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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교회
 도시교회
ⓒ 뉴스앤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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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회' 하면 떠오르는 다양한 표현 중 가장 마음을 아프게 하는 단어는 '개독교'다. 점 하나면 찍으면 '님'이 '남'이 된다는 한 노랫말처럼 기독교는 한 순간에 개독교가 되어버린다.

개독교가 된 이유는 다양하다. 독재자 박정희를 비판하기는커녕 '추모 예배'를 드리고, 수백억 원짜리 예배당 건물도 모자라, 수천억 원짜리 예배당도 짓는다. 또 헌금 횡령, 성범죄 등등 '개독교'로 불러도 할 말이 없다.

'개독교'로만 불리기엔 억울한 이유

하지만 개독교로만 불리기에는 억울하다. 교회다운 교회, 목사다운 목사도 많기 때문이다. 개신교 목사인 필자는 목사답지 못하지만, 정말 많은 목사들이 목사답고 교회답다. <이웃과 함께 하는 도시교회>(주재일 지음, 뉴스앤조이 펴냄)에서 그런 교회와 목사를 만날 수 있다.

<도시교회>는 기독교 인터넷 언론인 <뉴스앤조이>가 지난 2012년 3월부터 펴낸 '바른 신앙 시리즈' 여섯 번째 책이다. 이 책에 소개된 10개 교회는 다양한 방법으로 이웃 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교회 재정 50%를 이웃 사랑에 쓰는 교회, 노숙인을 돌보는 교회, 사랑방 같은 교회, '빨갱이 교회'로 불리지만 가난한 이웃과 40년을 함께 한 교회 그리고 교회 안에 목욕탕과 병원까지 갖춘 교회까지.

'쌀·라면·김치' 세 가지 공통점은? 맨 먼저 떠오르는 생각은 '먹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을 나누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다. 옥수중앙교회(호요한 목사)는 그렇게 생각한다. 해마다 부활절과 추수감사절, 성탄절 등 교회 절기와 우리 명절인 설날과 추석 때는 10kg짜리 쌀 300포대와 라면 300상자를 이웃에게 나누어 준다. 교회가 이를 나누다 보니 신자가 아닌 사람도 나누는 일에 동참한다.

"옥수동의 한 양말 공장 사장이 양말 600켤레를 기부한 것이다. 주변 사람들에게 옥수중앙교회 이야기를 들은 이 사장은 신앙인이 아닌데도 먼저 교회에 연락해 왔다. 이렇게 사랑은 전염성이 강하다."(18쪽)

이 교회는 부자 교회가 아니다. 교인 가정 3분의 1이 월수입 120만 원을 넘지 않는다. 최저생계비 이하 돈으로 사는 가정이 많다. 그런데도 대학생 20명에게 학기마다 100만 원씩 지원한다. "나누기 위해 악착같이 아낀다"고 한다. 자기 뱃속 채우기 위해 악착같이 교횟돈 횡령하는 목사들도 많은데 정말 대단하다. 호 목사는 "무슨 일이 있어도 한 해 1억 원 이상은 이웃돕기에 쓰자"고 말한다.

또 다른 작은 교회가 있다. 서울 노원구에 있는 경성교회(박종걸 목사)다. 경성교회는 지독하게 아끼고 또 아낀다. 교회에 가본 사람은 알겠지만, 큰 교회 예배당은 화려한 꽃장식을 한다. 수백만 원 이상이다. 그런데 경성교회는 꽃 장식을 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을 돕기 위해서다. 담임 목사는 자가용도 없다. 몇 해 전 강남 어느 교회 목사가 외제차를 타고 다녔다가 비판을 받은 적이 있다. 경성교회는 "교회 재정 50%는 교회 밖 이웃을 위해 쓰자"가 슬로건이다. 

1등 높이는 교회 아니라 꼴찌와 함께 가는 교회

1971년 3월 1일 한 교회가 개척되었다. '빨갱이 교회'로 알려진 주민교회(김진 목사, 이해학 원로목사)가 개척한 날이다. 주민교회 이해학 목사와 교인들은 예배당에 들락거린 것만큼 감옥도 들락거렸다. 특히 이해학 목사(당시 전도사)는 긴급조치 1호 위반으로 구속돼 15년형을 선고받았다.

긴급조치 1호는 독재자 박정희가 1974년 1월 8일 발표한 것으로 ▲ 대한민국 헌법을 부정, 반대, 왜곡 또는 비방하는 일체의 행위를 금한다 ▲ 대한민국 헌법의 개정 또는 폐지를 주장, 발의, 청원하는 일체의 행위를 금한다 따위의 내용이 들어갔다. '이 조치에 위반한 자와 이 조치를 비방한 자는 법관의 영장 없이 체포, 구속, 압수, 수색하며 1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는 처벌 조항이 있다. 

하지만 성도들은 이해학 목사를 내쫓지 않았다. 주민교회는 해마다 삼일절이 되면 '반정부 인사'로 통하는 김근태·문익환·박형규·한승헌·한완상·함석헌 같은 분들을 강단에 세웠다. 이름 면면을 보니 민주주의를 위해 싸웠던 이들이다. 안타까운 것은 한두 분을 빼고, 더 이상 이 땅에서는 볼 수 없는 분들이다. 목사가 그러니 교인들도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정말 수구세력이 보기에는 '빨갱이 교회', '빨갱이 목사'에, '빨갱이 교인'들이었다. 하지만 주민교회는 '잡초'같았고, "꼴찌들의 벗"이었다.
"철거민이나 신문 배달원, 독거 노인, 이주 노동자 등 주변의 꼴찌들을 초대해 함께 예배하고 밥을 나누길 즐거워했다. 교회 창립일에는 기념 예배와 함께 줄곧 '꼴지 마라톤'을 곁들였다. 어린이와 노역자, 몸이 불편한 사람을 섞어 5명이 한 모둠이 되어 벌이는, 누구도 꼴찌가 되지 않고 모두가 승자가 되는 마라톤 한 마당이다."(112쪽)

가슴뭉클하다. 1등을 높이는 교회가 아니라 꼴찌와 함께 가는 교회. 이런 교회를 '개독교'라고 비난할 수 없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수천억 원짜리 예배당은 교회에 다니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지탄 대상이지만, 중소형 교회에는 공포감을 불러일으킨다. 모든 것을 다 빨아 들이는 블랙홀이자, '폭군 도마뱀'으로 불리는 육식 공룡 티라노사우루스으로 보인다. 인천시 중구에 있는 인천제2교회(이건영 목사)는 예배당 건물 5층에 목욕탕을 만들어 일주일에 2번씩 문을 연다. 목욕비는 공짜다.

화요일은 할아버지, 목요일은 할머니들이 각각 30여명이 목욕을 한다. 한 할아버지는 "여러 교회와 기관에서 별의별 혜택을 받아보았지만, 목욕탕을 공짜로 이용하는 건 처음"이라며 반겼다. 몇 천 원 하는 목욕비가 무슨 대수야고 하겠지만, 정부 보조금으로 사는 어르신에게는 큰 돈이다.

6층에는 장애 어린이를 위한 특수교육센터가 있고, 7층에는 구에 하나 뿐인 어린이 도서관 '꿈나래 도서관'도 있다. 사택대신 농구장을 지어 학생들이 뛰어놀게 하고, 치과, 내과, 미용실까지 있다니. 건물은 높지만, 이웃 사람들에게는 아주 낮은 문턱인 것이다.

<도시교회>에 나오는 교회들은 한국교회를 개독교에서 다시 기독교로 만든 교회들이다. 이런 교회가 더 많아지면 참 좋겠다.

덧붙이는 글 | <이웃과 함께하는 도시 교회> 주재일 지음 ㅣ뉴스앤조이 펴냄 ㅣ 7000원



이웃과 함께하는 도시교회

주재일 지음, 뉴스앤조이(2013)


태그:#도시교회, #한국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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