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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찜! e시민기자'는 한 주간 <오마이뉴스>에 기사를 올린 시민기자 중 인상적인 사람을 찾아 짧게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인상적'이라는 게 무슨 말이냐고요? 편집부를 울리거나 웃기거나 열 받게(?) 하거나, 어떤 식으로든 편집부의 뇌리에 '쏘옥' 들어오는 게 인상적인 겁니다. 꼭 기사를 잘 써야 하는 건 아닙니다. 경력이 독특하거나 열정이 있거나... 여하튼 뭐든 눈에 들면 편집부는 바로 '찜' 합니다. 올해부터 '찜e시민기자'로 선정된 시민기자에게는 오마이북에서 나온 책 한 권을 선물로 드립니다. [편집자말]
아내 자랑은 팔불출이라 했다. 그런데 이를 어쩌나. 이번 주 '찜! e시민기자' 인터뷰는 내가 '팔불출 인증'을 하지 않으면 못 하는 인터뷰다. '찜! e시민기자' 사상 최초로 편집기자가 자신의 아내를 인터뷰하기로 결정한 <오마이뉴스> 편집부! 그렇다. 이번에 편집부가 '찜!'한 시민기자는 바로 내 아내인 곽지현 시민기자다.

이 결정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누군가 처음 말을 꺼낸 사람을 찾아내 원망하고 싶다는 생각도 잠깐. 하지만 이내 마음을 고쳐먹었다. 다른 편집기자들도 내 아내의 글을 그만큼 잘 봐줬다는 얘기 아닌가. 인터뷰를 내가 해야 한다는 사실은 미치도록 민망했지만, 이런 '팔불출 되기' 기회를 놓치는 것도 아까웠다.

곽지현 시민기자는 임신 6개월째를 바라보는 임신부다. 지난여름부터 '두근두근 엄마 되기'라는 제목으로 사는이야기를 연재하고 있다. 지금까지 8편의 기사를 통해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 고민하고 공부하고 준비하며 겪은 이야기들을 솔직담백하게 쓰고 있다. 매일 얼굴 보는 사이에 진지하게 이런 인터뷰를 하는 건 진심으로 못할 짓이라서, 최대한 남남(?)처럼 서면인터뷰로 진행했다. 다음은 곽지현 시민기자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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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섭이나 검열보다는 독촉(?)을 많이 해주는 고마운 남편"

곽지현 시민기자
 곽지현 시민기자
ⓒ 최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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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기소개부터 간단히 부탁합니다.
"예비 엄마 곽지현입니다. 홈런이(우리 아기 태명)가 생긴 지 여섯 달째 돼가고 있어요. 아기가 생긴 후에 생각하게 되는 것이나 머릿속에서 임신과 육아에 대해 정리된 것들을 사는이야기로 연재하고 있습니다."

- 어떤 계기로 시민기자 활동을 시작하게 됐나요?
"예전에 지역아동센터에서 일할 때 남편이, 아이들과 겪은 일을 글로 써보라고 했는데 바쁘기도 하고 자신도 없어 시작하지 못했어요. 그런데 일을 그만두고 집에서 무료해하고 자리 잡지 못하는 저를 보고 남편이 또 한 번 글쓰기를 권유해서 시작했습니다."

- '두근두근 엄마 되기' 연재를 시작하고 나서 일상생활에 어떤 변화가 생겼나요?
"둘레 사람들이 '잘 보고 있다'고 응원을 해주기도 하고, 출산 경험자는 '글을 읽으니 내가 겪었던 일을 써놓은 듯하다'고 하더라고요. 그런 관심과 응원을 받으며 글을 쓴다는 것이 아직 어색합니다. 연재를 시작하고 나서 일상이 조금 달라졌어요. 그냥 지나갈 일도 더 곱씹어 생각하게 되고 메모를 하게 되는데, 그 메모가 글로 연결되기도 해요. 안 쓰고 그냥 묵히는 이야기들도 많지만 제가 쓴 메모를 보면서 '내가 이런 생각을 했구나' 하고 제 생각의 변화나 흐름을 보기도 해요."

- 기사 쓸 때 공을 많이 들이는 것 같습니다. 힘들지는 않나요?
"참 어려워요. 주제를 잡고 개요를 짜도 자꾸 다른 이야기를 더 하고 싶어 딴 길로 빠지기도 하고, 우리말을 틀리지 않게 쓰는 것도 어렵고요. 그런데 자꾸 어렵다고 생각하니 더 쓰기 싫어지더라고요. 그래서 일단 메모를 점점 늘려가기 시작했어요. 글감을 많이 만들어 놓아야 글감을 선택하기도 쉽고 무슨 이야기를 할지 개요도 잡히니까요. 맞춤법은 여전히 어려워서 남편의 조언대로 사전을 가까이하려 하고 있습니다."

- 남편이 글을 쓰는 데 어떤 도움을 주나요? 혹시 지나치게 간섭을 하거나 검열(?)을 하지는 않나요?
"제가 글을 쓰는 데 정말 도움이 많이 되었어요. 칭찬을 많이 해줬거든요. '잘 썼다'는 한마디가 글 쓰는 제 손가락을 춤추게 했어요. 간섭은 아예 하지 않고 검열도 하지 않아요. 너무 검열하지 않아서 제가 글에 '남편 디스'를 할 때면 주변 동료들에게 구박받기도 한다고 들었어요. 간섭이나 검열보다는 독촉(?)을 많이 해주는 고마운 남편이에요."

- 연재를 시작하기 전에 남편 동료들의 반응이나 누리꾼들의 댓글 같은 것이 걱정되지는 않았나요?
"많은 것을 걱정했다면 시작하지 못했을 거예요. 제가 전문가가 아니니 실수도 많고 전문성이 부족해요. 그래도 단순하게 내가 생각하는 것들을 정리하고 홈런이와 열 달 동안 함께하면서 일어나는 일들을 일기처럼 써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했어요. 남편 동료들의 반응을 걱정하진 않았어요. 오히려 남편 동료분들이 저를 응원해주고 홈런이 선물도 사주기도 해서 더 힘내서 열심히 써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됩니다."

"교육 현장에서 만나는 아이들 이야기도 꼭 한번 써보고 싶어요"

곽지현 시민기자의 '두근두근 엄마 되기' 연재면 갈무리
 곽지현 시민기자의 '두근두근 엄마 되기' 연재면 갈무리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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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객관식입니다. 글을 쓰면서 가장 의식하게 되는 사람은 누구인가요? 1 남편, 2 친구들, 3 시어머니, 4 누리꾼, 5 홈런이.
"처음에는 시어머니를 의식하기도 했어요. 시어머니께서 <오마이뉴스>를 자주 보시거든요. 그래서 제 글을 보시면 혹시 흉이라 생각하지 않으실까 걱정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홈런이가 제일 신경 쓰여요. 지금이야 글을 볼 수 없으니 걱정할 것이 없지만, 나중에 글을 보게 되면 혹시 섭섭해할 얘기가 있지 않을까 걱정되더라고요."

- 태동이 느껴질 때 이야기를 해준다고 들었는데 주로 무슨 이야기를 해주나요?
"처음엔 태담으로 우리 신화를 읽어주는 것 말고는 쑥스러워서 다른 이야기는 하지 못했어요. 그런데 요즘은 밖에 나가려는데 태동이 느껴지면 '홈런아, 우리 운동하고 오자'라든가, 힘든 때 태동이 느껴지면 '홈런이, 많이 힘들었지?'라고 얘기하기도 해요. 눈에 보이진 않아도 듣고는 있다고 하니, 마치 보이는 사람에게 말하듯이 이야기하는 것이 점점 익숙해지네요."

- 남편은 태교에 도움이 좀 되나요? 남편의 '아빠 되기' 준비 상태를 평가한다면 몇 점?
"산모가 마음을 편하게 갖는 것이 최고의 태교라고 생각해요. 그런 면에서 본다면 남편한테 만점을 줄 수도 있어요. 제가 실수해도 잔소리 하지 않고, 늘 따뜻한 눈빛으로 바라봐주니 다툴 일이 없지요. 그런 남편의 따뜻함과 사랑이 태교의 밑바탕이 되는 것 같아요. 어떤 때는 무뚝뚝한 경상도 남자의 모습이 되기도 하지만, 대부분 잘 챙겨줘요. 요즘 손이 부쩍 아프기 시작했는데 손도 주물러주고, 배에 튼 살 예방 크림을 발라주면서 홈런이한테 말을 걸기도 해요. 쑥스러워하는 것이 보이는데 그게 어찌나 귀여운지 모르겠어요."

- 홈런이가 태어나도 연재를 계속 쓸 계획인가요? 혹시 다른 소재로 써보고 싶은 게 있나요?
"홈런이가 태어나면 이렇게 글을 쓸 수 있는 시간이 있을까요? 지금 생각으로는 '두근두근 엄마 되기'는 출산으로 마무리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홈런이가 좀 더 자라면 육아일기를 쓰는 것도 좋을 것 같고, 제가 교육 현장에서 아이들을 만나는 것과 관련한 이야기도 언젠가 꼭 한번 써보고 싶어요."

- <오마이뉴스>에 사는이야기를 써주시는 분들 중에는 누구의 글을 즐겨 보시나요?
"신은미 기자의 '재미동포 아줌마, 또 북한에 가다'를 즐겨봅니다. 그 기사를 읽은 후에는 가끔 꿈속에서 북한을 가기도 했어요. 또, 김용주 기자의 '제이언니의 아빠일기'를 보면서 우리 부부가 겪게 될 미래를 조금 가늠해보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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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찜이시민기자, #두근두근엄마되기, #곽지현, #홈런이, #태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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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하는 사람. <사다 보면 끝이 있겠지요>(산지니, 2021) 등의 책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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