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배내봉, 간월산, 신불산 이어 걷다
▲ 타오르는 가을... 배내봉, 간월산, 신불산 이어 걷다
ⓒ 이명화

관련사진보기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 아는 순간부터
나무는 가장 아름답게 불탄다
제 삶의 이유였던 것
제 몸의 일부였던 것

아낌없이 버리기로 결심하면서
나무는 생의 절정에 선다.

제가 키워 온
그러나 이제는 무거워진
제 몸 하나씩 내려놓으면서
가장 황홀한 빛깔로
우리도 물이 드는 날

- 도종환 <단풍드는 날>

불꽃...
▲ 가을... 불꽃...
ⓒ 이명화

관련사진보기


홀린 듯 걷는 산마루 길...
▲ 가을... 홀린 듯 걷는 산마루 길...
ⓒ 이명화

관련사진보기


깊어지다...
▲ 가을... 깊어지다...
ⓒ 이명화

관련사진보기


온산에 불꽃 번지듯 만산홍엽으로 깊이 물들어가는 가을의 절정에 우리는 영남 알프스를 만났다. 이번엔 영남 알프스 간월산과 신불산을 이어 만나기다. 영남알프스는 밀양·청도·울산의 세 개 시도에 모여 있는 해발 1000미터 이상인 가지산·운문산·재약산·신불산·영축산·간월산·고헌산의 일곱 개 산군이 유럽 알프스의 풍광과 버금 간다는 뜻에서 영남알프스라 부른다. 수려한 풍광을 자랑하는 영남알프스의 진면목은 억새다. 은빛 억새는 하늘정원 길을 온통 은빛 물보라를 만드는 파도치는 가을이 가장 절정이다. 9월 중순에서 10월 중순이 좋고, 지금쯤 억새는 많이 말랐겠다.

가을 빛깔로 짙게 물든 산과 들을 보면서 탄성을 내지른 것은 이미 우리가 산에 도착하기도 전부터였다. 부산 양산을 거쳐 언양을 지나 석남사를 지나 가파른 S자 코스 길을 굽어 돌다가 만난 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가면 석남터널, 왼쪽으로 가면 배내고개다. 꼬불꼬불 굽어 도는 길을 휘돌아 가면서 불꽃처럼 붉게 타오르는 단풍나무들을 황홀하게 바라보았다.

다섯 대의 차가 일행을 태우고 가면서 우리끼리만 황홀한 단풍을 즐길 수 없다는 듯이 무전기에다 대고 이웃해 오는 차에 알렸다. 누군가가 무전기에 대고 "와아~ 단풍이다" 하고 외쳤다. 이어 함께 동행한 차량들에서도 한 마디씩 반응했다. "황홀합니다" "불꽃같습니다" "좋습니다" 참으로 황홀하도록 아름다운 대자연을 말로 다할 수 없었다.

좋은 계절 놓칠 수 없다는 듯... 인산인해가 이거구나

인정의 꽃밭에서...^^
▲ 영남알프스... 인정의 꽃밭에서...^^
ⓒ 이명화

관련사진보기


이번 산행은 배내고개를 들머리 삼고 간월산을 만나고 간월재를 지나 신불산 정상까지 만나고 되돌아 가다가 서봉에서 임도로 내려서서 파래소 폭포 가는 가파른 험로를 따라 하산할 계획이었다. 배내고개에 차를 주차하기도 전에 입추의 여지가 없이 많은 사람들과 차량들에 놀랐다. 가을도 절정이라 이 좋은 계절을 놓칠 수 없다는 듯이 인산인해를 이뤘다.

출발하면서부터 일행은 다른 사람들 속에 묻히기도 하면서 고 길고 긴 사람 띠를 만들면서 배내봉으로 향했다. 가파른 오름길을 올라 배내봉을 만나고 배내봉에서 큰 숨 한 번 돌리며 단풍든 산야를 바라보며 마음도 얼굴도 단풍 빛으로 물드는 것을 보며 낮고 높은 산의 산마루가 파도치는 능선을 일별하면서 간월산으로 향했다. 간월산(1600m)은 신불산 북쪽에 위치해 있다. 있다. 간월산 정상에서 간월재로 내려가는 길에 전에 없던 중생대 목재화석이 있어 눈길을 끌었다. 1억 년을 버틴 돌이라 한다.

간월재...신불산으로 향해 걷는 길...
▲ 영남알프스... 간월재...신불산으로 향해 걷는 길...
ⓒ 이명화

관련사진보기


영남 알프스 산들을 만나러 가는 길은 여러 갈래지만 배내고개에서 신불산까지 가는 길은 생소하다. 방향에 따라 사물이 전혀 다르게 새롭게 보이나보다. 배내봉에서 간월산(1069m)으로 그리고 신불산(1159m)까지 이어 만나러 가는 길은 오름길 내림길 힘든 길도 있지만 산 마루금을 밟고 걸으면서 앞으로 다가오고 뒤로 물러서는 길과 산들과 풍경들을 보며 걷는 것은 마냥 좋기만 했다.

간월산에서 간월재 그리고 신불산까지 잇는 길도 좋고 억새도 좋지만, 가을이면 가장 볼만한 곳은 역시 신불산과 영축산을 아우르는 수백만 평의 신불평원이다. 해마다 가을이면 산사람들이 몰려든다. 이날 만난 배내봉에서 간월산 정상까지는 단풍빛에 물들고 간월산에서 간월재 그리고 신불산까지는 억새길이다.

가을로 깊게 물든 산빛 보며 높은 산 숲길과 산마루를 밟으며 자연의 아름다움과 위대함과 경이로움을 경험한다. 자연은 힘이 세다. 초면인 사람과의 만남도 마음 빗장이 자연스럽게 열린다. 자연은 닫혀 진 마음의 빗장과 경계를 없앤다. 아름다운 대자연 속에 서면 마음의 빗장이 풀어지고 함께 걷는 걸음 속에서 믿음의 우정이 새싹 돋듯 돋아나고 광활하게 펼쳐진 산빛 어우러진 하늘 아래에서 함께 가져온 음식을 나누는 가운데 인정의 꽃밭이 펼쳐진다. 어울림의 끈이 두터워진다. 함께 걸으며 동심으로 돌아간다.

높은 암봉을 넘고...
▲ 영남알프스 높은 암봉을 넘고...
ⓒ 이명화

관련사진보기


하산길...암봉도 타고 넘으며...
▲ 영남알프스 하산길...암봉도 타고 넘으며...
ⓒ 정영석

관련사진보기


참 많이도 걸었다. 신불산 정상까지 닿은 우리는 이제 하산 길로 접어들었다. 서봉인 바위봉우리를 지나서 숲길로 접어들자 발밑에는 떨어진 낙엽들이 수북하고 나무들은 마지막 불꽃을 피워 올리고 있다. 파래소폭포 가는 길로 내려가는 이 길은 험하고 가팔라서 걸음에 속도가 붙지 않는다. 조심조심 한 걸음씩 내디뎠다. 파래소 폭포에 도착하자 이미 어둠이 내린다. 신불산 휴양림에 도착해 집으로 가는 길. 밤이 내렸다.

하산길...
▲ 영남알프스 하산길...
ⓒ 이명화

관련사진보기


산행수첩
1. 일시: 2013년 10월 26일(토) 맑음
2. 산행: 부산 포도원교회 등산선교회 10월 정기산행: 총 38명
3. 산행시간: 7시간 10분
4. 산행기점: 배내고개
5. 진행: 배내고개(10:10)-능선시작(10:30)-배내봉(966m, 10:40)-간월산(1069m,12:35)-점심식사후출발(13:35)-간월재(13:55)-삼거리(서봉정상, 간월재 15:00)-신불산정상(1159m, 15:10)-삼거리(15:25)-신불산 서봉(15:30)-임도(16:50)-파래소폭포(17:10)-신불산폭포휴양림 하단매표소(17:20)


태그:#영남알프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항상 기뻐하라 쉬지 말고 기도하라 범사에 감사하라 이는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를 향하신 하나님의 뜻이니라.'(데살전5:16~17)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