울돌목에 놓인 수변 데크길. 강강술래길 1코스가 지난다. 저만치 보이는 다리가 진도대교다.
 울돌목에 놓인 수변 데크길. 강강술래길 1코스가 지난다. 저만치 보이는 다리가 진도대교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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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대교와 울돌목. 우수영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풍광이다.
 진도대교와 울돌목. 우수영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풍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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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은 여기서 강강술래 기념비와 전수관으로 연결된다. 중요무형문화재였던 강강술래가 2009년 9월 세계무형유산으로 등재된 것을 기념해 세운 것이다.

저 건너 묵은 밭에 강강술래
쟁기없이 묵었느냐 강강술래
임자없어 묵었느냐 강강술래
잘덴데는 차조같고 강강술래
못덴데는 모조같아 강강술래

언제라도 흥겨운 강강술래다. 노래와 무용과 놀이가 섞인 강강술래는 이순신 장군으로부터 유래됐다고 전해지고 있다. 전라우수영에 진을 치고 있던 장군이 아군의 열세를 숨기기 위해 마을 부녀자들에게 남장차림을 시켜 빙빙 돌도록 했다는 것이다. 군사가 그만큼 많게 보이기 위한 전술이었다.

강강술래 기념비. 강강술래가 세계무형유산이 된 것을 기념해 세웠다.
 강강술래 기념비. 강강술래가 세계무형유산이 된 것을 기념해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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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 우수영 앞바다. 울돌목에서 충무사로 가는 강강술래길에서 본 모습이다.
 해남 우수영 앞바다. 울돌목에서 충무사로 가는 강강술래길에서 본 모습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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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강술래길 2코스는 여기서 전라우수영 성지(城址)로 연결된다. 전라수영은 처음에 무안 대굴포(현 함평)에 뒀다가 세종22년(1440년) 이곳 해남 황원곶으로 옮겨졌다. 성종10년(1479년) 순천 내례포(현 여수)에 또 하나의 수영이 설치되면서 전라우도 수군절도사영(전라우수영)으로 불렸다.

관할구역은 해남과 진도를 비롯 나주, 영광, 함평, 무안, 영암까지였다. 어란진, 고금도, 신지도, 목포진, 법성포, 흑산도 등 19곳을 속진으로 관리했다. 성의 영역도 남북 10리, 동서 5리에 이르고 석축의 둘레 3843척으로 장대했다고 전해진다.

우수영에는 지금도 그 흔적들이 여러 군데 남아있다. 이순신 장군을 추모하는 충무사도 그 가운데 하나다. 충무공의 영정이 모셔져 있다. 해마다 충무공 탄신인 4월 28일과 명량대첩 기념일인 10월 29일에 제례를 올리고 있다. 충무사로 가는 오른 편에는 우수영 관리들의 송덕비가 모여 있다.

우수영 송덕비. 충무사로 가는 길 오른편에 있다.
 우수영 송덕비. 충무사로 가는 길 오른편에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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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유'의 저자 법정스님 생가. 해남 우수영에 있다. 지금은 다른 사람이 살고 있다.
 '무소유'의 저자 법정스님 생가. 해남 우수영에 있다. 지금은 다른 사람이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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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사에서 내려와 우수영 앞바다를 보며 해안 데크를 따라가면 우수영항이다. 울돌목 일원을 오가는 거북선유람선이 항구에서 쉬고 있다. 우수영항을 돌아보고 우수영 탐방에 나서려는데 표지판 하나가 눈길을 끈다.

지난 2010년 3월 입적한 법정스님의 생가 안내판이다. 하늘색 지붕의 주택이다. 지금은 다른 사람이 살고 있고 옛 모습과도 많이 다르단다. 생가마저도 남기지 않고 무소유를 실천한 스님의 삶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이제부터는 우수영 성터를 돌아보는 여정이다. 법정스님 생가에서 가까운 곳에 방죽샘이 있다. 당시 수군들이 먹는 물로 이용했다는 우물이다. 정교하게 깎은 돌기둥을 육각형으로 세워 튼튼해 보인다.

명량대첩비 전경. 우수영 암반 위에 세워져 있다.
 명량대첩비 전경. 우수영 암반 위에 세워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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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반에 세워진 명량대첩비도 만난다. 숙종8년(1688년) 전라우수영의 동문밖에 세웠던 그 비석이다. 비석 앞에서 두 할아버지가 소일하고 있다.

"여그가 바닷가였어. 간척하기 전에. 그래서 암반이 있어. 비석도 옛날부터 여그에 있었고. 우리 어렸을 때 여그서 연 띄우고 다마 치고 놀았는디. 그때 일본놈들이 이 비석을 강제로 뜯어가 불었어. 그것을 다시 돌려놓은 거여. 2년 전에."

문남렬(87) 할아버지의 얘기다.

일제의 민족말살정책에 따라 명량대첩비가 강제 철거돼 경복궁으로 옮겨졌고, 해방 이후 주민들이 충무사로 다시 옮겨 왔다는 것이다. 그리고 국도확장공사와 맞물려 처음에 있었던 이 자리로 옮겼다고 한다. 문 할아버지에게서 명량대첩비에 대한 애정과 자긍심이 묻어난다.

문남렬 할아버지와 명량대첩비. 문 할아버지가 명량대첩비에 얽힌 옛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문남렬 할아버지와 명량대첩비. 문 할아버지가 명량대첩비에 얽힌 옛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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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영 성지의 망해루로 가는 길. 통나무로 계단을 놓아 멋스럽다.
 우수영 성지의 망해루로 가는 길. 통나무로 계단을 놓아 멋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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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일대가 우수영의 성터였다. 명량대첩비 뒤편 옛 문내면사무소 자리가 동헌 터였다. 성지의 북문쪽에 망해루(望海樓)가 있다. 임진왜란 당시 명량해협을 내려다보던 망루다. 망해루로 오르는 길이 단아하다. 통나무로 계단을 만들어 놓았다.

누각 부근에 돌과 흙으로 쌓은 성벽의 흔적도 조금 남아있다. 바닷가에 접한 우수영성의 남쪽은 크고 작은 돌로 틈틈이 쌓은 석성(石城)이다. 북쪽은 흙으로 빈틈없이 쌓아올린 토성(土城)이다. 망해루에서 내려다보는 우수영항의 풍치도 아름답다.

우수영항과 우수영 마을 전경. 우수영 성지의 망해루에서 내려다 본 모습이다.
 우수영항과 우수영 마을 전경. 우수영 성지의 망해루에서 내려다 본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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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 찾아가는 길

서해안고속국도 목포요금소를 지나서 곧장 직진, 목포대교를 건넌다. 이 길로 금호방조제를 건너 진도 방면으로 77번국도를 타면 된다. 진도대교를 넘기 직전이 울돌목이고 우수영이다. 내비게이션은 전남 해남군 문내면 학동리 산36번지를 입력하면 된다.



태그:#우수영, #울돌목, #명량대첩비, #강강술래길, #법정스님 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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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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