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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세인 이지트 원장이 한국-터키 관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후세인 이지트 원장이 한국-터키 관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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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Turkey)의 역사와 문화를 생활용품과 사진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특별기획전이 전북 군산시 장미동 근대역사박물관 3층 기획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다. 이스탄불 문화원 후세인 이지트(38) 원장은 전시장 개관일인 지난 15일(금) 오후 2시 박물관 규장각실에서 '동서양 문명의 교차로 이스탄불'이란 주제로 1시간에 걸쳐 특강을 했다.

2005년 영남대 한국어 과정을 수료하고, 터키 기계공학 상공회의소 회원으로도 활동하는 이지트 원장은 "흉노(BC4~1세기)의 후손으로 일찍이 고구려와 국교를 맺기도 했던 터키는 한국전쟁 때 터키군이 연합군으로 참전하면서 형제국가로 지내오고 있다"며 터키의 역사적, 종교적 정체성과 가족, 음식, 차(茶) 문화 등을 소개했다.

한국에서 비행기로 11시간 정도 걸리는 터키는 아시아대륙 서쪽 끝에 자리한 거대한 초원국가이다. 수도는 앙카라, 인구는 7500만, 국민 대부분 농·목축업에 종사하고 있다. 영토는 80만㎢(한반도의 3,5배), 국민소득 1만5000불. 종교는 이슬람교(98%), 날씨는 한국과 비슷하나 여름에는 섭씨 50도까지 올라가고, 겨울에는 영하 40도까지 내려간다고 한다. 

터키 전통의상 카프탄. 지역에 따라 결혼식장과 여러 행사 때 다양한 형태로 입는다고 한다. 중국 전통의상 치파오(旗袍)에서 느껴지는 화려함도 엿보인다.
 터키 전통의상 카프탄. 지역에 따라 결혼식장과 여러 행사 때 다양한 형태로 입는다고 한다. 중국 전통의상 치파오(旗袍)에서 느껴지는 화려함도 엿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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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는 아시아와 유럽에 걸쳐 있으며, 고대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인류 문명의 다양한 요소가 잘 조합된 '동서 문화의 교차지', '인류문명의 박물관' 등으로 회자된다. 특히 터키 최고도시 이스탄불은 인구가 1500만 명에 달하며 동로마와 오스만제국에 걸쳐 1600년 동안 제국의 수도였고, 도시 전체가 유적지이며 세계 3대 미항(美港) 중 하나로 꼽힌다. 

특히 오랫동안 한민족과 끊임없이 관계를 맺어온 튀르크인(터키인)의 역사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튀르크는 고구려와 유대가 깊었던 '돌궐'의 다른 이름으로. 터키 민족사 개관에도 돌궐제국(6~8세기)이 등장한다.

이지트 원장은 "동서양이 만나는 터키는 세계에서 옛 문명과 로마의 유적·유물이 원래 모습 그대로 잘 보존되고 있는 나라 중 하나"라며 "터키는 아시아에 속한 나라인지, 유럽에 속한 나라인지 묻는 분들이 종종 있는데, 그때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난감하다"고 말했다. 터키인들 정신에 깃든 역사, 종교, 문화 등의 정체성을 물어야 현답을 구할 수 있다는 것. 

한국과 닮은 터키의 언어와 생활 문화

터키의 전통가옥 내실을 재현한 제1 보조 전시장. 자연을 닮은 화려함이 느껴진다.
 터키의 전통가옥 내실을 재현한 제1 보조 전시장. 자연을 닮은 화려함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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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의 접대 문화는 특이하다. 다양한 문화와 더불어 종교적인 영향도 크다 하겠는데, 모든 손님을 하느님이 보낸 사람으로 믿는다는 것이다. 손님은 10가지 축복을 가져와 한 개만 먹고 나머지 아홉 개는 놓고 간다는 믿음이 강해 접대에 소홀해지는 법이 없다고 한다. 일주일 동안 손님이 없으면 집주인이 그동안 무엇을 잘못했는지 짚어보고 반성한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식사는 집에서 대접하는 경우가 많고. 방도 따로 마련하며, 객지에 나갔을 때 친구나 친척 집에서 숙박하는 것을 폐가 된다고 생각지 않는단다. 이지트 원장은 "식사 때 어른이 먼저 수저를 드는 습관도 오랫동안 유목생활을 하면서 지도력이 마을 연장자 중심으로 짜이다 보니 어른을 배려하는 문화가 모든 영역으로 확대된 것으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차(茶) 문화도 남다르다. 손님에게 '커피 드실래요? 홍차 드실래요?'라고 묻지 않고 '어떻게 끓여드릴까요?'라고 묻는다고. 터키 사람들의 커피 만들기는 한국에서 김치 담그기만큼이나 다양하고, 어렵다 한다. '커피 한 잔을 마시면 40년을 기억한다', '커피는 지옥처럼 검고, 죽음처럼 강하며, 사랑처럼 달콤하다' 등의 속담에서도 터키의 높은 차 문화가 느껴진다.

한국-터키의 닮은 문화에 대해 이지트 원장은 두 나라 언어가 우랄 알타이어 계통이며, 명절 때 부모를 찾아뵙고 친지를 방문하는 전통. 어른을 부르거나 대화할 때 존댓말 사용. 밥을 먹을 때 어른이 먼저 수저를 드는 식습관, 집안에 들어가기 전 신발을 벗는 가옥 구조. 나이 많은 사람 앞에서 함부로 행동하면 안 되는 것 등을 꼽았다.

이지트 원장은 한국-터키의 이질적인 문화로 식생활에서 돼지고기를 꼽았다. 한국인은 삼겹살을 즐겨 먹는데, 터키인들은 돼지고기를 금한다고. 터키 친구에게 돼지고기를 재료로 가공한 식품을 선물하는 것은 결례가 된다는 것. 종교적 차이 때문이라 한다. 

터키의 다양한 전통 문화유산도 만날 수 있어

주 전시실, 터키의 면·직조 공예품 전시장. 유목민이었던 터키인들은 일찍부터 카펫과 킬림 제작이 발달했다 한다.
 주 전시실, 터키의 면·직조 공예품 전시장. 유목민이었던 터키인들은 일찍부터 카펫과 킬림 제작이 발달했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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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탄불에서 불어온 바람'이란 주제로 열리는 전시장에는 터키의 면·직조 공예품, 코발트블루(도자기), 금속공예품, 예술 작품, 전통 의복 등 100여 점이 전시되고 있으며, 터키 역사, 문화를 확인할 수 있는 두 편의 영상을 상영하고 있다. 터키의 전통가옥 내실을 재현한 체험공간과 터키 전통문화유산인 핫, 미니아튀르, 마블링, 파피루스도 만날 수 있다.

핫(Hat)은 터키의 대표적인 이슬람 미술을 말하며, 코란의 내용을 아름답게 표현하는 터키식 서예 예술이다. Hat의 의미는 라인(줄)이며 글씨를 쓸 때 사용하는 붓은 갈대(Reed)로 만들어진다고 한다.

미니아튀르(Miniature)는 세밀화로 불리는 소형의 기교적인 터키 전통 민화로 10세기 초에서 19세기 중엽까지 많이 제작되었다. 세밀하게 그린 그림 속에서 당시 터키인들의 삶의 모습과 풍습을 엿볼 수 있다. 

마블링(Marbling)은 에브루(Ebru)라고도 한다. 마블링은 물과 기름이 서로 섞이지 않는 성질을 이용한 작업으로 우연한 효과를 살려 물 위에 흡착시켜 만든다. 외국인들의 흥미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아랍 문자와 함께 에브루를 제작함으로써 그들만의 예술세계를 표현하고자 했다. 

인류 최초의 종이(파피루스)에 유화로 그린 그림.
 인류 최초의 종이(파피루스)에 유화로 그린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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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피루스(Papyrus)는 인류 최초의 '종이'를 말한다. 파피루스는 지중해 연안 습지에서 자라는 식물을 재료로 만들어진다고 한다. 다양한 민족과 언어, 종교가 자유로운 터키 사람들은 이 파피루스에 특색 있는 유화로 그들만의 예술세계를 표현하였다.

근대역사박물관 제1 보조 전시장은 터키 전통가옥 내부를 재현한 체험공간으로 꾸며졌으며, 제2 보조 전시장은 체험학습 그리기, 터키의 한국전 참가 관련 다큐멘터리 영상을 감상할 수 있다. 3층 주 전시실에는 터키의 역사와 문화, 교육 자료와 터키의 면직물, 금속, 도자기 등 전통 유물들이 전시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전시기간: 2014년 1월 30일까지
문의: 군산근대역사박물관 (063)454-7872

이 기사는 신문고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터키 문화, #군산 근대역사박물관, #전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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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8월부터 '후광김대중 마을'(다움카페)을 운영해오고 있습니다. 정치와 언론, 예술에 관심이 많으며 올리는 글이 따뜻한 사회가 조성되는 데 미력이나마 힘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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