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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의찬 한국기후변화학회장은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서 에너지의 수요와 관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온케이웨더 정연화기자
 전의찬 한국기후변화학회장은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서 에너지의 수요와 관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온케이웨더 정연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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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가 나날이 뜨거워지고 있다. 더군다나 한반도 기후는 전지구 평균보다 더 빠르게 뜨거워질 전망이다. 우리나라 중부지방까지 아열대 기후 면적이 확대돼 더 이상 바나나, 망고와 같은 작물을 수입하지 않아도 될지 모른다. 남부 해안 지방에서 직접 경작할 수 있다는 얘기다.

기후변화가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기후변화는 산림훼손, 농업피해, 자연생태계 파괴는 물론 우리의 건강까지 위협하기 때문에 특별히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할 대상이다. 전의찬(58) 한국기후변화학회장을 지난 21일 만나 기후변화의 현주소를 짚어봤다.

- 기후변화 정의부터 좀 해주시죠.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에 따르면 자연적·인위적인 영향으로 기후가 변하는 현상을 가리켜 '기후변화'라고 합니다. 여기에는 온난화와 냉각화가 모두 포함됩니다. 기후는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날씨의 현상과는 달리 긴 시간 동안 기상현상의 평균상태를 말합니다. 날씨의 종합적이고 평균적인 특성과 그 변동이 바로 '기후'라고 할 수 있겠지요."

- 기후변화에 대해 좀 더 설명해주시겠어요.
"해마다 폭염과 혹한 등 연중 기온 변동 폭이 커지는 추세입니다. 또 강수량도 점점 많아지고 있는데요. 실제 호우(주의보 기준 ▷6시간 강수량 70㎜, 12시간 강수량 150㎜ 이상)의 빈도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날씨 자체에 변화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30년 기간을 평균해서 보는 기후에서는 최대치가 묻히게 돼죠.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것이 기후변화 때문이라고 곧바로 연결시키기 어렵게 됩니다. 또 기후시스템에는 워낙 복합적인 요소들이 작용되기 때문에 정확하게 콕 찍어 얘기하기도 힘듭니다.

앞으로 한반도가 아열대화 되고 이로 인해 우리 생활이 달라지게 될 것이란 예측때문에 기후변화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더 높아졌고, 이제 기후변화를 모르는 사람이 없어질 정도가 됐어요. 하지만 (날씨처럼)지금 당장 나타나지도 않고 대처 방안도 구체적이지 않은데다 복합적인 시스템으로 얽혀있어 사람들의 기후변화 체감도는 점점 낮아지는 것 같습니다.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기후변화가 오히려 고유명사가 아닌 보통명사가 되는 것 같습니다."

-기후변화에 관심이 소홀해졌다는 얘긴가요.
"일반적으로 '기후변화'라고 하면 '지구온난화' 만을 떠오르기 쉽죠. 하지만 겨울 혹한 등 냉각화도 기후변화의 한 모습입니다. 그 중에서도 온난화 측면이 특히 문제가 되면서 주된 관심사로 대두된 거죠.

기후변화는 날씨처럼 바로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이 간과하는 부분이 많은 것 같습니다. 실제로 지난 1920년에는 개나리의 개화시기가 4월 초순이었습니다. 하지만 기후변화로 인해 최근엔 3월 중순으로 앞당겨졌습니다. 벚꽃 개화도 2007년에는 2000년에 비해 일주일가량 앞당겨지는 등 꽃들의 반란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통상 개나리, 진달래, 벚꽃 순으로 피던 것도 최근에는 순서가 뒤바뀌어 개화하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고요.

한편 1970년대 말~1980년대 초반까지는 논에 물만 대도 얼어 서울시내 스케이트장이 100곳이 넘게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달라졌습니다. 서울광장처럼 인위적으로 결빙시켜 만든 곳은 있을지 몰라도 한겨울 서울에서 야외에 자연적인 스케이트장을 만들 수가 없게 됐죠. 또 한강의 얼음이 1m 이상 얼면서 과거에는 얼음을 잘라서 팔았지만 지금은 표면에 깔릴 정도라서 쉽게 밟은 수도 없는 등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 지구온난화 지표인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에 비상이 걸렸다죠.
"지난 5월 미국 하와이 마우나로아 관측소에서 최초로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400ppm을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07년 IPCC는 지구 온도를 산업혁명 이전보다 2℃ 이상 높이지 않으려면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400ppm을 넘지 않아야 한다고 제안했는데요. 최근 이 마지노선을 넘기면서 지구 온도에 빨간불이 켜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 온실가스 감축에 '지금 바로' 힘써야 하는 이유는 뭡니까.
"우선, 인류가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인식했다는 점은 대단한 일입니다. 원인 규명은 물론 그 원인이 되는 기체의 농도를 측정하고 모니터링 한 뒤 예측하는 단계에까지 이르렀습니다. 이처럼 전 세계가 위험성을 인식하고 대비해야 한다는 것은 잘 알게 됐지만 구체적인 대응책이 아직은 미흡한 것 같습니다.

기후변화는 온실가스 배출이 가장 큰 원인입니다. 특히 우리나라의 기후변화 원인은 에너지 분야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요. 때문에 에너지 사용량을 줄여야 하는 것은 분명합니다. 이에 따라 신재생에너지, 바이오매스 에너지 등과 같은 대체에너지가 개발되곤 있지만 고가이고 제한적이라는 게 문제입니다. 또한 최근 전세계적으로 인구가 계속 증가함에 따라 에너지 사용량이 줄어들기는 커녕 점점 늘어날 수밖에 없게 됐죠.

특성상 더 심각한 것은 온실가스가 배출된 다음 짧게는 몇 초 있다가 사라지는 것도 있지만 상당 부분 100~150년간 대기 중에 존재하기 때문에, 지금 온도 오른 것이 문제가 아니라 이미 배출된 온실가스로 인해 앞으로 오를 온도까지도 우리가 갖고 있다는 게 골칫거리죠.

태양 광선이 낮 12시에 가장 강하게 비추지만 지구 대기 온도는 보통 오후 2~3시경에 가장 높습니다. 지구 온도가 데워지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죠. 기후변화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미 배출된 온실가스로 인해 온도가 올라갈 것이 예정돼 있지만 즉각적으로 나타나지 않고 있어서 그것까지 포함하면 훨씬 더 심각한 상황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온실가스 감축이 꼭 필요한 것이죠."

- 온실가스가 어떻게 지구온난화와 연결됩니까.
"대기를 구성하는 여러 기체들 가운데 온실효과를 일으키는 기체를 가리켜 '온실가스(greenhouse gas)'라고 합니다. 온실가스는 지구에 들어오는 짧은 파장의 태양에너지는 통과시시킵니다. 하지만 지구에서 나가는 긴 파장의 적외복사 에너지는 흡수해 지구를 데우는 담요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 국내 온실가스 배출은 어느 분야에서 많나요.
"온실가스에는 이산화탄소, 메탄, 아산화질소, 프레온, 오존 등이 있습니다. 기후변화협약 제3차 당사국총회(COP)는 ▶이산화탄소 ▶메탄 ▶아산화질소 ▶수소불화탄소 ▶과불화탄소 ▶육불화유황 등을 6대 온실가스로 지정하기도 했습니다. 한편 '2010 국가온실가스 인벤토리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의 85%를 에너지 부분이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최근 발표된 IPCC 제5차 평가보고서의 특징은 무엇입니까.
"최근 'IPCC WGI 제5차 평가보고서' 중 '정책결정자를 위한 요약보고서'가 나왔습니다. 이번 보고서 역시 지구온난화가 명백하게 진행되고 있으며 그것이 화석연료 사용 등 인간활동 때문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과거 3차 보고서는 인간에 의한 기후변화의 원인을 60% 정도로 판단했다면 4차 보고서는 90% 가량을 인간의 활동 때문이라고 봤습니다. 5차 보고서는 95%까지로 파악했습니다. 이것은 기후변화의 원인이 인간에 있음을 명확히 뒷받침해주는 것이죠. 특히 5차 보고서는 지역적인 기후변화를 구체적으로 다뤘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있습니다. 해수면의 상승에 대해서도 더 자세히 다뤘고요."

- 온실가스 감축 정책의 방향에 대한 견해는?
"85%가 에너지 분야의 온실가스 배출로 볼 때 화석연료 사용을 줄여야하는 것은 분명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에너지의 수요와 관리가 중요하겠죠. 신재생 에너지를 적극적으로 개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산업계가 순응할 수 있는 정책이 되도록 소통하는 노력도 필요합니다. 하지만 국가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에너지 대책이 되어서는 안 되겠죠. 실제 산업계에 있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에너지 정책을 구체적으로 수립하고 그들에게 도움이 되는 정책이 되도록 해야합니다. 온실가스 감축과 관련된 정책을 수립하더라도 그들에게 손해가 아닌 (장기적인 면에서)이익이 된다는 점을 인식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 한국기후변화학회는 주로 어떤 일을 하나요?
"기후변화는 대표적인 다(多)학문적이고 간(間)학문적인 분야입니다. 기후변화에 관한 각 분야의 전문가, 기업, 정책결정자들 사이의 소통과 협력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기도 하고요. 이런 시대적 요구에 발맞춰 과학, 공학, 정책, 교육 등 기후변화와 관련된 전 분야의 다양한 전문가들이 참여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학회가 설립됐습니다. 현재 기후변화와 관련된 학술연구, 기술개발, 정보교환 등을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다양한 학술활동 및 연구사업을 기획해 융합연구가 반드시 필요한 기후변화 분야에서 전문성을 공유하고 싶습니다."

전의찬 한국기후변화학회장 ⓒ정연화기자
 전의찬 한국기후변화학회장 ⓒ정연화기자
ⓒ 온케이웨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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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를 막을 수 있는 가장 큰 원동력은 개개인에게서 나옵니다. 개개인의 관심이 모여야 정부에서 정책을 바꾸고 기업은 친환경제품을 생산해 냅니다. 정부 정책과 기업의 대책을 생활 속에서 실천하는 주체는 결국 개인이기 때문이죠. 그동안 우리는 너무 안일했던 것 같습니다. 꽃이나 단풍구경을 가거나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느라 짧은 시간동안  쏟아진 폭우로 인한 광화문 광장 침수, 우면산 사태 등과 같은 재난에 미처 대비하지 못했습니다. 이처럼 국가 정책을 바로 수립하고 시행하기 위해서는 평온할 때 사회 구성원 모두가 단합된 분위기 속에서 앞날을 준비해야 할 것입니다. 기후변화도 마찬가지입니다."

전의찬 한국기후변화학회장은...

▶서울대 환경대학원 환경관리전공 박사 ▶현 세종대 대학원장/환경에너지융합학과 교수  ▶현 한국기후변화학회장 ▶현 한국환경학술원 학술위원장 ▶현 녹색성장위원회 위원 ▶전 한국대기환경학회장 ▶전 국회기후변화포럼운영위원장 ▶전 서울시녹색성장위원회 분과위원장

<주요 저서>
▷기후변화, 25인의 전문가가 답하다 ▷환경과학개론 ▷환경과 에너지 등

덧붙이는 글 | 정연화(lotusflower@onkweather.com) 기자는 온케이웨더 기자입니다. 이 뉴스는 날씨 전문 뉴스매체 <온케이웨더(www.onkweather.com)>에도 동시 게재됩니다.



태그:#인터뷰, #전의찬, #한국기후변화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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