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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소장에게 놀림을 당했다는 청소노동자 D씨는 "꽃구경 갔는데 소장이 다리 저는 흉내를 내더라, 나 역시 다리 한쪽이 짧은 장애인인데… 비참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소장에게 놀림을 당했다는 청소노동자 D씨는 "꽃구경 갔는데 소장이 다리 저는 흉내를 내더라, 나 역시 다리 한쪽이 짧은 장애인인데… 비참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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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여자대학교 청소·경비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하청업체인 S사 관리자들로부터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이 학교에서 청소를 하는 A씨는 지난 10월 어이없는 부당해고를 당했다. 이유는 상사인 하청업체 부소장에게 '언니'라고 불렀기 때문. 그의 동료 B씨도 같은 이유로 함께 해고당했다. A, B씨가 해고당한 다음날 소장은 청소직원들을 불러 "조직에서 함부로 언니라 부르는 거 아니다, 앞으로 부소장이라 불러라"고 말했다.

남자 청소부 C씨는 위암 수술을 받고 5일 만에 업무에 복귀했다. C씨가 아픈 몸을 이끌고 복귀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동료가 힘들까봐서다. 8만 평이나 되는 학교 교정을 정리하는 게 그의 업무인데, 이 업무에 배치된 직원은 달랑 2명이다. 더불어 장기간 자리를 비웠을 경우, 하청업체에서 잘릴 것 같은 위기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하청업체 소장은 발이 아파 절뚝거리는 장애인 청소 노동자를 비하하는 말을 내뱉는 등 인권 비하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이에 대해 한 노동자는 "'(소장이) 학교 개관식 날 귀빈들 눈앞에 띄지 마라, 너희들 보는 거 별로 안 좋아 할 거다'라고 말했다"면서 "며칠 전부터 행사가 있어 건물 전체를 우리가 깨끗하게 청소해줬는데 우린 더럽다는 건가"라고 울먹이며 말했다.

장애인 비하에, 물 한 잔 먹었다고 욕까지...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소장에게 놀림을 당했다는 청소노동자 D씨는 "꽃구경 갔는데 소장이 다리 저는 흉내를 내더라, 나 역시 다리 한쪽이 짧은 장애인인데… 비참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경비대원 E씨는 지난 여름 경비실에 들러 물을 한 잔 먹었다가 소장으로부터 욕을 들었다. 

"지난 여름, 새벽에 와서 비옷을 입었고, 너무 더웠다. 경비실 문이 열려 있기에 물 한 잔 먹으려고 들어갔다. 그런데 오후쯤 소장이 전화를 해서는 별별 욕을 다 했다. '나이 처먹어서 내 목 자를 일 있느냐. 내일 당장 나오지 마라. 벌써 이게 몇 번째냐. 당신 같은 사람 아니어도 일할 사람 줄 섰다. 말도 안 듣는 사람 필요 없다'고 했다."

일터 밖, 업무 시간 외에도 업체 관리자들의 횡포는 계속됐다. 경비반장은 주말 오후에 지인이 운영하는 오리고기집에서 회식을 잡아놓고 안 오는 사람에겐 재계약을 할 때 불이익을 주겠다고 했다. 이게 끝이 아니다. 부소장은 자녀 결혼식에 청소노동자들을 동원했고, 노동자들은 결혼식이 끝날 때까지 밥도 못 먹었다고 했다.

하청업체 관리자들은 '왕따' 문화를 조장하기도 했다. 하청업체 반장은 어느 날 청소-경비 노동자들에게 "OO는 찍혔으니깐 그 사람과는 될 수 있는 대로 말하지 마라, 소장님의 지시다"라고 했다. "그 사람에겐 미안했지만,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소장과 반장 말을 따라야 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경비대원인 F씨는 "업무 중 조금 졸거나 딴 짓을 하면 동료가 소장에게 가서 바로 말한다,  그러면 알려준 직원은 소장에게 충성하는 직원이 된다"면서 "동료의 행동을 즉각 보고 할수록 소장이 좋아한다, 동료애는 없고 서로서로를 지켜보고 소장에게 보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수년간 정서적으로 학대... 정신과 치료까지 받아"

서울여자대학교 청소·경비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하청업체인 S사 관리자들로부터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여자대학교 청소·경비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하청업체인 S사 관리자들로부터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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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들의 부당한 대우를 참다못한 청소·경비노동자들이 노조를 결성하려 하자, 업체 측은 관리자였던 사람을 내세워 발빠르게 움직였다. 노조원 60여 명을 모집한 뒤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산하에 별도의 노조를 만들고 최근 신고까지 마친 것. 이들과 별개로 현재 20여명의 노동자들은 민주노총산하의 노동조합을 만들려고 준비 중이며 오는 13일 출범식을 열 계획이다.

<한겨레신문> 13일자 관련 기사에 따르면, 일부 청소노동자들의 이러한 주장에 대해 소장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민주노총에서 위장취업한 사람들이 나를 음해하는 게 아닌가 의심된다"고 밝혔다. 아울러 업체 소장은 지난 5일 민주노총위원들과의 면담 자리에서 "내가 노조 가입을 못하게 하고 방해를 한다는 건 터무니없는 말"이라며 "(노조를) 하면 안 된다고 한 적 없다, 억울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여대 관계자는 지난 11일 민주노동 담당자들과의 면담 자리에서 "용역을 준 거라 운영에 관여한 바 없어 몰랐다"면서 "당황스럽고 조사해서 불법행위가 밝혀지면 조치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민정 민주노청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조직부장은 13일 기자와 한 통화에서 "노동자들이 소장과 부소장, 경비반장에게 수년간 정서적 학대를 당했고, 2~3명은 정신과 치료까지 받았다고 한다"면서 "소장이 일상적으로 폭언을 일삼았기 때문에 심리 진단 후 정서적으로 병증이 있는 분들에 대한 집단 치유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소장 이야기만 들어도 몸이 떨리는 분들이라, 당장 소장에 대한 출근 정지 조치부터 요청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민주노총 산하에 따로 조합을 꾸리고 있는 노동자들은 13일 오후 4시 노조 출범식을 열어 빠른 문제 해결을 촉구할 예정이다. 14일 오전 10시엔 서울여대 정문 앞에서 청소-경비노동자들의 인권실태를 폭로하는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다.


태그:#서울여자대학교, #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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